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 “병원이 대리 수술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연간 1만 명을 진료한다는 은평구 소재 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을 제보받았습니다. 지상 9층, 지하 3층의 지역 중형 병원이었습니다. 첫 보도 하루 전 서울 서부경찰서는 해당 병원을 압수 수색했습니다. 병원장과 의료기기 업체, 간호조무사 등 9명이 입건됐던 상태였습니다. 첫 보도는 8월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보도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알지 못했습니다. 으레 있는 척추치료병원의 대리 수술 혐의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1년 넘게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과 경찰관 유착 의혹을 드러낼 수 있었던 최초 의문이었습니다. 경찰은 해당 병원의 비위 사실을 재작년에 인지하고, 관련자들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왔습니다. 심지어 강제 수사를 벌이고 3개월이 지나도록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의심을 품게 된 계기입니다.
지난 8월 첫 보도를 하고, 경찰과 공익 제보자에게 틈날 때마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수사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앵무새처럼 했습니다. 제보자는 ‘압수수색 후에도 대리 수술을 하는 것 같다’, ‘병원장 등이 증거를 인멸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을 당장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이 아닌 이를 봐주기 위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모킹건’을 기다렸습니다.
■ “시대가 어느 땐데 이런 ‘촌티’나는 접대를 받나?”
결정적 한 방이 준비된 건 10월 말경이었습니다. 첫 보도가 나가고 두 달 뒤였습니다. 서울 서부경찰서 수사를 책임지는 지능팀장의 부인이 병원에서 공짜 검진을 받을 예정이란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해당 내용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기 전 YTN 동료들은 이 같은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소위 쌍팔년도 접대 방식이란 겁니다. 검진 예정일은 정보를 입수하고부터 일주일 뒤였습니다. 사실 확인을 명확히 해야 했습니다. 해당 검진이 특혜로밖에 볼 수 없는 정황과 수사팀장 부인의 얼굴과 두 사람이 현재 부부 관계가 맞는지 등 모든 사실을 하나씩 점검했습니다. 취재에 오류가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건강검진 당일 현장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바른 진료·책임 진료’병원에서 자행된 대리 수술
병원은 대리 수술뿐만 아니라, 돈을 아끼고 벌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간호조무사나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비급여 치료재료를 실제 쓴 것보다 많이 부풀려 값비싼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병원 외벽에 적힌 ‘바른 진료·책임 진료’라는 슬로건 속 실체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 수사 책임 경찰관 부인이 ‘공짜 건강검진’
서울 서부경찰서 지능팀장 아내는 병원에서 공짜 검진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호화 검진이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아내의 접수 기록에는 ‘all free’, ‘대장 내시경 원하면 금식 안내해드리기’ 등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검진 전날 2인 입원 병실도 홀로 썼습니다. 병원 관계자에 다르면 시중 가격 백만 원이 넘는 검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퇴원하고 병원을 나서며 낸 돈은 0원이었습니다. 추석 때는 과일 선물세트까지 수사팀장 집으로 보내졌습니다. 모두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 이뤄진 일들입니다. 심지어 부인이 검진을 받기 전날, 입원한 아내를 따라 병원에 온 수사팀장은 사건을 곧 검찰에 넘길텐데 잘 봐주겠다는 말까지 병원 관계자에게 했습니다.
당사자들은 공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수사팀장과 아내, 병원과 서울서부경찰서 상급자까지 입을 맞춘 듯했습니다. 배도 고프고, 집에 지갑을 두고 왔고, 검사가 남았었기에 다시 돌아오려 했다는 해명이었습니다. 반론은 그대로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경찰관 가족이 아닌 ‘보통 환자’라면 검진을 ‘외상’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사전 유출된 압수수색 정보…“원장이 얻은 정보”
수사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했습니다. 지난 8월 경찰이 병원을 압수수색 할 거란 정보를 병원 측은 미리 알고 있었던 겁니다. 경찰 강제 수사 전날 병원 관계자들끼리 사전 대비를 모의하는 녹취록을 입수했습니다. 병원 행정을 책임지는 관계자는 경찰이 어떤 자료를 요구할지 상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또, 병원장이 ‘누군가’로부터 얻은 정보라며 “모든 일을 멈추고 수사 대비에 전념하라”는 말도 했습니다. 해당 발언을 한 행정 관계자는 부인의 공짜 검진 의혹을 철저히 부인해주고, 수사팀장이 입원한 아내를 따라 병원을 찾았을 때 직접 대화한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YTN 보도 이후 이 인물은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제보자는 신원을 확신할 수 있는 공익 취재원이며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내용은 모두 증거를 바탕으로 직접 취재됐습니다.
■ “기사 나가면 오보입니다!”
취재진의 후속 보도로 제기한 의혹은 두 가지였지만, 흐름은 같았습니다. 경찰 가족이 건강검진 접대를 받았고, 병원 측은 최초 압수수색이 이뤄진 때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경찰과 병원이 유착되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현장 취재를 진행하고 당사자 반론 취재까지 마치자 경찰과 병원은 전방위적으로 보도 무마를 시도했습니다. 보도가 나가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재소하겠다는 수사팀장의 상급자인 서부서 수사과장, 본인을 전 인천지검 차장 출신이라 소개하는 병원 측 변호사, 해당 경찰관과 친분이 있어 전화했다는 사이비 언론인까지. 공짜 검진을 받은 경찰관 부인은 사흘 동안 70여 차례 넘게 메시지를 보내며 괴롭혔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이들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 “수사를 제대로 안 한 것 같습니다.”
