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이종섭 출국금지·대통령실 통화 MBC
이종섭 출국금지·대통령실 통화
MBC 박솔잎 기자
“이게 가능한 일이야?”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국가를 대표해 대사직을 맡을 수 있는가? MBC 법조팀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대사 임명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전 대사의 출국 금지와 피의자 입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출처를 검증한 끝에 임명 당시 출국 금지 상태란 사실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MBC 법조팀은 수사 외압 의혹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왜 이렇게 무리한 조치가 반복 됐는지,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 줄곧 추적했습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돌연 취소시키기에 앞서, 이 전 장관이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유선번호로 통화한 기록을 공수처가 확보했다는 사실을 취재했습니다.
취재에 대단한 비법은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끈기 있게 외교와 국방, 경찰, 법조계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소득이 없을 걸 알면서도 이곳저곳을 소위 ‘뻗치기’를 하며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왔고, 당사자의 한마디를 얻기 위해 호주 비행편에 동승하며, 도로를 전력 질주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부당함에 눈감지 못한 여러 취재원들이 용기를 내 조금씩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합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이제 사회적 관심을 얻게 됐습니다. 국회에선 특검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묻고 쓰겠습니다.
양문석, 대학생 딸 사업자 대출로 본인 아파트 빚 갚았…
양문석, 대학생 딸 사업자 대출로 본인 아파트 빚 갚았다 외 3건
TV조선 조성호 기자
얼마 전 끝난 총선에서 양문석 당선인의 사업자 대출은 총선을 뒤흔드는 논란이었습니다. 시작은 양 당선인 딸이 11억원을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았다는 내용이었지만, 대학생들이 어떻게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지, 어떤 종류의 대출이었는지가 언론사들 취재 경쟁을 통해 하나하나 벗겨지면서 사건 실체는 드러났습니다.
양 당선인의 대학생 딸이 사업자 대출로 11억원을 받았다는 것은 여러 언론이 취재해 보도한 내용이었습니다. 거기에 저희 취재진은 사업자 대출로 받은 돈으로 아파트 빚을 갚았다는 점과 은행 사후 점검 때 양문석 측이 허위 서류를 냈다는 점, 그리고 총선 당시 재산 신고 때 축소 신고를 했다는 점을 얹었을 뿐입니다.
그 과정도 특별한 취재원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언론이 추정하는 부분을 팩트로 확정했을 뿐입니다. 사업자 대출을 받아 강남 아파트를 마련하려고 빌린 대출을 ‘갚았을 것이다’와 ‘갚았다’는 것의 차이입니다. 재산축소 신고도 선관위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재산 신고 내역을 들여다보고, 규정에 맞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였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발짝만 더 들어가보자’ ‘디테일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일념으로 팩트를 하나하나 확인했던 취재팀 노력을 심사위원회가 평가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다 양 당선인 태도도 한몫했습니다. 양 당선인은 자신의 행동을 ‘작은 편법’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당선되면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하겠다” “이게 무슨 사기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것을 ‘내로남불’이라고 해야 할지 ‘후안무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양 당선인이 대출을 받았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내놓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고위 공직자는 집이 2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국에 양 당선인은 편법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작은 편법’이 정당화될 수 있는 건지?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이런 편법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은 바보인지? 묻고 싶습니다.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 조선일보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
조선일보 김윤주 기자
10회에 걸친 본지 ‘12대 88의 사회를 넘자’ 기획에는 각 회차마다 기사를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이 1명씩 등장합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지만, 모두 실존 인물입니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이들의 삶이었습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저희 특별취재팀(정한국·조유미·김윤주·김민기·한예나·양승수 기자)은 그 지난한 이중구조 속에서 근로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것을 참아내고 있고, 또 그래도 ‘살기가 좀 낫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노동의 대가를 좀 더 받을 수 있고, 일자리가 사라질까 불안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더 안전한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말입니다. 그래서 기사에 나왔던 아무개의 삶이 ‘이렇게 나아졌다’라는 후속 보도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변화는 여전히 더딥니다. 하긴 짧은 시일 내에 풀릴 문제라면 이렇게 오래 굳어지지도 않았겠죠. 당장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돼야 할 노사정 대화도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모두가 나서야 겨우 풀릴까 말까 한 것이 이중구조”라고요. 또 다시 ‘여소야대’를 맞게 된 지금 상황에서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제언입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공동 기획을 제안했을 때 “진영을 넘어서 협력하자. 이중구조 한 번 풀어보자”며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전태일재단과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구멍 뚫린 과적단속시스템 고발 KBS
구멍 뚫린 과적단속시스템 고발
KBS 김청윤 기자
과적 화물차 하면 떠오르는 말인 ‘도로 위 흉기’. 처음엔 참신한 표현이었지만 너무 자주 쓰이다 보니 요즘은 상투 어구가 됐습니다. 과적 사고가 그만큼 자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단속을 계속하고 있고, 언론도 관련 기사를 쏟아냈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딘가에 우리가 모르는 근본적인 허점이 있을 터였습니다.
