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_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당시엔 전세 보증금이었지만 나중에 신혼집을 마련하려던 2억 2천만 원. 첫 직장에 출퇴근하려고 구한 전셋집 보증금 9천만 원. 이를 한순간에 잃게 된 사람들을 지난해 4월 화성 동탄1신도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서 만났습니다. 화성 일대 268채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동탄 전세사기’ 피해자들입니다. 상상치 못할 만큼 황당한 상황이었겠지만 여러 변호사들은 “보증금 절반만 돌려받아도 다행”이란 현실적 전망을 내놨었습니다. 그만큼 전세사기 피해는 한번 벌어지면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불과 6개월 후 더욱 큰 전세사기가 화성 동탄과 인접한 수원에 벌어졌습니다. 보란 듯이 또다시 나타난 이 사건은 그동안 보지 못한 ‘쪼개기 대출’, ‘다수 임대법인’, ‘가족 감정평가사’ 수법까지 동원했습니다. 동탄 사건 이후 정부와 관계기관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세사기를 막을 방법보다는 이미 발생한 피해자 지원에만 몰두했습니다. '무고한 임대인을 의심했다가 쏟아질 민원'만 의식하느라 '무고한 임차인 피해 확산이나 새 피해자 발생 가능성'은 간과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이어질 ‘OO 전세사기’ 만큼은 가만히 앉아 지켜만 볼 수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기 위한 기획취재에 나섰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미래에 일어날 전세사기를 막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런 가능성이 잠재된 임대차 계약들은 적어도 1~2년 전 이미 이뤄졌고 이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깡통전세가 심한 주택’들을 분석하거나 ‘전세피해 가능성이 비교적 큰 주택’들을 찾아가 취재해 볼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세사기 예방은 어렵지만 그런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미리 인지해 알림으로써 자체적인 점검이나 선제적 대응에 나서도록 도우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마침 이처럼 특정 지역 전반에 대한 전세거래 빅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성 인지를 목적으로 관련 정보 및 그래픽을 공개하고, 현장 취재한 내용을 보도한 심층 기획 전례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올(취재 착수시점 기준) 2023~2024년이 계약 만기인 지난 2021~2022년의 모든 경기지역 전세거래를 분석해 보자는데 취재팀원들의 의견이 모였습니다. 여기에 50채 이상 다주택자들이 가진 주택들의 정보까지 포개어 고위험군 전세들을 추려내기로 했습니다. 이후엔 이를 토대로 현장을 찾아가 눈과 귀로 위험성들을 확인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부동산정보기술 전문업체에 의뢰한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용역을 통해 16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넘겨받았고, 이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겠다고 판단된 주택들을 일일이 찾아간 현장들은 예상보다 더욱 참담했습니다.
용역 결과로 도출된 빅데이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던 경기지역 곳곳의 암울한 미래까지 들춰냈고, 고위험군 현장 취재 사례 대부분에선 크고 작은 전세피해의 흔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건 여러 위험성 의미를 담은 방대한 자료와 현장에서 보여진 암울한 미래의 신호들을 경인일보가 빠짐없이 보도하고 알렸다는 점입니다. 특히 시민들이 복잡한 정보들을 한눈에 구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와 그래픽으로 제작했으며, 관할 지자체들도 비교적 위험성이 큰 지역이나 주택에 대해 조치할 수 있도록 보도했습니다.
경기도 등 관할 지자체들에겐 이번 경인일보의 빅데이터 용역 결과보다 더 많은 정보를 열람 및 수집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수조사나 분석에 나서거나 관련 정보들을 공개하지 않는 건 ‘임대인이나 건물주들의 재산권 침해 민원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든 담당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이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경인일보 취재팀에 이 같은 민원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동일한 민원은 물론이고 관련 민사 소송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었지만 어떠한 공공기관도 전세피해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 언론조차 뒷짐만 쥐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사전 취재 및 본 취재 과정에서 경기도와 일부 지자체에 제안한 협조를 거절당하고 보도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도 일부 시민단체는 협조가 어렵다는 회신을 보내왔지만, 경인일보 취재팀은 혹시라도 이어질 ‘OO 전세사기’와 이로 인해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피해 임차인들을 위해 꿋꿋이 취재를 이어가고 계획했던 보도를 모두 마쳤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으며 아무도 하지 못했던 기획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전세사기 피해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16만 건에 달하는 엑셀 데이터 분석 및 최종 가공, 수십 곳에 달하는 현장취재 등을 이번 특별취재팀원 4명의 기자가 골고루 분담해 취재하고 그에 따라 바이라인을 기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언론사가 특정 지역 전반에 대한 전세거래 데이터를 전부 분석하고 상당 부분을 공개한 기획보도는 전례가 없었기에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경인일보 단독 연구용역을 통한 저작권을 가진 빅데이터에 따른 보도인 탓에 타 매체 반향도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경인일보의 기획보도는 최근 대규모로 발생한 ‘수원 전세사기’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0월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수원화성대책위원회(이하 수원화성대책위)’가 ‘경기도대책위원회’로 확대해 운영하도록 하고, 또 경기대책위가 경인일보와 함께 ‘경기도 깡통전세 및 전세피해 진단센터’를 공동 운영하도록 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수원 사건을 통해 수원 및 화성지역 피해자들을 위한 정보 공유 등 활동 중이던 수원화성대책위는 경인일보와의 진단센터 공동 운영으로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기지역 내 다른 임차인들에게도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법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확대해 현재 경기대책위로 운영 중입니다. 