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정부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의대 증원 추진 방침을 밝힌 뒤 1년 반에 걸쳐 꾸준히 의대 증원을 추진해왔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도 27차례 열렸습니다.
하지만 의료계가 증원이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며 발표를 강행했습니다. 증원 규모는 올해 정원(3058명)의 65.4%에 달했습니다.
앞서 복지부는 같은 달 1일 민생토론회에서 10년 뒤인 2035년도까지 1만5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35년 의사 수가 1만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취약지역의 부족한 의사 수 5000명까지 더한 수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배포된 자료에는 근거가 간단하게 ‘약 1만명’(KDI, 서울대, 보사연)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증원 규모라며 극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에 정부 발표 이틀 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규모는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홍윤철 서울대 교수 등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라며 “정부가 제시한 규모가 과학적이지 않다면, 과연 어떤 것이 과학적인지 되묻겠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참고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국민 전체의 건강을 다루는 보건 정책의 근간에 변화를 주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기자로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현행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개혁이라면 당연히 어떤 연구에서 어떤 팩트를 가지고 진행했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해당 내용에 대해 취재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순간까지 이러한 내용의 보도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복지부에 정부가 근거로 사용한 연구의 리스트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내부 방침상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며 공개를 거부당했습니다. 복지부는 의료계에서 근거 자료로 썼을 것이라 추정하는 연구가 실제로 참고됐는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 완강했습니다.
결국 필수의료패키지 자료에 간략히 적혀있던 ‘약 1만명’(KDI, 서울대, 보사연)’이란 근거를 토대로 이틀에 걸쳐 확인에 나섰습니다. 정부가 참고했다고 밝힌 KDI와 홍윤철 교수, 보사연 등에 직접 연락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보사연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추계 연구'를 참고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복지부 용역으로 수행한 사업이어서 구체적인 내용과 참고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KDI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발표된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의사 인력 전망' 연구가 참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해줬습니다. 하지만 KDI 역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 완강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해당 자료가 복지부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복지부와 KDI 관계자 다수에게 추가 취재한 결과 유튜브에 발표 영상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유튜브 검색을 통해 지난해 6월 복지부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영상을 찾아냈습니다. 이 영상의 발표 자료가 KDI의 해당 연구자료라는 것을 KDI 관계자에게 확인했습니다. 영상을 통해 KDI 자료를 확인해보니 연구는 정부가 제시한 증원 규모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의대 정원 3058명을 기준으로 2024년도부터 2030년도까지 매년 5%씩 증원해 4303명까지 늘린 뒤 이 규모를 유지하면 필요한 규모에 가장 근접한 의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연구는 제시했습니다. 이 방식에 따른 첫해 증원 규모는 153명입니다.
한편, 홍윤철 교수의 연구는 학술콘텐츠 플랫폼에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잡지에 실린 5페이지 분량 연구였습니다. 해당 연구가 정부가 참고한 것이 맞는지 확인차 홍 교수에게 연락했을 때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는 “복지부에서 본인의 연구를 참고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바 없고, 의사 인력 수급 관련해 진행한 연구는 그것뿐”이라고 확인해줬습니다.
홍 교수는 이어 “잡지에 실린 요약문이 아니라 전체 보고서의 결론은 '현행 의료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해지므로 의료시스템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저에게 단독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문제가 많은 의료시스템을 고친 후 증원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는데 (복지부가 보고서의) 앞부분만 가져다 쓴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연구 원본은 대한병원협회의 용역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학술콘텐츠 플랫폼에도 없고, 본인이 공개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취재를 통해 결국 박민수 차관의 ‘2000명이란 증원 규모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라는 언급은 근거 3개 중 2개 이상이 틀린 말이란 결과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근거로 참고한 연구 리스트는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근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과 KDI와 홍윤철 교수가 확인해준 바에 따라 기사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후, 복지부가 출입 기자단의 확인 요청에 따라 근거가 된 세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저의 취재가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됐습니다. 다만 자료 공개에도 의혹은 남았습니다. 복지부가 공개한 홍윤철 교수의 자료가 원본이 아닌 잡지에 실린 5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두 번째 기사에 대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홍윤철 교수는 통화 당시 수백페이지짜리 원본 논문이 있고, 그 결론은 정부의 방향성과 다르다 밝힌 바 있습니다. 원문을 확인하고자 공개 권한이 있는 대한병원협회에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내부 사정으로 인해 비공개 처리된 자료라며 거부당했습니다. 하지만 증원 근거의 핵심인 자료라 판단돼 다른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결국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접촉해 원문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 의원이 개인적으로 입수한 자료라며 의원실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해당 자료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홍 교수에게 직접 확인을 부탁했고, 원본이 맞다는 회신을 받아냈습니다. 이를 통해 ‘"앞부분만 썼다"…복지부 '의대증원 서울대 연구', 276쪽 중 5쪽만 공개’란 후속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익명 취재원이 없는 실명 보도입니다. 다만 KDI 연구를 담당한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영상을 통해 확인했지만, 아직 재직 중인 상황이라 혹 불이익을 받을까 얼굴과 이름을 모자이크해 사진을 첨부했고 기사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보사연과 홍윤철 서울대 교수, KDI 등 정부 인용 연구 당사자 및 기관에 직접 확인 후 기사 작성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아시아경제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많은 언론사가 해당 기사를 받아 보도했습니다. 보도 사흘 뒤엔 SBS 뉴스브리핑에서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전공의들이 정부 발표 의대 증원 근거를 불신한다며 “홍윤철 교수의 경우 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논문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 복지부가 나의 논문 결과를 왜곡했다‘라고 인터뷰를 했다. 되게 중요한 근본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부에게 전공의 설득을 위한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인용했습니다.
