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 단독기획( ● )
"치매 초기의 엄마 명의로 둘째 아들이 대출을 받았습니다. 물론 모친과 다른 형제들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명백한 사기이지요. 그런데 처벌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가족 간 재산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 규정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가족이 원수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한 가족법 전문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초 취재팀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이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우리 가족법이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농경 사회에서 4차산업 사회로 △대가족 체제에서 1인 가구로 △혈연보단 실제 돌봄 중심으로 우리 사회와 가족 구조가 변해왔지만, 가족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 한다는 지적입니다.
취재팀은 가족법과 현실 간 괴리와 함께 '상속 분쟁'을 주목했습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면서 시의성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기사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속 분쟁은 고령화와 맞물리며 급증했습니다. '상속재산 분할 처분 소송'은 10년 전보다 무려 4배 이상 증가해 2022년 2,77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상속 관련 사건은 47.4%, 유언에 관한 사건은 66.4% 증가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다사(多死)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상속에 대한 이해와 준비는 부족했습니다.
취재팀은 돈 앞에서 원수가 돼 버린 우리 시대의 가족 자화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울러 빚 상속 증가에 따른 문제와 대책, 그리고 상속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따져 보기로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상속 분쟁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함께 고민해본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다사 시대와 '마지막 로또'
• "집과 땅을 장남에게?"… 분노한 막내의 참극에 삶이 무너졌다
• '죽일 놈의 상속'… 엄마는 망치 든 아들의 원한까지 품었다
• 장남은 왜 셋째 동생을 죽였나…패륜, 유산 앞 악마로 변한 형제들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이런 메시지가 불편하셨다면 너무나 죄송하고 송구스럽습니다.”
취재팀이 <분노한 막내의 참극에 삶이 무너졌다> 기사를 취재하고자 지난 1월 2일 충북 충주를 찾아 피해자 유족인 큰딸 김은지(가명)씨에게 보낸 문자의 일부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취재를 마치고 충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김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앞서 장남(김씨의 큰 동생)에게는 아파트 현관 인터폰 너머로 취재 요청을 거부당한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김씨의 막내 동생은 2017년 12월 부친·모친을 때려 숨지게 했습니다. 아버지가 집과 땅을 큰 형에게 물려주겠다고 하자 저지른 패륜 범죄입니다.
취재팀은 사건 취재를 위해 무작정 충주를 찾았습니다. 취재팀이 사전에 확보한 건 살인 사건이 발생한 부모님 집 등 주소 몇 개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유족들을 수소문했고, 큰 딸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렵게 확보했습니다. 김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막내가 모범수가 돼서도 출소되는 일이 없기를 원한다며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취재팀은 기사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1인칭 시점으로 인터뷰를 재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김씨에게 기사를 보여주고 최종 확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다른 상속 살인·폭행사건의 취재 방식도 비슷합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거듭했습니다. 제보를 받고 시작한 취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족 내 살인 사건은 감추고 싶은 치부였을 겁니다. 유족 및 피해 가족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과정은 지난했고, 범죄 피해자들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이를 위해 △경북 김천 △광주 △전남 여수 △서울 성수 △서울 송파 및 강서 △전북 고창 △충북 충주 등 전국 각지를 다녔습니다.
1회 메인 기사인 <엄마는 망치 든 아들의 원한까지 품었다> 취재를 위해서는 서울에서 200㎞ 떨어진 A 도시를 세 번이나 갔습니다. 엄마 명의의 아파트를 자신에게 주지 않자 지난해 추석 막내 아들 김지훈(가명)씨가 모친과 부친, 아내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 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집 주소도 모른 채 법원 1차 공판이 있던 날 A 도시로 내려갔습니다. 피해자 모친 박정자(가명)씨를 만난 경위는 이렇습니다. 우선 단신 기사에 나온 특정 면 지역의 아무 마을을 찾아가 이장을 만났습니다. 물론 이 사건을 아는 이장을 만나기까진 여러 차례 다른 이장들에게 연락을 돌려야 했습니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마을을 찾아냈고, 마을에 가 박씨의 집 주소를 확인했습니다. 현장 취재를 통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박씨가 취재팀을 반길 리는 없었습니다. 박씨를 처음 만났을 땐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막내를 모두 용서했고 이젠 다 잊었으니 찾아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일주일쯤 지난 뒤 두 번째 방문을 했을 땐 집 안으로 들어가 막내 김씨와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설득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기자 뿐 아니라 영상팀 피디와 작가까지 찾아가 설득에 설득을 한 결과입니다. 물론 박씨만 취재한 건 아닙니다.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자 인근 부동산과 친척,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만나 취재했습니다. 김씨의 공소장도 확보했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도 박씨는 취재진에게 마음을 100% 열진 않았습니다. 막내의 선고 공판이 있던 날 취재팀은 박씨 집 앞에서 또 만났습니다. 검찰이 김씨에게 7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이 절반인 3년 6월을 선고해서인지 기분이 한결 가벼워 보였습니다. 박씨는 그렇게 집 앞에서 1시간 30분간 취재팀에 그간 못 다한 얘기들을 털어놨습니다. 막내에게 아파트를 줄 수 없는 이유부터 백억 원대 토지를 둘러싼 그간의 속사정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상속 폭행·살인 사건을 주목한 이유는 상속 다툼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들을 모아 일정한 패턴을 분석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취재팀은 법원도서관 판결문 열람을 통해 지난 10년간 상속 살인·폭행 판결문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총 197건(살인 36건, 폭행 161건)으로 최다 분쟁사례는 부모유산 상속(형제자매간 분쟁)이 62.5%로 가장 높았습니다.
