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1회(2024년 1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1개 부문에 5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3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채널A의 <대통령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채널A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시기, 다각도의 취재로 여권 상층부의 갈등 상황을 단독 보도했다. 특히 다수의 취재원을 대상으로 팩트체크와 균형감 있는 보도를 위해 노력했다. 4월 총선의 큰 변수로서 보도의 파급력이 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는 8편이 출품됐는데, 한국일보의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창립 60년을 맞은 새마을금고가 본연의 역할인 서민 대상 대출을 등한시하고 거액의 기업 대출에 몰두하거나 뇌물로 얼룩진 초유의 사태를 취재했다. 전국 지역 금고 1189곳 경영공시 자료를 전수 분석하는 등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를 팀플레이로 이끌어냈다. 그동안 단발적으로 다뤄왔던 사안을 종합 보도했고, 울산, 경남 거제와 고성, 전북 남원과 세종, 경기 안산과 광명 등 지역 금고의 문제점까지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밀도 있는 인터랙티브 뉴스 등 편집에서도 돋보인 수작으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12편의 작품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은 서울신문의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보도가 선정됐다. 서울신문은 위탁부모 24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또 전문가, 현장 공무원, 상담사 등 114명 실태조사를 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어본 데 이어 제도 활성화와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위탁부모가 맡아 양육하다가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위탁가족 품에서 성인이 된 경우 등 사례 중심 보도로 몰입력을 높였다. 좌담회까지 많은 취재 분량에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 보도가 수상했다. MBC는 292개 전체 사립대에 대해 설립자 친인척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지, 설립자 일가가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세습이 진행 중인지 등을 정보공개 청구해 집중력 있고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기자의 발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카메라를 들고 현장감 있게 취재한 노고와 끈기가 돋보인 가치 있는 보도였다고 손꼽혔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는 13개 작품이 도전했는데, 부산일보의 <이재명 대표 피습 추적, 흔들린 지역 의료> 보도가 선정됐다. 부산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서울대병원 전원 배경을 최초로 보도했다. 동시에 피의자 동선 추적에도 집중해 계획범죄를 증명할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지역 응급의료 실태와 전원 체계를 파고들어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사진보도부문 수상작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의 <민주주의 피습 직후> 보도는 이재명 대표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방문이라는 통상적인 정치 일정이 순식간에 끔찍한 피습 사건 현장으로 바뀐 긴박한 상황을 포착했다. AP, 로이터 등 통신사를 통해 각국의 주요 외신에도 국내 제1야당 대표의 정치테러 사건 현장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이번 제401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을 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관심과 보도가 언론의 책무임을 잊지 않았다. 정면 승부하는 현장 보도, 저널리즘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취재하고 보도할 수는 있다. 이미 다뤄졌던 주제라도 얼마나 공정하고 디테일하게, 기자의 정성과 노력이 담겼는지가 새로움의 원천이다. 오늘도 기자의 진심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채널A 최수연 기자
총선을 80일 앞두고, 여권 핵심부의 충돌 조짐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 답변과는 확실히 온도차가 있다는 해석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답변을 제대로 놓고 본다면 한 위원장의 입장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한 위원장은 장관직에 있을 때도 “몰카 공작이 맞다”고도 했지만, 동시에 “시스템에 맞춰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점은 ‘법과 원칙’에 찍혔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대위원장이 되어서도 한 위원장의 신조는 변하지 않았으니 대통령실과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그 기류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 주말 이른바 ‘윤한갈등’을 가장 먼저 파악해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 좋을 것 같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메시지가 한 위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입니다. 여권 최상층부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갈등 폭발 상황에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팀이 모두 예민한 사안인 만큼 꼼꼼하게 파악하려 노력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여당 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걸 취재하며 처음 느낀 건 당혹감이었습니다. 특히 평소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사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습니다. 이 사안이 어떤 배경으로 터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마무리되는지 상세히 보도하는 건 총선을 80일 앞둔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앞으로도 시시각각 살아 움직이는 정치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지켜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정치부 선후배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한국일보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새마을금고 담당 부서요? 거긴 정말 아무도 안 가려고 해요.”(공무원 A씨)
“아니, 왜요?”(기자)
“감독기관인 행안부를 우습게 봐요.”
