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② 단독기획 (o), ④ 제보(o)
“박 기자. 이거 한번 알아볼래? 내가 해보다가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라 말이야.” 올해 3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경찰관이 꺼낸 말이었습니다. 접경지역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평야의 농지 상당수가 수도권 주민들에게 넘어갔는데, 이 지주들이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익직불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수사하려다 보니, 너무 품이 많이 드는 데다 거래도 은밀하게 이뤄져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발령받아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농민이 받아야 할 직불금을 지주가 가로채고 있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과도 상반되는 것이었습니다. 직불금 불법 수령 실태를 확인하고 이를 반드시 바로 잡겠다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틈날 때마다 조금씩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경찰도 못 한 일을 하려다 보니,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실제 피해 사례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철원에서만 농민들을 30명 넘게 만났습니다. 하나같이 그게 현실이라고 하면서도, “나는 나서지 못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취재 거부가 완강했습니다. 어디에 어느 땅이 그런지 입을 다물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이 얘기가 나가면, 당장 내가 농사를 못 짓게 되는데,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나올 때면 취재가 망설여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작은 단서라도 나오면 찾아가서 설득하고, 또 찾아가 설득하기를 두 달 넘게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사례를 얘기해 주겠다는 농민을 두 명 확보했습니다. 농민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믿을 수 없어, 토지대장, 직불금 수령 현황 등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직불금 부정 수령 의혹이 제기된 땅에 대해선 마지막으로 해당 토지주를 찾아가 다시 일일이 해명을 들었습니다. 이어, 인근 경기도로 사례를 넓혔습니다. 현장 취재를 진행한 두 달 동안 취재진은 수천 킬로미터를 오갔습니다. 그 결과, 강원도와 경기도 7개 시군(철원, 양구, 횡성, 정선, 김포, 안성, 파주 등)에서 직불금 불법 수령이 명확한 사례 8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주들은 실경작 요건을 채워 양도소득세를 면제받기 위해 자신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꾸며 직불금을 불법 수령했습니다. 농민의 소득 안정과 식량 안보를 위해 도입된 직불금은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지주들의 세제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불금을 받지 못한 농민들은 농업인들을 위한 정부의 각종 보조 사업에서 제외됐습니다. 임대차 계약서 한 장 없는 농민들은 지주의 직불금 불법 수령이 알려질까 풍수해 보험마저 가입하지 못했고, 친환경 농가는 자진해서 친환경 인증을 취소했습니다. 직불금 불법 수령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농민과 농촌 사회를 고사시키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불법이 만연하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을 찾아가 직불금 불법 수령의 실태와 원인, 단속의 한계에 대한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불법 행위의 배경에는 영세 농민과 땅 주인이라는 ‘봉건적 갑을관계’, 양도세 면제 등 막대한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농지관리의 제도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직불금에 대한 전수조사와 단속 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함을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총 5편의 보도에 나눠 담았습니다.
▸1편 : 공익직불금 불법 수탈 만연…착취당하는 농민들
▸2편 : 직불금 착취, 경기도에서도 확인…농민 “3중~4중 피해”
▸3편 : 직불금 불법 수령, 친환경 농업도 타격…“인증 취소하라고”
▸4편 : 직불금 땅 주인들, 왜 이렇게까지?…“양도세 면제까지 노려”
▸5편 : 직불금 “인력도 권한도 없어”…손 놓은 직불금 감시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진의 가장 큰 고민은 피해 농민 보호였습니다. 취재진은 인터뷰에 참여한 농민들의 신변 보호를 약속했습니다. 농민이 특정되지 않도록 인터뷰 장소를 세밀하게 조정했고,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익명화했습니다. 실제 보도에서도 모자이크와 음성변조 작업을 거쳤으며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문제의 지주들은 직불금을 불법 수령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그런 일이 없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나왔습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지주들은 떳떳하였지만, 불법 행위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은 죄인이 된 것처럼 나서기 두려워하는 역설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일이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제대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우리 농촌의 불합리한 현실이었습니다. 애당초 직불금을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각 지방자치단체가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농업직불금 불법 수급 문제는 고질적인 농촌의 병폐로, 각종 언론에서도 종종 다뤄왔습니다. 다만, 실제 피해 사례를 찾기 힘들고, 찾아도 진술을 받기 힘들다 보니, 대개는 부조리를 고발하는 일반론에 머물곤 했습니다.
