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고3 여학생이 화재 현장에서 가스 중독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수도권 최대 권역응급센터에 옮겨졌지만, 그곳엔 치료 장비가 없었습니다. 위독한 상태에서 구급차를 타고 100㎞ 떨어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까지 이송됐습니다. 부모는 수원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 왜 원주까지 가야 했는지 영문도 모른 채 황망한 상태에서 구급차를 좇아 달렸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가스 중독 환자를 치료할 유일한 장비인 다인용 고압산소치료 챔버가 경기도민 주변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원삼호골든프라자 화재로 인해 의식 불명에 빠진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시작으로 치료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돈만 아는 의료계와 스러져 가는 국민을 외면해온 보건복지부에 경종을 울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경기도부터 우선 고압산소치료 챔버 설치 반향을 불러일으킨 '수원 화재 여고생이 남긴 메시지, 고압산소치료챔버 설치로 이어지다' 보도는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이어진 처절한 취재보도였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수원역 인근에서 발생한 복합상가 화재는 시 전체를 마비시켰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화마를 잡아들이는 동안 기자들은 수원소방서장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현장을 중계했습니다. 수백명이 대피하는 아수라에서 신속한 구조·구급, 대피 활동으로 사고 당일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피 과정에서 과호흡으로 심장이 멎었던 김모(18)양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김양은 첫 이송 병원인 아주대병원에 그대로 있지 않고 원주로 갔습니다. 치료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7년 12월 6일 출고된 경인일보 '연탄가스중독 김칫국 마시라구?' 제하의 기사에는 경기도내 가스 질식 환자 치료 시설이 고양 일산 백병원과 아주대병원이 유일하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경기남부 권역응급센터에는 고압산소치료 챔버가 '있다 없으니까' 였던 것입니다. 김양은 원주에서 2시간 30분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다시 아주대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경기도는 이윽고 현장 활동을 한 소방관들에게 도지사 표창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직사회의 자체 팡파르가 예고됐을 때, 중상자로 분류된 김양은 눈 앞에 닥친 어둠을 떨쳐내지 못한 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주대병원에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다시 수원으로 김양 부모는 아직 인생을 꽃피우지 못한 첫 딸의 숨을 잇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눈을 뜨지 못한 김양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소방 조직은 경기도 표창 예고를 의아해 했습니다. 이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김양의 아버지였습니다. "우리 딸은 아직 눈을 뜨지 못했어요. 수원에서 제일 큰 병원에 치료기가 없어서 원주까지 가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의 울부짖음이었습니다. 경인일보가 많이 늦었던 것입니다. 2007년 세밑 이미 가스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도 그대로 둔 경인일보가 잘못했던 것입니다.
사람.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양이 왜 원주까지 가야 했는지, 아주대는 왜 김양을 원주로 보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고압산소치료 챔버 보유 병원 자체가 없어서 가스 중독자에게 산소 마스크만 씌워주고 혈액 속에 이미 녹아 든 일산화탄소 가스가 온몸을 휘젓고 다니며 생명을 좀먹는 상황을 방관하는 의료계, 70~80년대 수준으로 보험급여(수가)를 방치하다 '늙어' 고철된 고압산소치료 챔버의 '젊은' 고압산소치료 챔버 대체 유인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보건복지부, 대한민국의 문제였습니다.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1기압)보다 높은 2.4~2.8기압을 인공적으로 만들고 100% 산소를 흡입하게 하는 치료 요법으로 가스 중독, 고산증, 잠수병 질환자에게 적용되는 요법입니다.
고압산소치료 챔버는 1인용과 6·10인용 등 다인용으로 분류됩니다. 가격은 1인용은 2억~2억5천만원, 6인용은 6억원, 10인용은 10억원입니다. 2천500만~5천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챔버 장비도 있지만, 이는 2기압 이상 설정이 불가한 '기분 좋아지는 미용 장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쓸만한 챔버 보유 운영 병원이 전국에 20여곳, 경기도에는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유일하다는 것을 보건당국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1천300만명이 모여 사는 경기도에서 복수의 시민이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을 때, 갈 순 있겠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했습니다.
