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기획>
#자연경관지구에 판매시설이? “편법 쪼개기 마트의 등장”
지난해 10월 원주시 행구동에 뭔가 의심쩍은 마트가 들어섰다는 유통업 종사자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중형 마트급 판매시설이 들어섰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원주시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해당 지역은 자연경관지구여서 천㎡ 이상 판매시설은 들어설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문제는 해당 마트가 당초 천㎡ 이하 소매점 두 개로 각각 건축허가를 받아 놓고는, 실제론 두 건물 사이에 통로를 설치해 하나의 마트처럼 연결해 영업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비가림막 등을 설치해 손님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고, 입구와 출구 건물도 따로 나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상호로 두 마트가 운영이 되고, 계산도 한 쪽에서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연경관지구에는 천㎡ 이상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고 ‘국토계획법’에 정하고 있지만, 해당 마트는 법망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건축물을 쪼개 영업에 나선 겁니다.
#불과 5개월 만에 또..“판박이 편법 마트”
취재진은 지난해 10월 첫 보도 이후 원주시 반곡관설동에 새로 짓고 있는 마트에 다시 주목했습니다.
해당 마트 부지 역시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인데, 중형급 마트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사 단계부터 틈틈이 촬영을 이어갔고, 관련법 숙지도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어떻게 중형급 마트가 들어설 수 있었는지 법인 설립과 건축 허가 단계에서부터 꼼꼼히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법인도 쪼개고 더 교묘해진 편법
불과 5개월 만에 또다시 원주에 들어선 문제의 마트는 편법 의혹을 피하기 위해 법인부터 둘로 쪼갠 사실이 취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이 법인 등기부 등본을 떼 살펴본 결과, 대표이사와 감사가 서로 역할만 바꿔 맡을 뿐 사내이사 두 명까지 두 법인 구성원 4명이 모두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대표이사와 감사는 심지어 주소지도 같았습니다. 편법 쪼개기 마트를 설계하기 위해 동일한 사업자가 무늬만 다른 법인 두 개를 만든 겁니다.
지난해 10월 들어선 쪼개기 마트에 이어 최근 들어선 이 마트 역시 같은 건축사가 설계한 건물이었습니다.
#건물은 ‘따로’..진입도로는 ‘같이’
해당 마트 부지는 도로가 없는 맹지였습니다.
도로를 내기 전에는 건물이 들어올 수 없는 땅이라는 얘기입니다.
원주시가 과거 도시계획도로를 만들다 중단한 도로 일부가 있긴 하지만 완충녹지가 포함 돼 도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사업자는 어떻게 도로를 낼 수 있었는지 들여다 봤습니다.
사업자 측은 두 개의 건물에 하나의 진입로를 공유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진입도로 개설이 가능한 건물의 도로부터 개설하고, 개설이 불가능한 건물과 공유하도록 도로지정 고시를 받은 겁니다.
마트가 무늬만 두 개일 뿐, 사실상 하나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기형적 진출입로..“교통 사고 위험”
도로가 없는 맹지에 무리하게 마트가 들어서면서 기형적인 진출입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마트 바로 앞은 중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하지만 갈지자 기형 진입로가 생겨나면서 교통 사고 위험은 물론 교통 대란도 우려됩니다.
원주시는 기형적인 도로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뾰족한 대책도 없이 시유지까지 내주며 도로점용허가를 내줬습니다.
그 결과 개장 전부터 학부모 등 주민들의 민원과 불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교통 사고 위험이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원주시에서는 그 어떤 협의 요청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행정 무력화..원주시 ‘소극적 대응’
편법 쪼개기 마트가 5개월 만에 잇따라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원주시의 안일한 행정도 한몫했습니다.
최근 들어선 마트의 경우 마트 공사를 위해 도로로 사용할 수 없는 완충녹지를 1년 넘게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원주시는 완충녹지에 포장을 발견하고 원상회복을 구두로 명령했다고 밝힐 뿐, 그 어떤 행정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트 측의 완충녹지 무단 사용에 대한 사용료 납부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지만, 원주시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건축 허가 당시에도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원주시는 이마저도 생략했습니다.
#똑같은 편법 영업..지자체 잣대는 ‘제각각’
취재진은 원주처럼 편법 쪼개기 마트가 들어선 경기도 안성시와 평택시 사례에 주목했습니다.
두 지역에서 영업을 시작한 마트 두 곳 역시 원주 사례처럼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천㎡ 이하 소매점을 각각 4개와 3개씩 지어 건축 허가를 받은 뒤, 하나의 판매시설처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안성시와 평택시는 마트의 영업 방식에 의문을 갖고 적극적인 행정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원주와는 달랐습니다.
계산대를 각각의 건물에 설치하지 않고 통합 운영하는 것은 당초 허가 받은 소매점 용도가 아닌, 천㎡ 이상의 판매시설처럼 운영한다고 볼 수 있어, 용도를 무단으로 변경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따라 두 지자체는 두 마트의 영업 행위를 건축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 명령 및 경찰 고발 등의 행정 조치를 내렸습니다.
특히 각각의 소매점 건물에 계산대를 별도로 설치하고, 옆 소매점으로 이동할 시 반드시 계산을 마친 뒤 이동하도록 했습니다.
반면 원주시는 지난해 들어선 편법 마트의 영업 방식에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취재진이 계산대 통합 운영을 문제 삼자, 그제서야 마트 측이 계산대를 추가로 설치했지만,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입니다.
해당 마트는 지금도 여전히 한쪽에서만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로 설치한 계산대는 직원을 두지 않고 사실상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주시가 방관하는 사이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서 판매시설이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 가운데 익명 취재원은 자치단체 공무원, 건축사, 유통업 종사자 등으로 익명 처리를 원한 취재원들 입니다.
