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개요]
경향신문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이하 <명함> 기획)는 6070 여성들의 생애사를 ‘노동의 관점’으로 돌아본 기획입니다. ‘젠더’를 주제로 한 첫 장기 기획물로, 지난 7월 신설된 젠더데스크가 팀장을 맡았습니다. 1월27일부터 3월2일까지 총 5회에 걸쳐 경향신문 지면에 연재됐습니다. 총 3회 분량의 영상 콘텐츠도 제작했습니다.
[기획 의도]
지금과는 다른 젠더보도가 필요했다
2021년은 페미니즘 백래시가 그 어떤 해보다 거셌던 한 해였습니다. 반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대남(20대 남성)’이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고, 여성가족부 폐지가 주요 대선 공약으로 등장했습니다.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젠더갈등’이라는 양비론 프레임에 수렴되어 힘을 잃어갔습니다.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젠더 보도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 여성, 반성폭력 의제를 중심으로 확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차별 경험은 연령과 계층, 직업이나 성정체성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띕니다. 경향신문은 더 다양한 여성 서사, 젠더보도의 질적 확장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기획팀이 6070 여성들의 노동을 첫 젠더 기획 주제로 선정한 것도 이때문입니다.
이 세대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돌봄노동을 분주히 오가면서 평생을 ‘N잡러’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의 주체로 호명된 적은 드물었습니다. 노동 이슈는 남성의 얼굴을, 젠더 이슈는 젊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던 탓입니다. 6070 여성들이 경험한 여러 차별은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으로 타자화되어 다뤄지곤 했습니다.
기획팀은 평생 일해온 여성 노인들에게 ‘명함’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전쟁과 산업화, 외환위기와 코로나19까지. 한국 사회의 여러 격변기를 거치며 이들이 어떤 일을 해왔고, 이들의 일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하는 것은 여성 노동의 역사를 되짚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여성들의 생애사를 기록하는 ‘목소리 저널리즘’을 지향하되, 여성 노동을 다룬 각종 데이터와 법령, 참고 문헌도 두루 살폈습니다. 개인사와 현대사를 연결하고, 여성 노동이 저평가된 구조적 맥락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 기획의 핵심 목표였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독자와의 연결
좋은 콘텐츠는 주용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언론은 좋은 콘텐츠가 독자에게 가닿을 방법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명함> 기획은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경향신문의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출간하는 동명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여성 노인들의 삶이 파편화된 지면이나 온라인 기사로 흩어지지 않도록 물성이 있는 책으로 엮고 싶었습니다. 언론사 장기 기획물이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드물진 않지만, 대개는 연재가 모두 끝난 뒤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링크 : https://tumblbug.com/businesscard)
<명함> 기획에선 다른 시도를 했습니다. 교정·교열부터 디자인, 제작, 홍보, 배송 및 포장에 이르기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기획팀 기자들이 직접 담당했습니다. 4월 단행본 출간을 목표로 기사용 원고와 책용 원고를 동시에 작성했습니다. 언론계에선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였습니다.
이런 방식을 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시리즈 연재와 크라우드 펀딩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기사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었습니다. 독자들에게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감각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일하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신문광고’에 싣는 리워드를 제공하고, 독자들을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시킨 것도 그 일환입니다.
포털 중심의 뉴스 환경에서는 좋은 콘텐츠를 접할 길도, 좋은 독자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도 제한적입니다. 기획팀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흩어져있던 독자들을 한 데 묶고, 이들과 연결되고 싶었습니다. 후원자들은 단순히 기사를 읽는 것을 넘어 여성 노인 노동에 주목해보겠다는 기획 취지에 적극적인 공감과 지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취재 과정]
여성 노인 노동이라는 주제를 정한건 지난해 10월입니다. 사전 취재 기간에는 ‘지인의 사돈의 팔촌’까지 소개를 받아 수많은 여성을 만났습니다. 1화 주인공 손정애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한 에세이집에서 정애씨와 저자가 나눈 짧은 대화를 보고, 정애씨가 운영하는 남대문 국숫가게를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정애씨는 기획의 방향을 잡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는 병으로 쓰러진 남편과 시아버지를 돌보면서 연년생 두 아이까지 올바르게 키워냈습니다. “나쁜 일이 파도처럼 밀려와도 도망가지 않았다“며 가장으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기획팀은 정애씨의 인생을 정애씨의 목소리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회차별 주인공을 선정하고 그의 생애사를 충분히 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기존 신문 보도의 문법을 벗어나는 시도였습니다.