눈에 띄는 건 분쟁 유산의 종류 중 부동산이 74.4%로 가장 많았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 특성도 분쟁을 촉발시키기도 했습니다. 부동산을 공동으로 물려받으면 형제들끼리 현금화 시점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고, 부동산 호재 → 땅값 상승 → 상속 갈등 격화의 패턴으로 갈등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2>남보다 못한 혈육 저버린 인륜
•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동생은 ATM에서 돈을 뽑았다
• 54년 만에 나타나 자식 목숨값 챙긴 친모... "이게 상속 정의인가요"
• [H알파 다이브]우리 아빠 재산 다 가져간 탐욕스러운 X(영상)
상속분쟁을 부추기는 제도적 허점은 곳곳에 있습니다. 가족 간 재산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대표적입니다. 부모님의 돈을 몰래 빼돌렸는데도 형벌권을 무조건 면제해 분쟁은 더 극으로 치닫게 했습니다. 양육의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수십년 만에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해 논란이 돼 발의된 ‘구하라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취재팀은 상속 분쟁을 겪고 있는 세 가족을 실제로 만나 취재했습니다. 물론 분쟁을 겪고 있는 반대측 가족의 입장도 충분히 실어 반론권을 보장했습니다.
취재팀은 기획기사의 몰입도를 높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20분짜리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7일 기준 조회수는 약 1만건으로 기사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거의 모든 취재 현장에 PD와 작가가 함께 다녔고,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고자 연극배우를 섭외해 대역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SBS 시사교양프로그램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컨셉을 차용해 기자가 상속 분쟁을 설명하되 딱딱하고 어렵지 않게 영상을 구성했습니다. 단순히 취재·기사 작성 업무를 너머 기자들이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해 기획보도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했습니다.
<3>어느 날 삼촌 빚이 도착했다
• 반평생 연 끊은 아버지 '세금 폭탄' 물려줘... '돌연 상속' 늪에 빠진 일본
• 남편 채무 3억 갚다 세상 떠난 모녀... 빚 상속 가르는 '운명의 3개월'
• 인터랙티브: 상속게임: 어느 날 내 앞으로 빚이 떨어졌다
취재팀은 빚 상속에 주목했습니다. 다사 시대로 접어들수록 빚 상속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속포기(2022년 · 2만5679건)와 상속한정승인(2022년 · 2만5076건) 건수는 매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억울하게 빚이 대물림되는 걸 막기 위해선 상속포기 제도를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작한 게 ‘상속게임’ 인터랙티브입니다. 이 게임은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이후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아버지 빚을 떠안을지, 포기할 수 있을지 결정됩니다. 총 6개의 상황이 등장하는데, ①아버지 재산 조회 여부 ②카드 연체금 갚을지 여부 ③장례비로 아버지 예금 깰지 여부 ④전세금에 아버지 예금 사용 여부 ⑤아버지 외제차 처분 여부 ⑥아버지가 지인에게 빌려준 돈 추심 여부가 그것입니다.
인터랙티브 제작은 취재 기자들이 사내 디자이너 및 개발자들과 협업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제작 첫 회의부터 디자이너와 함께 콘텐츠를 구상했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특히 젊은 독자들의 친근감을 높이고자 도트 그래픽, 연애 시뮬레이션 스타일로 게임을 구현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취재 기자들이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받아 각 상황을 구성했습니다. 빚 상속, 돌연 상속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도 조명했습니다. 취재팀은 이를 위해 일본에 3박 4일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다사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현실을 참고한다면 올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실제 팔리지 않고, 세금만 높아 골칫거리로 전락한 빈집을 상속받아 고통받는 나가누마 마스미를 심층 인터뷰 했습니다. 이밖에도 상속 지식을 알려주는 지자체인 △후나바시 시청 △상속문제대책연구소 등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4>망자도 산 자도 품위 있으려면
• 3만원에 일사천리… 상속 분쟁 물려주지 않는 '일본 유언장 보관소'
• "대충 쓴 유언장은 없느니만 못해… 공평 배분이 핵심"
• '내 뜻대로' 반영되도록... 건강할 때 유언장 쓰고 쏠림 없이 나눠줘야
• 인터랙티브: 유언장은 처음이라
상속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사망하기 전 유언장을 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언장 쓰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기에 앞서 상속 문제를 고민한 일본 사례를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취재팀은 원화 3만5000원에 유언장을 150년간 보존해 주는 일본 법무국의 유언장 보관소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일본 역시 급증하는 상속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유언장 보관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었습니다. 일본 내 상속 전문가들도 생전 유언장을 작성하는 게 사후 가족간 분쟁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또 쓰네오카 후미코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 국제대학원 법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유언장을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유언장 작성의 중요성을 잘 전달하고자 ‘유언장은 처음이라’ 인터랙티브를 제작했습니다. 유언 방식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에 빠진 부분을 클릭해 올바르게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유언장 작성을 간접 체험해 유언장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상속 분쟁 사례 기사는 지극히 내밀한 가정사를 공개하는 것이기에 불가피하게 익명을 썼습니다. 취재원 역시 모두 익명을 요구했습니다. 