그 이틀 뒤엔 KBS에서 ‘‘의대 2천 명 증원’ 근거 3개 보고서…저자들 생각은?‘에서 각 저자들이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22일엔 동아일보가 ‘의대 2000명 증원’ 정부안 근거 보고서를 만든 3인의 좌담회 연 후 ‘고령화로 의사 1만명 부족… 의대 年750~1000명 증원 바람직’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고령화 추이와 의대의 현실적 교육 여건 등을 언급하며 2000명 증원 방안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타 매체 반향은 별도 첨부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기사로 인해 근거에 기반한 의대 증원의 타당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보도 이후 복지부는 근거 자료를 공개했고, 이로써 정부의 증원 논리에 대한 구체적, 학문적 논의가 진행된 것입니다.
지난달 19일 의협 비대위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의 학문적인 근거가 있다고 하지만 이를 명쾌하게 제시하지도 못하고, 제시하는 근거들도 모두 오류와 자의적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의사 수 연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근거를 지금이라도 제시하고 제시할 수 없다면 2000명 증원계획의 철회를 요구합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지난달 20일엔 의료계와 정부의 첫 공개 TV 토론까지 이뤄졌습니다. MBC ‘100분 토론’에서 의사 측 패널로 나온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밝힌 2000명 증원 근거가 적절하지 않다며 “홍윤철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 인용 잘못했다고 인터뷰했다”와 “KDI 연구는 연 5% 증원이 가장 적절했다고 제시했다” 등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2000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의대 증원 숫자를 발표했다"며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지만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협 비대위 또한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미 연구자들이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해당 연구들은 절대로 당장 의대정원 2000명을 증원하라고 밝힌 적이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6일엔 신현영 의원이 홍윤철 교수와 함께 국회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 완수 대타협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 이틀 뒤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도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정책의 근거를 정부가 설명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근거에 대한 과학적 논의가 점차 진행되며 당초 “의대 증원 규모는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보건사회연구원, 홍윤철 서울대 교수 등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라 주장하던 정부는 해당 연구들의 결론이 아닌 의사가 부족하단 데이터 부분을 종합적으로 참고했다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 기준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반론 신청 및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 고발 제기 등 관련 사항 전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2회 전체 총평
제40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50편이 출품됐다. 우수한 기사가 많아 6개 부문에서 수상작 6편이 선정됐다.
특히 KBS전주와 전주MBC가 지역 취재보도부문과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각각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2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꼼꼼한 취재로 기사 완성도를 높였으며 보도 후 여파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등 영향력 측면에서도 돋보이는 기사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리스트업된 사람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보도 방식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매일경제신문 <요양병원 대해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요양병원 100곳을 취재하면서 일일이 제보를 확인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안까지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요양병원 관련 기사가 기존에도 많았지만 이 기사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방면으로 살피면서 꼼꼼하게 기사화한 것이 돋보였으며 특히 주제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해당한다는 점, 거기에 맞는 적절한 기획, 발품까지 많이 들인 점 등이 수상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보도 참신성, 완성도,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수작이었다. 더욱이 모자이크 없이 당사자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은 물론 한 달에 걸친 여성 기자의 동행 취재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다가갔을 것이란 의견도 심사위원들 사이에 나왔다. 여성 노숙인 시설이 전국에서 한 곳이라는 점이 보도에서 드러나 관계 당국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도 수상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주MBC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보도가 수상했다. 지역 취재 보도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주제라는 의견 속에 사안 자체가 지닌 상징성, 중요성 등을 끈질긴 취재로 잘 풀어냈다는 심사평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자료에 나타난 수치에서 착안해 취재에 들어갔다는 점도 후한 점수의 바탕이 됐으며 국립기관이 이런 식의 행정을 펼쳤다는 점에서 반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전주 <재난과 트라우마…84인 ‘악몽의 기록’>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각종 사회적 병리나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국민 관심사이기도 한 사안을 지역방송이 보도해 이슈 환기를 시킨 데다 재난피해자 84명을 섭외한 뒤 깊이 있는 취재로 보도 완성도를 높인 점은 선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경향신문 <설악산 산양 ‘혹독한 겨울나기’>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으로 그동안 원거리 사진만 많았던 산양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하게 찍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산양의 생존을 다룬 여타 언론사 보도가 이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