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함박마을 사람들의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인천 문학산 자락에는 ‘함박마을’이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행정 구역으로 보면 재외동포청과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 그중에서도 연수1동입니다. 원도심에 속하는 연수1동의 주민등록인구는 1만6000여명인데, 함박마을에 사는 외국 국적 동포와 외국인 등록자만 합쳐도 행정 통계상 9000명에 가깝습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스탄’ 접미사가 붙는 나라에서 건너온 고려인입니다.
‘함박’과 ‘스탄’의 결합은 그간 지역사회에서 ‘다문화’라는 관점에만 머물렀습니다. 언어·돌봄·교육 프로그램부터 생활·일자리 상담, 도시 재생까지 아우르는 지원 사업도 함박마을 테두리에 갇혀 있었습니다. 고려인 밀집 거주지가 ‘외딴 섬’이 되지 않도록 함박마을의 일상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함박마을의 하루도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퇴근하고 들르는 반찬 가게, 누군가를 떠올리며 찾는 꽃집 같은 평범한 풍경들로 채워집니다. 일상으로의 초대는 함박마을 문턱을 낮추려는 접근법이었습니다.
<함박스탄>의 초대는 공간을 넘어섭니다. 올해로 한인의 러시아 이주는 1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세대가 흐르며 이주는 또 다른 이주를 낳았습니다. 올봄 <함박스탄> 기획을 구상하면서 인천일보 정치부·경제부·문화부 기자들이 모인 특별취재팀은 이주민의 생생한 일상을 보여주고, 사회경제적 구조를 들여다보게 하는 심층 취재야말로 지역 언론이 구현하는 ‘글로컬’의 한 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91시간의 산책
함박마을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얘기들을 소개하는 동네 여행은 마리어린이공원에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마리공원은 함박마을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다세대주택과 상가들로 둘러싸인 함박마을에서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유일하다시피 한 공간입니다. 한국말이 들리지 않는 마리공원에서 시작한 산책은 요리 교실과 반찬 가게, 꽃집, 한국어 교실 등지로 이어졌습니다.
특별취재팀은 지난 6월 말부터 9월 말까지 넉 달여에 걸쳐 총 91시간 동안 함박마을을 산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려인 주민과 연구자, 활동가 등을 포함해 41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공원에서 만난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고, 통번역 앱을 활성화한 스마트폰을 내밀고 가게를 들락거렸습니다. 고려인과 선주민, 외국인이 뒤섞인 요리 나눔 프로그램에선 취재원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매주 현장을 찾아 음식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관찰뿐이었던 산책은 인터뷰로 연결되는 소통이 됐고, 간단한 한국말을 알려주며 퇴근길을 함께하는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함박마을을 산책하며 눈에 보이는 풍경들만 기록하진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고려인 일상은 갖가지 사연도 품고 있었습니다. 2편 ‘함박N컷’에선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함박마을에 와서 이혼한 뒤 희귀질환에 시달리는 딸을 홀로 키우고 일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하는 고려인 여성의 삶을 소개했습니다. 장애인 등록조차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히는 고려인의 또 다른 일상을 보여주며 정책 사각지대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습니다.
▲지도를 채워 나간 ‘마을 설명서’
<함박스탄> 기획 기사는 8월1일자 1편 ‘함박마을의 여름방학’을 시작으로 10월2일자 ‘에필로그’까지 모두 9회에 걸쳐 보도됐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8월1일자 1면에는 ‘프롤로그’를 전면 편집하며 함박마을로 안내하는 초대장을 실었습니다.
<함박스탄> 보도를 거듭하면서 그래픽으로 시각화한 함박마을 지도에도 색깔이 더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무채색이었던 지도에 취재 장소를 색으로 입혔습니다. 함박마을 설명서는 각자의 빛깔을 찾아가며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이곳”에 뿌리 내리는 고려인 정착기이기도 합니다.
함박마을 주민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160년 세월을 관통하는 고려인 이주사도 자연스럽게 아우를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고려인 모녀 가족은 5세대에 걸쳐 이주를 경험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연해주,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그리고 다시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길을 지나온 여정입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는 에필로그에선 고려인들이 간직한 흑백사진들로 뿌리를 되짚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신문에 제가 나와도 돼요?”
