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O),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팜’
빗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곳에서 망연자실한 채 서있는 한 청년의 모습. 그의 옆에는 빗물에 짓눌려 널브러져 있는 채소. 청년농들이 보낸 영상을 봤을 때는 기록적인 폭우로 농사 피해를 입은 자연재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미래 농업의 총 집합체로 불리는 스마트팜 단지였습니다. 물이 졸졸 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쏟아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짧은 분량의 영상이었지만 취재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JTV 전주방송은 국가 공모로 사업비가 무려 1,000억 원이나 투입됐다는 스마트팜 단지의 참담한 현실을 진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자만 118건...“작물의 무덤”
청년농들이 울부짖던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애써 키운 채소는 빗물에 찢겨 어떤 작물인지 알아보기 어려웠고, 일부 구간은 아예 농사를 포기했습니다.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의 천은 마치 누군가 칼로 도려낸 듯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차광막 기계는 부서져 있었습니다.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햇빛과 바람, 수분을 자동 제어하는 게 스마트팜의 핵심 기능이지만, 어느 것 하나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하자 종합 세트였습니다.
준공한지 불과 3년도 되지 않은 이 시설에서 청년농들이 접수한 하자만 무려 118건. 준공 후 어느 시설에서나 하자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건 상식을 벗어난 수치였습니다. 큰 각오를 품고 미래 농업에 뛰어든 청년농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스마트팜이 작물의 무덤이 됐습니다.”
1,000억짜리 하자 종합 세트
1,000억 원이나 투입된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 사업이 어쩌다 하자 종합 세트가 됐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취재진은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한 기관을 주목했습니다. 바로 한국농어촌공사였습니다. 농업과 관련된 공사 수행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공기업이었고, 농식품부의 사업 지침에 따라 모든 공정을 농어촌공사가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던 것입니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농어촌공사의 허술하기 짝이 없던 관리감독 실태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시설 운영기관인 김제시가 농어촌공사에 하자 보수를 요구하며 공문을 보낸 횟수는 무려 26차례나 됐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닌 20여 차례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제시는 하자 처리가 미흡하자 ‘긴급’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일부 공문에는 회신조차 하지 않아 ‘재발송’까지 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습니다.
하자 처리에 조금만 서둘렀다면, 책임감을 가졌다면 청년농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방관을 일삼아 온 것입니다. 급기야 농어촌공사는 책임을 시공사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농어촌공사가 취재진에게 서면을 통해 공식적으로 한 답변은 황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시공사가 영세해 처리가 미흡했습니다.”
관리감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스스로 감리 기능을 상실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었습니다.
‘유력 경제인’의 건설업체
농어촌공사의 주장대로 영세하다던 시공업체도 주목해 봤습니다. 이 사업은 코로나 사태로 침체의 늪에 빠졌던 지역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지역 업체 제한으로 공개경쟁 입찰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전주의 한 업체가 대표 시공사로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이 업체의 대표는 얼마 전까지 전북의 경제기관 단체장을 지냈던 지역사회의 유력 인사였습니다.
지역 경제를 대표하는 인사의 업체였지만 시공사는 취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다 대규모 하자 사태가 세간에 알려지자 부랴부랴 보수 공사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까 해서 지역 업체에 공사를 맡겼지만, 혜택만 누리고 의무는 나 몰라라 했던 것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대형 사업에 지역 업체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는 건지, 향후 다른 사업에 선량한 지역 업체에도 불똥이 튀는 건 아닌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같은 공모, 비슷한 예산...왜 김제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농을 육성하고, 귀농을 지원하기 위해 김제를 비롯한 전국 4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구축했습니다. 취재진은 보다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다른 지역의 사업도 살펴봤습니다. 지난 2018년 김제와 함께 공모에 선정됐던 경북 상주의 사례를 보면, 김제의 부실 공사 의혹은 더욱 짙어집니다. 김제와 같은 재질의 비닐을 사용해 천장 구조를 지었지만, 사소한 하자 몇 가지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전남 고흥군의 경우 누수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천장을 아예 유리온실로 설치했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예산이 부족해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닐 온실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김제와 고흥 두 지역 모두 스마트팜 1ha를 짓는데 투입된 예산은 50억 원가량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계기관의 설명이 오히려 의문만 더 키운 꼴이 된 것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일부 청년농들의 경우 신원이 공개되는 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익명 처리와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대규모 하자 사태와 관련된 보도는 청년농들의 기자회견 이후 수많은 언론사들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보도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JTV 전주방송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제도 개선에 배경이 되는 심층 보도를 주로 해왔습니다.