취재팀이 주목한 것은 과적 단속 검문소였습니다. 국토부에서 운영하는 과적 검문소들은 물류 단지를 중심으로 한 번쯤은 지나치도록 꽤 촘촘히 배치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과적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검문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문제의 원인은 주행 중인 화물차의 무게를 재는 고속축중기라는 장비에 있었습니다.
고속축중기는 과적이 의심되는 차량을 골라내 저속축중기에 재측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설치한 세라믹 센서 고속축중기의 오차율이 영상 10도 기준 58%였던 겁니다. 과적 차량은 그냥 통과시키고, 적정량의 화물을 실은 화물차를 오히려 과적으로 판정한 이유였습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오차는 더욱 커져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교차가 큰 한국에서는 애당초 쓰면 안 되는 장비였습니다.
보도 이후 국토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재확인하고 22년간 4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고속축중기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과적 검문소가 주어진 임무를 다시금 충실히 수행하기 바랍니다. 취재를 위해 수차례 함께 지방 현장을 오간 영등포라인 후배들 고생 많았습니다. 기사 출고까지 많은 신경을 기울여주신 최규식 부장, 박희봉 팀장, 정연우 캡께 영광을 돌립니다.
돈벌이로 전락한 공인어학시험...제94회 한국어능력…
돈벌이로 전락한 공인어학시험...제94회 한국어능력시험 암표상 사태
전라일보 박민섭 기자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침대로 끌고 와 누워 우연히 중국의 한 유명 SNS(샤오홍슈)에 접속했습니다. 켜자마자 보였던 키워드는 ‘제94회 한국어능력시험’과 ‘대학 졸업을 못 하게 생겼다’. 다행히도 기자는 중국어를 공부했던 터라 글쓴이가 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큰 궁금증에 취재 아닌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글쓴이와의 대화를 통해 사정을 들어보니, 한국어능력시험을 보지 못해 졸업을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약제로 시험 신청이 가능한 한국어능력시험. 이른바 암표상(황니우)들이 시험장 자리 수백여 개를 예약, 선점한 뒤 공인어학성적이 필요한 유학생들에게 2~4배의 웃돈을 얹혀 팔고 있었습니다. 피해는 전국적. 공인어학시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문화취약계층인 유학생, 그 어디에도 이러한 상황을 알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암표상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피해는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해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취재 과정과 보도 중에서도 ‘내가 기사를 써도 변화가 없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많아 잠을 못 이루기도 했으나, 다행히 관계기관은 이들 암표상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후에도 기자는 ‘한국어능력시험 신청’과 관련된 피해 글들을 찾아봤지만, 더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전국적 피해를 알리기 위해 자신의 소속 대학교를 밝혀 목소리를 내주었던 수많은 유학생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상은 저에게 너무나 과분한 상이지만, 지역사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기자로서의 열정과 의지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보다 나은 보도를 위해 더욱 힘쓰며 숨겨져 있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큰 소리로 대변하겠습니다. 끝으로 항상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씀하시며 취재력을 북돋아 주시는 전라일보 김성순 사회부장님께 감사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좌표찍기 시달린 공무원 사망사건 경인일보
좌표찍기 시달린 공무원 사망사건
경인일보 조수현 기자
무거운 제보를 접했습니다. 민원에 시달린 젊은 공무원의 죽음이었습니다. 이어 취재한 내용은 더 무참했습니다. 김포시청에서 포트홀 보수공사 업무를 담당하던 고인의 신상이 인터넷 카페에 노출된 것도 모자라,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비난과 모욕의 타깃이 됐던 것입니다. 첫 보도부터 ‘좌표찍기’란 용어를 붙였습니다. 익명 뒤에 숨은 다수의 폭격에 시달리다 공무원이 숨진 것은 그동안 알고 있던 악성민원의 무게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보도 방향은 ‘악성민원 문제’를 큰 줄기로 잡고, 나아지지 않는 공무원들의 근무 여건을 짚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거듭할수록 공직사회가 악성민원에 곪을 대로 곪아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기자로 일하며 맞닿는 직업이 공무원임에도, 갖가지 민원을 어디 털어놓지도 못한 채 제 스스로 삭이는 목소리를 하나둘 접한 뒤에야 문제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 보도 이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악성민원 대응 범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렸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발 빠르게, 합동 대응책을 찾겠다고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광역·기초 지자체들은 앞다퉈 악성민원 실태조사와 함께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습니다. 좌표찍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공무원의 신상정보를 비공개 조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항과 인천, 화성, 용인 등 공직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악성민원 경험을 어렵사리 꺼내주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한 실질적 보호책 마련에 촉매가 되길 바랍니다. 선배 김우성, 동기 변민철이 함께여서 지난 한 달을 이 사안에 쏟을 수 있었습니다. 믿음의 지원군인 수원과 인천의 조영상·임승재 사회부장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경인일보는 정부 대책이 공무원 개인이 아닌,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법·제도 변화로 이어지도록 계속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