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이른바 ‘빌라왕(악성임대인)은 어떻게 홀로 수백 채씩의 빌라를 굴린 걸까. 누군가의 조직적인 도움은 없었을까. 빌라왕이 잇따라 숨지면서, 갖은 의혹이 쏟아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빌라왕 막후에서 움직였을지 모를 ‘배후’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그 실체를 입증한 적은 없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우선 ‘배후 규명’을 목표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무렵입니다.
출발은 공공데이터였습니다. 그간 탐사보도부가 축적하고 있던 데이터가 추적에 힘을 보탰습니다. 국토부 공공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한 ‘다주택자 현황 자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악성임대인 명단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빌라왕’ 존재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SNS 대화방을 통해 피해자들을 접촉하고, 직접 빌라왕들 보유 주택을 탐문했습니다. 동시에 등기부등본을 계속해서 떼어가며, 빌라왕들이 개별 주택을 매매한 시점과 과정을 일일이 분석했습니다.
확인된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일부 빌라는 빌라왕 사망 이후에도 거래된 것입니다. 하나의 빌라를 숨진 빌라왕 두 명이 나눠 소유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빌라왕들을 돕는 하나의 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설’로만 떠돌던 빌라왕 배후가 실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순간이었습니다. (12월 29일 보도).
이후 KBS 탐사보도부는 1월 초 ‘전세 사기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빌라왕 배후 규명을 위한 본격 취재에 돌입했습니다. 실마리는 역시, 빌라왕 사망 뒤에도 이어진 주택 매매였습니다. 그 의문의 거래를 ‘대리’한 인물들을 탐문 취재했습니다. 화곡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피해자와 공인중개사들을 만났습니다.
그 결과 취재진은 의문의 인물을 3명으로 좁혔습니다. 숨진 빌라왕이 써준 위임장을 들고 다니며, 대신 계약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이상한 점은, 그들이 모두 ‘J부동산’ 명함을 들고 다녔다는 점입니다. 이 부동산은 전세 사기를 설계하는 컨설팅 업체였습니다. 이곳 대표가 바로 숨진 빌라왕 배후로 지목된 신 모 씨였습니다.
취재진이 신 씨에 대한 추적망을 점차 좁혀 나가자, 사기조직의 한 내부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의 증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제주에서 숨진 빌라왕 정 모씨는 신 씨가 관리하던 빌라왕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또 바른 빌라왕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취재진은 사기 조직의 활동을 규명할 근거와 증언을 추가로 입수했습니다. 그 결과, 신 씨는 모두 빌라왕 7명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연속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보도에서, 취재진은 빌라왕 배후 세력의 실체를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1월 5일 보도). 1월 5일 보도 직후, 신 씨에 대한 경찰 수사도 시작됐습니다.
취재진은 빌라왕 배후 신 씨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적의 고삐를 당겼습니다. 신 씨는 불과 2~3년 만에 모두 3천 채가 넘는 빌라를 굴리게 됐습니다. 그가 대규모 전세 사기를 꾸밀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다음 과제였습니다.
실마리는 ‘신 씨의 SNS 대화록’에 있었습니다. ‘신 씨는 전세보증보험이라는 제도의 어떤 허점을 파고 들었는가?’ 취재진은 신 씨가 직원들과 공모한 SNS 대화록을 분석하며, 끊임없이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갔습니다. 부동산 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복수의 전문가들과 수 시간씩 회의를 이어가며 SNS 대화록을 분석했습니다.
그 답은 바로 ‘감정가 부풀리기(이른바, 업 감정)’였습니다. 감정가를 부풀릴수록 이들이 가로채는 리베이트도 커졌습니다. 이런 구조는 그들에게 불법 수익을 안기는 오래된 법칙처럼 여겨졌습니다.
허점은 HUG가 주택 시세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내부규정에 있었습니다. ‘공시지가’나 ‘1년 내 매매가’ 보다 외부 감정평가액을 최우선 적용 하다 보니, ‘감정가 부풀리기’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외부 감정 평가사를 통해 감정가를 뻥튀기하고 뻥튀기된 만큼 전세 사기 일당이 빼내 가는 악순환이 고착화돼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이후, 감정가 부풀리기가 배후 조직의 핵심 수익원이란 점, ‘업 감정’ 관행 및 주택 가격 산정 시 외부 감정평가액 우선 적용에 대한 개선 없이는 빌라 전세 사기 근절이 요원할 것이라는 점을 다양한 현장 취재와 업계 내부자들 목소리를 통해 추적 고발했습니다(1월 25일, 27일 보도).
빌라왕이 숨진 뒤에도 벌어진 의문의 주택 매매, 취재진은 이 작은 실마리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올바른 해법이 나올 때까지 한 달 간 끝까지 추적 취재했습니다. 취재진은 지금도 우리 정부와 수사기관이 ‘전세 사기’의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고 뒷북 대응을 한 이유에 대해 탐사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 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의 상당성 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빌라왕 배후 세력인 부동산 컨설팅 회사의 실체를 규명한 첫 보도입니다. 신 씨의 존재 및 신 씨 업체의 구조 및 역할 등 특별 취재팀 보도 내용은, 신 씨가 구속된 뒤 경찰 發 기사로 쏟아졌습니다. 경찰의 수사 내용은 취재팀이 앞서 보도한 내용과 일치했습니다.
