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V ), ④ 제보( ), ⑤ 기타( )
국립종자원이 매년 연말연시에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전국 곡창지대에 뿌려질 볍씨를 농가에 보급하는 사업입니다. 여기서 농부들은 보급종을 신청합니다. 정부가 보급계획을 세운 ‘볍씨’를 고르는 일입니다. 한해 농사의 시작입니다.
이번 취재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습니다. 농부들이 선택한 ‘올해의 씨앗’은 무엇일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계획 때문입니다. 쌀 공급량을 줄인다며 특정 볍씨를 퇴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밥맛이 보장된 우량 벼, 재배면적 1등 ‘신동진’이었습니다. 농민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하면서 퇴출은 유예됐습니다. 하지만 방침은 그대로였습니다.
취재진은 작년에 이어 정부 대책의 맹점을 짚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 수요를 무시한 공급대책이 쌀시장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기로 한 것입니다. 국립종자원으로부터 올해 종자 공급계획이 담긴 자료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서류에 적힌 데이터가 어딘가 좀 이상했습니다.
‘300톤 어디로 갔지?’
지난해 11월, 국립종자원이 벼 보급종 신청을 안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전북지역에 계획한 공급량은 정확히 2,636톤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취재진에게 제공한 자료에 표시된 공급량은 2,260톤이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차이였습니다.
볍씨 품종별로 세부적으로 들여다봤더니, 더 이상했습니다. 특정 1개 품종에서 공급량이 두드러지게 감소한 겁니다. 하필 정부가 퇴출 방침을 정한 ‘신동진’이었습니다. 불과 두 달 사이 처음 공고했던 공급량보다 300톤 넘게 줄어든 겁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신동진 졸속퇴출 의혹’을 수면 위로 올려 사회적 공분과 퇴출방침 유예를 이끌어낸 전주MBC는, 결국 취재 방향을 선회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두 달 사이, 국립종자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헤쳐보기로 한 겁니다.
복수의 농정당국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대부분 시원치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뜬소문’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단순했지만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국립종자원에서 ‘종자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가 돌더라고요.. 곰팡이라나..”
국립종자원이 종자보급 사업의 파트너 역할을 하는 지자체에 뿌린 공문들을 입수해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보급종 공급 계획을 조정한다’는 문서를 발송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물량이 품위저하가 발생했다”고 적었습니다. ‘진균’을 원인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글씨만 작았습니다.
직감했습니다. 무언가 일을 축소해 알리려 한다는 강한 의도가 읽혔습니다. 전주MBC가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미증유 사건에 다가선 순간입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국립종자원이 보관하던 볍씨 300톤에 곰팡이가?
국립종자원, 이름 그대로 씨앗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입니다. 취재결과 전북지원 창고에서 문제를 인지한 건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씨앗에서 싹이 얼마나 트는지, 발아율 검사에서 기준치를 밑돈 것입니다.
‘진균’ 때문이었습니다. 쉬운 말로 곰팡이란 뜻입니다.
국립종자원은 “일부 물량이 피해를 입었다”며 의미를 축소하기에만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쌀농사는 자고로 농부가 짓습니다.
씨앗을 받아 땅에 뿌리는 농민의 시선에서 사태가 가진 규모와 파장을 재해석했습니다. 곰팡이 피해가 발생한 볍씨를 곡창지대에 뿌렸다면 그 면적이 얼마가 될지, 농정당국이 제시한 계산식에 대입해봤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7배, 익산시 논 면적의 40%, 군산시 논 면적의 60%에 이르는 수치였습니다.
단순히 피해 규모를 떠나 국립종자원에서 도저히 있어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곰팡이가 퍼진 원인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농민들에게 이 사태가 사실상 은폐돼왔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거론했습니다.
■ “습도 관리 안 해요”
사전 취재단계에서 종자 분야에 잔뼈 굵은 전문 교수의 자문을 구했습니다.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습도를 14%로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립종자원이 곰팡이 문제가 발생한 창고 내부를 비공개한 상황에서, 취재는 두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진행했습니다. 종자원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과 말에서 원인파악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습도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방침과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볍씨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건조과정을 거치고 습도를 꼼꼼하게 확인하기에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농민들이 정성껏 키운 씨앗을 종자원이 수매할 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지만, 종자원이 정작 볍씨를 보관할 때는 곰팡이가 피어날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 대체품종 보급하면 그만?
국립종자원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주MBC 보도 하루 만에 황급히 관련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곰팡이 문제를 인지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뒤늦게 곰팡이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할 거라며 수습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과 유리된 대책 발표였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종자 307톤을 소독 처리해 농가에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도 했지만, 본격적인 종자 보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습니다.
신동진 볍씨를 대신할 대체품종으로 소개된 ‘참동진 볍씨’ 공급계획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농업인 단체와 미곡처리장(RPC) 관계자 등 현장의 반응을 두루 살폈습니다.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가치에서 두 볍씨의 차이는 극명한 것이었습니다.