모든 취재는 현장 취재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수 개월에 걸쳐 취재하고 촬영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편법 쪼개기 마트 보도는 지난해부터 거의 1년간 고민하고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사실상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편법을 밝혀내고 지적해야 하는 취재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고민한 끝에 심층 보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편법이기에 쪼개기 마트 관련 보도는 그동안 많이 접할 수 없었던 보도이기도 했습니다.
불법 영업 사례 만큼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걸 대부분의 언론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취재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 개월에 걸친 연속 보도는 타 매체에서 쉽게 접근 할 수 없었던 아이템으로 사료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편법 쪼개기 마트, 건축 허가 ‘제한’
저희가 편법 쪼개기 마트 보도를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수개월 동안 법적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원주시가 5개월 만인 지난 3월, 드디어 강경 대응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서 2개 이상의 대지에 2개 이상의 소매점이 들어서려 할 경우 이를 같은 건축물로 보고 건축허가와 용도변경을 제한하기로 한 겁니다.
이는 원주에서 앞으로 편법 쪼개기 마트는 건축 허가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려 더 이상 확산할 수 없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과 같습니다.
다만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원주시 건축조례 제8조 제1항5호’의 규정에 의해 원주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 또는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기로 했습니다.
#마트 완충녹지 ‘폐쇄’, 교통 사고 ‘예방’
마트가 완충녹지를 1년 넘게 무단 점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 이후 원주시는 뒤늦게나마 완충녹지에 차량 통행 금지 현수막을 걸고 해당 도로를 폐쇄했습니다.
또 기형적인 도로 개설로 교통 사고 위험은 물론 교통 대란도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마트 진출입 도로 앞에 규제봉을 설치하는 등 교통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예방 활동에 나설 계획입니다.
#편법 영업 방식 전면 규제
원주에서 현재 영업 중인 편법 쪼개기 마트는 여전히 계산대 분리 영업을 하지 않고, 두 건물 중 한 곳에서만 계산하는 방식으로 영업 중입니다.
이같은 영업 방식은 사실상 소매점 두 개를 하나의 마트로 운영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원주시는 그동안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진이 경기도 안성시와 평택시 사례를 취재해 보도하자, 원주시가 또다시 대책마련에 착수했습니다.
경기도 지자체 사례처럼 원주시도 소매점끼리 각각 통로를 연결해 하나의 마트처럼 영업할 경우 각각의 소매점에서 반드시 계산을 하도록 하는 계산대 분리 영업 방침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축물 뿐 아니라 영업 방식에 있어서도 편법 쪼개기 마트가 더 이상 지역에서 확산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의미있는 결과물 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불법과 합법 사이를 교묘히 넘나드는 편법 영업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노력했습니다.
관련법을 피해가며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 설계사와 편법을 감추려 두 얼굴로 둔갑한 사업자들과 맞서 각종 문제와 부작용을 들춰내기 위해 수 개월간 고민하고, 또 관련법을 뒤져가며 취재했습니다.
편협적인 사고에 갇히지 않기 위해 경기도 다른 자치단체를 방문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이를 원주시 공무원들과 공유해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보람은 편법 쪼개기 마트의 등장으로 위축된 지역 유통업계 종사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개선책들이 발굴됐다는 점입니다.
불법은 언제 어디서나 언론을 통해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법은 언론이 침묵한다면 언제든 합법으로 위장해 사회를 좀먹을 것입니다.
보도국 내부에서도 법과 행정까지 무력화하는 편법의 그림자를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좋은 보도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또한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하며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해당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3회 전체 총평
제4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8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됐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기라 총선 후보들을 검증한 기사들이 많았다. 치열한 토론 끝에 5개 부문에서 수상작 6편이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이종섭 출국금지·대통령실 통화>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진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의 출국금지 조치에도 주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이 전 대사의 출국길을 동행 취재해 파장이 컸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단독 기사라는 평가와 함께 이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서 출국 사실을 깊이 있게 보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TV조선의 <양문석, 대학생 딸 사업자 대출로 본인 아파트 빚 갚았다 외 3건> 보도가 큰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 후보가 고가의 아파트를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통해 구입했다는 내용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도덕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보자 재산공개를 바탕으로 숨겨진 사실을 취재 보도해 경찰 수사까지 이끌어 낼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고 총선 정국의 큰 이슈가 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특별취재팀의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조선일보가 전태일 재단과 공동 기획한 기사로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회에 미친 영향력 측면과 유의미한 이슈를 제시했다는 점이 수상의 배경이 됐다. 조선일보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었다는 평가와 12대 88이라는 분석 틀이 흥미로운 콘셉트였다는 부분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150여명의 취재원을 접촉해 기사화함으로써 기사가 촘촘하고 다양성을 높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구멍 뚫린 과적단속시스템 고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화물차의 과적 단속 장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과적 차량이 버젓이 운행되는 실태를 보도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과적 검문소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수상 배경이 됐다. 오랫동안 제기돼 온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 방안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라일보의 <돈벌이로 전락한 공인어학시험…제94회 한국어 능력시험 암표상 사태> 보도와 경인일보의 <좌표찍기 시달린 공무원 사망 사건> 보도가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라일보 보도의 경우 새로운 팩트를 끄집어내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한국어 시험 암표에 대해서는 신선한 보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전국적으로도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해당 사안을 전국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경인일보 보도는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무원이 받는 고통을 사회적 시각에서 조명했고 정부가 대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문제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점이 수상 배경이 됐다. 스트레이트 기사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춘 파급력이 큰 보도였다는 심사평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