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④ 제보(v)
지난 1월 18일 금요일 오후 3시, 회사로 제보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광주신세계 백화점의 한 명품 의류매장에서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가 어머니 선물을 위해 580만원 상당의 코트를 구매했는데,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신세계 포인트 적립이 돌연 취소됐다는 겁니다.
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백화점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백화점 입점 브랜드와 수수료 계약을 맺은” 매장 중간관리자의 횡령·사기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통상 매니저라고 말하는 직원의 정식 명칭은 “중간관리자”입니다.
(※ 중간관리자 : 매출의 전체 10% 안팎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제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져가는 매장의 “총 관리자”)
매장의 중간관리자는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습니다. 고객에게 실제 있지도 않는 10%의 추가할인을 제안하고 현금 구매를 유도한 뒤, 미리 준비해둔 VIP 카드로 ‘대리결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같은 영업을 해오던 중간관리자는 하루 만에 대리 결제를 한 금액 4억8천5백만 원을 취소하고 잠적했습니다. 결제를 취소했기 때문에 카드를 빌려준 사람들에게 돈을 갚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매장의 중간관리자가 제보자 등에게 물건을 80만원 더 비싸게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결제 취소 건수가 100여 건이니 피해자는 1건 당 1명으로 잡아 최대 100여 명에 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주신세계 측은 이 같은 상황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제보자와 백화점 측의 진술 확인, 즉 보도의 정확성을 위한 “삼각측정”을 하고자 백화점 컨시어지 데스크,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등에 직접 해당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첫 보도에서 신경 쓴 부분은 피해를 입었는지 잘 모르는 고객들에게 정보를 최대한 알려주자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내부 논의를 거쳐 백화점 이름을 실명으로 표기했습니다. 23일 저녁 8시, kbc 광주방송의 최초 보도 이후 18곳 정도의 언론사가 해당 내용에 대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그 중 70%는 백화점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사건으로 볼 수 있었지만, 저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취재했습니다. 최초 취재를 시작한 시점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사건을 일으킨 매장의 (중간)관리자를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실 관계를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 또한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매장 관리자는 해외의 유명 브랜드를 수출·유통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 브랜드 본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습니다. 이 경우 보통 매출 실적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됩니다. 본사와 매년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활동을 해오다 결국 사기·횡령 사건까지 벌이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추가할인을 미끼로 고객에게 현금 구매를 유도했지만 부득이하게 매출 전산등록 마감까지 대리결제 할 카드(10% 추가할인)를 구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생긴단 것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카드로 결제하면 고객에게 편법 할인해준 금액만큼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첫 보도 내용처럼 고객에게 비싸게 물건을 팔기도 하다가, 결국 매출 전표를 일괄 취소한 뒤 잠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업체 측에 사실 확인을 했습니다. 신세계 측은 이 같은 판매 형태가 있었던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건 맞지만 어떠한 조치는 경찰조사 결과가 나온 뒤 하겠다는 답변만 거듭 반복했습니다.
두 번째 보도가 나간 뒤 “큰 틀에서” 이번 사건을 조망해봤습니다. 편법 할인을 위해 동원된 VIP 카드 주인들은 어떤 이익이 있을까 또 다른 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까..
세무사, 세법 교수는 탈세 가능성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카드를 빌려주게 되면, 일반 소득자의 경우 소비액이 증가해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받는데 유리하고 법인의 경우 해당 카드 사용액을 접대비로 처리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단 겁니다.
이러한 편법 현금 할인은 비단 광주신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역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광주·전남에 현대백화점은 없습니다) 지역 내 백화점 2곳 모두 각각 방문했던 (중간)관리자 형태 매장 5곳 중 2곳이 편법 현금할인이 가능했습니다. 특정인들의 납세가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행위가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던 겁니다.
