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8편이 출품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며, 엄정한 심사를 거쳐 KBS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관련 의혹>등 5편이 힘겨운 수상의 관문을 통과했다.
취재1부문에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보도>(KBS)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현안 보도로서, 11월 중 보도 가운데 가장 폭발성을 가진 보도였다. 어려운 취재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부 상황을 잘 정리해 보도했고 감시견인 ‘워치독’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가 주도해서 보도를 치고 나가면서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새해 들어서도 사건의 흐름이 계속 되고 있다. 청와대 관련부서도 전면 개편되는 등 파장도 컸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고, 핵심권부인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인 감시라는 측면에서 사안의 중대성도 높이 평가됐다. 타사들도 좋은 후속 보도를 내고 있지만, 최초보도라는 점이 중시됐고 끈질긴 취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 됐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밝혀낸 연속보도>(한겨레신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삼성 내부문건을 입수해 분식회계 의혹의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복잡한 회계문제를 검증한 노력이 돋보였다. 대기업과 회계법인의 민낯을 고발해 금융 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감사인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매매거래 일시 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실직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졌고, 큰 틀에서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프랑스내 한국 독립운동사 재발견>(연합뉴스)이 선정됐다.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독립운동가 후손 찾기와 미(未)보고 사료 발굴 등으로 모두 8차례 12건의 기사를 작성하는 등 특파원이 오랫동안 신념을 갖고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특파원이 외국의 한 지역에서 여러 건의 독립운동사를 연속으로 발굴하는 건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매우 드문 경우로, 특파원의 관심과 노력이 좋은 보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연속보도를 통해 국내 독립운동사학계의 관심을 고조시켰으며,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빠져있는 부분을 채우고 사료의 범위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은 높이 평가했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문팬’ 카페지기...코레일 자회사 이사로>(JTBC)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낙하산 인사 관행과 문제점을 데이터로 잘 제시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활용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1,700여명의 공공기관 임원을 전수 조사하는 노력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보도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인 ‘문팬’의 카페지기가 코레일의 자회사 이사로 선임됐다는 발굴 보도 등은 살아있는 권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가감 없이 다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윤장현 전 시장도 당한 대통령 사칭 사기>(광주일보)가 수상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어이없고 충격적인 사건을 잘 발굴해 보도했다. 첫 보도 당시 익명 처리한 점은 아쉬웠으나, 해당 보도가 없었다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 적극 고려됐다. 한국 정치구조의 왜곡된 한 단면을 드러낸 보도로서, 광주일보의 보도 이후 파장도 점점 더 커졌으며 여러 새로운 맥락도 드러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관련 의혹
KBS 사회2부 정성호 기자
‘고위 공직자를 감찰하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수사기관에 갑질을 일삼고 골프 등 향응을 받았다’는 믿기 어려운 정보. 팩트 체크에 돌입했다. 취재원 한 명 한 명의 진술로 퍼즐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소문처럼 떠돌던 이야기는 실체를 드러냈다.
이번엔 특감반원을 접촉할 차례. 경위와 해명을 들었다. 그런데, 사실 관계가 다른 말을 했다. 다시 취재원들을 찾아 헤맸다. 보다 구체적 상황이 하나둘 확인됐다. 청와대 특감반 관계자에게 따져 물었는데, 사실무근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뿌리부터 흔들렸다. 취재범위를 확대해야 했다. 결국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게 특감반원의 비위와 감찰 사실을 확인했다. 피감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부적절하게 이직하려 한 정황, 골프 의혹도 추가됐다.
법조팀은 하루하루 정신이 없다. 6개월여 동안 끌고 있는 사법농단 수사에, 여기저기서 새로운 속보들이 빵빵 터져 나온다. 특감반 취재는 그런 와중에 이뤄졌다. 팀원은 여럿이지만, 마음은 하나였다. ‘실체를 찾아야 한다.’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갔다 거짓 해명에 두 걸음 뒤로 물러서기도 했다. ‘권력의 심장부’ 청와대는 내밀한 사정을 쉬 내어주지 않았다.
특감반 사태는 어느새 파문이 됐다. 특감반원이 문건 일부를 몇몇 언론사에 제공한 것. 물론 우리는 그 언론사에 포함될 수 없었다. 의혹을 다시 추적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 특감반원의 일탈은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번졌다. 주장과 해명이 뒤섞여 진실을 가리기 어렵다는 말도 들린다. 명명백백 밝혀야 할 책무.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아 있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 밝혀낸 보도 한겨레…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 밝혀낸 보도
한겨레신문 경제팀 이완 기자
뉴미디어 시대에도 ‘제보’와 ‘끈기’의 힘은 강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누군가’가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금융감독원에 제보하면서 회사와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공모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사건을 취재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누군가는 ‘내부 문건’에 등장하는 직원들의 역할을 제보했고, 누군가는 급박했던 삼성바이오의 당시 상황을 제보했다. 회계라는 숫자 속에 숨을 수 있었던 ‘분식’ 의도가 이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물론 이름 있는 누군가의 도움도 컸다. 오랫동안 이 사안을 쫓아왔던 참여연대의 회계사와 활동가,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이다.
