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범죄피해는 ‘러시안 룰렛’과도 같습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에서조차 매해 100명당 3명꼴로 발생합니다. 천재지변과도 같은 범죄피해를 100%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환상이지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실현 가능한 현실입니다.
각종 범죄 사건을 취재해 온 한국일보는 현실에서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고통의 상당수가 범죄 그 자체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피해자 지원 부족, ‘제도적 실패’(institutional failure)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범죄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루는 단발성 기사에 머무르지 않고, 범죄 피해자들이 직접 경험한 제도의 문제점과 그 구조적 원인을 입체적으로 다뤄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든든한 안전망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싶었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싶고, 실제 목소리를 높여도 높은 곳에 닿지 않는 현실을 가감 없이 조명해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언론의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1회<그날 이후 생계가 끊겼다>에서는 범죄 피해로 전신마비가 된 아들을 간호하며 가족 전체의 삶이 무너진, 피해자의 모친 박영자(이하 가명)씨 등의 사연을 통해 턱없이 모자란 한국의 범죄피해자 지원금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취재 결과 한국의 피해자 지원금은 총액 기준 영국의 5% 수준이었고, 가해자의 갱생 지원 예산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피해자의 월 수익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피해자 지원을 ‘손해배상’ 개념으로 접근하는 한국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 심층 분석했습니다.
◆2회<보복 위험에 갈 곳을 잃다>에서는 길거리 여성을 구하려다 범죄 피해를 당하고, 무신경한 형사 시스템 속에서 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돼 보복편지를 받은 최정남씨 등의 사연을 통해 피해자 신변보호 및 주거지원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했습니다. 본보가 취재 과정에서 접한 피해자들은 수사 재판 과정에서 범죄 실체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들일수록, 가해자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실제 보복범죄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한국의 형사사법체제는 피해자의 신변보호에 소극직이었고, “집까지 얻어주는 것은 과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주거지원 제도도 매우 미약한 현실을 감안해 보복범죄 예방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주거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조명했습니다.
◆3회<피해자는 뒷전이 됐다>에서는 성폭행으로 상해 10주 피해를 입었는데도 범죄 피해자 구조금은커녕 안내조차 받지 못한 김현숙씨 등의 사연을 통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구조금 누락, 미지급 사례를 조명했습니다. ‘피해자 구조’는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 피해자의 권리임에도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본보는 이 같은 구멍의 원인이, 법적 권한과 의무가 검찰에 있지만 실무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전담하는 ‘기형적인 구조’에 있다고 보고 심도 있게 파헤쳤습니다.
◆4회<피해자, 재판에서 두 번 울다>에서는 폭행치사로 남편을 숨지게 한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그때 받은 합의금이 남편의 목숨값이었구나’라며 평생 응어리를 짊어지고 살게 된 유수정씨 등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사선 변호사의 도움 없이는 수사, 재판에 대처하기 힘든 것이 피해자들의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은 피고인(가해자)을 중심으로 구성돼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피해자가 수긍하기 힘든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규모나 처우 면에서 가해자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5회<범죄의 종결은 피해자 회복이다>에서는 범죄 피해 이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스스로 피해자 지원제도 전문가가 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를 인터뷰해 한국의 열악한 지원체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범죄 피해자들은 무심하고 기계적인 검찰이나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대신, 같은 피해자인 김진주씨에게 여러 조력을 얻고 있었습니다. 연대를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의 자력구제 움직임은 구멍 많고 미약한 한국의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의 현실을 보여주는 방증이었습니다. 한국의 제도가 손해배상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 인력은 물론 예산도 늘 부족한 이유 등 전문적인 담론을 원혜욱 전 한국피해자학회장(인하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짚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본보는 기획 취재를 진행하면서 총 15명의 범죄 피해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만남을 꺼리신 7명에 대해서는 서면, 유선이나 변호인,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을 통해서 간접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모든 피해자들은 가명 처리했으며 살고 있는 지역 등 정보는 필요 최소한으로만 당사자 동의 아래 노출시키는 등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렸습니다.
