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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회 (2024년 2월)

수상작 6편 · 출품 후보작 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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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6편

심사평

제40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50편이 출품됐다. 우수한 기사가 많아 6개 부문에서 수상작 6편이 선정됐다. 특히 KBS전주와 전주MBC가 지역 취재보도부문과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각각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2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꼼꼼한 취재로 기사 완성도를 높였으며 보도 후 여파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등 영향력 측면에서도 돋보이는 기사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리스트업된 사람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보도 방식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매일경제신문 <요양병원 대해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요양병원 100곳을 취재하면서 일일이 제보를 확인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안까지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요양병원 관련 기사가 기존에도 많았지만 이 기사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방면으로 살피면서 꼼꼼하게 기사화한 것이 돋보였으며 특히 주제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해당한다는 점, 거기에 맞는 적절한 기획, 발품까지 많이 들인 점 등이 수상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보도 참신성, 완성도,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수작이었다. 더욱이 모자이크 없이 당사자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은 물론 한 달에 걸친 여성 기자의 동행 취재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다가갔을 것이란 의견도 심사위원들 사이에 나왔다. 여성 노숙인 시설이 전국에서 한 곳이라는 점이 보도에서 드러나 관계 당국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도 수상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주MBC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보도가 수상했다. 지역 취재 보도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주제라는 의견 속에 사안 자체가 지닌 상징성, 중요성 등을 끈질긴 취재로 잘 풀어냈다는 심사평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자료에 나타난 수치에서 착안해 취재에 들어갔다는 점도 후한 점수의 바탕이 됐으며 국립기관이 이런 식의 행정을 펼쳤다는 점에서 반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전주 <재난과 트라우마…84인 ‘악몽의 기록’>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각종 사회적 병리나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국민 관심사이기도 한 사안을 지역방송이 보도해 이슈 환기를 시킨 데다 재난피해자 84명을 섭외한 뒤 깊이 있는 취재로 보도 완성도를 높인 점은 선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경향신문 <설악산 산양 ‘혹독한 겨울나기’>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으로 그동안 원거리 사진만 많았던 산양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하게 찍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산양의 생존을 다룬 여타 언론사 보도가 이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대리 부르셨어요?” 차 타더니 칼로 위협 ...‘묻지마’ 상해 용의자 도주
후보 1-01 취재보도1부문 매일경제신문 박수호
대통령실 행정관 이메일까지 北에 해킹당했다
후보 1-02 취재보도1부문 국민일보 하윤해·이경원*·이종선
서울경찰 잇따른 비위…경찰청 ‘특별점검’ 착수 등
후보 1-03 취재보도1부문 아시아투데이 홍선미
민주 '현역하위 20%' 31명 명단 확보…4선 김영주 "모멸감" 탈당 外
후보 1-04 취재보도1부문 TV조선 장세희*·장용욱·최원희
