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M…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MBC 이재욱 기자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와 KBS, YTN, JTBC에 모두 1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저 방심위의 편향적 심의가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절차적 논란의 여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그래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무더기로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은 사실이 담긴 자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등장하는 민원인 한 명 한 명, 류 위원장과의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몹시도 지난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류 위원장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하나, 둘 확인될수록 화도 났습니다. 그런 민원이 수십 건으로 확인될 때는 허탈했습니다.
공들인 취재를 보도했음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습니다. 바뀐 것 하나 없기 때문입니다.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사퇴는커녕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은 오히려 민원인 정보 유출자 색출에만 혈안입니다. 여전히 이름 모르는 공익제보자는 방심위 내부에 있습니다. 이 국면이 공익제보자는 몇 배 더 당혹스러울 겁니다. 외로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안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끈질기게 지켜보려 합니다. 이 보도가 조금이나마 가치가 있었다면, 모두 그의 공입니다.
초유의 사법부 전산망 북한 해킹 사태 CBS
초유의 사법부 전산망 북한 해킹 사태
CBS 김태헌 기자
법원행정처는 시종일관 사안을 숨기고 축소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첫 보도 직후 “대법원 서버가 해킹을 당해 자료를 탈취당한 것은 맞지만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고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는 행정처 해명이 기억납니다. 외려 ①라자루스 소행인 점 ②서울중앙지법 서버가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점 ③최대 수백 GB가 유출됐다는 점 등 기사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요청까지 해왔습니다. 취재한 사실 관계가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를 수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행정처의 ‘거짓 해명’을 ‘사과와 재발방지 다짐’으로 바꾸기 위한 후속 보도를 차분히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 전산정보관리국이 작성한 대외비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행정처는 국가정보원 등 외부 기관과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조사를 약속했고 최근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요즘,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오랜 격언을 상기합니다. 끈질긴 의혹 보도 끝에 법원의 태도 변화를 끌어낸 데는 탄탄한 취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CBS 법조팀은 사법부가 투명하고 신뢰받는 재판과 사법행정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에서 끝까지 감시하겠습니다.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한겨레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한겨레 이준희 기자
얼마 전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한 사립대 교수와 유학생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학내 유학생 인권에 관해 불편한 질문을 몇 차례 던지자 그 교수는 불쾌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자님, 여기 학교예요.”
맞습니다. 학교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 무엇보다 최후에는 학생들 편에 서는 것이 학교입니다. 하지만 한신대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은 학교가 학생들을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심지어는 앞장서서 쫓아내는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모순의 집약체였습니다. 대학의 위기, 인구절벽, 지역소멸, 물질주의 등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한신대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모순의 심화 속에서야말로 학교가 가지고 있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의 순간에 ‘야만이냐 혁명이냐’를 묻는 것은, 위기 때야말로 사회의 근본적인 방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적어도 야만으로는 향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감시하고 뛰겠습니다.
이상한 CP시장, 기준금리보다 낮게 하루 수조 거래 外…
이상한 CP시장, 기준금리보다 낮게 하루 수조 거래 外
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기업어음(CP)이 기준금리보다 대폭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은 이상했습니다. 기준금리가 3%대였는데 만기가 길고 위험이 큰 CP가 1%대 거래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거래가 하루에만 9조원 넘게 돌아갔습니다. 자산운용사에서 채권 전략가로 일했던 경험을 통해 잘못됐단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종혁 금융시장 부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취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취재원들은 증권사 랩 신탁 계정의 통정매매라며 만연한 문제라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묻히는 듯했던 기사는 2023년 초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소식에 되살릴 기회를 맞았습니다. 은행 파산이 자산과 부채 미스매치에서 비롯됐는데 이 문제는 랩 신탁 계정에도 해당했습니다. 대기업이 랩 신탁에 맡겼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문제는 실물경제로도 확산했습니다. 금융당국을 10년 넘게 출입한 정지서 기자와 함께 생생한 사례를 담아 기획 기사를 또 송고했습니다.
