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불과 5년 전의 일입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전횡과 무속 논란 등으로 국민은 선출된 권력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잘 알고 있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은 비선 인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합리적 고민과 토론이 아니라 무속과 맹신에 기댄 결정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충격적인 결과로 돌아오는지 압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서 무속인으로 알려진 일명 ‘건진법사’ 전모 씨가 활동한다는 소식은 5년 전 트라우마를 일깨웠습니다. 윤 후보는 유력 대선 후보입니다. 전 씨가 캠프에서 비선으로 활동하면서 무속에 기반한 조언들을 하고 이런 조언들이 실제 후보의 행보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CBS의 취재는 그런 우려와 경각심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논란이 처음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이었습니다. 일단은 ‘건진법사’ 전 씨의 행적과 윤 후보 측 행적 사이에 실제 접점이 존재하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캠프 특성상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시중의 논란이 실체적 진실보다 훨씬 더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전 씨와 윤 후보 측 간 관계가 생각보다 깊고 상당 부분 접점이 실재한다는 점을 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접점은 ‘연민복지재단’(연민재단)이라는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연민재단은 전 씨의 양아버지이자 스승으로 지목된 승려 혜우 원모 씨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함께 설립한 재단입니다. 원 씨가 창종한 한국불교 일광조계종(일광종)의 본산 일광사와 주소(충주 산척면 명서리528)·연락처가 똑같은 곳으로, 사실상 일광사와 한 몸인 곳이기도 합니다. 연민재단 총 자산 17억원 중 14억원 가량이 현금 혹은 현금성 자산인데, 소수의 기부 외 별다른 활동이 없는 재단입니다. CBS 취재진은 연민복지재단과 일광사 주소지를 방문해 그곳에는 연민복지재단이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사찰 한편에 마련된 가족묘비에서 전 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민재단의 돈 십 수억원은 누가 어디에서 가져온 것일까요. 일단 윤 후보 경선 캠프 초기부터 활동한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대표로 있던 ‘효림에이치에프’가 연민재단 설립 당시 1억원을 출연한 사실을 국세청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해당 기업의 출연 시기는 2017년으로, 당시 대표이사는 한무경 의원이었습니다.
또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 주최 전시회에 수차례 후원한 것으로 드러난 H건설사도 같은 시기 재단에 1억원을 출연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충주 산척면 시골 마을 산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재단. 별다른 활동도 없는 이런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이유에 대해 두 기업은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한 의원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해명했고, H사 역시 ‘단순한 사회 공헌 차원’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참고보도
- [단독]尹선대위 한무경 의원 회사, '건진법사' 소속 종파 재단에 1억 출연
- [단독]김건희 후원社도 '건진법사' 종단 복지법인에 거액 출연
- [영상]거액 출연받은 '건진법사' 재단, '국세청장·세무서장' 호화 전관 임원진
- 동시에 자취 감춘 '건진법사'와 주변들…스승도 잠적·홈페이지 줄폐쇄
후속 취재를 이어가던 중 매우 ‘수상한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전 씨와 원 씨 등이 CBS 취재가 시작된 이후 완전히 잠적했으며, 관련 사이트도 잇달아 폐쇄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사장인 이현동 전 국세청장 외에도 전 역삼세무서장, 전 대형회계법인 대표, 전 공무원연금공단 고위 관계자 등 유력 인사들이 연민재단 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실 등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CBS 취재진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관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고, 1월 27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 전 청장의 수사 총 책임자는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였고, 그 아래 윤 후보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3차장으로 있으면서 수사 지휘를 맡았습니다.