[전북의소리] 청년 농업인 울린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시설 하자 문제'로 제대로 운영 못 해(24.8.22)
[전북의소리] 관계 기관 해명과 대응에도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하자 문제 보도 계속 이어져(24.8.27)
JTV 전주방송 보도
(1) 225억 스마트팜...하자 종합세트(24/8/20)
(2) 무너진 청년농의 꿈...보상도 난항(24/8/21)
(3) 같은 공모, 비슷한 예산...김제만 ‘하자’(24/8/22)
(4) 결국 농림부가 나서...말로만 ‘농생명 도시’(24/8/23)
(5) 시공사 ‘묵묵부답’...지역업체 ‘불똥’?(24/8/26)
(6) “농어촌공사와 시공사 책임”...국정감사 예고(24/8/27)
(7) 농어촌공사 2주 만에 현장 조사(24/9/3)
(8) 지반공사에 수십억 쓰고도...“시공·감리 분리”(24/9/5)
(9) ‘하자 투성’ 스마트팜...대대적으로 제도 보완(24/9/30)
5. 사회에 끼친 영향
2주 만에 현장조사...국정감사 예고
JTV 전주방송의 연속 보도로 스마트팜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나면서 농식품부가 움직였습니다. 첫 보도 이후 2주 만에 김제 임대형 스마트팜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것입니다. 1차 현장 조사부터 누수 문제와 각종 기계 고장 등이 지적됐고, 설계와 시공 모두 부실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농식품부는 현장 조사 외에도 이례적으로 보도가 나갈 때마다 설명 자료를 배포하면서 제도 개선과 함께 관계기관의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회도 고강도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공사 선정 과정부터 설계와 시공까지, 정부의 스마트팜 구축 사업 전반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총체적 부실...대대적 제도 보완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습니다. 먼저, 시공 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공사에서 배제하기로 했고, 하도급 업체의 선정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농어촌공사가 단독으로 수행하고 있는 스마트팜 시공과 감리 기능을 분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부실 공사와 허술한 관리감독이 문제를 키웠다는 보도 내용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감리 과정에는 민간 업체도 참여할 수 있게 돼 시공 과정에 투명성이 강화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모든 공정에는 단계별로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책임성을 높이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책임 소재도 명확하게 가릴 계획입니다. 또, 자치단체에는 시설 유지관리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도록 했으며, 새로 스마트팜 공모를 수행할 자치단체를 선정할 때는 유지보수 예산을 확보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국가 공모가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도 스마트팜 조성 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역소멸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청년농을 육성하고, 지역에 유입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사업에는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JTV 전주방송은 이번 집중보도를 통해 미래 농업의 핵심, 그리고 지역소멸위기 해법으로 꼽히는 스마트팜 조성 사업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시설을 짓는 데 그치는 게 아닌, 잘 만들어진 스마트팜 단지 안에서 청년들이 농업을 배우고, 미래 농업인으로서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취재진은 앞으로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스마트팜 조성 사업이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볼 계획입니다. 특히, 아직 책임소재가 밝혀지지 않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지켜볼 것이며, 농식품부가 발표한 제도 개선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도 감시할 것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9회 전체 총평
제40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다. 전달의 71편에 비해 출품작 수가 매우 적었을 뿐 아니라 올해 들어 8월까지 월평균 출품작이 60편이었음을 고려해도 편수가 비교적 적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쟁 속에 돋보이는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사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힘과 사회적 파급력, 보도 시점, 기획력, 취재에 들인 노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치열한 내부 논의 끝에 최종 수상작이 결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7편이 출품됐고 이중 뉴스토마토의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보도와 JTBC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미공개 수사 재판 자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뉴스토마토의 보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사를 통해 처음 관련 문제를 제기했을 뿐 아니라 파장 또한 매우 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건 흐름을 주도하고 무엇보다도 ‘불을 지른 힘’이 컸다는 평가다.
JTBC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보도는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공범 간의 통화내역은 물론 편지를 입수하고 미공개됐던 검찰과 재판 자료를 확보하는 등 치밀한 취재가 돋보였고 이슈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장기간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낄만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지만 언론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9편 중 KBS창원의 <부실 수사에 가려진 채석장 중대산업재해> 보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건 초기 부주의로 인한 단순 운전사고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었으나 치밀한 취재로 부실한 초동 수사의 허점을 찾아냈다. 묻힐 뻔한 사건을 CCTV 영상을 초단위로 분석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 물증인 사고 차량의 행적 파악과 발파 일지 입수 등 꼼꼼한 취재로 억울한 죽음의 진실에 다가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전북CBS의 <묻혔던 채상병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종은 종종 기시감과 식상함이라는 장해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군에서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이라는 벽에 부닥친 일반인의 사연을 보도하기 위해 1만1000장의 결정문을 검토하고 인터렉티브로 표현하는 등의 ‘노력과 성과’가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뜨거운 지구, 기후위기 현장을 가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존의 사진 보도들과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기자들의 뛰어난 기획력과 취재력의 결정체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사진기자의 열정과 함께 사진이 보여주는 메시지 전달의 힘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