그 외에는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제보자와의 이해관계는 없고, 현장 취재를 기준으로 기자의 바이라인을 달았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상속 분쟁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는 간간이 있었지만 이처럼 종합적인 기획보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획성 기사이기에 타 매체가 받아쓴 경우는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기자협회보는 1월 16일 <게임으로 쉽게 알아보는 ‘빚 상속 막기’> 기사를 출고하며 상속 전쟁 기획을 소개했습니다. 협회보는 “빚 상속을 막는 유용한 정보를 전하는 시리즈의 취지를 흔하지 않은 게임 매체로 구현, 효과적인 전달을 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상속 전쟁 기획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SNS에서 많이 언급되며 퍼졌습니다. 빚 상속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상속 분쟁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합니다. 88만원 세대를 쓴 박권일 작가는 “한국일보에서 재밌는 걸 만들었다. 인터랙티브 ‘상속게임’, 재미있고 교육적이니 한 번씩 해 보시라”라며 권유했고, 김경달 작가 역시 “새로운 시도, 흥미롭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사가 나가고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사망한 가족 계좌서 소액 인출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피상속인 사망 전후로 가족들이 사망인의 계좌에서 돈을 빼가 상속분쟁이 발생하는 건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본보 기사에서도 다뤄졌습니다.
한편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 기사를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유언장을 잘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지난 1월 29일 열렸던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상속 전쟁 기획의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대해 호평을 내놨습니다. 위원회는 ”SNS에서 많이 공유된 ‘상속 전쟁’ 기획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상속게임: 쩐의 전쟁도 상속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에 대해 시뮬레이션 게임 형식으로 실감 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받지 않았고,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모두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1회 전체 총평
제401회(2024년 1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11개 부문에 5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3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채널A의 <대통령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채널A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시기, 다각도의 취재로 여권 상층부의 갈등 상황을 단독 보도했다. 특히 다수의 취재원을 대상으로 팩트체크와 균형감 있는 보도를 위해 노력했다. 4월 총선의 큰 변수로서 보도의 파급력이 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는 8편이 출품됐는데, 한국일보의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창립 60년을 맞은 새마을금고가 본연의 역할인 서민 대상 대출을 등한시하고 거액의 기업 대출에 몰두하거나 뇌물로 얼룩진 초유의 사태를 취재했다. 전국 지역 금고 1189곳 경영공시 자료를 전수 분석하는 등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를 팀플레이로 이끌어냈다. 그동안 단발적으로 다뤄왔던 사안을 종합 보도했고, 울산, 경남 거제와 고성, 전북 남원과 세종, 경기 안산과 광명 등 지역 금고의 문제점까지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밀도 있는 인터랙티브 뉴스 등 편집에서도 돋보인 수작으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12편의 작품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은 서울신문의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보도가 선정됐다. 서울신문은 위탁부모 24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또 전문가, 현장 공무원, 상담사 등 114명 실태조사를 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어본 데 이어 제도 활성화와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위탁부모가 맡아 양육하다가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위탁가족 품에서 성인이 된 경우 등 사례 중심 보도로 몰입력을 높였다. 좌담회까지 많은 취재 분량에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 보도가 수상했다. MBC는 292개 전체 사립대에 대해 설립자 친인척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지, 설립자 일가가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세습이 진행 중인지 등을 정보공개 청구해 집중력 있고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기자의 발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카메라를 들고 현장감 있게 취재한 노고와 끈기가 돋보인 가치 있는 보도였다고 손꼽혔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는 13개 작품이 도전했는데, 부산일보의 <이재명 대표 피습 추적, 흔들린 지역 의료> 보도가 선정됐다. 부산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서울대병원 전원 배경을 최초로 보도했다. 동시에 피의자 동선 추적에도 집중해 계획범죄를 증명할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지역 응급의료 실태와 전원 체계를 파고들어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사진보도부문 수상작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의 <민주주의 피습 직후> 보도는 이재명 대표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방문이라는 통상적인 정치 일정이 순식간에 끔찍한 피습 사건 현장으로 바뀐 긴박한 상황을 포착했다. AP, 로이터 등 통신사를 통해 각국의 주요 외신에도 국내 제1야당 대표의 정치테러 사건 현장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이번 제401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을 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관심과 보도가 언론의 책무임을 잊지 않았다. 정면 승부하는 현장 보도, 저널리즘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취재하고 보도할 수는 있다. 이미 다뤄졌던 주제라도 얼마나 공정하고 디테일하게, 기자의 정성과 노력이 담겼는지가 새로움의 원천이다. 오늘도 기자의 진심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