이 전 청장의 대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보니, 대부분의 사실 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대법원 판례 특성상 법리해석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경향이 강한데, 이 전 청장 판결문에서는 이 전 청장이 뇌물을 받았다고 지목된 상황 등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증거 부족과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과 김모 전 대북공장국장 등의 대법원 판결문을 찾아 이 전 청장 판결문과 비교해봤습니다. 그런데 원 전 원장과 김 전 국장 판결문에서는 이 전 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관계가 인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나의 재판부, 그것도 최상위 사법기관인 대법원에서 같은 사실 관계를 놓고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겁니다.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검찰의 분리 기소로 인해 (재판부의) 사실 인정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대법원 해명은 윤 후보 측에 제기된 ‘봐주기 및 부실 기소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를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청장의 수사 시기와 연민재단의 설립 시기는 공교롭게도 매우 겹칩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적폐청산 수사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MB정부 시절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이 전 청장은 2017년 하반기 수사를 받기 시작해 이듬해인 2018년 3월 2일 기소됐습니다. 이 전 청장이 연민재단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기 역시 이때쯤부터입니다. 재단 설립을 끝낸 건 그해 12월이었습니다. 이 전 청장은 그때부터 줄곧 연민재단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윤 후보가 책임졌던 이 전 청장에 대한 수사와 이 전 청장의 연민재단 설립, 연민재단과 일광사(일광종), 그리고 ‘건진법사’ 전 씨까지. 이 많은 요소들이 2017년 하반기부터 연민재단이라는 곳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습니다. 참고로 일광종은 한국불교조계종과 무관하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도 아닙니다. 2018년에는 전 씨와 일광종이 주도한 2018년 ‘수륙대제’에서 소가죽을 산채로 벗기는 듯한 행사를 벌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전 씨·일광종과 윤 후보 간 관계가 단순히 가까운 것을 넘어 전 씨 측 세력이 윤 후보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는 통로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참고보도
- [단독]'이현동 무죄' 하나의 법원, 엇갈린 판결…수사 책임자 윤석열
- 이현동, 검찰 수사 대상되자 건진법사와 재단 설립했나
- 이현동 무죄받은 'DJ비자금' 사건 무엇…文정부 적폐청산 일환
아울러 CBS 취재진은 전 씨의 과거도 살펴봤습니다. 윤 후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라면, 그가 과거 어떤 인물이었는지도 검증할만한 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 씨의 사기 전과를 찾아냈습니다. 이외 다른 부분들도 취재된 것들이 있었지만, 공익성 측면에서 보도 가치가 적은 사생활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참고보도
- [단독]尹캠프 활동 '건진법사' 사기죄 전력…여성 상대 2억 편취
또 전 씨의 주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전 씨의 처남 김모 씨가 윤 후보의 수행비서를 맡고 있다는 사실과 그의 주소지가 연민재단의 서울포교원과 주소지가 같다는 사실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참고보도
- [단독]윤석열 밀착수행 '건진 처남' 과거 주소지는 '일광사'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없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없습니다. 이번 보도는 모두 특별한 제보 없이 CBS취재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이뤄졌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바이라인에 이름을 올린 기자 네 명이 모두 함께 취재와 기사 작성에 참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연민복지재단과 이현동 전 국세청장, 그리고 봐주기 수사 의혹 전반에 대해 깊숙이 살펴보고 조명한 보도는 CBS노컷뉴스가 최초이고 유일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어렵게 입수한 이현동 전 청장 판결문 등은 CBS 보도가 이뤄지던 당시에도 법원 비공개 대상이던 터라 타 매체 후속보도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민주, 이현동 봐주기 의혹 제기…한동훈 "황당한 비방"(연합)
-與 “윤석열 검찰, 이현동 봐주기 수사”, 한동훈 “황당 비방”(조선)
-계속되는 윤석열 '무속 논란'…尹 캠프 활동 '건진법사'는 사기 전력(MBN)
-김혜경 이슈에 묻히긴 했지만…꺼지지 않는 尹 무속논란 불씨(연합)
-"국힘 의원 회사·김건희 후원사, 건진법사 연관 재단에 거액 출연"(오마이뉴스)
-후원기업이 1억 원·딸은 전시회 참여...김건희와 무슨 관계?(YTN)
-與 “尹, 이현동 봐주기 수사”… 野 “김건희, 무속인과 무관”(서울)
-“뭘 모신다던데…” 건진법사 역삼동 법당 가봤다(한겨레)
5. 사회에 끼친 영향
CBS는 이번 보도를 통해 무속인 건진법사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연결 고리’를 집중 추적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사찰과 복지재단, 건진법사, 윤 후보 주변인들로 이어지는 복잡한 커넥션까지 찾아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맡은 대법원이 같은 사실 관계를 두고 전혀 다른 판결을 내린 사실까지 짚어냈습니다.
