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각종 중대재해 사건들을 취재하면서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산재를 목격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노동 현장의 1차 피해자, 그리고 ‘사고, 사망’에만 초점을 두는 정책 방향이 빈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산재를 목격하거나 알게 된 2차 피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 문제를 들여다보게 된 경위입니다. 지난해 10월15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SPC 자회사 에스피엘(SPL)이 사망사고 당일 밤부터 노동자를 업무에 투입한 것은 ‘생존 노동자 트라우마’ 기획을 하는 확실한 이유가 됐습니다.
취재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3개월여 동안 진행됐습니다.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도 찾았습니다.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분석하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산재 트라우마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만나 자문을 구했습니다.
취재 대상을 정하는 작업부터 전문가와 의논했습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상임활동가,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 조언을 거쳐 ‘사망뿐만 아니라 부상이나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가 겪는 트라우마’ 문제를 충분히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떠한 유형의 산재든 일터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담기 위해 취재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에 따라 한 사업장에서 동료가 다치는 장면을 두 번이나 목격한 전남 장성군 골판지 제조업체 소속 노동자, 동료가 사망한 것을 목격한 현대위아와 삼성중공업 사업장의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SPL 공장에서 동료가 사망한 사실을 전해 들은 노동자, 사람이 다치진 않았지만 사고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를 호소한 경남 창원 마창대교 톨게이트 노동자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골판지 제조업체의 경우 노조 도움을 받아 사업장에도 잠입해 산재 이후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설문조사는 참고할 통계 데이터가 없어 진행하게 됐습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시도했던 적이 있었는데 질문 항목이 너무 많고, 응답자들이 트라우마를 다시 상기해야 하는 어려움 등 때문에 무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산재 트라우마를 연구하고 직업트라우마센터 설립에 기여한 양선희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부교수 도움을 받아 설문 항목을 구성했습니다. 질문은 30개로 압축해 만들고, 사전에 교류한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을 통해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에 설문을 요청했습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12월9일, 12월19일부터 올해 1월4일까지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사업장은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IMC,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 한국철도공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등으로 총 124명이 답했습니다.
설문지 답변을 엑셀로 분석했고, 2차로 양 부교수와 이 활동가, 최명선 민주노총 노안실장, 조사 응답 사업장 노조 등에 공유하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분석을 통해 10명 중 7명(74.2%)이 트라우마 증상이 있고, 산재에 간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산재자와 다른 라인에서 일하는 관계에서도 충분히 트라우마를 경험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산재에 노출된 지 5년 가까이 흘러도 10명 중 7명(72.3%)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점도 드러났는데, 전문가들은 “의미있는 발견”이라고 꼽았습니다. 사업주의 미흡한 산재 예방조치로 남겨진 노동자들이 죄책감과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트라우마 증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가장 많이 보인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2017년 삼성중공업 중대재해를 계기로 정부는 산재 트라우마를 지원하겠다며 직업트라우마센터를 세웠습니다. 2018년 대구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현재 13개가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생존 노동자 대부분은 센터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센터를 알고 있는 노동자가 10명 중 3명(26.8%)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센터의 열악한 운영현황 문제도 찾아내 보도했습니다. 올해로 센터 운영이 6년째가 됐는데 1개소당 운영비가 1억2000만원으로 동결이고, 비정규직 신분의 심리상담사 2명도 인력증원 없이 그대로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밖에 산재를 목격한 이주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관리는 더 열악하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2월2일자 온라인으로만 반영). 최근 정부는 외국인력을 확대하겠다는 조치를 내놨는데, 정작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관련기사
(상-①) 끼이고 떨어지고…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지옥 됐다” (1월27일)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1270600031
(하-②)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멍’…사회 관심은 어디까지 왔나 (2월2일)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2020600021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생존 노동자 중 삼성중공업을 제외하고, 개별 요청에 따라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가명 처리한 노동자들은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거나 복귀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취재원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사업장은 실명 처리했습니다. 전남 장성군 골판지 제조업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노조 도움을 받았어도 사업장에 잠입해 내부를 촬영했기 때문으로, 추후 사측에서 노조원들에게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제보자들은 이은주 활동가를 통해 소개받거나 자체 발굴해 취재했으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직접 현장 취재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산재 생존 노동자 트라우마에 대한 보도는 앞서 일부 있었는데, 주로 사례자 이야기에 집중한 보도들이었습니다. 또 사망사고가 난 산재에 집중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경향신문은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이를 목격하거나 알게 된 노동자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생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획 시작 단계부터 생존 노동자의 개념도 세분화했습니다. 다양한 산재유형에서 경험한 트라우마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어떠한 산재든 관계없이 트라우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보도한 부분이 차별점입니다.