이후 사내 게시판에 5회차 기획안을 올리며 팀원을 공개 모집했습니다. 여성서사 아카이브 플랫,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사진 기자와 영상PD. 정책사회부, 교열부 기자까지. 기획 취지에 공감한 총 9명의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기존 언론사 젠더 보도는 2030 여성 기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젠더기획팀은 성별도 연령도 직군도 다양한 ‘조각보팀’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인적 구성은 젠더보도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생애사를 기록하는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선정입니다. 실명 보도와 얼굴 보도가 가능한 취재원 섭외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단체에 소속되어 있거나 언론에 등장했던 취재원은 배제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기획 취재에서는 특정 사건이나 주제에 대한 질문을 하지만, 이번 기획에서는 ‘인생을 들려달라’는 식의 부탁을 해야 했습니다. 여성 노인들의 노동을 기록하려면 결혼과 이혼(탈혼), 가난이나 폭력 같은 내밀한 이야기도 함께 물어야 했습니다. 이에 기획팀은 취재원과의 신뢰관계 형성에 큰 공을 들였습니다. 지방 여성들을 제외하고는 평균 6~7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취재원과 식사를 함께 하거나, 가족들을 만나거나, 집이나 직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는 인터뷰와 함께 이번 기획을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입니다. 데이터는 우리가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가 개인사에만 머물지 않도록 구조적인 맥락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관련 기관이 작성한 통계 보고서를 입수하고 소개하는 것을 넘어, 파편화된 통계를 종합하고 재해석하고 보완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데이터 저널리즘을 구현해냈습니다.
엄마와 딸 이야기를 다룬 3화, 농촌 여성들의 삶을 다룬 4화에서는 별도의 데이터 기사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신 엄마와 딸 세대 상급학교 진학률이나 경제활동 현황, 농촌 가사노동 통계나 상하수도 보급률같은 통계를 본문에 풍부히 소개했습니다. 저널리즘적 완성도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획팀의 노력입니다.
[회차별 구성 및 세부 취재 내용]
■1화 (1월26일자)
1화에서는 남대문 훈이네 사장님 손정애씨의 인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냈습니다. 인터뷰 분량만 50매에 달합니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인터뷰에 이 정도 분량을 할애한 것은 편집국 내에서도 전례가 드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흔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됐던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자”는 기획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2개면 전면을 과감히 배정했습니다. 정애씨 발언을 뒷받침해 줄 시대적 배경도 각종 참고 문헌을 인용해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이어지는 데이터 기사에서는 ‘또 다른 정애씨들’의 삶을 통계로 살폈습니다.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생계 전선에 뛰어든 이들의 노동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연도마다 분석 대상 연령대를 옮겨가며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1954년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해의 졸업생과 진학생 수 차이를 ‘학업중단자’로 보고 sankey diagram으로 시각화한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기획팀은 일하는 여성을 ‘임금 노동자’로 한정한 기존 통계의 한계도 보완하고 싶었습니다. 여성 노동의 온전한 모습을 복원하려면 임금 노동과 가사·돌봄 노동을 모두 살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1953~1957년생 여성들의 시기별 취업자수와 가사·육아를 이유로 한 비경제활동인구를 합산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하는 여성’들의 규모가 130만명 언저리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통계 누락 연도의 추정치 계산이나 연도별 집계 기준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통계청 고용통계과와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2화 (2월4일자)
2화에서는 평생을 ‘집사람’으로 불려온 장희자씨의 노동생애사를 ‘1인칭 시점’으로 풀어냈습니다. 2화는 기사와 영상, 펀딩을 아우르는 콘텐츠의 확장이 가장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던 회차이기도 합니다. 장희자씨, 인화정씨와 함께 ‘인생 첫 명함’을 만들어보고, 이를 실물로 제작해 전달하는 것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본 독자들이 어머니에게 ‘인생 첫 명함’을 선물할 수 있게끔 크라우드 펀딩 리워드도 마련했습니다.
이어지는 데이터 기사에서는 수많은 희자씨들이 해왔던 돌봄 노동을 ‘필수 노동’의 개념을 활용해 재평가했습니다. ‘어느 날 그들의 노동이 사라진다면’이라는 도발적인 물음을 통해 사회가 고령 여성들의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필수노동의 범위 설정은 기획 초기부터 가장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정부 발표와 여러 연구용역 자료를 참고해 중복되는 8개 직업군을 필수노동으로 규정하고, 전체 필수노동자의 4분의 1이 60대 이상 여성이라는 새로운 팩트를 발굴해냈습니다.
