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
SBS 정치부 권지윤 기자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겉면’을 보는 것과 ‘내면’을 보는 것,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 다 ‘팩트’일 수 있다. 다만, 전자는 진실이 아닐 수 있고, 후자는 진실에 가깝다. 둘 중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도 그랬다. 기자생활의 경험으로 알게 된 권력기관의 속성을 비춰볼 때, 청와대 민정 내부에 이상 징후가 있었다. 단순히 행정관 한 명의 개인 일탈이 아니었다. 역대 정권에서 그랬듯, 정부 권력 오남용의 정황이 보였다.
권력 감시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만, 권력의 중추인 청와대 취재는 상당히 힘들다. 정보 비대칭과 접근의 한계 탓에 어렵사리 하나씩 하나씩 퍼즐을 맞춰나갔다. 취재를 거부하는 관련자들의 증언 확보부터 고비였다. 거듭된 대인 취재에 이어 물증 확보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검증과 검증을 이어나가며 지난한 노력 끝에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여권 비위 의혹을 덮으려 했던 정황, 부실한 검증, 업무 범위 밖인 민간인 정보 수집 등 위법적 정황을 다수 발견해 보도할 수 있었다. 이번 보도로 국회 운영위 소집 등 정치권 공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공방만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내밀한 실체, 규명되지 않은 의혹에 대한 꾸준한 취재가 필요하다.
이번 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양의 땀을 흘리고, 같은 무게의 고민을 한 김정인 김정윤 이호건 민경호 기자 등 동료들 노력의 결과물이다. 막힐 때마다 방향타를 제시해 준 최선호 부장, 신승이 차장에게도 감사드린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 프레시안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양진호’ 보도로 상을 받게 됐다. 지난 3개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을이 지나 어느새 겨울 속에 있었다. 다사다난했다. 양진호라는 인물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독보’적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피해자-가해자만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와 주변인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었다. 취재 외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보도는 프레시안 외에도 ‘셜록-뉴스타파’와 공조해서 진행했다. 각기 다른 3사의 이해관계와 보도방식이 존재하는지라, 이를 조율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보도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 속에서 사실상 공동보도팀의 팀장격인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선한 연대’를 강조했다. 서로 간 사심을 버리고, 하나만을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좋은 보도가 이뤄졌다.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그것만 바라보고 지난 3개월을 달려온 듯싶다. 그리고 그 ‘선한 연대’로 이어진 ‘좋은 보도’가 수상까지 이어졌다. 한상진 기자는 이번 상을 두고 언론사 간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언론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하나 남겼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구속된 양진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회사 내에 양진호의 사람들이 여전히 요직을 맡고 있다. 그들이 양진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임원들을 해고했다. 대기발령 중인 공익신고자도 언제 해고될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리벤지 포르노’ 문제는 아직 경찰 수사 중이다. 직원 불법도청, 횡령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여죄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좋은 보도’를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한겨레신문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한겨레신문 24시팀 선담은 기자
14년 전 겨울, 압구정동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 달에 30만원을 받으며 3년을 버텼지만, 끝내 꿈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한때는 그가 헤어 디자이너가 되지 못한 게 ‘노오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왜 스태프들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급여와 처우를 받으면서도 미용실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는 제 과거에 대한 반성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용업계 ‘열정페이’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청담동을 파헤치자!” 나름의 의욕을 갖고 시작한 기획이었지만, 인터뷰에 응해줄 이를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어제는 새벽 4시, 내일은 새벽 5시” 출근을 하느라 인터뷰 중 졸음을 참지 못하는 스태프를 붙잡고 이야기를 물을 때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마음에 죄책감에 사로잡혔던 날도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섭외가 어려워 ‘그냥 이 기획이 엎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돼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함께 취재를 했던 송채경화 선배가 옆에서 붙잡아줬기 때문에 이 기획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기사가 완성되기까지 묵묵히 이 기획을 기다려주셨던 이재명 에디터, ‘취재가 안 되면 야마를 바꾸면 되지’라고 ‘죽비소리’를 울렸던 콘텐츠기획팀 선배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기획 시작단계부터 시작해 마지막까지 기사를 훌륭하게 다듬어주신 이재훈 팀장께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 MB…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
MBC 탐사기획팀 정동훈 기자
상습 고액체납자들의 집을 뒤지자 고가의 명품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 1년에 한두 번은 꼭 등장하는 뉴스입니다. 지난 14년간 당선무효형을 받은 선거출마자들이 미납한 선거 보전비용은 230억원. 시효 5년이 지나 영영 못 받게 된 돈도 57억원인데, 수십억원의 선거비용을 미납한 정치인의 집을 뒤지는 뉴스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누가’ ‘왜’ 반납을 하지 않고 있는지, 당국은 그들의 집은 뒤지지 않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우선 미납자 명단이 필요했습니다. 선관위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개인 정보라는 이유였습니다. 품을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범위도 당선자로 좁혔습니다. 선관위로부터 어렵게 받아낸 역대 선거 관련 자료를 짜 맞춰 미납자 리스트를 채웠습니다. 미납자들을 만나러 갈 차례. 빈손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공직자였던 그들이 신고한 재산 현황을 확보해 부동산 등본을 떼 봤습니다. 돈이 있는데도 반납을 안 하는 건지, 차명재산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반납자의 비양심적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수억 수십억원짜리 부동산을 소유하고, 월급에 연금까지 받아가는가 하면 땅이 수용돼 수억원의 보상금까지 챙겨간 미반납자도 있었습니다. 선관위는 국세청에 징수 업무를 위탁했다며, 국세청은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미납자에게 선거비용은 “안 내도 그만인 돈”이었던 셈입니다.
