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2019년 1월 2일 새해 첫 출근 날, 평소 아는 취재원으로부터 ‘예천군 의원들이 연말에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가이드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 사안은 폭행을 당한 가이드의 인터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바로 미국 현지 가이드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예천군 의회를 상대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몇 단계를 거쳐서 가이드가 속한 여행사 대표와 연락이 닿았지만, 대표는 사안을 숨기고 싶어 하는 듯했고 가이드의 연락처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을 했습니다. 대표에게 “가이드에게 판단을 맡겨 달라.”며 “통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뜻을 반드시 전해 달라”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미국과는 시차가 컸던 탓에 한참을 기다려 가이드의 연락처를 입수했고 국제전화로 가이드와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가이드는 굉장한 경계심을 갖고 신원 보장을 먼저 약속하라고 취재기자에게 요구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이드는 회신하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취재기자(이정희 기자)의 인적사항을 갖고 예천지역 지인에게 믿을만한 기자인지 확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다행히 ‘이정희는 끝까지 추적할 사람이다’라며 누군가가 확인해 줬다고 가이드가 나중에 얘기했습니다) 또 그의 아내가 예천지역 인터넷신문을 찾아 무작정 제보의 글을 올렸지만 바로 삭제당한 직후여서 한국 언론에 대해 굉장한 불신과 분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기자는 가이드의 인터뷰를 확보한 후 곧바로 폭행 당사자인 박종철 군의원을 만나기 위해 예천군의회를 찾아갔고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양 측의 주장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지만, 기자의 태도와 취재 과정을 지켜본 가이드가 폭행 당시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 한 장을 보내왔고 폭행당한 사진과 가이드의 인터뷰를 근거로 최초이자 단독으로 안동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했습니다.
보도 직후 다음 날 대다수의 중앙 방송사와 신문이 예천군의회로 몰려들어 보도를 따라왔고 이때부터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예천군 의원들은 바로 공식적인 사과를 했지만 폭행 사실과 여성 접대부 술집 안내 요구를 계속 부인했고, 가이드는 예천군 의원들의 거짓 해명과 오히려 자신을 매도하는 언론플레이, 혹은 언론의 양비론으로 상당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기자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 확실한 증거 제시가 필요했고 가이드로부터 폭행 직후 캐나다 현지 911 신고 통화 녹취를 받아 또다시 ‘단독 보도’ 타이틀을 달고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다음날, 애초 취재 시작과 동시에 관광버스 회사에 요청해 두고 기다려왔던,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동영상을 현지에서 단독으로 입수했고 다음 날 곧바로 생생한 현장 화면을 유일하게 보도했습니다.
이후 폭행 당사자 박종철 의원의 “혼자는 못 나가”, “전과 2범 공천 최교일 국회의원 책임론”, 항공료 부풀리기 위조로 “비행기 값도 꿀꺽”, “가이드, 수면제 없인 못 자”, “해외연수 공식 방문 빼먹고 관광 일정은 모두 소화”, “폭행 피해 가이드 56억 원 국제 소송 비화” 등의 보도를 단독으로 이어나갔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 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제보자와 특별한 관계가 없습니다. 평소 아는 취재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시작으로 취재에 착수했고, 국내 언론사 중 가장 먼저 피해 가이드를 수소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피해자는 취재를 위해 접촉한 게 시작입니다.
기자가 취재를 시작한 직후, 지역 신문 쪽에서 오히려 “예천군의회와 박종철 의원으로부터 예산 지원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취재하지 말아 달라.”라는 청탁 아닌 청탁을 받기도 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1월 3일 안동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해외연수 간 지방의원 폭행... 국제적 망신”이라는 제목으로 피해자의 인터뷰와 폭행 당시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 등을 근거로 첫 보도가 나가자, 다음날인 4일부터 중앙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보도를 따라왔습니다.
이후 현지 911 신고 녹취록이 보도된 후부터는 그동안 따라오지 않았던 KBS 등도 뒤늦게 보도를 시작했고 이어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동영상이 단독으로 보도된 이후부터는 타 신문과 방송, 통신사에서 "안동 MBC 보도" 혹은 "MBC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쓰고 보도가 나간 뉴스 캡처 화면을 게재했습니다.
항공료 부풀리기 등의 단독 보도 이후에도 이런 인용은 계속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캐나다 등 현지 언론에서 오히려 안동MBC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취재하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추태 보도 이후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예천군의회”, “박종철”, “해외연수” 등이 실시간 검색어 1위 혹은 상위에 올라, 전 국민적인 관심과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일주일 이상 지속했습니다.