YTN 보도 이후 경찰은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했습니다. 관할 경찰서도 서부서에서 마포서로 바뀌었습니다. 경찰은 취재진에게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새로 사건을 맡은 마포서 담당 경찰관은 사건 수사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핵심 증거 물품이 압수되지 않는 등 봐주기 정황이 엿보인다는 겁니다. 결국 지속적인 취재와 보도가 없었다면 해당 병원에 대한 대리 수술 의혹은 으레 있는 사건 중 하나가 될 수 있었고, 경찰관의 비위는 묻혔을 것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대리 수술 의혹으로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최초 보도에 대한 타매체 추종 보도는 적었습니다. 하지만 ‘공짜 검진’과 ‘압수수색 정보 유출’로 인해 경찰이 해당 병원과 서울 서부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은 주요 언론사 모두 보도했습니다.
타 매체 보도 내용은 별도 파일로 첨부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경찰 수뇌부 ‘철저한 진상조사’ 지시
‘공짜 검진’과 ‘압수수색 정보 사전 유출’ 의혹 보도 이후 경찰 수뇌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관 비위에 관한 내용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고, 서울경찰청장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면 재수사가 이뤄진 배경입니다.
■ 대리 수술 의혹 전면 재수사…병원 2차 압수수색
YTN 보도 이후 병원에 대한 수사는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마포경찰서로 넘어갔습니다. 마포서는 취재진에게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고, 이에 응했습니다. 마포서는 취재진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추가 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앞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사실이 보도를 통해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마포서가 압수한 병원 기록들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 8월 한 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언론이 보도하고 나서도 대리수술을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 ‘유착’ 의혹 경찰관 공무상 비밀누설 입건…서울 서부경찰서 압수수색
경찰은 감찰을 넘어 해당 경찰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심지어 서울 서부경찰서를 압수 수색하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수사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계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경찰 비위 의혹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까지 하고서야, 서울 서부경찰서는 해당 수사팀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 현재 서울경찰청은 비단 수사팀장 선에서 이뤄진 비위인지, 이른바 ‘윗선’도 개입되어있는 건지 진상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병원은 병원장 등이 의료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되고,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후에도 대리 수술을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만약 YTN 보도로 해당 병원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연간 1만 명의 환자들의 피해가 지속됐을 것입니다. 또, 경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자기반성도 없었을 것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문제가 된 서울 서부경찰서 지능팀장과 부인은 YTN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위원들은 YTN 보도에 문제가 없었다면서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0회 전체 총평
제40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7편이 출품됐다. 5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MBC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보도는 방송사들에 대한 무더기 과징금 의결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직원 내부게시판 글을 처음 공개하는 등 충실한 후속 보도들이 이뤄진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CBS <초유의 사법부 전산망 북한 해킹 사태> 보도는 제목만 본다면 다발적으로 이뤄진 북한의 해킹 사건 중에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보도는 사법부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사법부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사법부가 해킹 당한 사실을 숨기고 해킹 보도를 반박하고 있는 점, 보도를 통해서 사법부가 해킹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한겨레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보도는 유학생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립대학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유학생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는 평을 받았다. 보도를 통해서 한신대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유학생들에게 사전고지 없이 강제 출국시킨 반 인권적인 행동을 알린 것으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 보도라는 평이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 <이상한 CP시장, 기준금리보다 낮게 하루 수조 거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관심 없는 일반 독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사실을 족집게처럼 짚어서, 이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거시적인 영향까지 골고루 꼼꼼하게 지적한 역작이었다는 평이다. 한국 언론에서도 이 정도 깊이 있는 수준의 기사가 나온다는 평도 있었다.
이번 수상작들 중에는 언론사 간 협업 모델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뉴스타파·부산MBC·경남도민일보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누더기 정보를 공개한 검찰 횡포에 맞서, 감춰진 정보들을 재판과 협업을 통해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사라는 이종 매체의 협업과 재판을 통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이뤄낸 것은 타 언론사에게도 모범 사례가 되었다는 평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2편이 선정됐다. 경남신문 <우리동네 해결사>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지역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꼼꼼히 취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문제해결 저널리즘(솔루션 저널리즘)’의 좋은 사례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 특별취재단 <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는 9개 지역 언론사들의 협업 모델로 이뤄졌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개 언론사가 커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영역을 전국의 지방 언론사들이 협업해서, 비용도 줄이면서 다양한 시점을 커버한 것은 장려할 시도라는 의견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울산MBC <울산 민간인 학살, 누가 그들을 죽였나-눈카마스 코리아>가 수상했다.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살 책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방부로 인해서 현재에도 피해자들의 아픔이 극복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조명한 내용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월 심사를 마지막으로 2023년 한해 이달의 기자상 심사가 막을 내린다. 그동안 회원들의 격려와 함께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기사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저널리즘을 발굴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