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 단독 기획
“교통 단속에 걸렸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났다. 경찰의 설명을 들으니 위반인 건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심정적으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위반 사실을 인지할 수도 없었고,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를 위협한 사실도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이라 생각했다. 그냥 운이 없어서 걸린 것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그래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 전화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끊이질 않고 회사로 걸려왔다. ‘이건 운이 없던 게 아니라, 경찰이 말도 안 되는 단속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정보 공개 요청...받아든 150만 건의 데이터
취재팀은 실증적으로 분석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부산경찰청에 경찰서별 현장 교통단속 실적 자료를 정보공개 요청했고, 결국 2015년부터 15개 경찰서별 단속 실적이 담긴 자료가 도착했다. 엑셀 자료엔 단속 일시와 단속 지역, 위반 내용, 범칙금 액수가 담겨 있었고, 모두 150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였다.
두 달 반 동안의 데이터 분석 작업
취재팀은 두 달 반 동안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단속 다수 지점을 정확히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지만 데이터 정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단속 지점의 명칭 부여가 단속 경찰관마다 다 달랐을 뿐만 아니라 맞춤법 오기도 많아, 한 건 한 건 데이터를 분류해야했다. 취재팀을 더 힘들게 한 건 각 경찰서의 관할지역을 벗어난 단속. 이런 경우가 7만4천여 건이나 돼 데이터 분석은 더 힘들기만 했다.
3년 반 동안, 511억 원의 범칙금
데이터 분석이 끝나고 난 뒤 취재팀은 엄청난 범칙금 액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 3년 6개월간 147만 6천여 건에 511억원. 그것도 무인단속 카메라에 적발된 경우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취재팀은 이 돈의 쓰임새가 일단 가장 궁금해졌다. 취재 결과 국고로 이관. 교통 단속을 통해 걷은 범칙금은 교통안전시설 개선엔 한 푼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교통 단속 최고 지점은 어디?
사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부산지역 어느 지점에서 단속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냐’였다. 부산경찰청은 이와 관련한 세부 통계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결국 취재팀이 원 자료를 입수해 직접 분석해 보는 게 이 궁금증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분석 결과 단속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부산 남구 용호동 49호 광장’, 해당 기간 3만2천200여건이 같은 장소에서 단속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일까? 취재팀은 단속이 많이 된 이유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답은 현장에 있었다. 결론은 단속이 많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제의 교차로는 누가 봐도 신호체계가 한눈에 파악이 되질 않았다. 어느 신호등을 봐야하는지 조차 운전자들은 여전히 헷갈리고 있었다. 게다가 이 지역은 해당 기간 2번이나 신호 체계가 바뀌었고, 이 사실을 모르는 운전자들은 경찰 단속의 표적이 되었다. 분석한 데이터에 기반해 단속에 걸릴 수밖에 없는 지점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단속 다수 지역을 직접 찾아가 운전자들의 운전 패턴을 살펴보면, 그 이유가 너무 쉽게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단속경찰만 모를 리도 없었다. 그동안 따로 연락처를 저장해 두었던 억울한 제보자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제보자들이 지목한 현장도 대부분 상황은 비슷했다.
이유는...여전한 실적 위주의 단속
취재팀은 경찰의 ‘교통단속 처리지침’을 확보했다. 지침엔 단속의 원칙이 ‘교통 소통과 사고 예방을 위한 ’질적‘ 단속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런 원칙이 현실에선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취재팀은 부산지역 교통사고 다발지역 자료를 확보해, 교통 단속 다수 지역과 비교 작업을 해봤다. 역시나 단속 1, 2위 지역은 교통사고 다발지역 5위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교통단속 처리지침’엔 실적 위주 단속을 지양한다고 돼 있었지만, 현실에선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취재팀은 경찰청 내부의 경찰서별 실적 평가 기준 자료를 확보했고, 그 자료엔 예상대로 교통단속 성과가 점수로 반영되고 있었다.
교통단속 다수 지역 인터넷 공개
데이터 분석 결과, 해당 기간 천 건 이상의 교통단속이 이뤄진 곳은 266곳. 한 지점에서 단속이 많이 된다는 건 교통체계상 위반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였다. 취재팀은 분석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전격 공개했다.
교통단속 선거철에 급감
‘선거철만 되면 경찰들이 교통 단속을 안 한다’는 이야기는 줄곧 있어왔다. 정말일까? 취재팀은 이번엔 단속 실적 데이터를 시기별로 분석하기로 했다. 선거 시점과 단속 건수의 변화를 비교해봤고, 지난해 5월 대선 때, 올해 6월 지방선거 때, 단속 건수가 대폭 감소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선거와 교통단속 건수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선 확답을 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분석된 데이터는 이들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취재를 통해 얻은 결론
어찌 보면 개인적인 의문에서 시작된 기획취재였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현장 교통 단속의 원칙이나 일관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적발된 운전자들이 단속의 효과마저 절대 수긍할 수 없을 거라는 ‘진실’이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경찰이 적발이 될 만한 곳에 숨어 ‘함정단속’을 한다. 선거철엔 교통단속을 안 한다.’ 평소 쉽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취재팀은 이런 속설(?)을 ‘데이터’로 한번 확인해보자는 기획 의도를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기본 자료가 너무 정제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데이터 분석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데이터가 이야기하는 뉴스’란 당초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걸로 보인다. 교통 안전과는 상관없는, 함정 단속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단속 지점들을 데이터에 기반해 일일이 찾아 확인해가는 과정은 취재팀에겐 처음이자 새로운 시도였다.