하지만, 본 보도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단독으로 직접 발굴했을 뿐만 아니라, 땅 주인의 반론까지 담아냈습니다. 또, 구조적인 원인과 해법도 고민했습니다. 이를 통해, 본 보도에 나온 사례는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다수의 인터넷 매체에서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⓵ 본 보도 이후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직불금 부정 수령 실태 점검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⓶ 강원도 철원 등 보도된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⓷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본 보도를 토대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와 이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 관계 기관의 허술한 감시 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직불금 불법 수령 고위험군 5만여 명을 선별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⓸ 그동안 은밀하게 행해지던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를 다시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보도는 발로 뛰는 보도의 전형을 보여줬습니다.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는 농촌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땅 주인과 임차인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로 인해 그 실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구체적인 직불금의 불법 수령 사례를 새롭게 발굴했습니다. 한 발 더 나가 비리가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과 제도 개선 방안까지 담아냈습니다. 두 달여에 걸쳐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오가며 농민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설득한 결과였습니다.
본 보도로 인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도 이뤄질 전망입니다. 본 보도에 나온 일부 사례에 대해선 이미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또, 국회 국정감사장에선 본 보도 내용을 토대로 문제 제기가 이뤄졌습니다. 정부도 관리 감독 강화와 근절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취재진은 앞으로도 직불금 불법 수령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인 보도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출품작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미 이달(10월) 들어서도 후속 보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 사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9회 전체 총평
제40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다. 전달의 71편에 비해 출품작 수가 매우 적었을 뿐 아니라 올해 들어 8월까지 월평균 출품작이 60편이었음을 고려해도 편수가 비교적 적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쟁 속에 돋보이는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사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힘과 사회적 파급력, 보도 시점, 기획력, 취재에 들인 노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치열한 내부 논의 끝에 최종 수상작이 결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7편이 출품됐고 이중 뉴스토마토의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보도와 JTBC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미공개 수사 재판 자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뉴스토마토의 보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사를 통해 처음 관련 문제를 제기했을 뿐 아니라 파장 또한 매우 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건 흐름을 주도하고 무엇보다도 ‘불을 지른 힘’이 컸다는 평가다.
JTBC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보도는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공범 간의 통화내역은 물론 편지를 입수하고 미공개됐던 검찰과 재판 자료를 확보하는 등 치밀한 취재가 돋보였고 이슈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장기간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낄만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지만 언론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9편 중 KBS창원의 <부실 수사에 가려진 채석장 중대산업재해> 보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건 초기 부주의로 인한 단순 운전사고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었으나 치밀한 취재로 부실한 초동 수사의 허점을 찾아냈다. 묻힐 뻔한 사건을 CCTV 영상을 초단위로 분석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 물증인 사고 차량의 행적 파악과 발파 일지 입수 등 꼼꼼한 취재로 억울한 죽음의 진실에 다가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전북CBS의 <묻혔던 채상병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종은 종종 기시감과 식상함이라는 장해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군에서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이라는 벽에 부닥친 일반인의 사연을 보도하기 위해 1만1000장의 결정문을 검토하고 인터렉티브로 표현하는 등의 ‘노력과 성과’가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뜨거운 지구, 기후위기 현장을 가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존의 사진 보도들과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기자들의 뛰어난 기획력과 취재력의 결정체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사진기자의 열정과 함께 사진이 보여주는 메시지 전달의 힘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