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불법촬영은 어떤 상처를 남길까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가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수사 내용을 중심으로 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어디서, 누구를 상대로 범행을 한 것인지, 피의자 조사는 언제 이뤄지는지가 언론의 관심사였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 그 자체에 집중해보고 싶었습니다. 피해자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범죄, 그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지에 초점을 맞춰보고 싶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우연히 마주한 피해자의 고통
조심스럽게 피해자를 찾아나섰습니다. 범죄가 남긴 흔적을 보도하고 싶었습니다. 피해자는 어떤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우리사회가 범죄 근절에 조금이나마 뜻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해자를 접촉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언급은 물론이고 다시 입에 올리는 것조차 고통이고 지옥이라는 간접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30곳이 넘는 전국의 불법 촬영 피해자 상담소를 접촉했습니다. 하지만 단체도 보도 취지에는 동의하나 피해자를 연결해주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만연한 범죄, 우리 주변에서 피해자를 찾고, 그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열흘 넘게 피해자를 찾았고, 그렇게 무너진 피해자의 삶을 조명할 수 있었습니다.
불법 촬영 피해자의 상황은 생각한 것보다 심각했습니다. 수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 그리고 아픔. 우리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 그에겐 없었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둬야 했고, 재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매일같이 생각했습니다. 이 범죄는 피해자는 물론 그 가족들까지 고통속으로 끌고 갔습니다. 일상이 무너져내리며 빚만 남았고, 재판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범죄가 남긴 흔적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기록했습니다.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 이뤄지고 있나
피해자가 원하는 건 강력한 처벌이었습니다. 우리사회는 이 범죄를 어떻게 다루고, 처벌하는지 판결문을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로 재판이 이뤄졌던 판결문 100건을 찾아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이 아니라 가해자 측에 서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해자에겐 기회를, 피해자에겐 아픔을 주는 판결들이었습니다.
100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판결 자체가 피해자들을 고통 속에 허우적대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100건 중 64건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졌고, 벌금형까지 더하면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는 판결은 91%에 달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만으로 징역형이 내려진 건 단 2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자들 10명 중 9명은 그렇게 우리와 여전히 일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동종 전과가 없어서,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정황이 없어서, 재판부는 집행유예로 선처하겠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됐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정황이 없다며 선처하겠다는 판결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영상이 아직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피해자들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가혹한 판결이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피해자가 사는 지역을 기사에 적지 않았고, 지역이 드러날 수 있는 영상도 사실상 배제했습니다. 불법 촬영 피해자가 보도를 통해 또 다시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피해자가 말한 내용에 대해선 확인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와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취재했습니다. 판결문 100건 분석은 온전히 저희 취재진이 한 것입니다. 판결문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100건의 판결문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분석했습니다. 기준을 세워 분류했고, 그 기준이 상식에 부합하는지, 분류 작업엔 오류가 없는지 확인 작업을 여러차례 거쳤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판결문을 분석한 보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직접 만나 그의 삶을 조명하고, 이를 판결문 분석과 연결한 기획 보도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지난해 12월 29일,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촬영물 24만여 건을 삭제 조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가부는 "피해자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온전히 저희 보도로 이뤄진 정부 조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좀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됐고, 피해자 보호 의지를 밝힌 데 저희 보도가 작게나마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떠돌아다니는 불법촬영물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쳐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피해자는 저렇게 평생을 고통 속에 살지만 가해자는 초범이란 이유로.. 반성문을 제출했단 이유로.. 공탁금을 걸었단 이유로.. 이래저래.. 감형 받아서 운 좋으면 집유"
기사 아래 달린 한 시민의 댓글입니다. 시민들은 피해자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고, 공감했습니다. 또, 미약한 처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의 공감, 문제의식이 모여 사회는 느리지만 앞으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믿습니다. 그 일보 전진에 저희 보도가 미약한 힘을 보탰다고 생각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언론 윤리 강령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 들어오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되지 않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0회 전체 총평
제40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7편이 출품됐다. 5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MBC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보도는 방송사들에 대한 무더기 과징금 의결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직원 내부게시판 글을 처음 공개하는 등 충실한 후속 보도들이 이뤄진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CBS <초유의 사법부 전산망 북한 해킹 사태> 보도는 제목만 본다면 다발적으로 이뤄진 북한의 해킹 사건 중에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보도는 사법부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사법부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사법부가 해킹 당한 사실을 숨기고 해킹 보도를 반박하고 있는 점, 보도를 통해서 사법부가 해킹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한겨레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보도는 유학생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립대학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유학생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는 평을 받았다. 보도를 통해서 한신대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유학생들에게 사전고지 없이 강제 출국시킨 반 인권적인 행동을 알린 것으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 보도라는 평이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 <이상한 CP시장, 기준금리보다 낮게 하루 수조 거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관심 없는 일반 독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사실을 족집게처럼 짚어서, 이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거시적인 영향까지 골고루 꼼꼼하게 지적한 역작이었다는 평이다. 한국 언론에서도 이 정도 깊이 있는 수준의 기사가 나온다는 평도 있었다.
이번 수상작들 중에는 언론사 간 협업 모델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뉴스타파·부산MBC·경남도민일보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누더기 정보를 공개한 검찰 횡포에 맞서, 감춰진 정보들을 재판과 협업을 통해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사라는 이종 매체의 협업과 재판을 통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이뤄낸 것은 타 언론사에게도 모범 사례가 되었다는 평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2편이 선정됐다. 경남신문 <우리동네 해결사>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지역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꼼꼼히 취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문제해결 저널리즘(솔루션 저널리즘)’의 좋은 사례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 특별취재단 <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는 9개 지역 언론사들의 협업 모델로 이뤄졌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개 언론사가 커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영역을 전국의 지방 언론사들이 협업해서, 비용도 줄이면서 다양한 시점을 커버한 것은 장려할 시도라는 의견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울산MBC <울산 민간인 학살, 누가 그들을 죽였나-눈카마스 코리아>가 수상했다.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살 책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방부로 인해서 현재에도 피해자들의 아픔이 극복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조명한 내용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월 심사를 마지막으로 2023년 한해 이달의 기자상 심사가 막을 내린다. 그동안 회원들의 격려와 함께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기사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저널리즘을 발굴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