복지부, 의대 2000명 증원 근거자료 공개 거부 外
후보 1-05 취재보도1부문 아시아경제 최태원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통화기록
후보 1-06 취재보도1부문 JTBC 유선의*·박준우*·김민관·연지환·최지우
‘용산 출신’ 김오진 국민의힘 예비후보, 장남 병역기피 의혹
후보 1-07 취재보도1부문 시사저널 김현지*·조해수*
‘제복 영웅’ 문경 화재 순직 소방관
후보 1-09 취재보도1부문 동아일보 명민준·손준영*·김수현*·주현우·김소민
하드랜딩 통일 – 남북의 현실적 통일 시나리오는? /[교양이를 부탁해] (온라인 부문)
후보 12-01 전문보도부문 SBS 안정식*
지역 소멸 – 위기에서 희망으로 (방송영상 부문)
후보 12-02 전문보도부문 YTN 강영관·최광현·이승창*·정태우
SMP 0원이 보내는 경고 시리즈 (과학·환경 부문)
후보 12-03 전문보도부문 전기신문 윤대원
‘바닷속 흉기’ 폐어구 (과학·환경 부문)
후보 12-04 전문보도부문 KBS제주 문준영*·고아람*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 등장한 이재명 닮은꼴
후보 2-01 취재보도2부문 아시아투데이 박지은*
1500억 경제범죄로 재판받는 회장님의 뻔뻔한 호화생활
후보 3-01 경제보도부문 JTBC 이윤석 이윤석·이지혜*
생성형 인공지능 확산 첫 해 기획 ‘AI의 습격, 인간의 반격’ 미국 산업현장
후보 3-02 경제보도부문 한겨레신문 임지선*·박지영*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후보 3-03 경제보도부문 연합뉴스 신호경·임수정*·한지훈·채새롬·민선희
마크 저커버그 10년 만에 방한..尹대통령·이재용 만나 ‘AI동맹’ 모색
후보 3-04 경제보도부문 서울경제신문 윤지영
청년 울린 신한은행 '꺾기' 실태 고발
후보 3-05 경제보도부문 MBN 김태형*
"부자 고객엔 예금처럼 홍콩 ELS 추천하라 해"…은행원 '폭로' 외 6건
후보 3-06 경제보도부문 TV조선 송무빈·김창섭
한국고객은 봉?…'광고인데 아닌 척' 한국법 무시 알리·테무 外
후보 3-07 경제보도부문 연합뉴스 전성훈
기술유출 빨간불
후보 3-08 경제보도부문 동아일보 박현익·변종국 박현익
기초단체장 업무추진비 부실
후보 4-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아주경제 김면수*·태기원·안수교
나는 범죄 피해자입니다
후보 4-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일보 한국일보 사회부 법조팀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후보 4-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향신문 경향신문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기획팀
무출산, 지방을 삼키다
후보 4-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시사저널 공성윤·김현지*·조해수*·정윤경·강윤서
길위에 장이 선다
후보 4-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가족 파산
후보 4-06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박준용*·김지은*·장필수·이재훈*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후보 4-07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K인구전략 특별취재팀
'널 위해'라는 덫, 가스라이팅
후보 4-08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데일리 박기주·황병서·이유림·이영민*
전세사기, 끝나지 않은 악몽
후보 4-10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서울신문 옥성구·곽소영
전세사기 경매집 조직적 단기월세 실태
후보 5-01 기획보도 방송부문 SBS 이호건·제희원
송파 세 모녀‥그리고 10년
후보 5-03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 남효정·조국 남효정·조국현*
해외입양과 돈
후보 5-04 기획보도 방송부문 뉴스타파 뉴스타파 해외입양 취재팀
0.7의 한국‥사라지는 미래
후보 5-05 기획보도 방송부문 SBS 권지윤*·이현정*·박재현*·손기준*·신용식*
대구시교육청,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및 ‘방만경영’ 실태
후보 6-01 지역 취재보도부문 대구일보 김지혜*
4분 거리 대학병원 두고 ‘뺑뺑이’…심정지 환자 사망
후보 6-03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부산 KBS부 김아르내·김옥천·정운호*
왕이 된 회장님, 체육회장 갑질
후보 6-04 지역 취재보도부문 제주MBC 박주연*·박재정·김기호·김현명
‘지연된 정의’-판사 출신 변호사들의 법조비리 재판
후보 6-05 지역 취재보도부문 광주CBS 박요진*
‘아동복지’ 간판 아래서 골프치고 부동산 투자한 미래재단
후보 6-06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인일보 김준석 김준석*
미추홀 전세사기 기록: ‘행복’ 계약서에 속다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인일보 변민철*·백효은
국내 최초 성매매 집결지의 계산기를 두드리다
후보 8-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부산일보 손혜림