특히 사회부 법조팀으로 구성된 취재팀은 피해자 인터뷰와 함께 법무부, 검찰, 경찰 등 집행기관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교수 등 전문가에 대한 취재를 병행하여 보다 입체적인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밖에도 본보는 이번 기획의 총 기사 수가 16개(회당 3개)나 되는 점을 고려해 매 기사마다 별도의 편집자 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 노력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범죄나 피해자의 사연은 언론보도의 주요 대상이었습니다. 개별 사건의 범죄 피해에 대한 연속 보도도 많았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의 사연을 통해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짚은 보도는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일보의 ‘나는 범죄 피해자입니다’ 기획 기사는 △현실에서 구조금 누락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 △경제 지원금이 피해자의 기존 소득을 기준으로 둬 가난할수록 더 적은 지원금이 제공된다는 점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해 차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본보는 이 같은 현실의 구조적 원인이 △당위적 이유 없이 피해자 보호 업무를 검찰에 일임하고, 민간 센터에 위탁한 기형적 구조 △피해자 지원을 ‘손해배상’(일실 소득 보상)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법률 체계에 있다는 점까지 심층 분석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보도로 인해 바로 후속 조치가 이뤄진 사안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기획 이후 검찰은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과 연계해 범죄 피해자의 구조금 통지 누락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달해 왔습니다. 다른 대검 관계자는 “피해자보호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인데도, 놓치고 있는 분야”라며 “제대로 된 형사사법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피해자들의 제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28일 한 차례의 후속 보도를 진행했으며, 제보 내용과 정부의 조치 등을 종합하여 후속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선 기획에서 상세히 다루지 못했던, 뼈아픈 현실을 다룰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공정보도, 정당한 정보수집, 취재원 보호 등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2회 전체 총평
제40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50편이 출품됐다. 우수한 기사가 많아 6개 부문에서 수상작 6편이 선정됐다.
특히 KBS전주와 전주MBC가 지역 취재보도부문과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각각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2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꼼꼼한 취재로 기사 완성도를 높였으며 보도 후 여파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등 영향력 측면에서도 돋보이는 기사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리스트업된 사람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보도 방식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매일경제신문 <요양병원 대해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요양병원 100곳을 취재하면서 일일이 제보를 확인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안까지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요양병원 관련 기사가 기존에도 많았지만 이 기사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방면으로 살피면서 꼼꼼하게 기사화한 것이 돋보였으며 특히 주제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해당한다는 점, 거기에 맞는 적절한 기획, 발품까지 많이 들인 점 등이 수상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보도 참신성, 완성도,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수작이었다. 더욱이 모자이크 없이 당사자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은 물론 한 달에 걸친 여성 기자의 동행 취재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다가갔을 것이란 의견도 심사위원들 사이에 나왔다. 여성 노숙인 시설이 전국에서 한 곳이라는 점이 보도에서 드러나 관계 당국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도 수상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주MBC <국립종자원 볍씨 곰팡이 사태> 보도가 수상했다. 지역 취재 보도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주제라는 의견 속에 사안 자체가 지닌 상징성, 중요성 등을 끈질긴 취재로 잘 풀어냈다는 심사평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자료에 나타난 수치에서 착안해 취재에 들어갔다는 점도 후한 점수의 바탕이 됐으며 국립기관이 이런 식의 행정을 펼쳤다는 점에서 반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전주 <재난과 트라우마…84인 ‘악몽의 기록’>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각종 사회적 병리나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국민 관심사이기도 한 사안을 지역방송이 보도해 이슈 환기를 시킨 데다 재난피해자 84명을 섭외한 뒤 깊이 있는 취재로 보도 완성도를 높인 점은 선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경향신문 <설악산 산양 ‘혹독한 겨울나기’>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으로 그동안 원거리 사진만 많았던 산양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하게 찍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산양의 생존을 다룬 여타 언론사 보도가 이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됐다는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