취재팀은 신 씨가 운영한 ‘사기 조직’의 감정가(집값) 부풀리기 관행을 구체적으로 폭로했습니다. 전세 사기를 가능케 했던 핵심 구조가 감정가 부풀리기에 있다는 사실은 이번 KBS 보도를 통해 처음 드러났습니다. 특히 빌라왕 배후 세력 내부자 입을 통해 생생히 고발됐단 점에서 보도의 차별성이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신 씨에 대한 KBS 단독 고발 보도(1월 5일)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신 씨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신 씨는 지난달 구속돼 2월 7일 현재 재판에 남겨졌습니다. 빌라왕을 거느린 전세 사기 배후 조직의 총책이 구속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경찰은 업(up) 감정을 청탁한 컨설팅 회사, 감정평가사, 컨설팅 회사와 감정평가사를 연결해주는 브로커 등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습니다.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점 역시 이번 보도의 성과입니다. 취재팀이 전세 사기 일당의 핵심 수익원으로 수차례 지적했던 감정가 부풀리기 관행에 대한 대책은 이달 초 발표된 국토부 ‘범정부 전세 사기 대책’에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습니다.
국토부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에 필요한 주택 가격 산정 시, 외부 감정평가액 최우선 적용 지침을 전면 수정해 외부 감정평가액을 후순위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감정평가사의 자격 취소 기준을 확대 적용해, 시세보다 과도하게 높은 감정평가가 암암리에 이뤄지던 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외부 감평액 우선 적용제의 허점, 주먹구구 감정평가 관행 모두 KBS가 빌라왕 전세 사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했던 내용들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이번 보도는 사소한 실마리도 놓치지 않는 근성과 끈질긴 현장 취재의 결과라고 자평합니다. 취재진의 보도로, 경찰의 진실 규명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취재팀의 지적을 대거 수용한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울러 취재진은 언론윤리강령을 어긴 바 없습니다. 특히 취재팀은 집중적으로 고발한 신 씨 일당의 반론권 확보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 씨는 물론, 측근으로 알려진 직원, 수행 직원 등에게도 연락해 KBS의 취재 사실을 알리고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신 씨의 한 측근은 KBS 단독 보도 이후 자발적으로 취재진에 본인 입장을 밝혀왔고, 해당 내용은 추후 보도를 통해 충실히 반영됐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89회)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KBS 송수진 기자
KBS 전세 사기 특별취재팀의 ‘빌라왕(악성임대인)’ 보도는 ‘빌라왕 배후 조직’의 실체를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규명했습니다. 배후 조직 내부자 단독 인터뷰와 조직 총책인 신모씨의 SNS 대화록 입수를 통해 가능했는데, KBS 보도 뒤 신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신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범정부 종합 대책에 KBS가 배후 조직의 핵심 수익원으로 지목한 ‘감정가 부풀리기(이른바, 업 감정)’ 방지 대책을 대거 포함 시켰습니다. 지난해 12월29일에 첫 보도가 나간 뒤 2월 초까지 관련 보도가 이어졌으니 한 달 하고도 보름 동안의 취재 기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성과 같습니다. 공익을 위해 복무한다는 저널리즘의 제1원칙에도 충실하지 않았나 자평합니다.
이번 보도가 가능했던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신속한 특별취재팀 구성입니다. 탐사보도부가 주축이었는데 국토부 기자, 서울청 금융수사대 담당 기자가 합류해 취재에 속도가 더 붙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핵심 데이터가 이미 확보돼 있었단 점입니다.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 현황, 주택보증공사 악성 임대인 명단 등을 보도 시작 시점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2년 전, ‘세 모녀 사건’ 당시 확보해 뒀던 자료들이었습니다. 덕분에 현장 취재에 신속히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좋은 보도는 당장 1초 뒤가 마감인 듯 절박하게 내리는 신속한 판단과 1년 뒤에 또 이 취재를 할지 모른다는 장기적인 시선 끝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좋은 보도를 위해 더 애쓰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9회 전체 총평
38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53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달에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정치, 사회)에서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모두 13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MBN의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와 KBS의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 조선일보의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 등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는 강추위가 매섭던 날 막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쫓겨난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해 국민들의 공분을 끌어냈다. 특히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일부 경찰관이 할머니를 회유한 정황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보도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찰관의 모호한 직무 범위와 보호조치 대상의 적절성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는 각종 공공데이터를 입수해 빌라왕의 배후 세력을 추적해 그 실체를 드러내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정가 부풀리기’가 배후 세력의 핵심 수익원이라는 점을 밝혀내고, 주택 가격 산정 시 외부 감정평가액을 우선 적용하는 현장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도했다는 데 심사위원들 다수가 공감했다.
조선일보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P-73) 침투 가능성과 관련해 언론들이 개연성을 제기한 분석과 예측 보도를 많이 쏟아내는 가운데 군이 사후 검열로 P-73 침투를 알게 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군이 P-73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사실을 공개 시인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는 조선일보 <‘삼성-TSMC 경쟁력 비교’ 시리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삼성과 대만 TSMC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식 취재를 거부하는 TSMC를 찾아가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인근 식당 주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취재한 발품과 각종 반도체 연구논문 분석,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완성도를 높인 점이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모두 9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2023 공장을 떠나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장 안에서 자신의 가치와 중요성을 잃어버린 채 떠나는 60대 노동자와 20대 노동자 모습을 교차하면서 이들이 놓인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함께 드러내는 방식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범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 경제성장의 명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무단침입’ 서슴지 않는 한국전력 수상한 단속> 보도가 수상했다. 한전의 약관을 무시한 저온창고 단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문제가 한전의 경영악화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1년 만에 6.1배 증가한 점, 농민에겐 엄격하고 대기업에는 관대한 차별적 단속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서울신문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최강 한파의 날씨를 보인 날,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아파트(빨간색)와 쪽방촌(파란색)의 건물 외벽 온도를 극명하게 대비한 사진 보도였다. 시의적절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데 심사위원들 대다수가 공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랴부랴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달 출품작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품을 많이 판 노작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