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 제보
지난해 3월 대구 한 패션업계 관련자로부터 “2017년부터 대구패션조합이 편법을 동원, 패션쇼 경험이 전혀 없는 특정 협력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지난 2017년 4월 대구패션조합에 업무총괄 부장 K씨가 입사한 이후 전례없는 일감 몰아주기, 업무처리가 늘었다며 ‘횡령이나 리베이트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K씨는 지난 2017년 3월 대구에서 불거진 ‘(사)패션문화산업진흥원 국비 횡령·리베이트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당시 패션문화산업진흥원은 정치권 도움으로 50억원 규모의 국비 사업을 따낸 뒤 정치권 관계자들과 이익을 나눴으며, 사업 일부를 수행하는 동안 친분 있는 업체들에 일감을 주고 사업비 일부를 되돌려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패션조합에서 패션문화산업진흥원과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앞서 패션문화산업진흥원 국비 횡령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도 1년 넘게 진척이 없는 상황이었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대구패션조합 전·현직 직원 및 이사회 소속 패션업체 대표, 지역 섬유·패션 관련 연구기관, 대구경실련, 공공연구노조, 대구시 전·현직 섬유패션과 직원 등 수십 명을 취재했다. 대구패션조합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와 문제점을 따져보는 한편, 2017년 취재한 패션문화산업진흥원 의혹과의 연관성도 염두에 두고서 과거 취재 기록을 재검토했다.
취재 결과, 대구패션조합은 행사·미디어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지방계약법을 어기면서 입찰·심사 기준을 변경하고, 심사위원 숫자를 줄이는 등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사업의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는 일부 심사위원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점수를 매긴 사실도 확인됐다.
이 뿐만 아니었다. 지역 섬유패션업계와 기존 협력업체(패션쇼 전문 기획사, 패션사진 촬영업체)에 뒷돈을 요구하거나, 부당한 변화에 반발하는 기존 협력업체들을 배제한 뒤 새로운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통역비를 실제 일정보다 과다하게 지급했고, 행사에 초청한 해외 디자이너가 방한을 취소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초청비는 환불받지 않았다. 예산 감축을 핑계로 행사의 질을 과도하게 낮추는 등 석연찮은 문제들도 드러났다.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대구패션조합의 전횡을 눈감아 줬다는 정황도 보였다.
취재원 대부분은 패션문화산업진흥원과 대구패션조합에 잇따라 근무한 K씨를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대구패션조합 전·현직 직원과 이사회에 따르면 K씨는 대구패션조합 사업 수행의 전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과거 대구패션조합이 엄격하게 규정하던 일부 입찰 심사기준도 이사장 결재 없이 임의로 변경했다. 사업비 집행 계획과 해외 전시회 참여 일정 등도 그가 전적으로 결정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K씨가 취직한 이후 대구패션조합 일감을 받은 업체들도 지난 2016년까지 전문 패션행사를 수행한 이력이 전무하다시피했다. 협력업체 또는 그 소속 직원이 과거 패션문화산업진흥원의 일감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법망을 빠져나간 K씨가 자리만 옮겨 전횡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지는 위 내용을 바탕으로 해 연속 기획보도를 냈다. 지난해 11월 15일자 1면 <러시아 모델 초청한다며 현지 대학생 섭외>, 3면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입찰 자격 풀고 사업 쪼개기>, <보조금 유용 수사 대상이대구패션조합계약 총괄>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일련의 의혹과 대구패션조합 책임자의 해명을 보도했다. 기획보도를 마친 뒤에도 후속보도를 이어가며 추가 의혹들을 제기했다. 대구시 섬유패션과는 자체 점검을 시작했고 대구경찰도 대구시 감사 추이에 따라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민간 협동조합은 국비나 시비로 사업을 수행하면서도 지자체의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대구패션조합에 대해 감사를 진행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패션조합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대구시는 이 역시 묵살했다.
더구나 대구패션조합의 보조금 유용 행위도 상당수가 조합 내규나 관련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고, 심사 규정을 바꿔버리거나 익명의 심사위원이 이상하게 배점하더라도 내부 고발이 없이는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장기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내부 고발이 이어졌다. 다양한 분야의 제보자와 취재원들은 대구패션조합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내부 자료를 제공했다.
