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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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법부 불신을 대표하는 표현입니다. 오래된 표현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세태가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표현의 핵심에 ‘벌금형의 불합리성’이 있는 지는 몰랐습니다.
한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자신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 중 하나가 “벌금형을 받게 해 달라”라는 것 이었답니다. 특히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이 부탁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벌금형이 얼마나 가볍길래, 부담이 없길래 이런 얘기가 나올까. 그래서 우리의 취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형법의 대부분은 1995년 개정된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현행 형법은 폭행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995년에 개정된 이후 23년이 지난 2019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 변호사는 “단순폭행의 경우 500만원은 커녕 몇십만원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사람을 때리고서도 ‘게임값’이라며 벌금형을 가볍게 여기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등이 교수를 상대로 무차별 폭행을 가한 후 200만원이라는 맷값을 지불하는 초법적인 일 역시 이같은 ‘가벼운 벌금형’ 때문이었습니다.
본지 취재팀이 변호사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기본적인 취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들도 “형법이 1995년 개정된 이후 큰 변화 없이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법 억지력 상실은 물론 법이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 변화상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당혹스러워했습니다.
이에 탐사기획팀 팀원 모두가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내부 토론 과정에서 사회부 법조팀과의 공동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벌금형 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서울 지역 변호사를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국회 입법조사관과 국회의원, 법무부, 전현직 판사 등 입법 사법 행정부와의 접촉을 통해 벌금형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세밀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1)벌금형이 가벼운 법률상 이유, 판결상 문제점.
벌금형이 가벼운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법률적인 문제였습니다. 먼저 법의 벌금형 조항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형법의 경우 1995년 개정이후 지금까지 대폭개정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1995년부터 2018년까지 23년간 보통일부 일일노임은 4배 가까이 오르고 금 가격도 4.6배나 상승했지만 벌금형은 물가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벌금형 양형기준이 없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만든 양형기준은 자유형(징역형) 중심입니다. 벌금형 양형기준은 선거법관련된 것만 있을 뿐 그 외의 것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금형 선고에 있어서는 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더욱 좌우됩니다. 현행 법에는 법조문 상의 감경조항과 더불어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판결할 수 있는 ‘작량감경’조항이 있습니다. 양형기준도 없는 벌금형 판결이 둘쭉날쭉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이유입니다.
2)법률상 형평성 잃어
범죄 피해가 클수록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하는 형벌의 비례성이 벌금형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밀침해죄와 명예훼손죄·공연음란죄 중 가장 무거운 죄는 비밀침해죄, 다음이 명예훼손죄, 공연음란죄의 순서입니다. 따라서 비밀침해죄는 형법상 징역 3년 이하, 명예훼손죄는 징역 2년 이하, 공연음란죄는 징역 1년 이하에 처합니다. 이처럼 징역형은 법익침해 정도에 따라 비례합니다. 그러나 벌금형은 세 가지 범죄유형 모두 500만원 이하입니다.
아울러 취재과정에서 비슷한 유형의 범죄라도 해도 벌금형이 천차만별인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각 법률의 조문을 파악한 결과, 폭행죄(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7조)는 우범자에게 징역 3년 이하 벌금 300만원 이하로 규정해 징역 1년당 벌금액 100만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폭력범죄 특례법(10조 1항)은 업무상 위력에 대한 추행에 대해 징역 3년 이하에 벌금 1,500만원 이하로 규정해 징역 1년당 500만원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징역형은 동일한 데 벌금액이 심한 편차를 보여 법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낮은 벌금이 오히려 범죄 부추겨
현재의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벌금은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한번의 실수로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경우 많은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 반영이 되지 않는 벌금형 제도는 오히려 보험사기와 각종 범죄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도 취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법조인들은 낮은 벌금형이 범죄 억지력을 잃어 보험사기와 몰카 범죄 등을 저지르고도 소액의 벌금만 납부하면 처벌이 마무리되는 현실이 각종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성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대안으로 일수벌금제 제시
취재 과정에서 낮은 벌금형은 판사에게 허용된 재량권과 법 자체가 하용하고 있는 낮은 상한선, 일관되지 못한 벌금형에 대한 조항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안으로 일수벌금제 도입 등을 제시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동일한 고통을 주고 판사의 지나친 재량권을 제한하면서도 법 억지력과 현재의 경제상황을 복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 일수벌금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으면 전관예우 혜택을 볼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징역형을 벌금형으로 낮추고, 벌금 액수도 낮추는 사법 체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수벌금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도 공감했습니다.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현 사법체계의 문제가 본지만의 의견이 아닌 법조계의 공통 의견이라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급적 모든 취재원의 실명을 공개해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자 없이 직접 입법, 행정, 사법부의 전문가들을 취재하고 법령정보센터의 확인을 통해 기사화했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이번 기획 시리즈 기사는 한 사람이 한 꼭지씩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취재한 내용을 내부에서 데이터베이스화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특정 한 사람의 바이라인이 아닌 특별취재반의 바이라인을 달았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와 표절은 없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1)국회를 다시 움직이다=본지 기획 시리즈가 게재된 후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격려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일수벌금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사회적 여론 조성이 되지 않아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면서 “현재는 다른 상임위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서울경제신문에서 다양한 각도로 현행 벌금형 체계의 문제점을 짚어준 만큼 다시 일수벌금제 도입을 위한 형사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후 이 의원이 형사법 개정안 공동 발의자를 수소문 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도 본지에 기사화했습니다. (본지 1월 7일자 기사 참조-웹 하드에 업로드)
2)서울변호사회도 움직이다=본지 취재 과정에서 당시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본지의 기획 기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공동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언론사와 공동으로 법조계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 작성에 공동설문조사와 법률적 자문을 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이 전 회장은 앞으로 서울경제신문이 법조계의 문제점을 취재할 경우 공동 심포지움이나 포럼, 토론회 등을 개최해 기사 취재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편집국 내부에서도 각각 서로 다른 법률안에서 어떻게 벌금형이 다른지, 또 현재 적용되고 있는 법률안이 언제 개정된 내용인지를 세심하게 추적, 관찰한 것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경영진에서도 종(통사적)과 횡(법률간의 비례성)을 모두 아우르는 심도 있는 취재에 대한 격려와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과 언론중재위의 중재 신청, 반론보도 청구는 없었습니다. 다만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또 취재 과정에서 법률 지식과 관련한 방대한 자문을 받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