특수교실에 빌런은 없다
후보 8-03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인일보 공지영·김산*·이영선
최초보고, 마약지도로 말한다
후보 9-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TJB대전방송 조혜원·김철진·김경한*·박금상
민원 최초 분석 ‘민원에 숨은 민심’
후보 9-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부산MBC 김유나*·박현진*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MBC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MBC 차주혁 기자 쿠팡 블랙리스트는 엑셀 파일이다. 정연하게 배열된 1만6450명, 건조하지 않은 사연들이 있었다. 첫 보도까지 84일이 걸렸다. 기업과 제도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였던 까닭이다. 한 달간의 전화 인터뷰, 다시 한 달간의 현장 취재를 통해 많은 삶을 접했다. 담아내지 못한 울분과 억울함에 사죄드린다. 쿠팡 블랙리스트는 인사평가 자료가 아니다. 퇴직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인사평가라니 가당찮다. 정당하지도, 합법적이지도 않은 까닭일까. ‘PNG 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Persona Non Grata, 기피 인물을 뜻하는 외교 용어와 적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채용과 해고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다. 누군가를 선호하고, 기피할 수 있다. 다만, 공동체가 약속한 최소한의 규범, 법은 지켜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취업 방해를 금지한다.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PNG’와 ‘대구센터’라는 비밀 기호는 차치하자. 분명 쿠팡은 1만6450명의 명부를 작성했고, 사용했다. 내부 전산망으로 통신까지 했다. 취업을 배제할 목적이었다.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7년째 보관한 행위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고용노동부, 경찰과 검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불법을 단죄해야 할 감독기관은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다. 쿠팡은 ‘총알 고소’로 답했다. 쿠팡대책위 4명, 내부고발자 2명, MBC 기자 4명은 차례로 쿠팡의 과녁이 됐다. 예견했던 수순이지만, 숨 가쁜 속도전은 솔직히 놀랍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쿠팡 블랙리스트의 실체적 진실을 법정에서 다툴 수 있으니 말이다. MBC 조의명, 김건휘, 정혜인 기자. 외압과 소송에 굴하지 않는, 투철한 기자 정신을 가진 동료들이다. 석 달 동안 묵묵히 지켜보고 지원해 준 뉴스룸 국장, 경제팀장께도 감사드린다. 영상취재팀, IT솔루션팀, 리서처 등 MBC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낸 기사다. 쿠팡 대책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도 감사를 전한다. 양심을 배신하지 않고, 용기 내준 내부고발자가 없었다면 쿠팡 블랙리스트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양병원 대해부 매일경제신문
요양병원 대해부 매일경제신문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신문의 요양병원 대해부 시리즈는 그동안 제대로 지적된 적이 없었던 요양병원 환자들의 정서적 학대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보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가해지는 언어폭력 등 ‘눈에 띄지 않는’ 정서적 학대는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습니다. 고령의 장기 입원 환자들은 정서적 학대가 일어나도 표현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습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면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는 각오를 했던 한 간호사의 고발이 없었다면 이 같은 실상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매일경제 기동팀은 요양병원 실태 취재를 위해 전국에 있는 요양병원 약 1400곳의 위치와 연락처를 확보한 후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요양병원 100곳을 지역별로 고르게 나눠 취재했습니다. 