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Ⅰ. 사라진 박사학위 논문
“사립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이 어디에도 없다” 제보자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해당 교수는 관련 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활발한 연구·저술 활동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찰위원으로도 임명된 인물이었다.
논문을 찾기 시작했다. 국회도서관법에 따르면 학위를 수여한 대학에 논문을 제출해야 하고, 국회도서관에도 보내는 게 당연한 절차이다. 하지만 해당 대학에서는 석사 학위 논문만 검색이 됐고, 국회도서관에서는 논문 제목만 확인이 될 뿐이었다. 연구자 정보 사이트에서도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은 찾을 수 없었다. 두 기관에서 논문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이제 와서 원문이 발견되더라도 당시 제출된 원본임은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Ⅱ. “원문도, 파일도 없다”
대학 측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4년 전 대학에 제출돼 소장하고 있어야 할 학위 논문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비상이 걸렸다. 조사 결과,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제출된 디스크도 공디스크였던 것이다. 2005년에 석·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원생은 608명이었는데 논문의 원문도, 파일도 없는 경우는 해당 교수 한 명뿐이었다. 2008년에 이 사실이 확인돼 대학 측이 다시 제출을 독촉했지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의도적인 미제출이나 논문 자체의 문제점을 의심해보는 게 합리적이었다. 논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학의 책임도 피하기 어려웠다. 논문 실종이라는 황당한 사건으로 대학은 혼란에 빠졌지만 오래된 일이라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Ⅲ. ‘영문 초록’까지 베꼈다.
해당 교수는 채용된 대학에 문제의 박사학위논문이 소장돼 있었다며 박사학위를 받은 지 14년 만에 대학에 5부를 제출했다. 취재진이 미리 제본해 놓은 논문과 비교해봤더니 황당한 사실이 또 드러났다. 속표지에 나와 있는 지도교수의 이름이 달랐다. 의심이 의혹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제 표절의 검증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생소한 법학 논문의 표절 검증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지만 걱정도 잠시뿐이었다. 제목부터 유사한 지도교수의 박사학위논문부터 확보해 무작정 대조를 시작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7년 전 논문과 영문 초록부터 똑같았다. 간혹 몇 단어를 건너뛰었을 뿐 베꼈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아무리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다른 두 사람이 우리말도 아닌 영문을 몇 장씩이나 똑같이 쓸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논문 본문에도 포함되지 않는 초록을 베꼈다면 도덕적 잣대는 더 엄격하게 들이대야 한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구 내용을 요약하고 방법과 과제, 한계 등을 제시하는 논문의 서론도, 또 결론도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한자를 한글로만 바꾼 수준의 문장도 수두룩했다. 본론에서도 수십 페이지가 같았다. 방송 화면만으로도 표절의 증거는 낱낱이 드러났다.
Ⅳ. 베낀 논문 그대로 통과…심사도 ‘의혹투성이’
표절 수준을 넘어 베끼다시피 한 박사학위 논문이 어떻게 심사를 통과했을까? 당연히 심사위원 5명 중 한 명은 지도교수였다. 자신의 논문을 베낀 논문을 제출한 제자에게 문제없이 박사학위를 준 것이다. 해당 교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고, 지도교수는 “똑같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해명을 내놓았다. 함께 심사를 한 다른 네 명의 교수도 부실 심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논문 실종을 당사자의 비도덕성으로만 몰아가던 대학은 결국 진상 조사에 나섰다. 표절 의혹이 드러나자 즉각적으로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려 석연찮은 논문 실종 과정과 표절 여부, 심사 문제까지 조사에 돌입했다.
교수가 재직 중인 사립대에서도 자체적으로 논문 검증에 나섰다. 해당 교수가 맡고 있는 경찰위원과 광주광역시 감사위원, 국회 의원연구단체 평가위원직과 관련해서도 각 기관이 문제를 인지하고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박사학위를 수여한 대학 측의 공식적인 표절 여부 확인이 필요해 당사자는 익명 처리했다. 책임 소재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대학 측의 일부 관계자도 익명으로 처리했고, 대표성이 있는 대학원장은 실명으로 처리했다. 보도에 등장한 관계자들 모두 상당성 여하는 충분하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취재진이 직접 취재한 내용으로 집중취재 2건을 포함해 5건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타 특이사항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교수의 경찰위원 임명, 국회 의원연구단체 평가위원 위촉 소식을 전하는 관련 보도들이 있었고, 논문의 문제점에 관한 보도는 없었다. 논문의 표절까지 검증한 KBS의 단독보도로 해당 대학의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인만큼 타 매체의 보도는 아직 없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학위 논문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해당 대학에서는 학위 논문 관리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또한 일부 연구자들의 형식적인 논문 심사 관행을 사례를 통해 고발했고, 대학의 논문 심사 강화 필요성의 근거를 제시했다. 한국 경찰의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위원회의 위원, 또 국회 의원연구단체 평가위원의 임명과 관련해서도 검증 절차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학에서 마땅히 보관하고 있어야 할 박사 학위 논문이 사라진 사례를 찾아낸 데 이어 취재진이 직접 논문의 표절 여부까지 검증, 허술한 심사의 문제점까지 고발해 보도의 완결성을 갖췄고, 지역의 학계에 경종을 울린 보도로 평가됐다. 논문을 작성한 교수와는 여러 차례 통화와 만남을 통해 충분히 해명을 들었고, 반론권을 보장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은 없다.
회차 심사평
제340회 전체 총평
2018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전체 편수도 많았지만 길게는 1~2년 넘게 장기간 취재ㆍ보도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아 심사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열띤 논쟁을 동반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1 부문에서는 SBS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관련 연속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와대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해 감찰 활동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의혹의 핵심이라 할 ‘민간인 사찰’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등 반론이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특정인의 폭로나 관련 문건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취재해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 수상작으론 두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청담뷰티공단 리포트>는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한 K뷰티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조명한 수작이다. 일부 알려지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을 ‘청담동’이란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잘 풀어냈으며,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말 그대로 웹하드업계 황제로 군림해 온 양진호씨의 갑질 폭행부터 비자금 조성, 디지털 성폭력 카르텔까지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문제작이다. 엄청난 충격을 던진 양씨의 폭행 동영상 첫 보도는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초 제보를 받은 프레시안 등 3사의 공동취재물로 밝혀져 이례적으로 3사의 공동 수상(기자협회 비회원사인 뉴스타파와 셜록은 특별상)을 결정했다. 폭행 동영상 공개 등이 다소 자극적이긴 했으나 직장 갑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계 구조적 문제는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인 MBC <“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용 미반환자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참신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거사범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이후 법대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했는지 여부는 그동안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수상작은 2004년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반환 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고 제도적인 허점까지 다뤘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감시망이 좀더 촘촘해져야 함을 일깨운 보도였다. 취재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나 미반환자들을 좀더 끈질기게 취재해 인터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1회성 보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추적 보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TJB 대전방송의 <‘엉터리 낙뢰보호기’ 실체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사를 거쳤다는 제보 내용을 흘려 듣지 않고 현장 확인, 모의 실험, 전문가 자문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구MBC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비리 의혹>은 유력한 지역 언론까지 소유해 자칫 성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지역 천주교의 문제를 줄기차게 추적해 보도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발단이 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처음 보도한 곳은 다른 신문사였지만 단발성 추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 취재를 이어간 ‘끈기’, 그리고 소송 등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의혹을 파헤친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18년 더 팍팍해진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짙은 피, 땀, 눈물을 쏟은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2019년은 조금은 더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