■3화 (2월9일자)
3화 주제는 ‘엄마가 보는 딸의 노동, 딸이 보는 엄마의 노동’입니다. 일을 시작하고서야 엄마의 노동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마혜원씨 모녀의 이야기를 메인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 ‘남존여비’의 시대를 살아온 엄마와 ‘페미니즘과 백래시의 시대’를 살아온 딸의 노동사를 병렬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여성 노동자가 겪는 차별이 얼마나 달라졌고 얼마나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려 했습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엄마의 노동을 기록하는 딸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는 딸들이 어머니의 노동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를 통해 여성 노동을 보는 사회의 인식이 진전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4화
4화에서는 농촌 여성 3명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농촌에서는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기 때문에 여성도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남편 가족에 경제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 낙후된 인프라로 인해 농촌 여성들은 도시 여성들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농촌 여성들을 별도 회차로 다룬 이유입니다.
4회는 사전 취재가 가장 어려웠던 회차입니다. 지방 여성들은 도시 여성과 달리 추가 취재가 어려운 데다, 몇 살이고 어떤 농사를 짓는지 외에는 사전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습니다. 평생 한 동네에만 살아온 지방 여성 노인들은 생활 반경이 좁고, 교육수준도 도시 여성들보다 낮습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합니다. 언어화되지 못한 여성 농민들의 목소리는 여성 농민 당사자이자 소설 <호미>를 집필한 정성숙 작가의 인터뷰로 보완했습니다.
■5화
5화는 1~4화를 아우르는 에필로그성 회차입니다. 정년이 지났음에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5화 기사가 나가는 3월2일과 4일자 지면에는 독자들이 내 주변 ‘명함만 없었던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2개면 신문광고가 실렸습니다. 이전 회차 기사들을 인상 깊게 본 독자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그렇게 받은 메시지로 기획의 마지막을 완성했습니다. 독자와의 소통을 콘텐츠 제작에까지 활용한 사례입니다.
독자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광고 게재 후 경향신문 1부를 증정하는 신문광고 리워드는 오픈 6시간 만에 마감되었고, 추가로 모집한 2차 광고(1·2차 합산 140명 한정)까지 모두 마감됐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에도 종이 신문이 매력도 있는 매체가 될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취재원의 대부분은 실명과 얼굴 공개에 동의했습니다. 다만 가정폭력, 이혼·탈혼 경험이 있는 취재원 중에서 신상 공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 경우는 상호 협의로 가명 보도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제보자 없이 자체적으로 기획을 구상했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모두 현장 취재 및 직접 취재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명함> 기획은 평범한 인물의 생애사를 다룬 장기 기획물인만큼 타 매체 후속보도가 어렵습니다. 다만 언론계 내부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호평이 많았습니다. 기자협회보는 “6070 여성 노동에 집중한 경향신문, 기획도 펀딩도 '대박'”(2월8일), 미디어오늘 “잘봐 언니들 인생” 6070 노인여성 자부심을 찾아나선 기자들“(3월6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명함> 기획과 펀딩 프로젝트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언론인권센터도 940호 언론인권통신(1월28일)에서 해당 기획을 ‘위클리 미디어 픽’으로 소개했습니다.
표절 여부는 해당 사항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명함> 기획은 독자들 반응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기획입니다. 세대와 연령을 불문하고 ‘울림이 있는 기사였다’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평생 일해온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다” “어머니의 노동에 사회적 맥락이 있음을 알게 해주어 고맙다”는 독자들의 감사 메일이 쏟아졌습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만 13만 조횟수(누적)를 기록했고, 트위터 등 SNS에서도 수만 건 이상 리트윗됐습니다. 5곳이 넘는 출판사로부터 정식 출판 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25일간 진행한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에는 20일 만에 후원자 2158명, 후원금액 4326만원을 기록하며 목표치의 1442%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역대 언론사들이 동일 플랫폼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최고치입니다.