1천 건 이상 단속 지점 266곳. 이 결과는 그냥 뉴스로 한번 내보내고 버리기엔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할 때 너무 아까운 자료였다. 취재팀은 이 자료를 ‘구글 퓨전 테이블’을 이용해 ‘맵핑’ 작업을 하기로 했고, 이 자료를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부산M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련 자료로의 링크를 안내해줬고, 이 맵핑 자료에선 특정 지점의 주소와 단속 건수를 시청자들이 직접 확인해 보는 게 가능했다. 이 역시 시청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를 받았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경찰 현장 교통 단속 자료를 확보해 분석, 보도한 건 취재팀이 첫 시도였고 이를 ‘지도 데이터’로 나타내 뉴스 보도에 이용하고, 시청자들에게 관련 자료를 공개한 것 역시 국내 첫 시도였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부산경찰청은 함정단속이란 오해를 살만한 단속은 중단하고, 최대한 홍보형*계도형 단속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또 국회에서도 범칙금을 교통안전시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 보도는 ‘접근 방식이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점이 돋보였고, 보도 내용 역시 유익하고 흥미로웠다’는 내*외부 모니터 평가를 받았다.
실제 기획부터 취재*보도까지, 취재팀은 ‘최대한 팩트와 데이터가 이야기하는’ 뉴스 보도를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자칫 뉴스 내용이 적발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의 불평과 불만에 그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적발을 당한 운전자의 목소리보단, 경찰의 교통단속이 당초의 목적인 ‘원활한 교통 소통과 사고 예방’을 위한 것인지를 150만 건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입증해보자는 것이 기획 당시부터 취재팀이 가졌던 생각이었다. ‘접근 방식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이었다.’는 모니터 평가는 결국 이런 기획 의도가 충분히 뉴스에 반영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6. 기타 고려사항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 피신청 등 해당 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39회 전체 총평
2018년 1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8편이 출품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며, 엄정한 심사를 거쳐 KBS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관련 의혹>등 5편이 힘겨운 수상의 관문을 통과했다.
취재1부문에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보도>(KBS)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현안 보도로서, 11월 중 보도 가운데 가장 폭발성을 가진 보도였다. 어려운 취재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부 상황을 잘 정리해 보도했고 감시견인 ‘워치독’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가 주도해서 보도를 치고 나가면서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새해 들어서도 사건의 흐름이 계속 되고 있다. 청와대 관련부서도 전면 개편되는 등 파장도 컸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고, 핵심권부인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인 감시라는 측면에서 사안의 중대성도 높이 평가됐다. 타사들도 좋은 후속 보도를 내고 있지만, 최초보도라는 점이 중시됐고 끈질긴 취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 됐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밝혀낸 연속보도>(한겨레신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삼성 내부문건을 입수해 분식회계 의혹의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복잡한 회계문제를 검증한 노력이 돋보였다. 대기업과 회계법인의 민낯을 고발해 금융 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감사인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매매거래 일시 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실직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졌고, 큰 틀에서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프랑스내 한국 독립운동사 재발견>(연합뉴스)이 선정됐다.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독립운동가 후손 찾기와 미(未)보고 사료 발굴 등으로 모두 8차례 12건의 기사를 작성하는 등 특파원이 오랫동안 신념을 갖고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특파원이 외국의 한 지역에서 여러 건의 독립운동사를 연속으로 발굴하는 건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매우 드문 경우로, 특파원의 관심과 노력이 좋은 보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연속보도를 통해 국내 독립운동사학계의 관심을 고조시켰으며,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빠져있는 부분을 채우고 사료의 범위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은 높이 평가했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문팬’ 카페지기...코레일 자회사 이사로>(JTBC)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낙하산 인사 관행과 문제점을 데이터로 잘 제시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활용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1,700여명의 공공기관 임원을 전수 조사하는 노력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보도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인 ‘문팬’의 카페지기가 코레일의 자회사 이사로 선임됐다는 발굴 보도 등은 살아있는 권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가감 없이 다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윤장현 전 시장도 당한 대통령 사칭 사기>(광주일보)가 수상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어이없고 충격적인 사건을 잘 발굴해 보도했다. 첫 보도 당시 익명 처리한 점은 아쉬웠으나, 해당 보도가 없었다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 적극 고려됐다. 한국 정치구조의 왜곡된 한 단면을 드러낸 보도로서, 광주일보의 보도 이후 파장도 점점 더 커졌으며 여러 새로운 맥락도 드러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