국회의원실 4곳과 협력해 요양병원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보도 직후 설명자료를 연이어 내놓고 요양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동팀원 박동환·진영화·박민기·이지안 기자의 발품이 있었기에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사를 고쳐주신 노원명·안두원 부장, 기사를 믿고 힘을 실어주신 이진우 편집국장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사를 계기로 요양병원에서 홀로 두려움에 떠는 노인들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요양병원에서 힘들게 일하는 간병인들이 노동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KBS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KBS 하누리 기자 우리가 만난 여성 노숙인들은 ‘피해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길 위’의 위험뿐만이 아니었다. 내내 그랬다. 성장 과정에서 돌봄 받지 못했고, 남성들의 성폭행 대상이었고, 남편에게는 맞았다. 일하고 싶어도, 이력서 낼 경험은 없었고 몸은 성치 않았다. 평생 고물을 줍고, 공장에 다녔지만 방 한 칸도 ‘내 것’은 없었다고 했다. 길에 나온 뒤 그 삶은 또 이어졌다. ‘노숙인 대책’ 그 이전에 ‘여성 빈곤’을 돌아볼 문제였다. 하지만 기사와 방송에는 ‘여성 빈곤 대책’을 언급하지 못했다. 지난해 ‘첫 여성 노숙인 예산’이 책정됐지만, 올해 전액 삭감됐다. 그 돈, 단 1억원이었다. 이만큼도 예산을 안 쓰겠다는데, ‘빈곤 대책’까지 갈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쏟아졌던 시청자들의 ‘기부 문의’ 메일에서, 작은 희망을 찾고 있다. 이 보도는 ‘여성 노숙인’에 대한 첫 보도도 단독도 아니다. 수년 전부터 여성 노숙인 기획 기사를 쓴 타사 선후배들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 여성 노숙인이 서울역 뒤에서 폭행당해 숨졌다. 한겨레신문이 홀로, 그 기사를 썼다. 그때 나도 사건팀이었다. 소위 ‘나와바리’인데도, 그런 사건과 기사가 있는 것도 모른 채 지나쳤다. 주목받지 않아도 기사를 쓴 기자들, 그리고 여성 노숙인 복지를 위해 힘쓴 복지사들과 봉사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켜켜이 쌓아온 노력이 있어서, 문제를 알고 취재할 수 있었다. 상 받기 민망하지만, 이를 계기로 여성 노숙인 문제를 더 알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함께 고민하고 고생한 오광택 선배, 이종환 선배, 김성미 감독님과 우리 팀원들께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전주MBC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전주MBC 조수영 기자 고시히카리, 오대, 조명1호, 조영, 해담쌀, 해들, 해품, 알찬미, 삼광, 새일미, 새청무, 신동진, 영진, 안평, 영호진미, 일품, 참드림, 추청, 친들, 동진찰, 백옥찰, 강대찬, 참동진…. 정부가 보급을 책임지는 쌀 품종들이다. 세상에 나온 볍씨는 더 많다. 대부분이 선택받지 못한 것이다. 이 보급종을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감히 비유하자면 대장주나 대장코인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농부가 믿고 뿌리는 볍씨는 대체로 소비자가 믿고 먹는 쌀이 된다. 취재를 통해 표면 위로 드러난 국립종자원 ‘곰팡이 사태’는 고로, 그 자체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당국의 대응은 지금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곰팡이 피해를 입은 신동진 볍씨 300여톤은 약 7000ha, 특정 지역에선 40% 가까운 면적에 뿌릴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전북 지역에서 신동진이 가지는 독보적 상징성과 브랜드 파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놀라운 건 정식 취재차 기관을 방문했을 때였다. “종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사고 아닌데요”라던 국립종자원 관계자의 태연한 대답. 순간 번지수를 잘못 찾았나 싶었다. 취재를 마치고 국립종자원을 나서는데 현관에 투박한 붓글씨체로 걸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농민은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 대체품종인 ‘참동진’을 공급하면 그만이란 식의 대응은 정확히 ‘공급자 마인드’였다. 볍씨 하나, 쌀 한 톨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쌀시장을 책임지는 이들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냈을 때, 비로소 이 ‘곰팡이 사태’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취재 과정에서 묵묵히 지역 농정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농사 한번 지어본 적 없는 기자의 어설프고 긴 질문에, 그들은 배가 넘는 정보 값으로 기사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뉴스가 있는 현장을 핏줄이 잔뜩 선 팔뚝과 120%의 진심으로 담아내는 진성민 선배, 이번 취재가 완결성을 갖추도록 독려하고, 아이템 선정과 기사 분량 등에 구애 없이 높은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정태후·유룡 데스크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재난과 트라우마…84인 ‘악몽의 기록’ KBS전주