저희 노력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랩 신탁 영업 관행을 점검한 결과 불법 거래 정황을 적발했다고 밝히면서 결실을 봤습니다. 수차례 기획 아이템을 제시한 곽세연 투자금융부 부장, 기사 방향을 조율한 황병극 취재본부장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뉴스타파·…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경남도민일보 박신 기자
뉴스타파를 비롯한 경남도민일보, 부산MBC, 뉴스민, 뉴스하다 등 5개 매체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지난해 9월14일부터 검찰 예산 사용 실태에 관한 보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공동취재단이 그동안 전국 지방검찰청에서 확보한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만 약 6만장이 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료는 하얗게 가리거나 먹칠로 덮여 있었습니다. 검찰은 한 번도 스스로 견제나 검증을 받는 기관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했습니다.
2017~2023년 자료를 스캔하고 전산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낱장으로는 의미 없던 자료가 점점 쌓이고 교차하면서 부당한 검찰 예산 집행 실태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취재단은 자료 분석과 취재 과정을 공유하면서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저마다 고단하고 지난했겠지만 스스로 많은 것을 배웠던 과정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검찰 예산 검증 보도는 지역과 매체, 영역을 넘어선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저력이기도 합니다. 공동취재단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고민을 나눴던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동네 해결사 경남신문
우리동네 해결사
경남신문 김재경 기자
우리동네 해결사 기획 보도를 시작한 것은 동네 구석구석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웃들 옆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사소한 문제라도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름값을 못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커서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해결책의 단초라도 찾겠다는 각오로 임하게 됐습니다. 한 달씩 동네별 심층 취재를 이어가 9편을 보도했고 마지막 편에서 후속 변화를 실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해 보도를 끝내기까지 11개월이 걸렸습니다.
기획 취재를 이어가는 동안 이웃들과 만나는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매 편 처음 만난 주민들이 보였던 기자에 대한 경계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신뢰로 발전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여러 주체가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동네 뉴스가 사라져가고 있는데 이번에 주목을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이번 기획 보도의 시작과 끝에는 영상 제작과 지면 편집을 맡아준 이솔희 PD와 박혜은 기자가 있었고, 더불어 편집국이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인 선배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 한국지방신문협…
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
경인일보 박경호 기자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 특별취재단이 지난해 26차례에 걸쳐 보도한 ‘한국전쟁 정전 70년 특집 공동기획-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는 여러모로 특별한 기획 보도였다.
한신협은 서울을 제외한 각 시도의 대표적 신문사들의 협의체다.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등 9개 신문사가 소속돼 있으며 각사 기자들로 이번 특별취재단을 구성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 등은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모든 지역에서 공히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국적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특정 필자 또는 특정 언론사가 진행한 한국전쟁 기획 보도와 달리, 해당 지역 현장과 지역 내 다양한 시각을 가장 잘 아는 지역 신문사들이 모여 입체적으로 한국전쟁을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기록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
생존 위기를 겪는 레거시 언론이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열중하는 상황 속에서 지역 언론사 간 연대로 만들어 낸 사실상 첫 기획보도였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울산 민간인 학살, 누가 그들을 죽였나-눈카마스 코리…
울산 민간인 학살, 누가 그들을 죽였나-눈카마스 코리아
울산MBC 설태주 기자
‘눈카마스’가 뭡니까? 쉽게 말해주세요. 모두가 프로그램 제목이 어렵다고 했다. ‘보도연맹’, 그렇다. 이 말도 참 어려웠다. 6·25 당시 국가가 민간인을 빨갱이로 몰아 전국에서 벌인 민간인 학살사건. 울산에서도 800명 넘게 희생됐다. 그들의 묘는 사라졌고 자손들은 연좌제로 사회로부터 격리됐다. 20년 전 울산유족회가 전국에서 처음 국가 배상을 신청하던 사연을 뉴스 리포트하면서 언젠가는 탐사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마침 지난해 진실화해위원회가 제작비를 지원해줘 본격적으로 취재했다.
우리 근현대사 비극인 보도연맹과 제주 4·3, 광주 5·18, 그리고 수많은 의문사 사건 중심에는 국가가 있었고 가해자는 사실상 한 번도 처벌받지 않은 역사에 주목했다. 지구 반대편 중남미에도 우리와 똑같은 과거가 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그들은 철저히 가해자를 추적해 한 사람당 6000년 이상의 형을 집행했다.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비극이 또 다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중남미 과거사 해결 모토인 스페인어 ‘눈카마스’(영어로 Never again)가 한국에서도 뿌리내리길 기도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수상으로 지역방송기자 최초 이달의기자상 10회 수상을 달성해 뿌듯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