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빌라왕', '청년빌라왕', '빌라의신', '건축왕'. 전세사기 일당들의 별명입니다. 누군가의 목돈을 가로채고,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망가뜨리는 전세사기는 ‘경제 살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런 범죄는 부동산 시세가 고공행진하면서 내 집 마련에 마음이 급했던 사회초년생들과 서민들을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대다수 언론들은 ‘왕’과 ‘신’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 개인이 어떻게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그 기이한 현상을 조명했습니다. 그러나 왕과 신들은 사실 바지 사장일 뿐입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바지 사장 뒤에 숨은 일당을 드러내야 했습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전세사기의 프로세스의 한가운데로 들어갔습니다. 전세사기의 시작과 과정, 끝을 알기 위해서는 ‘내부자’가 돼야 했습니다. 그래서 언론사에서 최초로 바지 집주인들의 명의를 컨설팅 업체에 넘기는 ‘토스 실장’으로 취업해 전세사기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토스 실장으로 마주한 전세사기의 속살은 더욱 악랄했습니다. 토스 실장에게 사람의 이름이란 돈을 버는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전세사기 일당들은 막판까지 피해자들을 ‘털어먹고’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결과로 변제능력이 없어 경매에 넘어간 집들까지 '깔세(선 월세)'로 내놓아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일당으로부터 깔세 세입자를 구해달라며 수수료를 제안 받았다고 밝힌 서울·경기·인천의 '매물 명단'도 단독 입수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무주택자 명의는 한 건당 150만 원이야. 손님한테 80만 원 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가져가면 돼."
취재진이 취업한 컨설팅 업체 팀장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급전', '채무 탕감' 등 유혹의 문구를 내세워 신용불량자, 노숙인,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명의를 '사냥'해왔습니다. 실제로 바지 사장 구인공고 글을 SNS에 뿌리자, 채 10분이 안돼서 "돈이 급하다"며 한 남성이 걸려들었습니다. 또 다른 남성은 "신용불량자도 가능하나요?"하며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애들은 주로 토토나 도박울 하는 애들이고 갈 때까지 간 애들이야. 나중 일은 생각하지 않는 애들이지."
토스 실장이 잠입한 취재진에 교육한 내용입니다. 업체 팀장은 사채업자를 통해서도 바지사장 명의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사냥하는 일에 이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업체는 교육 과정에서 "전혀 불법이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경찰이 전세사기 단속을 하고 있다"며 당분간 계약을 피한다고 안내했습니다. 또 간판도 없던 이 업체는 오전까지 온라인에서 '부동산컨설팅' 업체로 검색되다가 반나절 만에 폐업 소식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빌라왕 섭외 '토스실장'의 비밀…직접 취업해보니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3729963
또 취재진은 전세사기 일당들이 주로 활동했던 서울·인천·경기 지역을 탐문해 일명 '깔세 명단'을 단독 확보했습니다. 깔세란 보증금 없이 임차기간만큼의 월세를 한번에 선지급하는 임대차 계약으로 흔히 말하는 사글세를 얕잡아 이르는 부동산 업계 은어입니다. 주로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맺는 임대차 계약의 방식입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깔세 명단은 사실상 ‘사냥감 명단’으로, 전세사기 일당 사이에 공유되는 자료였습니다. 서울·경기·인천 등에 있는 50여 채의 신축 빌라·오피스텔의 주소와 계약 만기일, 보증금 등이 상세히 적혀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등기부등본 등을 조사해 파악해본 결과 특정 부동산 개발·임대·컨설팅 업체 혹은 개인이 각각 30여채가 넘는 매물을 소유하고, 범죄 수법과 사후 대처 과정 등도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실상 흩어져 활동하는 전세사기 일당들은 사실상 거대한 시스템처럼 작용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 명단을 보낸 사람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빌라 100여채를 소유하고 있다며 경매에 넘어갔거나 경매에 넘어갈 위험이 있는 매물을 명단으로 정리해 부동산 컨설팅업체나 공인중개사 등에 암암리에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급매 혹은 깔세 등 계약을 진행해주는 대가로 200만~500여만 원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깔세를 이용한 사각지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매 개시가 결정된 등기에 보증금을 걸어 들어서는 것은 알지 못했다. 이 경우 대항력이 없어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위험한 행동“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경찰 집중단속 비웃는 '깔세'…막판까지 털어먹는 '전세사기'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3730110
취재진은 현장에서 취재한 정보의 조각들을 모아 전세사기의 민낯을 선명하게 그렸습니다. 바지 사장의 명의를 사냥하는 컨설팅 업체, 또 세입자를 전세사기 매물로 연결시키는 부동산 중개업자 등 실제로 '전세사기 판'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의 검은 계획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중개업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부동산 전용 앱을 통해 전세사기 위험도가 높은 매물이 소개되는 방식과 중개했을 때 업자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수천만 원 수준이라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사 : 무소불위 컨설팅 조직범죄…바지사장·중개사·세입자 '장기판의 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730034?sid=102
취재진은 범죄의 실체를 드러낸 이후 피해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전세사기 일당들의 눈에는 그저 돈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피해자들은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청년들이자 우리의 이웃이었고,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특히 유일한 20대 여성 청년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빌라왕' 송모씨는 그간 드러난 바가 별로 없었는데, 이 송씨의 주거지부터 송씨와 만난 피해자 및 지역 주민 등 그의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며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초만 해도 명품을 휘감고 다니던 그가 중순이 넘어가면서 '12시간 교대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바지 주인의 말로를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청년빌라왕', '건축왕' 등 수많은 별명으로 불려 독자들이 헷갈리기 쉬운 전세사기 주요 일당들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접근성도 높였습니다.
