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 2021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슬럼가는 어느새 멀끔한 신축 건물이 자리한 곳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불편했던 존재’가 분명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그럼 저기서 일하던 여자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지자체가 자랑하던 치적 너머에는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센터’의 상담을 거부하는 여성들도 존재했습니다. 모습을 숨겼지만 이들 역시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민임을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의구심을 품고 본격적으로 취재에 뛰어들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경기도 내 또 다른 지자체인 파주시 용주골에서도 재현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이곳 여성 80여 명은 자활 지원을 거부한 채 농성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문제는 명확한 해법이 없는 난제이나, 취재를 할수록 두 가지 사실은 뚜렷해졌습니다. ‘불법’과 ‘비윤리적인 일’을 명분으로 삼아 성매매 집결지에 행정 대집행을 시행하는 공권력에는 ‘역사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존엄 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것. 그리고 동시대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의 시선을 거부하고 ‘주체성’을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갈등이 비단 파주시와 파주시장 등 개별 지자체와 지자체장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였습니다.
다수의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기에 십상인 직업 특성상,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인권은 역사적으로 공권력에 의해 수단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도시 재개발 등 자본 논리가 원주민을 내쫓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이들은 유독 으스러지기 쉬운 계층이었습니다.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고, 지역 주민 다수에게 ‘불편한 존재’라고 해서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역 사회 내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사수하는 건 지역 언론의 주요한 책무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도 쉬이 말을 얹지 못하는 ‘불편한 이슈’에 대해서도 묵묵히 불편부당을 추구하며 그 속에 담긴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건 언론의 존재 이유입니다. 이에 총 4회로 이뤄진 기획 기사와 후속보도를 통해 파주시 용주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그 속에 담긴 구조적 문제를 취재해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1편(용주골에 남은 종사자들)과 2편(인권 공통 분모 ‘여성’과 ‘연대’)에서는 파주시 용주골에서 일어나는 사태와 굵직한 여성계와 노동계에서 쉽사리 연대할 수 없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이런 현상을 ‘페미니즘과 노동권의 인권 회색지대’라고 명명했습니다. 아울러 이곳에 마련된 농성장에 하나둘 모여들어 소규모 연대 단체를 꾸린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으며, 전형적이지 않은 사회 운동의 또 다른 모습을 조명했습니다.
△3편('인권 회색지대' 파고든 도시개발)과 4편(철저히 도구로 이용된 여성들)에서는 파주시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얽힌 수난사를 짚었습니다. 경기도 내 성매매 집결지 현황과 가장 먼저 폐쇄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 과정을 살폈습니다. 이를 통해 지자체에서 집결지 폐쇄가 여성 인권 차원이 아닌, 실상 도시 개발 논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대하는 국가의 입장을 한국전쟁 이후부터 톺으며, 성매매 종사 여성이 국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지자체와 국가 차원의 반성과 성찰 없이, 당사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하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어째서 부당한 공권력 행사인지를 보여주며 기획을 마무리했습니다.
△후속보도에서는 기획 기사 보도 이후에도 이뤄지는 지자체의 강제 공권력 집행 상황을 다뤘습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용역이 찾아와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일환인 ‘가림막 형태 펜스 철거’를 시도해 대치를 벌이는 상황, 3월 19일 성매매 집결지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펜스를 철거하러 온 용역과 또다시 대치하는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파주시 용주골의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요청에 따라 보도 시 철저히 익명을 지켰습니다. “신원이 노출되면 2차 가해는 물론 공권력의 표적이 될 수도 있는 등 두려움이 있다”며 익명 보도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성 노동자’라는 단어는 당사자들이 자신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었는데, 일부러 작은따옴표를 덧붙였습니다. 기자가 이들을 지칭할 때는 성매매 종사자로 표현했습니다. 말하는 주체에 따라 두 가지 표현을 사용하며, 과연 ‘성매매’에 대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성 노동자’, ‘페미니즘과 노동권, 인권의 회색지대’, ‘도시 재개발 등 자본 논리’, ‘국가의 책임’ 등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파주시 용주골 사태의 숨은 맥락을 다룬 건 본보 기획기사만의 특징입니다. 성매매 종사자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사태를 바라본 기사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파주시를 넘어 구조적 문제와 역사적 과오를 짚은 건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가 유일합니다. 본보 보도 이후 세계일보와 JTBC 등 타 매체에서도 용주골 사태를 심층적으로 보도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굵직한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전한 당장의 연대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회 곳곳의 개개인들이 저마다 파주시 용주골 농성장으로 모여들어 행정 대집행 때마다 투쟁에 힘을 보태줬습니다. X(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서도 본보 기획기사와 후속보도를 인용하며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의 부당함을 알리거나, “생각해볼 거리”라고 공유하는 움직임이 잇따랐습니다. 본보 독자위원회에서는 기획보도를 두고 “쉬이 탓하고 비난하기 좋은 민감한 이슈를 둘러가지 않고 다뤘다는 점에서 인상 깊게 읽었다. 성매매 집결지에 남아 생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왜 여전히 머무르는지, 국가는 어떻게 여성을 도구화했는지, 인권이라는 회색지대에 혐오는 어떻게 스며드는지 등 다층적이고 복잡다단한 부분들을 잘 다뤘다”며 “당장 관심받기 좋거나 뜨거운 이슈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이 주제를 앞으로 또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지는 기획”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본보 기사는 파주시의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 연대 시민 및 시민단체 종사자 인터뷰·‘성 노동’ 인정 문제 등 경기도와 대한민국을 넘어 더 넓고 다양하게 해당 이슈를 연속해서 다룰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해 취재 및 보도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해당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3회 전체 총평
제4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8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됐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기라 총선 후보들을 검증한 기사들이 많았다. 치열한 토론 끝에 5개 부문에서 수상작 6편이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이종섭 출국금지·대통령실 통화>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진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의 출국금지 조치에도 주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이 전 대사의 출국길을 동행 취재해 파장이 컸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단독 기사라는 평가와 함께 이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서 출국 사실을 깊이 있게 보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TV조선의 <양문석, 대학생 딸 사업자 대출로 본인 아파트 빚 갚았다 외 3건> 보도가 큰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 후보가 고가의 아파트를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통해 구입했다는 내용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도덕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보자 재산공개를 바탕으로 숨겨진 사실을 취재 보도해 경찰 수사까지 이끌어 낼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고 총선 정국의 큰 이슈가 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특별취재팀의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조선일보가 전태일 재단과 공동 기획한 기사로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회에 미친 영향력 측면과 유의미한 이슈를 제시했다는 점이 수상의 배경이 됐다. 조선일보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었다는 평가와 12대 88이라는 분석 틀이 흥미로운 콘셉트였다는 부분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150여명의 취재원을 접촉해 기사화함으로써 기사가 촘촘하고 다양성을 높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구멍 뚫린 과적단속시스템 고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화물차의 과적 단속 장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과적 차량이 버젓이 운행되는 실태를 보도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과적 검문소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수상 배경이 됐다. 오랫동안 제기돼 온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 방안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라일보의 <돈벌이로 전락한 공인어학시험…제94회 한국어 능력시험 암표상 사태> 보도와 경인일보의 <좌표찍기 시달린 공무원 사망 사건> 보도가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라일보 보도의 경우 새로운 팩트를 끄집어내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한국어 시험 암표에 대해서는 신선한 보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전국적으로도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해당 사안을 전국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경인일보 보도는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무원이 받는 고통을 사회적 시각에서 조명했고 정부가 대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문제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점이 수상 배경이 됐다. 스트레이트 기사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춘 파급력이 큰 보도였다는 심사평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