업계 최초로 1995년 지역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광주신세계’는 지역에서 특별한 존재입니다. 연 매출 6천억 원을 달성하는 알짜 기업이며, 언론과의 교류를 지역 향토 기업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광주신세계 측의 부적절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기사 본문에 회사 이름을 가릴 수 없는지부터, 보도를 중단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여러 경로를 통해 시도했습니다. 큰 부담이 있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한 언론사로서 사건을 큰 틀에서 바라보고 또 구조적인 문제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회사 내 제보전화를 통해 사건을 접수받았습니다. 취재를 하며 저희 방송사에 앞서 다른 언론사 2곳에도 비슷한 제보가 왔었던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보도는 저희가 유일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저희 방송사의 첫 보도(1월 23일 8뉴스, 20시) 이전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1월 23일 수 8뉴스>신세계百 명품 매장 관리자, 고객 최대 100여 명에 사기
<1월 25일 금 8뉴스>신세계百 명품 매장 관리자 "실적 압박 때문에.."
<1월 28일 월 8뉴스>백화점 가봤더니..편법 현금 할인 ‘난무’
타 매체 반향
<01-23 22:04 뉴시스>백화점 명품매장 직원이 두달치 매출액 일괄 취소…경찰고소
<01-23 23:49 연합뉴스>명품매장 직원이 4억대 매출액 결제 취소하고 잠적…경찰 고소
<01-24 00:53 중앙일보>4억원대 매출액 결제 취소하고 잠적한 명품매장 직원
<01-24 07:13 매일경제>명품매장 직원, 4억원대 매출 결제 취소 후 잠적
<01-24 09:18 전자신문>명품매장 직원 잠적 '수억원대 결제 일방적 취소'
<01-24 09:53 쿠키뉴스>명품매장 직원 잠적, 4억8000만원 매출 취소처리…행방 추적
<01-24 10:28 아시아경제>명품매장 직원 4억8000만원 매출 취소 하고 잠적…경찰 수사 중
<01-24 10:46 스포츠경향>명품매장 직원, 매출 4억8000만원 결제 취소하고 잠적
<01-24 10:49 이뉴스투데이> 광주신세계, 고객관리 부실 대응 '논란'
<01-24 11:15 시민의 소리> 광주신세계 매장 직원, 고객 100여명에 사기 후 도주
<01-24 14:10 UPI 뉴스>광주신세계百 매장 직원, 4억원대 사기행각 후 잠적
<01-24 15:09 시사포커스>신세계백화점 광주점 명품관 매니저, 총 4억8000만원 사기 및 횡령…도주
<01-24 15:26 서울신문>광주 명품매장 매니저, 매출 5억원 취소하고 잠적
<01-24 15:45 뉴스1>'사라진 4억8천만원'…백화점 명품매장 직원 100여건 결제 취소 왜?
<01-24 18:06 동아일보>백화점 명품브랜드 매니저 ‘4억 8000만 원 매출 일괄 취소’ …왜?