함박마을은 그간 언론에서 다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소비됐지만, 정작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발언권을 갖기가 어려웠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나왔던 반응 가운데 하나는 “신문에 제 얘기가 나와도 돼요?”라는 물음이었습니다. 함박마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방송이나 보도 이면을 파고드는 생활 밀착형 취재가 <함박스탄>의 지향점이자,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라고 취재팀은 판단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익명을 요청한 일부를 제외하고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 대부분은 대면 인터뷰를 통해 실명 보도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취재원들을 함박마을 현장에서 직접 설득하고 섭외한 까닭에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통번역 앱을 활용하는 동시에 통역 전담 인력과 한국어 교실 관계자 등 주변 인물 취재도 병행하면서 취재 과정의 공백을 채워 나갔습니다. 대한고려인협회, 디아스포라연구소, 함박종합사회복지관 등 전문 기관과 단체 도움도 받아 함박마을의 오늘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 풀어낸 다큐멘터리
<함박스탄>은 에피소드마다 완결된 형태를 갖추도록 하면서 서술 방식을 달리했습니다. ‘함박마을 사람들의 일상으로 초대합니다’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취재원 각각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법을 택했습니다. 긴 호흡으로 텍스트를 끌고 가면서도 독자를 몰입시키고자 했습니다. 함박마을을 둘러싼 여러 시각을 제각기 다른 형태의 기사를 통해 변주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스토리텔링 형식을 중심에 놓고 3편 ‘목요일 오후 2시의 레시피’와 4편 ‘함박마을 하나뿐인 반찬가게’, 7편 ‘꽃을 든 남자’는 장면 묘사에 집중했습니다. 5편 ‘30대에 처음 쓰는 자서전’은 제목 그대로 자서전적 글쓰기를 전면에 내세웠고, 2편 ‘함박N컷’과 8편 ‘디아스포라 도시의 맞춤법’은 내러티브 논픽션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6편 ‘안나가 안나에게’를 통해선 시점을 전환하는 기사 구성을 선보였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기자와 취재원이 화자로 번갈아 등장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입니다.
▲인스타툰·일기장·사진첩을 담은 시각화
<함박스탄>은 매주 한 차례씩 인천일보 발행 지면 20면 가운데 2개 면에 걸쳐 보도됐습니다. 전체 지면을 고려하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량입니다. 스토리텔링으로 텍스트 몰입도를 높인 것처럼 지면 편집에서도 가독성을 우선순위로 삼아 시각화에 공을 들였습니다.
우선 2편 ‘함박N컷’ 지면은 즉석 사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생네컷’ 형식에 착안해 만들었습니다. 인스타툰 작가 협업으로 주인공인 아나스타샤 이야기는 단편 만화로 제작됐고, 인천일보 지면·온라인 기사와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시에 공개됐습니다. 1편 ‘함박마을의 여름방학’ 지면은 주인공인 초등학생들과 여름방학을 연결 고리로 삼아 일기장 형태로 시각화했습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10월2일자 에필로그 지면은 취재원들의 가족사를 사진첩을 펼쳐보는 것처럼 재구성했고, 온라인 기사에선 지면으로 미처 담지 못했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사진 속 주인공이 구술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다문화 관점에서 함박마을을 다룬 단편적인 선행보도는 심심찮게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현장 취재와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함박마을을 조명한 기사는 지역 언론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함박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연재한 기획 기사는 <함박스탄>이 최초라고 자평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함박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함박스탄>은 가시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에 앞서 독자들이 함박마을에 대해 공감대를 쌓길 바라며 구상한 기획 기사입니다. 지난 수년간 함박마을에 정착한 고려인 주민 수가 급증하면서 2018년 ‘인천광역시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 올해 ‘연수구 내외국인 사회 통합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는 등 정책적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함박마을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도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함박스탄>을 통해 문제보다는 일상에, 갈등보다는 동행에 방점을 찍은 이유입니다. 때로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모여 파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1편 ‘함박마을의 여름방학’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걱정했던 길에는 신호등이 생겼고, 3편 ‘목요일 오후 2시의 레시피’의 등장인물은 오랜 기다림 끝에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습니다.