기획기사 1회는 페이스북에서 노동과 문화, 언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활발히 공유하며 관심을 가졌습니다. 보도 이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로부터 “정말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관심 갖지 않는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의 하루를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응하기로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각종 사회 재난·재해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거쳐 지난해 이태원 참사에서도 트라우마 치료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해 산재는 대부분 묻히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다수 사망사고는 재해자가 1~2명으로 소수이다보니 규모면에서 국가적인 사회 재난·재해와 비교해 조명을 덜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기획보도는 생존 노동자 트라우마에 대한 정부 지원, 사회적 지지와 인식개선 등 다양한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보도 이후 취재 당사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번 기사로 많은 이들이 산재 트라우마와 관련한 생각과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사자가 위로받고 말할 용기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생존 노동자 트라우마에 대한 보호망을 이야기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산업안전공단도 “이번 보도가 앞으로 공단의 운영 방향에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민주노총은 정신건강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법제화 필요성을 담은 토론회 개최를 고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법제화 부분을 함께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전남 노동권익센터는 오늘(7일) 열린 ‘전라남도 외국인 노동자 보호 및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산재 목격 이주노동자들의 트라우마 보도를 자료로 사용했습니다. 이외에 이번 설문조사를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노동단체와 의논 중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당사자 목소리를 꼼꼼히 담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해 질적으로 깊이 있는 보도를 했다는 자체평가가 있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9회 전체 총평
38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53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달에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정치, 사회)에서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모두 13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MBN의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와 KBS의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 조선일보의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 등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는 강추위가 매섭던 날 막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쫓겨난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해 국민들의 공분을 끌어냈다. 특히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일부 경찰관이 할머니를 회유한 정황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보도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찰관의 모호한 직무 범위와 보호조치 대상의 적절성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는 각종 공공데이터를 입수해 빌라왕의 배후 세력을 추적해 그 실체를 드러내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정가 부풀리기’가 배후 세력의 핵심 수익원이라는 점을 밝혀내고, 주택 가격 산정 시 외부 감정평가액을 우선 적용하는 현장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도했다는 데 심사위원들 다수가 공감했다.
조선일보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P-73) 침투 가능성과 관련해 언론들이 개연성을 제기한 분석과 예측 보도를 많이 쏟아내는 가운데 군이 사후 검열로 P-73 침투를 알게 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군이 P-73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사실을 공개 시인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는 조선일보 <‘삼성-TSMC 경쟁력 비교’ 시리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삼성과 대만 TSMC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식 취재를 거부하는 TSMC를 찾아가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인근 식당 주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취재한 발품과 각종 반도체 연구논문 분석,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완성도를 높인 점이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모두 9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2023 공장을 떠나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장 안에서 자신의 가치와 중요성을 잃어버린 채 떠나는 60대 노동자와 20대 노동자 모습을 교차하면서 이들이 놓인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함께 드러내는 방식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범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 경제성장의 명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무단침입’ 서슴지 않는 한국전력 수상한 단속> 보도가 수상했다. 한전의 약관을 무시한 저온창고 단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문제가 한전의 경영악화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1년 만에 6.1배 증가한 점, 농민에겐 엄격하고 대기업에는 관대한 차별적 단속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서울신문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최강 한파의 날씨를 보인 날,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아파트(빨간색)와 쪽방촌(파란색)의 건물 외벽 온도를 극명하게 대비한 사진 보도였다. 시의적절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데 심사위원들 대다수가 공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랴부랴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달 출품작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품을 많이 판 노작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