처음 내부 문건을 마주했을 때는 끝까지 읽기도 쉽지 않았다. 삼성의 보고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기록하지 않는다. 회계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를 쫓은 이들은 보고서 속에 숨어있는 사실의 퍼즐을 쉽게 찾아냈고, 이를 스토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모두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국내 제일의 재벌을 상대로한 싸움에서 맞서는 쪽에 서기란 쉽지 않다.
아쉬운 것은 ‘누군가’와 연락이 끊긴 것이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삼성의 이미지는 초법적인 영향력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누군가는 기자에게 제보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 뒤에 이메일 계정을 바로 탈퇴할만큼 삼성을 무서워했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꼭 다시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 기자협회가 준 상을 이들과 나누고 싶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프랑스 내 한국독립운동사 재발견 연합뉴스
프랑스 내 한국독립운동사 재발견
연합뉴스 국제뉴스1부 김용래 기자
파리특파원으로 부임하면서 쏟아지는 국제뉴스의 물결 속에서도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아이템 발굴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지만, 막연했던 이런 목표는 역시나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독립운동의 역사를 프랑스에서 취재하는 행운을 만났다. 이후 여러 훌륭한 취재원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여러 가지 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고, 뜻 깊은 기사들을 연속해서 쓸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추적하는 일은 미스터리와 감동이 가득하다. 수십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흔적을 탐문하고, 조그만 실마리 수십 개를 모아 연결점을 발견하고, 알려지지 않은 인물과 그가 남긴 자료들을 발견해 보따리를 풀어헤쳐보면 기쁨과 슬픔, 고난과 환희가 가득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독자들로부터 이런 기사를 써줘서 고맙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역사와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부족한 기사들이 호평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특별히 기사를 감동적으로 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삶 자체가 감동이었기 때문이리라.
2019년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삶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말해 뭐하겠는가. 역사의 잊혀진 이야기들을 찾아 목소리를 입히는 일에 미약하나마 계속 힘이 되고 싶다.
학원 상담실장 출신 ‘문팬’ 카페지기…코레일 자회…
학원 상담실장 출신 ‘문팬’ 카페지기…코레일 자회사 이사로 외 7건
JTBC 정치부 신진 기자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없습니다. 정치철학을 공유하는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비판받을 일만은 아닙니다. 매 정권마다 지적돼 온 단순 코드 인사의 문제점은 이제 더 이상 설득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기준을 제시해 새로운 관점으로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주요 공공ㆍ산하기관의 임원 명단을 살펴보니 유독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코레일유통의 비상임이사 박모씨.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적시된 경력은 모 사교육 기관 실장직 단 하나였습니다. 추적 결과 박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 ‘문팬’의 창립자이자 카페지기였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연루돼 논란이 된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상임이사에 문 대통령이 설립한 ‘부산’의 사무장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이후 KTX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오영식 전 사장부터 비교적 주목을 덜 받았던 계열사 비상임이사 자리까지, 낙하산 인사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매 정권마다 반복되던 모습이 되풀이됐습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이래선 안 된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은 인사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낙하산 인사는 정부의 건강성과 연결됩니다. 앞으로도 JTBC는 성역없는 취재를 계속할 것입니다.
윤장현 전 시장도 당한 대통령 사칭 사기 광주일보
윤장현 전 시장도 당한 대통령 사칭 사기
광주일보 사회부 김용희 기자
단순 피해자였던 윤 전 시장에 대해 광주일보는 피해시점이 지난 6·13지방선거 경선 과정이었던 점을 감안해 ‘공천 청탁 등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금품을 건네지 않았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지검 또한 윤 전 시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13일월 기소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사기범의 행각은 놀라웠다. 자신의 자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속여 윤 전 시장에게 취업도 청탁했다. 이 과정에서 권 여사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칭하는 등 1인 6역을 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사기범은 지역 정치계에서 유명했다. 각종 선거 캠프를 오가며 SNS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그를 기억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윤 전 시장만 사기범을 몰랐던 것이다.
현재 검찰은 윤 전 시장이 평소 친했던 건설업자에게 빌렸다고 하는 피해금액 1억원의 대가성 여부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취업 청탁은 했지만 공천 청탁은 아니라는 윤 전 시장. 한땐 그를 지지하고 좋아했던 한 명의 시민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