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너무 억울해요” 어눌한 말투의 할머니의 전화 한 통으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마지막 기차를 놓쳐 길에서 떨다가 부산역 인근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는데 노숙인처럼 쫓겨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지구대에 확인했지만, 경찰은 “무슨 큰일 날 소리냐”며 펄쩍 뛰었습니다. 한마디로 애매했습니다. 사건이 접수된 게 아니다 보니 관련 기록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증거인 CCTV를 확보하기까지 꼬박 한 달 반이 걸렸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보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구대 CCTV는 애초 열람조차 불가했습니다. 취재진의 정보공개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경찰관이 한파 속에 추위에 떨던 할머니를 지구대로 모셔와 보호해준 미담으로 알려졌다면 어땠을까? 그동안 관행에 비춰보면 경찰이 먼저 CCTV 영상을 그것도 친절하게 모자이크까지 해서 제공했을지도 모릅니다. 취재진은 마지막 수단으로 당사자인 할머니를 통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고소장도 함께 접수했습니다. 다행히 청구는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또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CCTV를 받아보려면 영상 속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듣고는 할머니가 돌연 청구를 포기하려 했던 것입니다. 취재진은 모자이크 비용을 대신 내주기로 하고 정보공개청구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경찰서에서 모자이크 업체로 넘어간 CCTV 원본은 작업 후 다시 경찰서에 전달됐습니다. 경찰은 편집된 영상을 USB에 담아 할머니 서울 자택으로 보냈고, 할머니는 다시 MBN 부산취재본부로 USB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CCTV 속 경찰관의 행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음성이 녹음돼 있진 않았지만, 경찰관의 부적절한 대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관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애초 경찰관은 신고 출동이 많은 곳이고 할머니가 직원들에게 계속 시비를 걸어 불가피하게 내보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CCTV 영상 전체를 분석했더니 할머니가 머문 45분 동안 다른 민원인 1명이 잠시 다녀갔고, 그 외에는 한산했습니다. 시비를 걸었다는 할머니도 물 마시러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난 게 전부였습니다.
해당 CCTV 영상이 MBN을 통해 처음 공개되자 국민적 공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지구대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그런데 경찰관의 대처가 또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화가 나서 전화를 했다”는 시민들의 항의에 경찰관은 “그럼 계속 화내세요”라며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경찰관이 할머니를 회유하고 제 식구를 감싸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CCTV 담당자는 할머니에게 영상을 보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걸 계속 언급하며 정보공개청구를 포기하게 유도한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당시 구체적인 비용을 얘기하진 않았지만, 몇백만 원이 드니 대신 사과를 받아달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실제 취재진이 모자이크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지급한 돈은 26만 1,800원이었습니다. 몇백은커녕 30만 원도 안 들었습니다. 취재진의 노력이 없었다면 자칫 이번 일이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고소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도 수사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MBN이 CCTV를 공개하기 전까지 담당 수사관은 CCTV를 확보하지도 않았습니다. 사건이 이첩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고소장 서류도 다 읽어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뒤늦게 경찰관은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머니가 지구대의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었다며 결과적으로 규정이나 지침을 어긴 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해당 규정에는 보호조치 대상이 정신착란이나 주취자, 미아, 병자, 부상자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2년 전 경찰청이 발간한 ‘보호조치 업무 매뉴얼’을 어렵게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여기에도 이번 할머니 같은 경우에는 별다른 대처 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관이 놓친 게 있었습니다. ‘한파’라는 특수한 상황과 70대의 ‘고령’ 이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한파도 자연재난에 포함됐습니다. 사실상 사회적 약자인 70대 할머니는 재난 상황에서도 민생치안의 최일선인 지구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셈입니다. 취재진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2조에 경찰관 직무 범위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로 규정된 걸 근거로 당시 지구대가 자신들의 직무 범위를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대처했다는 점을 강하게 꼬집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MBN 보도 이후 신문, 방송, 통신 가릴 것 없이 140여 건의 인용 보도(목록 별첨)가 나왔습니다. 각 방송사 시사프로그램도 MBN 보도 영상을 대거 다뤘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기사가 퍼져나갔습니다. CCTV가 공개된 첫날에는 해당 기사 유튜브 조회 수가 12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누적 조회 수는 무려 17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단일 리포트 기사로는 극히 이례적인 기록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구대 관할 경찰서인 부산 동부경찰서는 MBN 보도 직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해당 민원인은 물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사안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시민단체는 재난 한파에 사회적 약자인 할머니를 쫓아낸 건 직무유기라며 해당 지구대 경찰관은 물론 부산 동부경찰서장과 부산경찰청장까지 함께 고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보도는 경찰관의 모호한 직무 범위와 보호조치 대상의 적절성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가 됐습니다. MBN 보도 이후 그동안 묻혀 있던 ‘주취자 방치 사망’ 등 경찰관의 보호조치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이 속속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큰 사건 사고도 아니었지만, 국민적 공분이 분출된 건 다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 누구나 위험이나 위급 상황에선 가장 먼저 112나 119를 떠올립니다. 그중에서도 파출소나 지구대는 힘없는 사람에게 그야말로 민중의 지팡이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어쩌면 묻힐 수도 있었던 이번 사건은 시행 2년째를 맞은 자치경찰제에도 경종을 울렸다고 자평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② 기존 출품작을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출품 이유와 보완 내용을 아래 적어주시기 바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품부문을 변경하여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감점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취재후기
