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ㅇ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지인능욕’이 아닙니다
언론에 알려진 지 5년이 지났지만, 온라인상의 다양한 성범죄와 함께 진화하는 ‘지인능욕’을 포괄해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습니다. 이른바 ‘딥페이크’ 법은 ‘합성’에 관한 영역만 처벌 가능합니다. 단순 사진을 두고 모욕하며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실제로 연락하는 괴롭힘 행위에 대해선 처벌법도 없는 상황입니다. 관련해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이 2년,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법안 준비는 반년이 지나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습니다.
피해는 구제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 회복 지원 기관인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도 삭제 지원은 미비합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플랫폼에 신고를 한다 해도, 절차는 쉽지 않고 온전한 삭제가 이뤄지지 않아 ‘2차 피해’를 입으며 자포자기 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우리 사회는 가해자에게 관대합니다. 음화제조, 모욕죄 등 어렵게 처벌법을 모아 가해자가 정식으로 재판에 넘겨져도, 처벌 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40여 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 비율은 절반, 감형 사유는 ‘초범’, ‘어린 나이’ 등이었습니다. 검거에서 처벌까지, 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KBS는 그동안 언론도 법조계도 ‘딥페이크’ 범죄 문제로만 좁게 인식해왔던 ‘지인능욕’ 문제를 더 넓은 의미로 규정하고, 이 문제점을 최초로 기획해 보도했습니다. ‘영상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상의 언어폭력과 현실 폭력을 넘나드는 넓은 범위의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를 ‘범죄’로 문제의식을 환기하기 위해 언어부터 바꿨습니다. 인터넷에 신상 정보를 퍼트려 누구든 ‘묻지마’식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이를 범죄로 규정한 법조항도 없고 사회적 인식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오랜 시간 10대들 사이에서 문제의식 없이 가볍게 쓰여온 ‘지인능욕’이란 단어에서, 무거운 성범죄라는 점을 지적하는 ‘능욕 성범죄’라는 단어를 발굴한 이유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묻지마 능욕'에 당한 선생님…가해자는 제자들이었다
5년 차 교사 A 씨는 최근 난데없이 능욕성범죄 피해를 입었습니다. 트위터에 A 씨 사진과 이름, '00중 교사'라는 신상정보가 게시됐는데, 이어서 불법촬영된 치마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보도할 수 없는 정도의 심각한 성적 모욕 글이 이어졌습니다.
A 씨는 이 글을 가장 먼저 올린 계정 주인에게 접근해, 피해자인 것을 숨기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정 주인, 즉 가해자가 A 씨 학교 재학생임을 알게 됐습니다. 가해자는 A 씨에게 “다른 사진을 가져오면 지인 능욕 텔레그램방에 초대해주겠다”는 제안까지 해왔습니다.
이런 가해자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단순히 지인이라는 이유로 선생님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습니다. 취재진이 찾아보니, 어렵지 않게 '선생 도촬방' 같은 텔레그램방이나 트위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교사 피해자가 더 있다는 것,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해자들 텔레그램 방에서 ‘문화상품권’을 받고, 또다른 불법 촬영물을 거래하기도 했습니다.
교사뿐 아니었습니다. 10대 친구들이나 심지어 부모의 정보의 사진을 올려두고 ‘능욕해달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 신고해도 "불법 촬영된 치마 가져와라“
그러나 이런 범죄, 가해자를 찾고 법적 처벌을 하기까지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A 씨는 경찰을 찾았지만 여성청소년과에서는 "찍힌 치마 사진이 본인 치마라는 것을 입증해라, 아니면 사이버과로 가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에 사이버과로 갔더니 A 씨는, “트위터가 외국 회사라 잡기 어렵기 때문에 가해자를 직접 좀 더 특정해오라”는 다른 답을 얻었습니다. 사건 접수조차 어려운 건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텔레그램이라 잡기 어렵다“는 답변에 아예 사건 접수를 포기했습니다.
법조항 자체도 문제입니다. 검거 이후에도 합당한 벌이 어렵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범행 양태 때문입니다. 2016~2017년 사이 논란이 시작된 ‘능욕성범죄’지만, 초기에는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형태가 중심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딥페이크 처벌법’만 만들어졌습니다. 딥페이크 영상물이 아닌 ‘능욕성범죄’는 성범죄로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직접 유포한 이는 명예훼손으로만 처벌할 수 있고, 신상정보를 보고 연락한 불상의 가해자들은 죄목도 고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비한 법 조건에서 이뤄지는 처벌은 미약합니다. 2016년부터 능욕성범죄와 관련된 판결문 40여건을 조사한 결과, 구속된 경우는 절반에 그쳤습니다. 법원은 범죄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연령이 어리다’는 점을 보고 선처했습니다. 능욕성범죄가 SNS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해자 연령도 대부분 10~20대인데 이를 이유로 선처해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이 같은 능욕성범죄를 스토킹으로 보고 처벌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도 비슷한 법안이 이미 발의 된 채로 이미 2년째 계류 중입니다.