일부 미반납자는 반환 의사를 밝혔고, 선관위와 국세청은 징수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관련 제도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 얼마나 잘 지킬지 두고 볼 일이고요. 취재팀은 세금을 내 선거비용을 마련해 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미납자 명단을 MBC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 TJB대전방송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
TJB대전방송 사회부 박찬범 기자
“할 수 있겠어? 상대방 변호사만 11명이야.” 제보자는 특정 회사의 낙뢰보호기가 실제로 낙뢰를 막아줄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7년 째 문제의 낙뢰보호기 업체 대표의 사기행각을 경찰과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사는 항상 지지부진했습니다. 낙뢰보호기 업체 대표가 선임한 변호사는 무려 11명이었습니다.
TJB 취재진은 법정 다툼 중인 낙뢰보호기의 기술 문제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룰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엉터리 낙뢰보호기가 행여나 낙뢰를 맞고 터진다면, 대형 화재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취재진은 국민 안전이 단 1%라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 언론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결심하고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8월, 취재진은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관련 자료 수집, 현장 방문, 모의실험, 전문가 자문, 성능 미달 낙뢰보호기 납품 업체 대표 만남 등 준비 시간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한 공공기관에 설치된 해당 낙뢰보호기를 가져왔습니다. 모의실험을 거쳐 낙뢰보호기 제품이 고전압의 낙뢰를 막을 수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낙뢰보호기를 해체했습니다. 낙뢰보호기 업체 대표가 주장하는 신기술 부품이 300원짜리 중국산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제품을 전기공학 전문가에게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해당 낙뢰보호기는 실제 상황에서 낙뢰를 막을 수 없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지난해 10월29일, TJB 취재진의 첫 보도가 시작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보도를 위해 힘써주신 TJB 보도국 식구들과 자문에 응해준 전기공학 전문가 선생님들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
대구MBC 뉴스취재부 심병철 기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비리를 취재한다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둬. 너만 손해야.” 친한 경찰 관계자의 말이었다. 이해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신자만 50만 명이고 언론사와 대학교 등 270여 개 기관을 운영하는 막강한 힘을 지닌 세력이었다. 대구대교구가 운영한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인권유린과 비리가 터졌을 때 언론은 침묵했다. 부끄럽고 참담했다. 우리가 보도했더라면 최소한 한명이라도 희망원 안에서 억울한 죽음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부채의식에서 비리 의혹 취재는 시작됐다.
먼저 천주교 내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소문에 나섰다. 설득작업에 나섰고 비리 제보를 하나씩 확보했다. 보도가 계속되자 대구대교구 내부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고 취재가 이어졌다. 취재 시작 후 약 1년 만인 2017년 12월, 마침내 스모킹 건을 확보했다. 대구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이다. 문건 작성자는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 총장 신부였고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대학교에서 10여 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대구대교구로 보냈다는 내용이다. 보도 후 천주교 신자와 사제로부터 감사하다는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다. 천주교 개혁연대는 서울과 대구에서 쇄신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보도가 천주교 개혁운동의 발화점이 된 것이다.
이번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다.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겠다. 우리가 사라지고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들만이 사는 세상이 됐을 때 사람들이 우리 기사를 진실로 여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