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0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시작은 “학폭 피해자 상담센터가 보조금을 부정수급하고 있다”는 다른 내용의 제보였습니다. “학폭은 무슨 사건이었는데요?”라는 질문을 별 고민 없이 던진 건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피해 어머니는 바닥에 웅크려 누워있는 아들의 사진과 온갖 패륜적 언행이 가득한 채팅방 사진을 덤덤하게 보내주셨습니다. 학폭 사건의 수위가 심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마음이 아팠던 건 학폭 발생 3년여가 지났는데도, 형사사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학부모는 학생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과 법원, 교육청을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각종 소송과 사건 처리 비용에만 1억 원을 썼다고 했습니다. “어머님, 3년을 대체 어떻게 버티신 걸까요?”라고 묻자, 그때야 피해 어머니는 3년간 겪은 고통을 하나씩 말씀해주셨습니다.
피해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때, 복수의 가해 학생들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수위는 가히 범죄를 넘나드는 수준이었습니다. 또래 모임에 어울리고 싶어 하는 피해 학생의 마음을 이용해 담배 심부름을 시키거나 돈을 요구한 건 예삿일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채팅방에선 입에 차마 담기 힘들 정도로 패륜적인 단어로 피해 학생과 가족들을 모욕하고 있었고, 성추행 허위자백을 강요하며 폭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취재는 형사사건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추행 허위자백 강요 및 폭행 사건’과 학폭위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진행된 ‘채팅방 패륜 모욕 사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cctv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경찰관의 안일한 시선을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또 2년여 만에 뒤집어진 학폭위 처분 취소소송과 학폭위 자료를 분석해 학폭위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학폭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경찰이나 교육청 등지에 학폭 관련 시스템이 갖춰진 지도 10년이 다 돼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피해 학생만 오랜 시간 고통받는 건 여전했습니다. 3년간,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학폭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오고 있는 한 학부모의 사연을 집중 조명해, 현행 학폭 피해 구제실태를 들여다보고, 실질적인 학폭 대책 마련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의 기획보도를 준비한 이유입니다.
"때렸지만 폭행 아니다"라더니…학폭 가해자 처벌에 2년 반 걸려
‘성추행 허위자백 강요 및 폭행 사건’은 피해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21년 발생했습니다. 피해 어머니는 제게 당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들려줬습니다. 아들이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가 당시 상황을 듣고 깜짝 놀라 녹음 버튼을 눌렀다고 했습니다. 녹음에는 가해 학생이 “만지려고 했던 것 아니였냐”며 집요하게 추궁하고, 피해 학생은“절대 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부짖는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때리는 듯한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황에도 경찰은 고소 10개월 만에 두 가해학생에게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이유서에는 “cctv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피해 어머니는, 경찰에 cctv 확인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오라”며 거부했습니다. 어머니는 즉시 수사 결과에 이의를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데까지 8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그렇게 사건 발생 1년 6개월 만에 처음 cctv를 확인한 피해 어머니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벤치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눕혀 목을 조르는가 하면, 머리를 가격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명확히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지적하며 항의하고 나서야, 경찰은 뒤늦게 두 가해 학생의 폭행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2023년 8월, 이미 사건 발생 2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피해 어머니는 당시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과 통화했던 녹음도 들려주었습니다. 어머니의 항의에 담당 수사관은 “때렸다고 다 폭행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변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피해 어머니가 경찰의 수사결과를 그냥 받아들였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터였습니다. 피해 학부모는 가해 학생의 ‘강요 혐의’ 입증을 위해 여전히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학폭 피해 조사는 교사가 아닌 경찰이 맡고, 경찰이 학폭 심의 전 과정에 관여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심의의 주체를 경찰로 바꾸는 것만이 학폭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가해 학생 전학 조치’로 뒤집는 데 2년…"학폭위 못 믿겠다"
피해 학생은 2020년부터 페이스북 채팅방에 초대돼 가해 학생 9명으로부터 심각한 수준의 모욕을 당했습니다. 피해 학생의 쌍둥이 누나와 부모님까지 언급되며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든 단어들이 사용됐습니다. 피해자의 머리에 보자기를 씌우거나, 무릎을 꿇게 시키고 바닥에 눕힌 사진을 올리며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가해 학생은 9명 모두 사회봉사 이하의 가벼운 처분을 받았습니다. 앞서 성추행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폭행한 가해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니는 학폭위 처분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자비를 들여 학폭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에 2년여가 걸렸습니다. 한 학생의 경우 피해 어머니가 승소해 처분이 뒤집어졌고, 결국 ‘퇴학 조치’가 결정됐습니다.