■ "제 이름 좀, 지워주세요"…여가부도 구글도 "노출 있어야 삭제“
피해자들이 당장 시급한 것은, 본인의 사진과 신상을 인터넷상에서 지우는 일입니다. 이 책임, 여성가족부와 플랫폼 업체에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삭제 지원 조건“에 따라 업무 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조건은 ‘노출 영상’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능욕성범죄의 특징은 ‘노출 사진’ 없이도 성범죄를 일삼고 피해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준다는 점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능욕성범죄 피해자 역시 여성단체를 통해 여가부에 삭제 지원을 의뢰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에 취재진은 플랫폼에 직접 삭제를 의뢰해봤습니다. 삭제 의뢰를 하는 메뉴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의뢰하기까지 양식에 맞춰 제출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 인터넷의 특성상 ‘첫번째 게시글’뿐 아니라, 계속해서 생성되는 ‘복사글’을 거듭 신고해야 했습니다. 우리와 만난 피해자 ‘현진’ 씨는, 2020년부터 피해 영상을 직접 플랫폼에 신고해왔지만 수백 번 삭제를 거듭해도 영상을 모두 지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법조항이 만들어지기까지, 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정부와 플랫폼이 나서서 '유포'에 대한 대처를 해주고, 이에 가담하지 않고 신고하는 사회적 참여도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번 보도는 미디어 ‘얼룩소alookso’에 있는 ‘반디’ 씨의 피해 사례를 심층 취재한 것입니다. 반디 씨는 KBS에 자신의 이야기가 공론화가 됐음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이에 KBS는 해당 의제가 보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여 진행된 협업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피해 당사자가 뉴미디어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부분과 기성 언론이 할 수 있는 심층 취재의 영역이 더해져 묻힐 수 있었던 의제를 다시 한번 사회에 제시하고, 여가부, 법무부 등에 제도 변화를 촉구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보도 수위를 조절했고, 보도 이후 당사자가 보도의 영향력에 만족했음은 물론입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첫 보도(1/9) 다음날 여성가족부는 해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능욕 성범죄'에 대한 성적 피해 촬영물 또는 허위 영상물 등 촬영물이 있는 경우에만 삭제 지원이 가능하며, 이 경우에도 촬영 원본이나 게시글 URL이 없으면 삭제 지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KBS 보도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나 변화를 담은 대응 정책이라기 보단,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가까웠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줌 인터뷰, SNS 인터뷰 등 KBS 내부 스태프에게도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경찰 ‘서’ 이름을 공개하면 기사의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음에도, ‘교사’ 공동체의 특성상 지역을 공개하면 특정이 가능하기에 경찰 ‘청’ 이름조차도 언급을 최소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 보도 기획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 제도적 한계를 면밀히 분석해 이틀간 연속으로 중점 보도해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음은 물론입니다.
사내 심의실에서는 ‘능욕 성범죄’ 기획 보도가 최근 늘어나는 '능욕 성범죄'의 실태와 처벌 문제점을 제기했으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피해자들이 겪는 심각한 고통을 전하고, 법적 근거가 없어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운 현황, 국회 입법 실태 등을 상세히 전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능욕 성범죄 관련 관계기관의 미흡한 대응, 신고해도 피해가 반복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회차 심사평
제389회 전체 총평
38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53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달에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정치, 사회)에서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모두 13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MBN의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와 KBS의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 조선일보의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 등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파에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보도는 강추위가 매섭던 날 막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쫓겨난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해 국민들의 공분을 끌어냈다. 특히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일부 경찰관이 할머니를 회유한 정황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보도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찰관의 모호한 직무 범위와 보호조치 대상의 적절성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세사기 ‘빌라왕’(악성임대인) 배후 규명 및 추적> 보도는 각종 공공데이터를 입수해 빌라왕의 배후 세력을 추적해 그 실체를 드러내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정가 부풀리기’가 배후 세력의 핵심 수익원이라는 점을 밝혀내고, 주택 가격 산정 시 외부 감정평가액을 우선 적용하는 현장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도했다는 데 심사위원들 다수가 공감했다.
조선일보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P-73) 뚫렸다” 실토. 北 무인기 용산침투 거듭 부인하더니, 뒤늦게 시인> 보도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P-73) 침투 가능성과 관련해 언론들이 개연성을 제기한 분석과 예측 보도를 많이 쏟아내는 가운데 군이 사후 검열로 P-73 침투를 알게 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군이 P-73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사실을 공개 시인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는 조선일보 <‘삼성-TSMC 경쟁력 비교’ 시리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삼성과 대만 TSMC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식 취재를 거부하는 TSMC를 찾아가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인근 식당 주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취재한 발품과 각종 반도체 연구논문 분석,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완성도를 높인 점이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모두 9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2023 공장을 떠나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장 안에서 자신의 가치와 중요성을 잃어버린 채 떠나는 60대 노동자와 20대 노동자 모습을 교차하면서 이들이 놓인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함께 드러내는 방식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범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 경제성장의 명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무단침입’ 서슴지 않는 한국전력 수상한 단속> 보도가 수상했다. 한전의 약관을 무시한 저온창고 단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문제가 한전의 경영악화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1년 만에 6.1배 증가한 점, 농민에겐 엄격하고 대기업에는 관대한 차별적 단속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서울신문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최강 한파의 날씨를 보인 날,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아파트(빨간색)와 쪽방촌(파란색)의 건물 외벽 온도를 극명하게 대비한 사진 보도였다. 시의적절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데 심사위원들 대다수가 공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랴부랴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달 출품작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품을 많이 판 노작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