(389회)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 MBN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MBN 박상호 기자
“경찰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추위에 떨다 몸을 녹이러 찾아간 지구대에서 쫓겨난 할머니의 긴 한숨 속에 섞여 나온 말입니다. 억울하게 쫓겨나 한파에 내몰렸지만, 할머니가 원한 건 해당 경찰관의 처벌도 징계도 아닌 경찰의 작은 변화였습니다. 인권 경찰을 바라는 거창한 바람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할머니가 쫓겨난 날은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 따뜻한 남쪽 부산도 영하권 날씨였습니다. 만약 할머니가 그날 저체온증으로 불의의 사고라도 당했다면 어땠을까요? 할머니의 이전 행적을 역추적해도 지구대 경찰관들이 한 부적절한 행동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취재진마저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사회적 약자인 할머니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갈까요? 항상 약자 편에 서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구대 CCTV를 확보하기까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걸렸지만, 취재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구대에서 쫓겨난 할머니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그야말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대형사건 사고 못지않은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주민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 절반 이상은 제도를 모르거나 변화를 못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번 기사가 인권 경찰을 표방하는 경찰에 작지만 큰 울림이 되었길 마지막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89회 전체 총평
38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53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달에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정치, 사회)에서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모두 13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MBN의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와 KBS의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 조선일보의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 등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는 강추위가 매섭던 날 막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쫓겨난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해 국민들의 공분을 끌어냈다. 특히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일부 경찰관이 할머니를 회유한 정황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보도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찰관의 모호한 직무 범위와 보호조치 대상의 적절성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는 각종 공공데이터를 입수해 빌라왕의 배후 세력을 추적해 그 실체를 드러내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정가 부풀리기’가 배후 세력의 핵심 수익원이라는 점을 밝혀내고, 주택 가격 산정 시 외부 감정평가액을 우선 적용하는 현장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도했다는 데 심사위원들 다수가 공감했다.
조선일보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P-73) 침투 가능성과 관련해 언론들이 개연성을 제기한 분석과 예측 보도를 많이 쏟아내는 가운데 군이 사후 검열로 P-73 침투를 알게 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군이 P-73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사실을 공개 시인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는 조선일보 <‘삼성-TSMC 경쟁력 비교’ 시리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삼성과 대만 TSMC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식 취재를 거부하는 TSMC를 찾아가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인근 식당 주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취재한 발품과 각종 반도체 연구논문 분석,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완성도를 높인 점이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모두 9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2023 공장을 떠나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장 안에서 자신의 가치와 중요성을 잃어버린 채 떠나는 60대 노동자와 20대 노동자 모습을 교차하면서 이들이 놓인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함께 드러내는 방식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범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 경제성장의 명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무단침입’ 서슴지 않는 한국전력 수상한 단속> 보도가 수상했다. 한전의 약관을 무시한 저온창고 단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문제가 한전의 경영악화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1년 만에 6.1배 증가한 점, 농민에겐 엄격하고 대기업에는 관대한 차별적 단속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서울신문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최강 한파의 날씨를 보인 날,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아파트(빨간색)와 쪽방촌(파란색)의 건물 외벽 온도를 극명하게 대비한 사진 보도였다. 시의적절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데 심사위원들 대다수가 공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랴부랴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달 출품작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품을 많이 판 노작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