또 현재 경인일보가 빅데이터 용역을 도출한 여러 관련 자료를 함께 공유받음으로써 경기대책위와 경인일보가 함께 경기도 곳곳에서 신청해 오는 임차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전세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 또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인일보 취재팀은 기획보도 과정에서 신문지면 특성상 미처 담지 못한 경기도 내 시군 지역에 대한 전세가율 및 다주택자 주택정보 등도 빠짐없이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디지털콘텐츠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점차 보완점을 개선해 나갈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이번 ‘시그널: 속빈 전세들의 경고’ 기획보도는 경기도나 일부 지자체들의 추가 전수조사 등 후속 조치를 이끌진 못했으나, 지금껏 어떠한 공공기관은 물론 언론사도 나서지 않았던 전세피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관련 첫발을 내딛었다는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울러 행정 주체는 아니지만 이미 피해를 겪은 피해 임차인들이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임차인 또는 예비 임차인들을 돕고자 하는 움직임을 이끌어낸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은 이번 기획보도 취재와 보도 관련 모든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으며, 팀원 기자 모두 한국기자협회 경인일보지회 소속 회원임을 알립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이번 기획보도를 위해 경인일보는 부동산정보기술 전문업체 ‘빅밸류(주)’에 부동산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용역을 의뢰했으며 여기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됐습니다. 다만 경인일보의 자체적인 재정 지원이 어려워 마침 진행 중이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의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공모사업’에 지원한 결과 기획보도 취지를 인정받아 일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획보도의 대상일 수 있는 지자체나 임대인 단체에서 어떠한 반론 신청도 없었으며, 오히려 이들의 입장과 상황도 충분히 취재해 기획보도 중 상당한 내용으로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그 외 다른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0회 전체 총평
제40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7편이 출품됐다. 5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MBC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보도는 방송사들에 대한 무더기 과징금 의결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직원 내부게시판 글을 처음 공개하는 등 충실한 후속 보도들이 이뤄진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CBS <초유의 사법부 전산망 북한 해킹 사태> 보도는 제목만 본다면 다발적으로 이뤄진 북한의 해킹 사건 중에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보도는 사법부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사법부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사법부가 해킹 당한 사실을 숨기고 해킹 보도를 반박하고 있는 점, 보도를 통해서 사법부가 해킹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한겨레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보도는 유학생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립대학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유학생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는 평을 받았다. 보도를 통해서 한신대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유학생들에게 사전고지 없이 강제 출국시킨 반 인권적인 행동을 알린 것으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 보도라는 평이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 <이상한 CP시장, 기준금리보다 낮게 하루 수조 거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관심 없는 일반 독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사실을 족집게처럼 짚어서, 이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거시적인 영향까지 골고루 꼼꼼하게 지적한 역작이었다는 평이다. 한국 언론에서도 이 정도 깊이 있는 수준의 기사가 나온다는 평도 있었다.
이번 수상작들 중에는 언론사 간 협업 모델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뉴스타파·부산MBC·경남도민일보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누더기 정보를 공개한 검찰 횡포에 맞서, 감춰진 정보들을 재판과 협업을 통해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사라는 이종 매체의 협업과 재판을 통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이뤄낸 것은 타 언론사에게도 모범 사례가 되었다는 평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2편이 선정됐다. 경남신문 <우리동네 해결사>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지역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꼼꼼히 취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문제해결 저널리즘(솔루션 저널리즘)’의 좋은 사례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 특별취재단 <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는 9개 지역 언론사들의 협업 모델로 이뤄졌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개 언론사가 커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영역을 전국의 지방 언론사들이 협업해서, 비용도 줄이면서 다양한 시점을 커버한 것은 장려할 시도라는 의견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울산MBC <울산 민간인 학살, 누가 그들을 죽였나-눈카마스 코리아>가 수상했다.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살 책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방부로 인해서 현재에도 피해자들의 아픔이 극복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조명한 내용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월 심사를 마지막으로 2023년 한해 이달의 기자상 심사가 막을 내린다. 그동안 회원들의 격려와 함께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기사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저널리즘을 발굴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