“에이, 설마.”
“건전성 규정 하나 추진하는데, 금고 이사장들이 조폭처럼 굴었다면 믿겠습니까? 큰일 한번 날 거예요.”
작년 7월 남양주새마을금고의 대량 예금 인출 사태는 오래전 이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푸념 정도로 여겼는데, 진짜 터질 줄이야…. 미안함 아닌 미안함이 게으른 기자를 움직였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날아든 첩보.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해 대대적인 검사를 벌여 문제를 확인하고도 뭉개고 있다.’ 역대급 강도의 검사는 사실이었고, 뭉개고 있단 이야기도 신빙성이 높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검사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기사를 만들자면 행안부가 어떤 문제를 확인했고, 왜 뭉개는지 체크가 필요했지만, 혼자선 역부족이었다. 지원 요청에 엑설런스랩(기획취재부) 유대근·진달래·박준·원다라·송주용 기자, 이오늘 인턴까지 6명이 투입됐다. 전국의 투자·대출 사업장을 누볐고, 금고와 관련된 기록과 문서를 훑었다. 동물적 감각을 지닌 강철원 부장이 힘을 실으면서 30꼭지의 기사가 생산됐다.
하나하나가 의미 있지만, 기획 전체를 통해 정치인과 새마을금고의 공생 관계를 보여준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에 힘을 가하면, 수많은 조합원(유권자)을 대표하는 금고 이사장이 국회의원을 통해 그 압박을 무력화하는 식이었다. 새마을금고가 겸손하고 따뜻한,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지만,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보내주신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서울신문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서울신문 손지연 기자
“제도를 안내해야 할 공무원조차 가정위탁을 모른다.” 취재는 한 위탁부모와의 인터뷰에서 시작됐습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는 이른바 ‘투명 아동’의 여파로 취재를 이어가던 중 가정위탁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시설 대신 가정에서 보호한다는 가정위탁은 도입된 지 21년이 넘었는데도 이름조차 생소합니다. 서울신문 사건팀은 21년 동안 묵묵히 아이들을 지킨 위탁가정을 찾아 전국을 누볐고 A4 2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가 쌓였습니다.
기사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도 많습니다. 친부모가 친권을 악용해 위탁아동이 수백만원의 빚을 지기도 했습니다.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라는 제목도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부산의 한 위탁부모님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이 있다”며 “우리 모두 잠시만 엄마가 될 수는 있지 않냐”고 전했습니다.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구조를 파헤치고 싶었습니다. 이에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시도별 가정위탁 지원·운영 사업 예산(국비·지방비) 20년 치를 받아 분석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현장의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를 함께 조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 114명의 전문가 목소리를 담아 풍부한 해결책을 더했습니다.
함께 전국을 누빈 사건팀 팀원들, 새벽까지 기사를 고쳐주신 홍인기·김주연 선배, 기획 시작을 함께한 김경두 부장, 1년 차 막내를 믿고 신년 기획을 맡겨주신 백민경 부장, 김태균 국장, 그리고 본인의 일상을 가감 없이 공유해 주신 24명의 위탁부모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더 이상 홀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아이가 없길 바랍니다.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 MBC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
MBC 이준희 기자
신년 기획 준비에 골몰하던 2023년 12월 첫 주말. “사학 비리를 제보하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서울 한복판 유명 대학 병원 건물에 재단 이사장 어머니가 전담 의료진, 경비원까지 두고 수십 년째 살고 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신년 기획팀’이 ‘족벌 사학 취재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나오지 않고,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그곳을 한양대병원 직원들은 ‘할머니집’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종량 이사장 일가 친척 40여명이 병원비 감면 혜택을 받고 있었고, 소속 교수들이 아무리 채용에 반대해도 이사장 전화 한 통이면 임용되는 ‘우연’도 반복됐습니다. 서울 경희의료원 조리실에는 ‘이사장님 도시락’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침실 딸린’ 집무실에서 지내는 조인원 이사장을 위한 특별 도시락입니다.
