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 단독 기획
규제 개선과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 당시 제정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 특례법 시행 10년을 맞아 이 법을 통해 조성된 민간 산단의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보도를 기획했다. 부산엔 특례법 시행 뒤 13곳의 민간 산단 개발이 이뤄졌거나 추진 중으로, 취재팀은 이들 산단을 다층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일단 취재팀이 주목한 건 ‘특례법의 허점’. 간소화 특례법은 기존 ‘산업입지개발에 관한 법률’에 비해 산업단지 심의 과정을 최소화했고, 심의과정을 줄였다는 건 입지 검증이 그만큼 허술해졌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이 허술한 과정마저도 현실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 산단 추진 과정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취재팀은 심의 절차 중,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반드시 작성해야하는 ‘기술검토서’가 누락된 걸 다수 발견할 수 있었고, ‘산업단지 계획심의위원회 운영 현황 자료’를 단독 확보해 분석해 본 결과, 33건의 민간 산단 승인*변경 안건 중 부결된 건 단 한 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심의위원회마저 열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한 경우도 5건이나 확인됐고, 같은 건설사가 시행과 시공을 맡은 황당한 현장마저 목격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개발 용역업체가 외부에서 심의위원을 따로 만나 버젓이 로비를 한 사실까지 확인해 보도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례법에 근거 토지 용도 변경이 쉬워지면서 곳곳에서 자연녹지가 파헤쳐졌고, 부산 13곳 민간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만 243만㎡, 부산 중구 면적만큼의 녹지가 사라진 걸 확인해 보도했다.
두 번째로 주목한 건 ‘절차적 정당성’. 취재팀이 강서구 ‘지사2일반산업단지’와 기장군 ‘정관코리 일반산업단지’를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사이트에 등록된 입주 업체 자료와 실제 입주한 업체들의 현황이 눈에 띄게 다른 것. 결국 산단 입주 기업 하나하나를 현장 점검해야했고, 이 과정에서 입주를 하겠다며 산단 조성 승인을 받아놓고는 실제 입주를 하지 않은 업체들을 모두 찾아낼 수 있었다. 취재팀 확인 결과 최초 승인대로 기업 입주가 이뤄진 곳은 13곳 중 단 2곳. 엉터리 입주 수요조사를 근거로 추진된 민간 산단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승인신청 당시의 입주 업종과 실제 입주 업종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입주 업종 규제는 산단의 필수 기반시설 조성과 부산시의 산업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런 불일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최초 승인대로 입주 업종이 지켜진 곳은 13곳 중 6곳. 절차적 정당성마저 인정받기 어려운 현장이었다.
세 번째로 주목한 건, 민간 산단 개발의 ‘숨은 목적’이었다. 특례법이 날개를 달아준 민간 산단. 정말 법 시행의 목적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됐을까? 취재팀은 이 과정에서 산단 개발업자를 만나, 민간 산단 개발의 진짜 목적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땅 장사’, 부동산 개발이 주된 목적이었다. 취재팀은 민간 산단을 추진한 업체들을 본격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띈, ‘강서보고일반산업단지’. 이 산단을 추진한 업체의 실체가 의심스러워 보였다. 이 업체는 ‘의약품 제조업종’으로 고시를 하고 산단을 조성, 분양을 했는데 지금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취재팀은 이 업체의 감사보고서를 확보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업체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었다. 바로 ‘부동산 개발회사’. 더 황당한 건, ‘반룡일반산업단지’의 경우였다. 이 산단을 조성한 ‘성창아이엔디’라는 기업의 대표는, 산단이 들어선 땅의 원 소유주였던 성창기업 대표의 아들. 쉽게 말해 자신들이 소유한 임야를 공업용지로 바꿔 산단을 조성한 뒤 분양을 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너무나 손쉬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부동산 개발업체가 시행사로 나선 산업단지는 13곳 중 6곳. 취재팀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취재팀은 마지막으로, 국내 벤치마킹 사례로 꼽히는 ‘판교테크노밸리’와 부산의 산단을 경제적으로 비교 분석해보기로 했다. 판교테크노밸리 부지는 부산 지역 전체 산업단지 규모의 1/43 수준. 하지만 일자리 고용 효과는 7만 4천명(판교테크노밸리)과 9만9천명(부산 전체 산업단지)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생산 유발 효과는 판교가 크게 앞선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산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산단 조성에 혈안이 돼 있고, 이게 앞으로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 거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부동산 개발처로 전락한 ‘민간 산단’,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 제시로 기획 보도는 마무리됐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산업단지 인허가 간소화 특례법’ 시행의 결과를 본격 점검한 건, 첫 취재 시도였다. 산업단지와 관련한 여타 보도는 대부분 ‘산업단지 공동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특례법 이후 조성된 민간 산단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전례 없는 작업이었다. 