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o)
-한국전쟁 전후로 학살된 민간인이 묻힌 매장지가 68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지난 10월 초였습니다. 민간차원에서 조직된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를 통해 “한국 땅은 공동묘지처럼 곳곳에 학살된 피해자들의 유해가 묻혀있고, 아직까지도 방치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문학 작품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사건이고 학창시절에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생소하게 와 닿았습니다. ‘민간인 학살 문제는 이미 해결되지 않았나’ 하는 막연한 생각과 아직도 유해발굴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의문이 생겨 취재를 해봐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2010년까지 활동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유해 매장지 추정지 160여개 지점에 대한 용역 조사를 실시했고, 전국 50여개 지점을 발굴 가능 추정지역으로 이미 추려놨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이후 취재에서 용역 조사를 담당한 진화위 관계자는 “시간, 재정이 부족해 더 많은 매장 추정지를 조사하지 못했다. 실제 매장지는 더 많다”고 했습니다). 이후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의 발굴 내역 등을 확인해 이미 발굴한 매장지가 20곳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진화위 활동기간 발굴 가능성이 높아 우선발굴대상지로 지정한 곳도 39곳이 있었지만, 발굴된 건 10여 곳에 불과했습니다.
-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회 등과 연락해 전국에 산재한 유해 매장지에 대한 발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미 유해 흔적이 발견돼 매장지가 확실한 곳에서도 발굴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많은 유해매장지가 인위적·자연적으로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유족들과의 대화나 매장 추정지에 대한 사전 방문 조사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땅 속에 묻힌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유해가 방치되어있고 이제는 가해자였던 국가가 발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유해발굴’에 초점을 맞춰 취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기획 보도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먼저 유해발굴 공동조사단과 매장 추정지가 있는 야산 등을 함께 방문해 직접 땅을 파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유해 발굴은 일반적으로 증언과 자료를 종합해 매장 추정지를 찾고, 매장 추정 지점에 대한 시굴조사를 해 발굴 가능성을 타진한 뒤, 실제 매장지로 판명이 난 경우 본 발굴을 시작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취재를 위해 지난 10월부터 유해발굴 공동조사단과 동행하여 충남 천안 서북구 직산읍, 충남 아산시 탕정면 용두리, 세종시 연기면 산울리,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등을 찾아 매장 추정지 탐색, 시굴조사, 유해발굴 등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단지 조사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호미나 삽을 들고 유해 매장 추정지의 땅을 직접 파보았습니다. 유해발굴이 진행됐던 세종시 연기면에선 공동조사단과 함께 땅을 걷내고 흙을 파내 30대로 추정되는 유해의 두개골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취재 방식은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인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증언을 듣는 작업이었습니다. 유족 인터뷰는 유골 발굴과 시굴 조사에 동행한 유족과 이야기하거나, 유족회 사무실을 찾아 구체적인 경험담을 듣는 방식, 또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전쟁 학살 피해자 유족회 집회를 찾아다니며 진행했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유해를 수습하고자 하는 유족들의 마음, 유해발굴과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가 군사정권 시절 오히려 탄압을 받게 된 경험, 수십년이 지난 뒤에도 자녀들에게 자신의 부모가 참혹하게 죽었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는 유족들의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을 연구한 학자나 진화위 등 관련 기관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현장 취재로는 부족할 수 있는 전문가의 입장을 확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유해발굴과 구체적인 연구 내용이 담긴 논문이나 진화위 보고서 등을 리스트로 만들어 찾아 읽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묻기 위해 개별 연구자들과 접촉해 인터뷰했습고, 진화위 전 위원장이나 유해발굴에 참여한 위원들과 인터뷰해 당시 상황과 유해발굴 작업의 필요성 등을 물었습니다. 현장 취재로는 부족할 수 있는 전문가의 입장을 담았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보도는 1960년 4·19혁명 이후 간헐적으로 이어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숨진 민간인들의 유해가 6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고, 유해 매장지로 강력히 추정되는 곳 역시 가해자였던 국가의 무관심 속에서 사실상 방치되어왔다는 점을 강조해 지적한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특히 많은 유족들이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돼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잊히기 쉽지만 누구도 들춰내고 싶어 하지 않는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기록해 매장된 유해를 발굴해 세상에 공개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보도한 것은 처음이라고 판단됩니다.
-현장 르포와 유족 등에 대한 개별 인터뷰가 중심이 된 이번 기획보도는 다른 매체에서 그대로 받아 전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경향신문의 시리즈 첫 보도 이후인 12월 11일 KBS에서 ‘컨테이너에 방치된 유해 260여 구…중단된 진실 규명’이란 제목으로 경남 진주에서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 유해가 방치된 상태라는 점을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인 12월 셋째 주 아산시가 충남 아산 탕정면 야산의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해 약 1억원의 지원금 배정하고, 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킨 것은 본 보도가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입니다. 해당 지역은 본 기획보도 취재를 위해 방문해 해당 지역 유족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곳이었습니다.
-보도 당시 유해발굴을 국가가 나서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소위 ‘과거사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에도 계속해서 상정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국회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한 본 보도 이후 12월26일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과거사법을 상정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보도 이후인 12월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유족회가 전국합동추모제를 열었습니다. 당시 전국의 유족 600여명이 모였습니다. 유족들은 유해발굴과 과거사법 통과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 내용도 취재해 인터넷을 통해 후속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 윤리 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모두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