최초 보도 이후 CBS는 치밀하고 집요하게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윤 후보 캠프에서는 관련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 요지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라는 CBS 취재에 대해 ‘검찰의 분리 기소가 영향을 줬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례적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연민재단과 이현동 전 청장, 건진법사 등 관련자들은 CBS 보도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모두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단독]尹선대위 한무경 의원 회사, '건진법사' 소속 종파 재단에 1억 출연’ 보도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지난 1월 24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2월 9일 언중위 조정이 불성립되었습니다. 이후 아직 법적 절차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당 기사는 현재까지도 단 한 줄의 거짓과 틀린 사실 관계가 없다고 자신하며, 한 의원 측의 해명을 사전에 충분히 받아 보도에 반영하였습니다. 보도의 근거가 되는 자료(효림에이치에프가 연민재단에 1억원을 출연한 기록, 출연 당시 한무경 의원의 대표 직인이 찍힌 기록 등) 역시 확보하고 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8회 전체 총평
제378회(2022년 2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5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21의 〈독립유공자 이석영 서거 88년 만에 직계 후손 확인〉 보도와 KBS의 〈김혜경 측,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보도, MBC의 〈쉰내 나는 배추·곰팡이 핀 무로 명장 김치〉 보도 등 모두 3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21 보도는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1855~1934)의 직계 후손 생존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시켜줌으로써 ‘이석영 일가족이 망명해 독립운동을 하던 중국 땅에서 순국하면서 가족이 모두 몰살되거나 사망해 후손이 끊겼다’는 기존 정부와 학계의 공식 입장을 바로 잡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겨레21 기사는 우리나라와 대만을 오가는 치열한 취재 끝에 직계 후손 생존사실을 확인하는 등 취재 과정의 깊은 노고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호평했으며,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한 동시에 역사성까지 담아낸 폭넓은 스펙트럼의 기사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KBS 보도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했을 당시, 이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 측이 이른바 바꿔치기 결제 수법을 사용해 경기도청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한 것으로 지난 대선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져온 동시에 기사의 파괴력에서 압도적인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의 〈쉰내 나는 배추·곰팡이 핀 무로 ‘명장 김치’〉보도는 명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내부 현실의 잘못된 점을 제대로 지적해 문제를 일으킨 해당 회사가 즉각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게 만든 사안이어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6편의 작품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취재보도1부문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합 끝에 한겨레신문의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경향신문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한국일보의 〈치킨 공화국의 속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경마식으로 쫓아가던 기존 대선 관련 보도를 완전히 뒤집어 다수의 유권자들을 직접 조사한 뒤 후보 공약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대선 공약을 점검하는 기법을 채용한 점에서 모범적 선거보도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6070 여성들의 생애사를 노동의 관점으로 돌아본 기획물인 경향신문의 보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취급돼왔던 여성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환기시킨 수작으로 평가됐다. 자칫 식상한 주제로 평가받기 쉬웠지만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기사의 파급력이 매우 컸고, 참신하고 깊이있는 기획 시도였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한국일보 보도는 치밀하고 끈기있게 보도한 탐사보도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취재하기 쉽지 않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을 상대로 한 보도였다는 점에서도 수작이라는 평을 낳았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폭리 지적은 과거 여러 보도에도 많았지만 한국일보 보도는 종합적이고 집중적이었다는 점에서 종전의 유사보도와 차별화된 보도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전남일보의 〈“감금·성폭행”…목포 ‘옛 동명원’ 피해자들의 절규〉 보도는 권력의 비호 아래 이뤄진 시설 내에서의 학대를 생생하게 조명한 수작으로 평가됐다. 공권력은 물론, 언론의 감시 영역에서도 사각지대가 되기 쉬운 곳을 찾아 잔혹한 피해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보도였다는 호평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광주의 〈코로나19 장애인 대책 있나?〉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의 피해 여파를 가장 혹독하게 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잘 헤아린 보도였으며 장애인들의 처절한 현장을 현실감있는 언어를 통해 가감 없이 전달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공로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