■ 곰팡이가 소환한 일방통행 농정
농업인 단체도 전주MBC 보도내용과 정부의 대책 발표 내용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신동진을 퇴출하기 위해 의도된 곰팡이 사태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의혹을 신빙할 증거가 없었기에 단체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옮기진 않았습니다. 다만 의혹이 제기된 배경, ‘일방통행 농정’은 짚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신동진벼 졸속 퇴출’ 논란을 야기한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공급자 시선에서 짜였는지 명징하게 들춰냈습니다. 합리적 근거 없이 추진되는 ‘대체품종 밀어붙이기’도 모자라, 곰팡이 볍씨 사태를 기회 삼아 슬그머니 품종전환에 나서는 농정당국의 행태를 다양한 근거로 고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보도에 등장하는 국립종자원 전북지원 관계자들은 모두 익명 처리됐습니다. 가려진 사건의 실체적 사실을 규명하는 취재였기에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농민은 종자 재배를 위해 종자원이 엄선해 관리하는 농가였습니다. 신원이 노출될 경우 발생할지 모를 유무형의 피해가 염려돼 익명 처리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취재.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해당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는 전주MBC가 직접 발굴한 결과물입니다. 단독보도 이후 8개 신문, 방송, 통신 등 주요 매체에서 관련 소식과 파장을 심도 있게 다뤘습니다. 특히 농정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매체에선 사설을 통해 국립종자원의 존재 이유와 본령을 되새겨야 한다며 매우 강한 어조로 사태의 의미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를 계기로 볍씨 곰팡이 사태의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 하루 만인 지난달 15일 아침, 설명자료를 배포해 사고가 발생한 경위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했으며, 뒤늦게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역시 뒤늦은 조처였지만, 전북자치도도 같은 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농협과 농가 등에 부족해진 볍씨 물량 확보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전북자치도의회는 지난 7일 도정질의를 통해 김관영 도지사에게 대응방안을 물었으며, 이 자리에서 품종 다변화 대책이 발표되는 등 모내기 철을 앞두고 볍씨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파장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취재기자의 관찰을 기반으로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된 보도로써 사회적 반향을 도출했으며,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였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없습니다.
② 기존 출품작을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출품 이유와 보완 내용을 아래 적어주시기 바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품부문을 변경하여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감점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없습니다.
취재후기
(402회)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 전주MBC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전주MBC 조수영 기자
고시히카리, 오대, 조명1호, 조영, 해담쌀, 해들, 해품, 알찬미, 삼광, 새일미, 새청무, 신동진, 영진, 안평, 영호진미, 일품, 참드림, 추청, 친들, 동진찰, 백옥찰, 강대찬, 참동진….
정부가 보급을 책임지는 쌀 품종들이다. 세상에 나온 볍씨는 더 많다. 대부분이 선택받지 못한 것이다. 이 보급종을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감히 비유하자면 대장주나 대장코인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농부가 믿고 뿌리는 볍씨는 대체로 소비자가 믿고 먹는 쌀이 된다.
취재를 통해 표면 위로 드러난 국립종자원 ‘곰팡이 사태’는 고로, 그 자체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당국의 대응은 지금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곰팡이 피해를 입은 신동진 볍씨 300여톤은 약 7000ha, 특정 지역에선 40% 가까운 면적에 뿌릴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전북 지역에서 신동진이 가지는 독보적 상징성과 브랜드 파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놀라운 건 정식 취재차 기관을 방문했을 때였다. “종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사고 아닌데요”라던 국립종자원 관계자의 태연한 대답. 순간 번지수를 잘못 찾았나 싶었다. 취재를 마치고 국립종자원을 나서는데 현관에 투박한 붓글씨체로 걸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농민은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
대체품종인 ‘참동진’을 공급하면 그만이란 식의 대응은 정확히 ‘공급자 마인드’였다. 볍씨 하나, 쌀 한 톨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쌀시장을 책임지는 이들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냈을 때, 비로소 이 ‘곰팡이 사태’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취재 과정에서 묵묵히 지역 농정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농사 한번 지어본 적 없는 기자의 어설프고 긴 질문에, 그들은 배가 넘는 정보 값으로 기사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뉴스가 있는 현장을 핏줄이 잔뜩 선 팔뚝과 120%의 진심으로 담아내는 진성민 선배, 이번 취재가 완결성을 갖추도록 독려하고, 아이템 선정과 기사 분량 등에 구애 없이 높은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정태후·유룡 데스크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402회 전체 총평
제40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50편이 출품됐다. 우수한 기사가 많아 6개 부문에서 수상작 6편이 선정됐다.
특히 KBS전주와 전주MBC가 지역 취재보도부문과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각각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2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꼼꼼한 취재로 기사 완성도를 높였으며 보도 후 여파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등 영향력 측면에서도 돋보이는 기사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리스트업된 사람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보도 방식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매일경제신문 <요양병원 대해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요양병원 100곳을 취재하면서 일일이 제보를 확인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안까지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요양병원 관련 기사가 기존에도 많았지만 이 기사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방면으로 살피면서 꼼꼼하게 기사화한 것이 돋보였으며 특히 주제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해당한다는 점, 거기에 맞는 적절한 기획, 발품까지 많이 들인 점 등이 수상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보도 참신성, 완성도,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수작이었다. 더욱이 모자이크 없이 당사자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은 물론 한 달에 걸친 여성 기자의 동행 취재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다가갔을 것이란 의견도 심사위원들 사이에 나왔다. 여성 노숙인 시설이 전국에서 한 곳이라는 점이 보도에서 드러나 관계 당국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도 수상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주MBC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보도가 수상했다. 지역 취재 보도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주제라는 의견 속에 사안 자체가 지닌 상징성, 중요성 등을 끈질긴 취재로 잘 풀어냈다는 심사평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자료에 나타난 수치에서 착안해 취재에 들어갔다는 점도 후한 점수의 바탕이 됐으며 국립기관이 이런 식의 행정을 펼쳤다는 점에서 반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전주 <재난과 트라우마…84인 ‘악몽의 기록’>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각종 사회적 병리나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국민 관심사이기도 한 사안을 지역방송이 보도해 이슈 환기를 시킨 데다 재난피해자 84명을 섭외한 뒤 깊이 있는 취재로 보도 완성도를 높인 점은 선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경향신문 <설악산 산양 ‘혹독한 겨울나기’>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으로 그동안 원거리 사진만 많았던 산양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하게 찍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산양의 생존을 다룬 여타 언론사 보도가 이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