※관련 기사 : 사망해도 계속 생겨나는 전국 '빌라왕'…배후, 뿌리를 뽑아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730209?sid=102
끝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수년 전부터 경고음이 울렸지만 방치한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공시가격 150%에 이르는 전세보증보험 제도가 '깡통전세'를 설계하는 데 일조했음을 지적했습니다.
※관련 기사 : 막막한 설 보낸 전세사기 피해자들…"빌라왕 활개, 정부는 뭐했나"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3730356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전세사기 구조 속에 등장하는 모든 관계인을 두루 접촉했습니다. 모든 취재는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었고 이해관계자들의 말을 직접 들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모든 취재 과정에 관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기존 전세사기를 다룬 보도는 있었지만, '토스 실장 잠입 취재', '전세사기 매물 깔세 명단' 등은 선행보도가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가장 인상 깊고 감사하게 느껴졌던 보도의 영향은 CBS노컷뉴스가 다룬 ‘깔세’에 살고 있는 세입자나 ‘청년빌리왕’ 송씨의 세입자들이 위험을 인지하고 관련 대응에 나서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 대책 채팅방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등 피해자들 간 연대의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전세사기 일당, 컨설팅 업체, 중개사무소, 바지집주인, 세입자 등 끊임없이 만나고 접촉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받지 않았습니다. 전세사기 일당 남모씨 측에서 “자신들을 '건축왕'이라며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고 언론중재위원회 신청을 했으나, 보도의 사실 관계 등에서 지적된 부분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9회 전체 총평
38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53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달에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정치, 사회)에서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모두 13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MBN의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와 KBS의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 조선일보의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 등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는 강추위가 매섭던 날 막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쫓겨난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해 국민들의 공분을 끌어냈다. 특히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일부 경찰관이 할머니를 회유한 정황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보도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찰관의 모호한 직무 범위와 보호조치 대상의 적절성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는 각종 공공데이터를 입수해 빌라왕의 배후 세력을 추적해 그 실체를 드러내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정가 부풀리기’가 배후 세력의 핵심 수익원이라는 점을 밝혀내고, 주택 가격 산정 시 외부 감정평가액을 우선 적용하는 현장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도했다는 데 심사위원들 다수가 공감했다.
조선일보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P-73) 침투 가능성과 관련해 언론들이 개연성을 제기한 분석과 예측 보도를 많이 쏟아내는 가운데 군이 사후 검열로 P-73 침투를 알게 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군이 P-73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사실을 공개 시인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는 조선일보 <‘삼성-TSMC 경쟁력 비교’ 시리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삼성과 대만 TSMC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식 취재를 거부하는 TSMC를 찾아가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인근 식당 주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취재한 발품과 각종 반도체 연구논문 분석,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완성도를 높인 점이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모두 9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2023 공장을 떠나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장 안에서 자신의 가치와 중요성을 잃어버린 채 떠나는 60대 노동자와 20대 노동자 모습을 교차하면서 이들이 놓인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함께 드러내는 방식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범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 경제성장의 명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무단침입’ 서슴지 않는 한국전력 수상한 단속> 보도가 수상했다. 한전의 약관을 무시한 저온창고 단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문제가 한전의 경영악화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1년 만에 6.1배 증가한 점, 농민에겐 엄격하고 대기업에는 관대한 차별적 단속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서울신문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최강 한파의 날씨를 보인 날,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아파트(빨간색)와 쪽방촌(파란색)의 건물 외벽 온도를 극명하게 대비한 사진 보도였다. 시의적절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데 심사위원들 대다수가 공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랴부랴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달 출품작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품을 많이 판 노작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