과거 국비 유용 의혹을 받고 해산한 패션문화산업진흥원의 사례도 도움이 됐다. 패션문화산업진흥원에서 이뤄진 전횡의 수법이 대구패션조합에서도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첫 보도 이후 대구패션조합 직원 K씨는 조합 이사장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타 언론사에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자료에는 자신이 주장하던 명분만 있을 뿐, 규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아 '물타기'라는 비판이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별지 참조)
대구시가 지난 4일 보조금 부당 집행이 확인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연합뉴스, 뉴시스, 대구평화방송, 대구MBC, YTN, 대구신문, 노컷뉴스, 세계일보, 경북일보, 경북매일, 대구광역일보, 경북도민일보, 대구경제신문, 세계로컬타임즈, 통불교신문 등이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횡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내용의 시 감사 결과를 보도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대구시는 본지 보도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부터 대구패션조합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4일 중간발표를 통해 “대구패션조합을 둘러싼 몇몇 보조금 유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조금을 집행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환불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행사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예산을 이용해 대구시 승인 없이 무단으로 수의계약을 맺고서 협력업체에 추가 사업비를 보전한 점이 확인됐다.
대구시는 문제가 된 보조금 1천600만원을 회수하는 한편, 대구패션조합이 수행한 다른 사업이나 운영 행태에 대해서도 확대 감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시 2차 감사 결과로 K씨가 대구시나 다른 기관에 제출해야 할 문서에 이사장 또는 타 직원 명의를 함부로 도용하는 사문서 위조를 저지른 점, 사업자 등록증도 없는 자신의 고교 동창에게 건물 공사 일감을 몰아준 점, 특정 엘리베이터 제조사가 건물 공사에 단독 입찰하도록 유도한 점, 적법한 채용 절차를 어긴 채 지인 자녀를 계약직 직원으로 무단 채용한 점 등 갖은 범법 및 일탈 행위도 추가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감시에서 벗어나 있던 지역 내 각종 조합들 또한 보조금 유용의 불씨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 올해부터 대구시 예산을 지원받는 모든 협동조합에 대해 사업비 사용 실태 점검을 시작할 방침이다.
대구패션조합도 자체 감사를 벌여 조합 운영 및 사업비 집행의 문제를 점검하는 한편 지난해 연말 긴급 이사회를 통해 사태 책임자인 K씨와 더 이상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노동훈 대구패션조합 이사장은 사태에 책임지고 오는 2월 조합 정기총회 때 사임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K씨는 대구패션조합에서 사실상 해고된 상태다. 대구패션조합 이사회는 대구시 감사에 응하는 한편 차기 이사장과 신임 업무총괄 부장을 공모할 계획이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대구패션조합이라는 협동조합이 정해진 규정을 악용해 친분 있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시 보조금을 유용했음을 드러냈다. 또 대구시 보조금을 받는 협동조합이 대구시 감시감독에서 벗어나 있던 것은 물론 오히려 시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대구시는 본지 지적사항에 따라 우선 ‘언론보도에 따른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대구패션조합의 전 사업 및 대구 모든 협동조합에 대해 감사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고, 취재원을 보호했으며, 중립적 자세로 취재보도했다.
6. 기타 고려사항
반론 신청 및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된 사항은 없음.
(#별지)
붙임. 타 매체 반향보도 & 본지 보도기사
* 2018년 12월 4~5일
연합뉴스 :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부당집행 등 운영 문제많다 (홍창진 기자)
뉴시스 : 대구시, 보조사업 의혹제기에 발 빠른 대응 (정창오 기자)
세계일보 :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유용' 사실로 (문종규 기자)
YTN : [대구]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부당집행...문책 요구 (허성준 기자)
TBC : 대구패션조합 사업비 환수·담당자 문책 요구
대구가톨릭평화방송 : 대구패션조합 의혹 사실로 확인
대구CBS : 대구시, 패션조합 비리 관련 사업비 환수 등 조치 (이정환 기자)
대구신문 :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부당집행 확인…사업비 환수 (강선일 기자)
경북도민일보 :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집행 관련 문제점 적발 (김홍철 기자)
경상매일신문 : ‘보조금 비리’ 대구패션조합 사업비 환수 (김영식 기자)
대구경제신문 : 대구패션조합이 보조금 유용과 불투명한 입찰 심사 (김철모 기자)
전국안전신문 : '대구패션조합 언론보도' 관련 사업비 환수 및 담당자 문책 요구
통불교신문 : 대구패션조합 사업비 환수 및 담당자 문책 요구 (배성복 기자)
아시아뉴스통신 : 대구시, 대구패션조합 사업비 환수·담당자 문책 요구 (윤석원 기자)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