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 단독기획( 0 ) >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신안 천일염 어민의 말이다. 천일염 1kg 도매 가격은 150원, 생산비인 900원에도 한참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천일염에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언론 보도 이후 천일염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채우지 못한 생산비는 결국 어민들에게는 빚으로 돌아왔다. 벼랑 끝에 놓인 천일염 주산지인 신안 어민들은 생산비를 갚기 위해 목숨같은 염전을 시장에 내놓고 있었다. 천일염만이 아니다. 육지에서 생산된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바다로... 밀려들면서 어패류와 생선류까지 미세플라스틱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육지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에 어민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오염은 도시민들이... 고통은 어민들이...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됐다는 보도는 이어졌지만, 그 책임을 묻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제는 발생했는데 원인도 책임지는 이도 없는 상황. 우리는 우리 바다를 오염시킨 미세플라스틱이 그럼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서 이 연속보도를 시작하게 됐다. ‘생선을 먹지 말자’는 미세플라스틱 공포 심어주기 보다, 어디서 왔는지를 밝혀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류 미세플라스틱을 실험하다.
2달여 동안 미세플라스틱 관련 국내외 논문과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합성의류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외국 논문에는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40%가 이 섬유형 미세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자료가 없었다. 우리는 국책과제를 다수 수행중인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접 의류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해보기로 했다. 의류 미세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국내 언론 중 가운데 처음으로 실험에 나선 것이었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 가정의 평균 세탁량에 미뤄봤을 때 한 해에 1000톤이 넘는 합성섬유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상황은 더 심각할 것. 그동안은 우리나라 근해와 갯벌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현황 자료는 있었지만, 먼 바다 자료는 없었다. 한국수산과학원에서 조사한 미세플라스틱 조사 결과를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할 수 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이 저층수까지 퍼져서 거의 모든 바다 생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탁 폐수가 하수도로 흘러들어 갈텐데, 하수도에서는 잘 걸러지고 있을까? 이 역시 목포대학교에서 연구한 논문을 입수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다보니, 한 곳당 일 년에 미세플라스틱 40억 개가 방출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에서는 실태 조사조차 돼 있지 않았다.
대안은?
우리는 해양 국가인 호주에서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호주의 기차와 건축자재를 만드는 대기업 다우너. 하루에 백만 톤이 넘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이용해 아스팔트 강화제로 사용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드니 도심 청소 과정에서 나온 모래와 유기물, 유리병도 아스팔트 재료로 사용해 현재 98%까지 재활용 골재를 사용하고 있다. 또 파타고니아와 H&M같은 의류 대기업들은 옷감을 재활용해 새로운 옷을 만들고, 미세플라스틱이 적게 나오는 옷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류 미세플라스틱 분야를 개척한 호주 NSWD 마크 브라운 박사는 최신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위험성을 경고하며,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의 생산과 유통, 처리까지 생산자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해당 보도는 전국 KBS9시 뉴스로 방영돼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냈을 뿐 아니라, 네이버와 다음 등 각종 포털에서도 뉴스 검색 상위권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에게 의류 플라스틱 문제를 각인 시켰다. 시청자들은 의류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당 보도로 처음 접했다며 대안까지 보도해주길 요청했다. 기자 개인 이메일로도 관련 제보가 쏟아지는 등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의류로까지 확대한 수작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현재 정부 해양수산부와 교육부, 환경부 등 각 부처별로 미세플라스틱의 오염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조사 내용이 가깝게 연결돼 있지만 각기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조사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각 부처별로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사업 내용도 공유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취재에 그치지 않고 국회 해수위와 총리실 등에 미세플라스틱 대응 총괄부서 설치를 요구하며 협의하고 있다. 몇몇 국회의원들의 경우에는 미세플라스틱을 대거 방출하는 원자재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발의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을 충실히 준수함.
6. 기타 고려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