법원 판결과 학폭위 결과의 가장 큰 차이는 ‘피해 학생의 심리 상태를 면밀히 살폈는지’의 여부였습니다. 예컨대 당시 피해 학생은 또래 무리와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들어도 거꾸로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자신의 피해 상황에 대해 학폭위에서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학폭위는 이 같은 피해 학생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반영해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반면, 법원은 피해 학생의 심리적 취약성을 고려한 판단을 내린 겁니다.
저희가 접촉한 전문가들은 학폭위 심의 과정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취약해 학폭 피해를 느끼는 폭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측정할 지표가 정확히 마련돼있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학폭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경찰 수사와 학폭위까지 거쳤지만,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분을 이끌어낸 건 결국 피해자의 노력과 비용이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매체 표절은 없는 단독기획입니다. 저희의 기획 이후 조선일보가 1월 4일자에“학폭위 심의 1년새 50% 늘자 ‘졸속 처리’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피해 학부모 사례를 언급했고, 학폭위 심의가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비슷한 취지의 기획을 내놨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저희 보도 이후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단체에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부실 학폭위 재감사를 요청했고, 교육청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황입니다. 또 저희 보도 이후 피해 학부모가 나경원 전 의원과 면담해 학폭 부실 심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합니다. 또 저희 기획기사는 학교폭력 관련 기관에서 주요 사례들로 스크랩해 학교폭력 대책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잘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이 없습니다.
② 기존 출품작이 아닙니다.
회차 심사평
제400회 전체 총평
제40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7편이 출품됐다. 5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MBC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보도는 방송사들에 대한 무더기 과징금 의결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직원 내부게시판 글을 처음 공개하는 등 충실한 후속 보도들이 이뤄진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CBS <초유의 사법부 전산망 북한 해킹 사태> 보도는 제목만 본다면 다발적으로 이뤄진 북한의 해킹 사건 중에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보도는 사법부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사법부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사법부가 해킹 당한 사실을 숨기고 해킹 보도를 반박하고 있는 점, 보도를 통해서 사법부가 해킹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한겨레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보도는 유학생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립대학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유학생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는 평을 받았다. 보도를 통해서 한신대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유학생들에게 사전고지 없이 강제 출국시킨 반 인권적인 행동을 알린 것으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 보도라는 평이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 <이상한 CP시장, 기준금리보다 낮게 하루 수조 거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관심 없는 일반 독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사실을 족집게처럼 짚어서, 이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거시적인 영향까지 골고루 꼼꼼하게 지적한 역작이었다는 평이다. 한국 언론에서도 이 정도 깊이 있는 수준의 기사가 나온다는 평도 있었다.
이번 수상작들 중에는 언론사 간 협업 모델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뉴스타파·부산MBC·경남도민일보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누더기 정보를 공개한 검찰 횡포에 맞서, 감춰진 정보들을 재판과 협업을 통해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사라는 이종 매체의 협업과 재판을 통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이뤄낸 것은 타 언론사에게도 모범 사례가 되었다는 평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2편이 선정됐다. 경남신문 <우리동네 해결사>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지역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꼼꼼히 취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문제해결 저널리즘(솔루션 저널리즘)’의 좋은 사례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 특별취재단 <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는 9개 지역 언론사들의 협업 모델로 이뤄졌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개 언론사가 커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영역을 전국의 지방 언론사들이 협업해서, 비용도 줄이면서 다양한 시점을 커버한 것은 장려할 시도라는 의견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울산MBC <울산 민간인 학살, 누가 그들을 죽였나-눈카마스 코리아>가 수상했다.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살 책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방부로 인해서 현재에도 피해자들의 아픔이 극복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조명한 내용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월 심사를 마지막으로 2023년 한해 이달의 기자상 심사가 막을 내린다. 그동안 회원들의 격려와 함께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기사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저널리즘을 발굴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