‘할머니집’과 ‘이사장님 도시락’은 우리나라 사립대 이사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두 학교는 처음에는 ‘병원 관리실이다(한양대)’, ‘직원식당 메뉴와 같다(경희대)’고 둘러대더니 결국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회기역(경희대)에서 출구와 가장 가까운 승강장(6-2)이 몸에 밸 정도로, 한양대병원 신관 층별 안내도를 달달 외울 정도로, 두 학교를 매일 같이 찾아가 물증을 모은 덕분입니다.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낸 조은수, 전효석 선배, 292개 대학 정보 공개 청구 결과를 꼼꼼히 정리한 이도연 리서처, 박다이, 오은채 작가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보도입니다. 용기를 내준 사립대 제보자분들께도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추적, 흔들린 지역 의료 부산일보
이재명 대표 피습 추적, 흔들린 지역 의료
부산일보 이우영 기자
이재명, 부산, 피습. 세 단어가 담긴 짧은 속보가 새해 이튿날 쏟아졌다.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곧장 병원과 경찰서로 달려갔다.
고심 끝에 화두를 던졌다. 부산대병원은 이재명 대표 긴급 수술을 준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그를 서울대병원에 이송한 사실을 세상에 처음 알렸다. 민주당이 “추가 출혈이 우려된다”면서 “서울에서 수술한다”는 석연찮은 브리핑을 한 직후였다. 정치인 대신 의대 교수와 접촉한 취재진은 설득 끝에 “위급성을 고려해 즉각 수술이 필요했다”는 의료진 소견을 확보했다.
결국 국내 최고 수준 권역외상센터에서 헬기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건 환자에게 위험한 결정이란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나아가 지역 응급의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전원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공론화하며 관련 보도도 지속할 수 있었다.
동시에 습격범 추적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계획범죄’를 입증할 주요 증거를 밤낮없이 찾아 나섰다. 범행 전날 이 대표가 방문한 김해 봉하마을에 피의자가 찾아간 모습을 유튜브에서 포착해 처음으로 보도했다. 주말 밤 창원에서는 피의자가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을 담은 CCTV를 확보해 기사에 담기도 했다. 공범이나 배후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채 범행 계획과 동선 추적 등을 선도했다.
현장 기자들을 믿고 지지해 준 데스크 덕에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 기사에 전문성을 더해준 의료산업국장, 중심을 잡아준 캡이 있었기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중요한 사실을 찾아내고, 용기 있게 할 말을 하려 하는 경찰팀 후배들에게 가장 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민주주의 피습 직후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
민주주의 피습 직후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 손형주 기자
“통상적인 정치 일정이 순식간에 피습 사건 현장으로 바뀌었다.”
새해 첫 일정 취재를 마치고 모든 긴장이 풀린 순간 갑자기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누군가의 다리 틈으로 카메라를 넣어 피를 흘리며 응급처치받는 이재명 대표를 확인했다.
몰려든 취재진과 유튜버, 당 관계자, 경찰까지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우산으로 가려지기 전 쓰러진 이 대표가 피를 흘리며 응급처치받는 순간을 촬영할 수 있었던 시간은 1분 30초가량이었다.
서울과 부산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큰 현장을 많이 경험했다고 자부했고 다양한 외신 사진을 보며 평소에 돌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봤었지만,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머릿속은 하얘졌다.
짧은 시간 속 취재 통제가 심했기 때문에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었나 하는 아쉬움에 며칠을 시달렸다. 누군가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던 현장에서 아쉬움에만 급급한 모습을 성찰하며 직업적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료들 덕분에 나의 직업에 조금 더 애정을 갖기로 했다. 동료 기자들은 “역사의 순간을 사진 한 장으로 기록했다”며 용기를 줬다.
평소 한 장의 사진이 곧 역사란 생각을 많이 해왔다. 혐오의 칼날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는 이 대표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은 양극화 정치로 혐오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제1야당 대표가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찰나의 순간이 대한민국 정치가 아픔을 딛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로 기록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