재난과 트라우마…84인 ‘악몽의 기록’ KBS전주 오정현 기자 2020년 8월8일, 섬진강 제방이 터졌습니다. 흙탕이 휩쓴 수라장 속에서 강변 사는 노인들은 좌절했고 울었습니다. 이때부터 이 재난을 부단히 기록했습니다. 왜 제방이 무너졌는지 따졌고, 왜 온당히 배상하려 하지 않는지 캐물었습니다. 마침내 국가 배상이 됐을 때, 저는 다 끝났다고 여겼습니다. 여든 먹은 노인의 속내를 듣고는, 어디 얻어맞은 듯 멍해졌습니다. “비만 오면 마누라가 보따리를 싸매 옥상으로 옮긴다”라고 했습니다. 언젠가는 새벽 두 시에 그 난리를 피웠다는 하소연입니다. 처마를 때리는 빗줄기가 거세질수록, 저 비가 또다시 집도, 소도, 이번엔 나도 집어삼킬까, 악몽을 꾼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재난은 끝나지 않았던 겁니다. 이 악몽은 진짜인가, 재난경험자 84인의 정신건강을 진단한 이유입니다. 생존자들을 찾아 “요새 어때요?” 정도를 묻는 미디어 콘텐츠는 그간 있었으나, 연구로써 심리 변화를 추적해 실증한 보도는 처음입니다. 재난엔 속병이 따로 있다는 걸 명확히 하고 싶었고, 배·보상만으로 상처를 덧입히려는 국가의 구호 방식이 그릇됐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재난경험자가 겪는 심리적 외상 가운데 절반은 2차 가해로 생깁니다. 적당히 지불하고 끝내자는 제삼자의 날 선 냉대와 왜곡된 시선은 재난의 속병을 덧나게 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과 심리회복 대신 목숨값 먼저 매기는 재난 구호는 온당한가? 세월호와 이태원 사이, 우리는 나아졌는지 잘 따져보면 좋겠습니다. 계절이 세 번 바뀌도록, 어려운 연구 이끌며 취재를 도운 계명대 최윤경 교수님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가성비 최악인 취잿거리를 욕심껏 탐사하게끔 밀어준 선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설악산 산양 ‘혹독한 겨울나기’ 경향신문
설악산 산양 ‘혹독한 겨울나기’ 경향신문 성동훈 기자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된 폭설과 한파로 산양들이 최대 서식지인 설악산을 벗어나 저지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2월1일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군 미시령 인근 설악산 남사면을 찾아 야생 산양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오전 일찍 시작한 산양 취재는 폭설로 인해 정오 무렵에 마무리됐다. 먼 거리에서 힘없이 먹이 활동을 하는 산양을 망원렌즈로 담을 수 있었지만, 그대로 복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활동가들이 떠난 후 다시 취재를 위해 혼자 눈 덮인 산을 올랐다.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무릎까지 빠지는 산을 헤매는 동안 청바지와 운동화가 젖었고, 체온까지 떨어졌다. 얼마나 올랐을까. 무심코 시선을 던진 곳에 암컷 산양 한 마리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었지만, 셔터 소리에 놀라 달아날까 우려해 경계심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한 시간을 가만히 서 있다 몇 발자국씩 다가가 거리를 좁혔다. 다시 또 삼십여 분을 기다려 거리를 좁혔다. 큰 동작과 소음으로 인해 어렵게 만난 기회를 놓칠까 조심했다.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산양을 지켜봤다. 시간이 흐르자 산양이 경계심을 풀었고 이내 나를 향해 다가와 먹이 활동을 이어갔다.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사진기자들이 숱하게 산양 취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육안으로도 보기 힘든 산양을 광각(근접)렌즈로 담을 수 있었다. 이 취재는 산양의 서식 환경이 기후 위기와 오색케이블카 설치로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에 농경지와 민가까지 내려온 산양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추가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도 집단 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기사도 나왔다.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요인들로 인해 산양이 그 피해를 본 것은 아닐까. 이제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을 가까이서 취재하는 일이 썩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