언론 현장에서도 반향이 있었습니다. 기자협회보는 인천일보 특별취재팀을 인터뷰한 9월25일자 기사에서 “인천엔 함박마을이 있다…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아진 초국가적인 마을에선 상권, 치안을 두고 갈등도 있다”며 “인천의 이 마을은 한국에 당도한 ‘이민사회’의 단면이다. 이 난제를 두고 인천일보는 8월부터 마을을 ‘함박스탄’이라 칭하고 소개”한다며 <함박스탄> 기획을 조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민’이나 ‘다문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새로 온 사람들의 기존 사회에 대한 ‘동화’의 경계를 설정하는 작업인 만큼 각자의 색을 뭉뚱그릴 때가 많다. 이번 시도는 지역언론이 지역 내 한 그룹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색을 찾아준 과정에 놓인다”고 평가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함박스탄>은 인천일보 시민편집위원회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난 8월 시민편집위원회(인천일보 8월21일자 15면)에서 위원들은 “인천 지역만의 차별성을 분명이 보여주는 매우 유의미한 취재기사”라고 꼽았습니다. 김성숙(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이사) 위원은 “산뜻하고 저력 있는 기사 구성이 돋보인다. 매우 흥미 있게 열독 중”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조강희(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 위원은 “‘①함박마을의 여름방학’에서는 아이들의 시각에서 생활상을 기사화하고, ‘②함박N컷’으로는 스탄 부부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인 현장 취재 방식으로 기사화하고 있다”며 “이런 기사는 인천일보의 지역적 차별성을 분명히 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를 넘어서서 아이들과 부부 등 외국인 가족의 생활을 알려주는 기사”라고 평했습니다. 또한 “이 같은 기사들은 향후 이주민에 관한 연구과제로 그 위치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본다”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함박스탄>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과 인천일보 윤리강령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없었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사항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9회 전체 총평
제40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다. 전달의 71편에 비해 출품작 수가 매우 적었을 뿐 아니라 올해 들어 8월까지 월평균 출품작이 60편이었음을 고려해도 편수가 비교적 적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쟁 속에 돋보이는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사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힘과 사회적 파급력, 보도 시점, 기획력, 취재에 들인 노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치열한 내부 논의 끝에 최종 수상작이 결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7편이 출품됐고 이중 뉴스토마토의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보도와 JTBC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미공개 수사 재판 자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뉴스토마토의 보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사를 통해 처음 관련 문제를 제기했을 뿐 아니라 파장 또한 매우 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건 흐름을 주도하고 무엇보다도 ‘불을 지른 힘’이 컸다는 평가다.
JTBC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보도는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공범 간의 통화내역은 물론 편지를 입수하고 미공개됐던 검찰과 재판 자료를 확보하는 등 치밀한 취재가 돋보였고 이슈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장기간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낄만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지만 언론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9편 중 KBS창원의 <부실 수사에 가려진 채석장 중대산업재해> 보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건 초기 부주의로 인한 단순 운전사고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었으나 치밀한 취재로 부실한 초동 수사의 허점을 찾아냈다. 묻힐 뻔한 사건을 CCTV 영상을 초단위로 분석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 물증인 사고 차량의 행적 파악과 발파 일지 입수 등 꼼꼼한 취재로 억울한 죽음의 진실에 다가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전북CBS의 <묻혔던 채상병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종은 종종 기시감과 식상함이라는 장해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군에서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이라는 벽에 부닥친 일반인의 사연을 보도하기 위해 1만1000장의 결정문을 검토하고 인터렉티브로 표현하는 등의 ‘노력과 성과’가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뜨거운 지구, 기후위기 현장을 가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존의 사진 보도들과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기자들의 뛰어난 기획력과 취재력의 결정체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사진기자의 열정과 함께 사진이 보여주는 메시지 전달의 힘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