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0)
-3년 전, KBS의 ‘기증이냐 매각이냐’ 문제 제기
취재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가을,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 전남 함평군이 350억 원 상당의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기증받는다는 소식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증 작품 가치의 10%인 35억 원을 기증자에게 사례비로 지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KBS 시사기획팀은 당시 사례비의 적정성을 집중보도했습니다.
‘기증인가, 매각인가...기증사례비 35억원 비밀’(2015년 10월 6일, KBS광주 시사현장 ‘맥’ 방송/25분/이성각). 당시 취재는 기증 소식 이후 고미술업계에서 ‘기증자가 작품을 넘기고 35억 원 챙겨 대박을 터트렸다’는 우연한 제보(?)를 추적한 보도였습니다. 당시 취재는 기증 작품의 가치 350억 원이 적정한지, 작품의 시가 감정에 앞서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진위감정의 필요성, 시가 감정 위원 선정의 문제점, 기증사례비의 적정성을 집중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도로 함평군의회가 사례비 예산 심의 보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진위 감정 등을 요구했지만, 함평군수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보도는 이달의 기자상 심사(302회)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진 못했지만 심사위원들 간 격론이 벌어질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심사평)를 받은 바있습니다.
-진위 감정 무시한 채 35억원 집행..박물관까지 추진
이렇게 3년이 흐르는 사이, 함평군은 군의회를 무시하고 세 차례에 나눠 35억 원을 주고 일부 작품은 매입하고, 일부는 기증받았습니다. 350억 원 가치가 있다는 추사 김정희작품은 수년째 수장고에 보관됐습니다. 또 함평군은 추사 작품을 전시할 박물관을 건립을 전남도교육청에 요구해 지난해 말 건립이 공식적으로 추진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증을 추진했던 군수가 ‘미투’ 파문으로 연임을 포기하고, 군수가 바뀌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3년 전 KBS 보도 이후 예산 집행을 막았던 당시 군의원이 군수로 당선된 겁니다.
군수 당선 이후인 지난해 6월 KBS는 수년째 수장고에 잠자고 있는 추사 작품 기증 실태를 보도(35억 원 추사 김정희 작품 3년째 '수장고 신세'-6월19일)했습니다.
-80점 가운데 32점 ‘위작’..3년 만에 드러난 진실
이후 함평군의 기증과 일부 구입한 전체 추사 작품 80점에 대한 진위감정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과를 받게 됩니다. 3년 전 기증자 측과 함평군 등이 추천한 전문가들의 감정결과를 뒤엎은 32점 위작 판명! 함평군이 구입한 작품비용 35억 원 가운데 위작 책정 가격은 16억 원 어치에 이릅니다.
더 끔직한 것은 진위 감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위작들이 새로 지을 예정인 박물관에 소장됐을 가능성입니다. 취재팀은 진위 감정 결과를 단독으로 입수해 첫 보도를 했고, 이후 그동안 진행됐던 문제점을 조목조목 되짚었습니다. 또 전문성 없이 이뤄지는 자치단체의 기증과 작품 매입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또 로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심도있게 보도했습니다.
<단독>35억 들여 구입한 추사 작품 <"상당수 가짜">(12월 11일),
<기획1> 공인기관 대신 자체 감정..회피 의혹 '자초’ (12월 12일)
<기획2>사례비.구입액 모두 '35억 원' 고집..왜? (12월 13일)
<기획3>진위 논쟁 잦은데도 “전문성 없이 졸속 추진” (12월 14일)
<기획>위작만 16억..함평군 "수사 의뢰할 것" (12월17일)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0. 입다문 고미술업계. 3년 전 취재 당시 기증자가 고미술업계 원로 격으로 활동해 업계 전체가 쉬쉬하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0. 당시 진위감정의 필요성, 미술품 경매시장의 추사작품 평균 가격을 추정해 기증작품 가격 산정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추적 보도했습니다.
0. 선행 보도가 발단이 돼 함평군이 진위감정에 나섰고, 그 결과를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0. KBS의 12월 11일자 ‘추사 작품 위작 판명’ 첫 보도 이후 지역일간지는 물론이고 전국 단위 언론사에서 감정결과를 보도했습니다.
-12.12. 35억원 들여 매입한 추사 작품 일부 ‘위작’ (한국일보)
-12.12. 함평군 "35억 주고 산 추사 작품 33점 위작 판명"(광주일보)
-12. 15 35억 원에 사들인 '추사 작품' 절반 가까이 '위작'(MBC)
-12.12 함평군 "35억 주고 산 추사 작품 33점 위작 판명"(연합뉴스)
-12.30. '갈 곳 잃은 추사 작품' 교육박물관 부지선정 해 넘겨 (뉴시스)
...이외 다수
4. 사회에 끼친 영향
0. 이른바 ‘기증’과 ‘기증 사례비’의 적절성을 다룬 보도로, 자치단체에서 대대적인 홍보로 진행되는
작품 기증과 사례비의 이면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0. 자칫 언론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일선 시군의 문제를 끈질기게 보도해 기증이라는 이름의
‘작품 매각’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0. 위작 판명으로 함평군은 사법기관의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0. 무엇보다 ‘위작’이 전라남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사박물관 일정공간에 자칫 상시 전시돼
‘교육용’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사전 차단했습니다.
0. 자치단체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기증과 사례, 기증 예우, 예산낭비 등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기증에 대한 절차와 진위 감정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0. 기증자 측의 반론을 보장했습니다.
0. KBS광주는 3년 전 문제를 제기한 이후 끈질기게 진행상황을 주목해온 결과라는 내부 평가
0. 언론의 감시가 소홀한 일선 시군 문제를 집중 취재해 지역 내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했다는 평가
6. 기타 고려사항
해당 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