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현대중공업, 편법 경영승계와 대량 구조조정 의혹 단독 방송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량 세계1위, 보유자산 수십조 원의 세계적 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주가 끊겼다는 이유로 2015년 이후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고액 연봉 근로자들을 최대한 줄여 총수 일가의 효율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자구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그동안 확인이 안 돼 소문에 그쳤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초 외부 전문가 그룹에 현대중공업 지주사 전환과정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더니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고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울산MBC 등 몇몇 언론이 국감 보도자료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데 그쳤고 대다수 언론은 침묵했다.
현대중공업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취재팀은 일회성 보도에 그칠 수 있는 국감자료 내용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외부 전문가 그룹이 작성한 분석 자료를 토대로 한 달간 심층취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이 자사주 활용, 오일뱅크 배당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고, 알짜 자회사와 복지시설 매각, R&D센터 이전, 그리고 허술한 현행 법망을 피해 정기선 재벌 3세에 대한 경영승계과정이 이뤄진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전환과정이 경영승계만 염두에 둔 다른 대기업과 달리 총수 일가 이익을 위해 3만 명이 넘는 근로자를 정리하고 기업의 지역사회에 대한 책무를 외면한,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점을 단독 보도하였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경쟁력 강화 외친‘지주회사’... 수상한 분할, 분사
취재팀은 현대중공업 재무제표를 분석한 회계사,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지주사 전환과정을 들여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위기에 처한 회사 경쟁력을 살린다며 201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시작했다.
분할, 분사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며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어제의 직장 동료가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임금체불과 대량 해고를 겪었다.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 언론도 현대중공업 보도자료에 따라 거의 그대로 전달했다.
“현대중공업이 분사와 분할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고...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 주식은 3배 가까이 늘었다.
정몽준 이사장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지주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확보했고, 지주사 전환과정은 총수 일가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지주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됐다.
현대 오일 뱅크 배당 시기 조절과 주식시장 상장, 지주회사에 알짜 자회사 분사 등 사전에 세밀히 의도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기 힘든 과정들이 속속 드러났다.
인적분할과 자사주... 기자도 한번 듣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해야 했다. 취재팀은 정리된 내용을 CG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핵심적인 내용만 요약해 보도하였다.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와 3세 승계...근로자는 절반 이상 실직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정몽준,정기선 총수 일가 주식 지배력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몽준 이사장 아들 정기선 씨는 현대중공업에 입사한지 10년도 안 돼 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자가 됐다.
같은 기간 6만 명이 넘던 현대중공업의 근로자 수는 3만 명으로 절반 이상 사실상 정리됐다.
취재진이 만난 공영주 씨는 그래도 자신이 행운아라고 말한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회사를 살리겠다고 등 떠밀리듯 희망퇴직 했지만 자신은 회사에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현장에 언제 돌아갈지 기약 없이 10달 넘게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월급이 줄어들면서 가장으로서 막막하고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근로자들을 심리상담한 결과 20% 이상이 고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걸로 나타났다.
정치 떠난 7선 국회의원 복지시설 매각...기업 윤리의 실종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36살이던 1988년 울산 동구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역구에 정치적 배경이 없던 신인이었지만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로서의 후광이 컸다.
회사가 있는 지역구에 각종 복지시설들을 세워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자 유권자인 지역구민을 상대로
선거 때마다 복지 지원을 집중 이슈로 부각시켰고 이는 5선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고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정치계를 떠나면서 달라졌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복지시설들은 최근에 모두 매각됐다.
시설이 개인 돈벌이에 이용되면서 이용 가격은 크게 올랐고 각종 무료 프로그램들은 사라졌다.
현대중공업에 삶을 의지해 살던 주민들에게 경제적 궁핍에 이어 복지시설이 사라진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몽준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복지시설들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져버렸다는 비판을 제기되고 있다.
합법을 내세운 편법...경제 민주화의 퇴보
우리나라의 현행 지주회사 전환 관련법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혜구조다.
자본주의 역사가 길지 않다보니 자사주와 인적분할 등에 법적 견제장치가 따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 크다.
우리는 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개정 법률안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의원 대다수는 현행 법제도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합법을 가장한 편법이 버젓이 승인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경제 민주화가 퇴보하고 부작용이 심각하다.
방송은 삼성과 효성 등 대기업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의 정점에 있는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통해 총수 일가 자본의 비윤리성과 경제 양극화, 그리고 나아가 경영 부진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실태를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하였다.
권오갑 부회장 집과 연구센터 이전...수상한 현장 확인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ROTC 학군단 동기로 2014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부임했다.
권 부회장 취임 직후부터 현대중공업은 사무직과 여사무원, 현장 근로자 순으로 명목상 희망퇴직을 시행해 기나긴 구조조정이 시행됐다. 이 때문에 권 부회장은 총수 일가 가신으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도맡아 왔다는 의혹을 샀다.
현대중공업 지주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연구 인력들을 경기도 성남시로 옮기겠다고 선언하고 현재 연구센터 부지를 확정하고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경기도 성남일까?
물론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벨리를 중심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연구센터가 붐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경기도 성남시청과 테크노벨리 일대 취재를 통해 현대중공업 R&D센터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물려받은 집안 소유의 땅 수만 제곱미터가 있음을 확인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나 성남시 담당자와 주변 주민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또한 현대중공업 R&D센터는 현대중공업 지주 소유로 되어 있다.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발생하는 각종 특허권 사용료와 임대료를 지주회사가 챙겨가고 그 이익은 다시 총수 일가에게 귀속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벌어진 총수 일가의 편법 지배력 확대와 근로자 대량 구조조정 문제가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단독 심층 보도하였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지역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정몽준 이사장 소유 개인 사유물로 여기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몽준 이사장이 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았고 아들인 정기선 씨에게 부가 이전되는 것이다.
기자 역시 취재 초반 ‘총수가 자기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데 뭐가 문제지?’ 혼란스러웠다.
현대중공업은 제작진이 취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회사가 어려운데 왜 취재 하느냐, 회사가 살아야 지역도 살지 않느냐”라고 채근했다.
“회사가 어려우니까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회사가 망하자는 것이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 총수 일가에게 이익이 집중된 문제에 대해서는 “우연의 일치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아가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겁박했다.
현대중공업과 같은 큰 회사를 상대로, 더구나 재벌 총수이자 7선 의원 출신인 정몽준 이사장을 상대로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국민이 소유한 기업이다.
그만큼 회사 경영이 투명해야 한다.
방송 이후 지금까지 2만 회의 인터넷 다시 보기를 기록하고, 시민들로부터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격려 전화를 받으면서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또 방송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고, 오일뱅크 상장 등 총수 일가의 자본 이익을 감시하고자 하는 기자회견과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지역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합법을 가장해 근로자를 절반 넘게 정리한 구조조정의 진실을 고발하고 총수 일가에게 집중된 부의 편중 현상, 경영승계의 문제점을
데이터 분석과 장기적 관점의 진행과정을 단독으로 심층 보도하여 우리 사회 경제 양극화와 재벌 기업의 부도덕성을 꼬집어 경제 민주화를 촉구하는데 일익을 하였다고 평가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해당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