수원 화재 김양에서 시작된 연속보도가 이어지는 와중에 강릉 펜션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서울 대성고 남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면서 취재는 더 처절해졌습니다. 사건 발생 초기 의식을 잃은 7명은 강릉의 각 병원에 분산 치료 중이었습니다. 강릉아산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 시설이 부족해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은 김양이 다녀온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경인일보의 연속보도에 강릉 펜션으로 경각심을 가진 경기도의회는 이틀 뒤 정부나 지자체에서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립의료원 의정부병원과 수원병원 등에 고압산소치료 챔버 장비를 확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일주일 뒤 경기도는 공식적으로 가스 중독 응급 환자 치료에 탁월한 다인용 고압산소치료 챔버 설치 지원비를 오는 2019년 1회 추가경정에 반영해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인일보의 고독하고 지난한 보도의 결과물이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은 없습니다. 단순 비실명 처리일 뿐 익명 취재원의 발언을 빌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아울러 직접취재 기자와 유관기관 취재기자 모두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경인일보의 고압산소치료챔버의 태부족 사태를 지적하는 연속보도 이후 중앙지, 통신, 방송, 지방지 등 전국은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경기도의 수도권 최초 챔버 추가 설치 소식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매일경제] 전국 26곳뿐…사고때마다 고압산소실 찾아 헤맨다[20181219]
#[MBC] 사고 느는데… '고압산소치료기' 울산·전북엔 '0대'[20181219]
#[TV조선] [포커스]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연간 4천명…"치료 인프라 부족"[20181219]
#[아주경제] 고압산소치료기 보유 병원 전국 26개뿐, 왜? 높은 비용 탓[20181220]
#[TJB] 고압산소치료기 대전 1대·충남 4대가 전부[20181220]
#[전라일보] 가스중독 환자 응급치료시스템 ‘구멍’[20181220]
#[연합뉴스] 경기도 고압산소 치료시설 달랑 1곳…경기의회 "시설 확충해야"[20181221]
#[경기신문] 도내 고압산소 치료시설 ‘달랑 1곳’[20181223]
#[경기일보] 보건복지위원회, 고압산소 치료기 도내 병원에 설치 요구[20181223]
#[뉴스1] 이재명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 경기도에 설치하겠다”[20181229]
#[중부일보] 경기도, 수도권 최초 다인용 고압산소챔버 설치[20181230]
#[한겨레] 경기도,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 설치 추진[20181231] 외 다수.
4. 사회에 끼친 영향
경인일보 보도는 일련의 사고 이후 전국에서는 최초로 고압산소치료챔버 추가 설치라는 의료체계 개선을 이끌어 냈습니다. 경기도는 추경예산을 통해 올해 안으로 경기남부와 북부지역 각각 1대씩 챔버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경기도민의 경우 고압산소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불행을 겪지 않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인일보 보도의 가장 큰 수확은 고압산소치료챔버의 태부족 사태를 전국으로 공론화 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앙과 통신의 보도 외에도 각 지방지가 속한 지역의 챔버 부족을 우려하고, 확충해야 한다는 기사들이 잇따라 보도됐습니다. 경인일보의 보도가 경기도와 인천지역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내가 사는 지역’의 현안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수원 화재 여고생이 남긴 메시지, 고압산소치료챔버 설치로 이어지다' 연속 보도는 경인일보의 단독 취재로 시작됐습니다. 사상자 0명이란 표면적 성과에 취해 모두가 폭죽을 터뜨리려던 순간, 피해 고등학생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그 배경에 고압산소치료챔버가 없다는 사실을 포착해 낸 점은 특기할만 합니다. 사건기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의 이면'에 집중했고, 시스템적인 허점까지 지적하는 언론의 본연에 충실한 기사였다고 평가합니다.
11월 말 사건 발생 이후 수원 골든프라자 화재의 화제성이 떨어져 가는 상황 속에서도 피해자 측과 끊임없이 연락하며, 뇌사에 빠진 고등학생이 남긴 '메시지'를 취재 동력을 삼은 기자의 열정을 높게 평가하며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으로 추천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지난해 12월 4일 ‘수원 매산동 골든파라자 화재 심정지 여고생 안타깝게…사실상 뇌사’ 첫 보도 이후 지난 12월 31일 '경기도 남부·북부 1곳씩 다인용 챔버(고압산소치료) 설치' 보도까지 외부의 지원을 받거나, 반론보도 요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 신청사항이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