그만큼 산단 추진 과정을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 수집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분석에도 긴 시간이 걸리는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취재팀은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부산 곳곳에 산재한 13곳의 민간 산단을 직접 발로 뛰며, 하나하나 현장을 확인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 산단의 문제점들을 추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개발업자로부터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취재팀은 ‘예상은 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던 문제’를 보다 더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그 결과 산단 추진 과정의 제도적 문제점과 숨겨진 진실을 더 깊게 파헤쳐 보도할 수 있었고, 부동산 개발처로 전락한 민간 산단의 현실을 보다 더 적나라하게 뉴스로 전할 수 있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산업단지 인허가 간소화 특례법’ 시행 이후 민간 산단의 문제를 심층 보도한 첫 사례로, 특히 경제기사로서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취재*보도 방식을 적용, 호평을 받았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국토부는 부산시의 산단 총량을 줄이기로 하고, 부산시와 내부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한 민간 산단 승인 심의 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부산시가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을 검토 중이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지역의 경제 뉴스는 대부분, ‘지역 경제가 어렵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산단과 관련한 경제 뉴스 역시, ‘텅 빈 산단’을 스케치하거나 기업인들의 고충을 듣거나, 부동산 시장에 공장 부지가 매물로 많이 나와 있다는 식의 르포 뉴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취재팀은 겉으로 드러난 경제 현상(매물로 나와 있는 산단 내 공장)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보다 심층적인 취재를 진행했다. 이번 보도는 부산 지역 경제를 외부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아닌, 심층적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이에 따른 부산시의 정책이 현실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파헤쳐 내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6. 기타 고려사항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 피신청 등 해당 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39회 전체 총평
2018년 1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8편이 출품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며, 엄정한 심사를 거쳐 KBS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관련 의혹>등 5편이 힘겨운 수상의 관문을 통과했다.
취재1부문에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보도>(KBS)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현안 보도로서, 11월 중 보도 가운데 가장 폭발성을 가진 보도였다. 어려운 취재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부 상황을 잘 정리해 보도했고 감시견인 ‘워치독’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가 주도해서 보도를 치고 나가면서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새해 들어서도 사건의 흐름이 계속 되고 있다. 청와대 관련부서도 전면 개편되는 등 파장도 컸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고, 핵심권부인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인 감시라는 측면에서 사안의 중대성도 높이 평가됐다. 타사들도 좋은 후속 보도를 내고 있지만, 최초보도라는 점이 중시됐고 끈질긴 취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 됐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밝혀낸 연속보도>(한겨레신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삼성 내부문건을 입수해 분식회계 의혹의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복잡한 회계문제를 검증한 노력이 돋보였다. 대기업과 회계법인의 민낯을 고발해 금융 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감사인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매매거래 일시 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실직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졌고, 큰 틀에서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프랑스내 한국 독립운동사 재발견>(연합뉴스)이 선정됐다.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독립운동가 후손 찾기와 미(未)보고 사료 발굴 등으로 모두 8차례 12건의 기사를 작성하는 등 특파원이 오랫동안 신념을 갖고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특파원이 외국의 한 지역에서 여러 건의 독립운동사를 연속으로 발굴하는 건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매우 드문 경우로, 특파원의 관심과 노력이 좋은 보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연속보도를 통해 국내 독립운동사학계의 관심을 고조시켰으며,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빠져있는 부분을 채우고 사료의 범위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은 높이 평가했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문팬’ 카페지기...코레일 자회사 이사로>(JTBC)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낙하산 인사 관행과 문제점을 데이터로 잘 제시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활용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1,700여명의 공공기관 임원을 전수 조사하는 노력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보도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인 ‘문팬’의 카페지기가 코레일의 자회사 이사로 선임됐다는 발굴 보도 등은 살아있는 권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가감 없이 다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윤장현 전 시장도 당한 대통령 사칭 사기>(광주일보)가 수상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어이없고 충격적인 사건을 잘 발굴해 보도했다. 첫 보도 당시 익명 처리한 점은 아쉬웠으나, 해당 보도가 없었다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 적극 고려됐다. 한국 정치구조의 왜곡된 한 단면을 드러낸 보도로서, 광주일보의 보도 이후 파장도 점점 더 커졌으며 여러 새로운 맥락도 드러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