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시작은 “무슨 일이 있나 보다”라는 경기도 성남 시 취재원들의 잡담 같은 대화였습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이자 지역 주요 정치인으로 부상한 현근택 변호사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지난달 3일 SNS에 묘한 글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OOO님의 상처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았으니 사과드리겠습니다.” 실명까지 올린 사과. 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OOO씨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소문을 시작했고 내용을 조금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고 여성이 상심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여성이 지역 다른 정치인의 수행 비서라는 사실도 파악했습니다. 순간 ‘사건 실체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포기할까 망설였지만 그래도 사실 확인은 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OOO씨와 가까운 사람을 찾아냈고 “힘들어한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락했습니다.
1월 4일 저녁 7시쯤, 처음 연락이 닿은 여성은 많이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의논할 곳을 찾아서 내일 여성의 전화에 간다.”고 했습니다. 누구든 만나서 털어놓고, 의지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성남으로 달려가겠다”고 했고 만났습니다.
“너희 부부냐” “둘이 같이 사느냐” “감기도 같이 걸리지 않았느냐” 이 여성이 들었다는 발언. 대화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성이 받은 상처와 절망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기사 쓰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부원장이 했다는 발언, 신체나 외모, 성적인 행위를 직접 거론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는 분명히 큰 상처를 받았는데, 그 상처를 정확히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정도 농담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테고, 텍스트로만, 짧은 방송으로만 기사를 보면 그런 반응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해 여성의 표정과 목소리, 터져 나오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기사를 써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잘 써야만 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분명한 성희롱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피해 당사자는 물론 현 부원장 본인도 이 사실은 인정하고 있습니다.(다만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화라는 건 분위기와 맥락을 봐야 합니다. 여성이 “부부냐. 같이 사느냐”는 발언에 대해 불쾌해하며 항의했지만 현 부원장은 부연해 가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감기는 같이 자는 사이, 같이 사는 사람들이 같이 걸리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대화 전체 맥락을 보면 한 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었습니다. 정정과 사과의 기회가 있었지만 성희롱 발언이 반복됐습니다. 이미 상식적으로 농담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지극히 성차별적인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이 여성, 2년 동안 수행비서 일을 했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껴왔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구나. 뿌듯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노력했던 내 일이 단지 남성과 ‘같이 사는 관계여서 가능한’ 정도로 평가됐습니다. 일은 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외모로, 성별로, 다른 조건으로 평가받는 건 차별입니다. 사회가 진보해 가는 과정은 둔감했던 것들을 차별로 인식해나가는 과정일 겁니다. 반발과 역풍이 불 수 있고, 정치적 오해가 따를 수 있지만 꼭 기사를 내보내야 했던 이유입니다.
첫 기사가 나간 뒤, 예상대로 오해와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현 부위원장 지지자들의 탄원서가 돌았고, 여성에겐 저주에 가까운 메시지가 빗발쳤습니다. 취재 기자도 많은 악성 댓글을 견뎠습니다. 피해자인 이 여성은 정작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 아닌지 위축됐습니다. 지켜보던 저희는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정치적인 상황 중계로 관심을 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사회적 힘이 있는 남성과 여성 사이 사건으로 기사를 풀었습니다. 직업을 가진 한 여성이 어떤 성차별적 발언을 들어야 했는지, 또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 가감 없이 담아내 공론화하고자 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원 또는 제보자들과 특별한 이해관계 없습니다.
해당 보도들은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내용들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JTBC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JTBC 보도가 나온 당일부터 신문과 방송 등 국내 모든 매체에서 추종보도가 이어졌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민주당은 현 부원장에 대한 윤리감찰단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정파적 오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가해자들의 2차 기회가 아닌 피해자들의 지속되는 삶에 2차 가해가 없어야한다는 사실에 힘써야한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농담을 가장했지만 엄연한 성희롱 발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또 함께 일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을 다시 들여다보고 고민하게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 기준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에서 지원받은 내용이 없으며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이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1회 전체 총평
제401회(2024년 1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1개 부문에 5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3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채널A의 <대통령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채널A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시기, 다각도의 취재로 여권 상층부의 갈등 상황을 단독 보도했다. 특히 다수의 취재원을 대상으로 팩트체크와 균형감 있는 보도를 위해 노력했다. 4월 총선의 큰 변수로서 보도의 파급력이 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는 8편이 출품됐는데, 한국일보의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창립 60년을 맞은 새마을금고가 본연의 역할인 서민 대상 대출을 등한시하고 거액의 기업 대출에 몰두하거나 뇌물로 얼룩진 초유의 사태를 취재했다. 전국 지역 금고 1189곳 경영공시 자료를 전수 분석하는 등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를 팀플레이로 이끌어냈다. 그동안 단발적으로 다뤄왔던 사안을 종합 보도했고, 울산, 경남 거제와 고성, 전북 남원과 세종, 경기 안산과 광명 등 지역 금고의 문제점까지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밀도 있는 인터랙티브 뉴스 등 편집에서도 돋보인 수작으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12편의 작품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은 서울신문의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보도가 선정됐다. 서울신문은 위탁부모 24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또 전문가, 현장 공무원, 상담사 등 114명 실태조사를 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어본 데 이어 제도 활성화와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위탁부모가 맡아 양육하다가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위탁가족 품에서 성인이 된 경우 등 사례 중심 보도로 몰입력을 높였다. 좌담회까지 많은 취재 분량에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 보도가 수상했다. MBC는 292개 전체 사립대에 대해 설립자 친인척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지, 설립자 일가가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세습이 진행 중인지 등을 정보공개 청구해 집중력 있고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기자의 발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카메라를 들고 현장감 있게 취재한 노고와 끈기가 돋보인 가치 있는 보도였다고 손꼽혔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는 13개 작품이 도전했는데, 부산일보의 <이재명 대표 피습 추적, 흔들린 지역 의료> 보도가 선정됐다. 부산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서울대병원 전원 배경을 최초로 보도했다. 동시에 피의자 동선 추적에도 집중해 계획범죄를 증명할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지역 응급의료 실태와 전원 체계를 파고들어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사진보도부문 수상작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의 <민주주의 피습 직후> 보도는 이재명 대표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방문이라는 통상적인 정치 일정이 순식간에 끔찍한 피습 사건 현장으로 바뀐 긴박한 상황을 포착했다. AP, 로이터 등 통신사를 통해 각국의 주요 외신에도 국내 제1야당 대표의 정치테러 사건 현장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이번 제401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을 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관심과 보도가 언론의 책무임을 잊지 않았다. 정면 승부하는 현장 보도, 저널리즘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취재하고 보도할 수는 있다. 이미 다뤄졌던 주제라도 얼마나 공정하고 디테일하게, 기자의 정성과 노력이 담겼는지가 새로움의 원천이다. 오늘도 기자의 진심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