<명함> 기획이 환기한 여성 노인 노동에 대한 관심은 대선 공약에도 반영됐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1화 주인공 손정애씨를 만나 감사패를 전달한 뒤 5060 여성의 일자리 지원, 건강관리 등을 포함한 ‘엄마 명함’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밖에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도 해당 기사를 추천하며 기획 취지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명함> 기획은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삶의 자긍심을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섭외 요청을 받은 여성들은 하나같이 ‘나같은 사람 이야기를 들어서 무엇하냐. 더 대단한 사람 찾아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수 회에 걸친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해주어 고맙다’며 기획팀에 감사를 전했습니다. 기자로서 쉽게 하지 못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콘텐츠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독자들이 많음을 알게 해주어 고맙다” “2030 여성 위주였던 젠더 보도의 질적 확장을 이루었다” “디지털 부서와 지면 부서의 유연한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습니다. 기획 기사는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 피신청사항 모두 해당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78회)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 경향신문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
2021년 10월 남대문시장에서 손정애씨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납니다. 칼국수 한 그릇과 덤으로 주신 비빔냉면을 맛있게 먹으며 70대 현역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손정애씨 삶의 기록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 일했으나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의 아내나 엄마로 불린 사람들, 집안일부터 바깥일까지 쉼 없이 해냈지만 ‘집사람’으로만 소개된 사람들, 오늘도 묵묵히 사회 곳곳에서 필수노동을 책임지고 있지만 정확한 직함 대신 ‘아줌마’나 ‘할머니’, ‘이모님’으로 불리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에게 명함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는 ‘젠더기획’이라는 문패를 달았습니다, 젠더문제를 얘기할 때조차 노인 여성들은 소외되고 노인문제의 일부로만 다뤄지는 것이 속상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땐 “내가 뭐 한 게 있다고?”라고 했지만, 끝날 때쯤엔 자신의 노동에 뿌듯해 한 분들과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낯선 이들에게 인생을 들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젠더기획팀은 경향신문의 다양한 직역이 모인 조각보팀입니다. 아픈 어머니의 노동을 기억하며 용기 내 기획에 지원한 교열기자와 ‘신문기사’로만 머물뻔한 기획을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로로 확장시킨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 꼼꼼한 데이터분석을 통해 취재원들의 이야기가 개인의 사소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대와 사회구조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준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글이 담아내지 못한 삶의 장면들을 정확한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기자, (저희끼리는 넷플릭스급이라 자부하는) 영상으로 멋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낸 PD, 전국 곳곳을 다니며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 올린 취재기자 등. 최고의 팀원들과 함께 행복한 노동을 경험했습니다.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젠더기획팀의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해준 경향신문의 여러 동료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78회 전체 총평
제378회(2022년 2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0개 부문에 51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8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21의 〈독립유공자 이석영 서거 88년 만에 직계 후손 확인〉 보도와 KBS의 〈김혜경 측,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보도, MBC의 〈쉰내 나는 배추·곰팡이 핀 무로 명장 김치〉 보도 등 모두 3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21 보도는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1855~1934)의 직계 후손 생존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시켜줌으로써 ‘이석영 일가족이 망명해 독립운동을 하던 중국 땅에서 순국하면서 가족이 모두 몰살되거나 사망해 후손이 끊겼다’는 기존 정부와 학계의 공식 입장을 바로 잡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겨레21 기사는 우리나라와 대만을 오가는 치열한 취재 끝에 직계 후손 생존사실을 확인하는 등 취재 과정의 깊은 노고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호평했으며,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한 동시에 역사성까지 담아낸 폭넓은 스펙트럼의 기사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KBS 보도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했을 당시, 이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 측이 이른바 바꿔치기 결제 수법을 사용해 경기도청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한 것으로 지난 대선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져온 동시에 기사의 파괴력에서 압도적인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의 〈쉰내 나는 배추·곰팡이 핀 무로 ‘명장 김치’〉보도는 명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내부 현실의 잘못된 점을 제대로 지적해 문제를 일으킨 해당 회사가 즉각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게 만든 사안이어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6편의 작품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취재보도1부문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합 끝에 한겨레신문의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경향신문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한국일보의 〈치킨 공화국의 속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경마식으로 쫓아가던 기존 대선 관련 보도를 완전히 뒤집어 다수의 유권자들을 직접 조사한 뒤 후보 공약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대선 공약을 점검하는 기법을 채용한 점에서 모범적 선거보도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6070 여성들의 생애사를 노동의 관점으로 돌아본 기획물인 경향신문의 보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취급돼왔던 여성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환기시킨 수작으로 평가됐다. 자칫 식상한 주제로 평가받기 쉬웠지만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기사의 파급력이 매우 컸고, 참신하고 깊이있는 기획 시도였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한국일보 보도는 치밀하고 끈기있게 보도한 탐사보도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취재하기 쉽지 않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을 상대로 한 보도였다는 점에서도 수작이라는 평을 낳았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폭리 지적은 과거 여러 보도에도 많았지만 한국일보 보도는 종합적이고 집중적이었다는 점에서 종전의 유사보도와 차별화된 보도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전남일보의 〈“감금·성폭행”…목포 ‘옛 동명원’ 피해자들의 절규〉 보도는 권력의 비호 아래 이뤄진 시설 내에서의 학대를 생생하게 조명한 수작으로 평가됐다. 공권력은 물론, 언론의 감시 영역에서도 사각지대가 되기 쉬운 곳을 찾아 잔혹한 피해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보도였다는 호평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광주의 〈코로나19 장애인 대책 있나?〉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의 피해 여파를 가장 혹독하게 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잘 헤아린 보도였으며 장애인들의 처절한 현장을 현실감있는 언어를 통해 가감 없이 전달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공로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