<01-24 19:15 남도일보>명품매장 직원, 4억대 매출액 결제 취소
<01-24 19:16 전남매일>광주 모 백화점 명품매장 매니저 4억 횡령
<01-24 시간 표기 없음 경기일보>명품매장 직원 잠적…백화점 측 "경위 파악 중"
<02-06 19:17 남도일보>신세계, 매장관리 허점 드러내
23일 저희 첫 보도 이후 다수 언론사들이 해당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3가지 케이스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①저희 방송사 첫 보도를 그대로 받아 쓴 경우, ②백화점 측에 확인하고 기사를 쓴 경우 ③자체 취재를 더한 경우
저희는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을 위해 보도 기법 중 삼각측정을 활용했습니다. 제보자가 백화점 측과 이야기한 녹취 파일, 백화점의 해당 관계자, 백화점의 공식 입장,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횡령과 사기 사건을 일으킨 매장의 중간관리자에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어떠한 기사에도 매장의 중간관리자에게 연락해 기사에 입장은 실리지 않았습니다. 확인한 결과 해당 관리자에겐 저희를 제외하고 어떤 언론사에서도 직접 연락을 취해온 경우가 없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취재를 하기 위해 백화점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다수의 취재원, 소비자단체, 세무사와 세무 전공 교수과 접촉하는 방식으로 취재 반경을 넓히고 정확도를 높이려 노력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보도 이후 백화점 업계에서는 세금 탈루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편법 현금 할인 방식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전국의 각 지점 점장들에게 관리와 감시를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신세계 측도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관리를 더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보도 이후, 연휴 기간 동안 수도권의 일부 백화점들을 돌며 편법 할인이 가능한 것인지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시간상 전수조사는 하지 못했지만 백화점의 단속이 강화돼 더 이상 비공식 현금 할인이 안 된다는 답변을 모두 받았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의 중간관리자 사기·횡령 보도를 단순한 사건 기사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업계 전반이라는 큰 틀에서 취재를 이어갔고, 세금 탈루와 같은 구조적 문제 제기를 사회에 던졌습니다. 이전에도 이러한 사건이 국내에서 발생한 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관련 보도는 경찰 조사결과나 법원 판결을 정리하는 단발성 기사에 그쳤습니다.
지역 대기업을 상대로 보도를 계속해서 이어간 점이 쉽지 않았지만 백화점 내에서 특정인의 세금 탈루와 같은 불법적인 행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와 관련해 보도당사자인 명품 매장의 중간관리자, 광주신세계, 롯데백화점 광주점, 백화점 내 매장 등으로부터 어떠한 반론 및 정정보도 신청이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1회 전체 총평
2019년 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도 치열한 경합 끝에 3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두 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SBS ‘체육계 성폭력’은 지난해 우리 사회에 충격과 파장을 일으켰던 미투 관련 보도로, 사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피해자를 배려하는 취재방식이 돋보였다. 해당 언론사는 미투 관련 보도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된 피해자가 대중으로부터 2차 공격을 당하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성폭력 관련 보도를 위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준수했다.
특히 피해자의 변호인단과 2차 피해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면서 보도의 방향을 결정하는 등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보도를 이어가는 모습은 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피해 사실을 전달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체육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부분 역시 향후 성폭력 관련 보도의 지침이 될 만한 선례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많았다.
안동MBC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는 오랜만에 나온 지역 언론의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언론의 취재환경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의 신뢰 구축과 함께 심도 있는 취재를 이어나간 기자들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는 취재기자의 수차례 시도 끝에 인터뷰에 응했고, 보도 과정에서 추가로 피해사진 등 증거를 제공했으며, 안동MBC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 발빠르고 치밀한 확인취재를 통해 다수의 단독보도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안동MBC가 피해자와 깊은 신뢰를 쌓은 것은 특종에 급급하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보도한 것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 추락하고 있는 언론의 사회적 신뢰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보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문제를 일으킨 지방의원들이 다수 소속된 당에서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뒤 2명이 의회에서 제명되는 결과를 낳았고, 관련 제도의 개선 및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는 등 성과도 컸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JTBC ‘성직자의 이름으로... 아동성범죄 목사 추적’은 기자들이 3개월 동안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면서 적극적으로 취재한 끝에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79명의 처벌 사실을 확인하고, 심층취재 결과 아동이나 청소년을 성추행했던 목사 20명이 여전히 어린이들을 보살피거나 목회활동 중임을 밝혀냈다. JTBC는 이들에 대한 징계 권한을 가진 교단이 목사의 성범죄 전력 조사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알게 되더라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아 잠재적인 재범률이 높다는 점에서 심층취재와 보도를 이어나갔고, 초기에는 수수방관하던 교단이 해당 목사를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나서는 등 사회적 반향이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보도가 해당 목사들이 교단에서 제명되는 등 추가적인 피해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사회적 제도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도출했다며, 이처럼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용기 있는 보도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