예천군의회 해외 추태와 관련한 안동 MBC 뉴스 보도가, 서울 전국 MBC로 나간 동일한 뉴스 보도보다 조회 수가 더 많은, 보기 드문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특히 관련 기사나 영상물 유튜브 조회 수 분석 결과, 해외에서의 조회와 댓글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유튜브 채널만 봐도, 관련 기사의 조회 수가 많게는 10만 건에 육박한 경우가 적지 않고 댓글 또한 비슷한 현상을 보입니다.
같은 기사라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지역 방송사의 뉴스 보도를 신뢰하고 먼저 찾아봤다고 할 수 있으며, 해외 교민사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해외에서도 국내 뉴스 기사 조회와 댓글이 이어져, 이번 사인이 얼마나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는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2009년 제정한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또 전국 지방의회에서 해외연수 제도 개선책을 잇달아 내놨고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취소가 도미노처럼 이어졌습니다. 이후 최교일 국회의원의 추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구태의연하게 진행돼 왔던 국회와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해외연수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개선을 위한 논의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1년 미만인 선출직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을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예천군 주민이 당장 예천군 의원들에 대해 주민소환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용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주민투표법,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월 2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연수 추태를 보인 예천군 의원 9명 중 7명이 자유한국당(첫 보도 직후 박종철 탈당), 2명이 무소속인
점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몇차례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혔고 여당과 다른 야당은 성명이나 논평을 내는 등 정치 쟁점화가 됐습니다. 나아가 거대 정당의 독점 폐해를 막아야 한다며 선거법 개혁의 필요성도 곳곳에서 제기됐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안을 접한 후 가장 먼저 피해 가이드에게 접촉해서 사실 확인을 했던 언론사(기자)가 안동 MBC(이정희 기자)였고 이후 취재원 보호, 사안의 곁가지가 아닌 핵심을 다룬 기사,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취재 태도 등이 가이드에게 신뢰감을 줬습니다.
이런 신뢰가 바탕이 돼서 가이드는 중앙이 아닌 지역 방송사인 안동MBC에 최초, 단독 인터뷰와 증거자료를 제공했고 다른 국내 언론으로부터 신상이 노출된 후에도 유일하게 소통하며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편지와 미국에서의 소송 제기 등의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자칫 묻힐 뻔한 우리 사회의 적폐가 뉴스 보도를 통해 긍정적인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됐으며 기자(언론사)의 취재 태도와 신뢰가 빚어낸 특종이라는 점에서 국내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취재후기
(341회)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 / 안동MBC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
안동MBC 보도팀 이정희 기자
예천군 의회 해외연수 추태 파문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3일 안동MBC 최초 보도 이후 예천군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사과와 거짓 해명’, ‘언론 피해 다니기’, 임시회에서의 ‘셀프 징계’ 정도다. 의정활동과는 거리가 먼, 주권자들을 무시하고, 고통스럽게 한 것이다. 이들은 1월 의정비 한 사람당 277만원, 모두 2440만원을 챙겨갔다. 예년 같으면 2월 중·하순쯤 임시회를 열어 집행부로부터 올해 업무 보고를 받지만, 얼굴을 못 내미는 처지를 알아서인지 이번에는 서면으로 한다. 군민에게 인정받지도 못하고 의회도 못 여는 ‘식물 의회’ 상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2월 역시 제명된 2명을 제외한 7명은 세비 1인당 277만 원을 받아갔다.
더 심각한 여파가 발생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후 7개월 만에 예천군 의회 의석수가 9석에서 7석으로 줄었고 이 비정상적인 상태가 차기 지방선거인 2022년까지 지속된다는 것이다. 최근 예천군선거관리위원회는 4.3 재보궐 선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제명당한 군의원들이 불복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권도식(무소속) 의원의 경우 여성 접대부 술집을 안내해 달라는 말만 했는데도 제명을 당했지만,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은 해외 출장에서 직접 여성 접대부 있는 술집을 갔다 와도 멀쩡하니 말이다.
예천군의회 보궐선거 미시행 결정에 시민단체와 경북에서는 여전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와 국민 참정권을 박탈한 처사라며 반발했지만 소용없게 됐다. 예천군민은 전국적인 망신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당한 것도 모자라 3년 이상 자신들을 대신할 군의원 2명의 자리를 비워두게 됐고 그만큼의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 셈이다.
이번 취재에서 2가지 정도 주목할 대목이 있었다. 하나는 한국언론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피해 가이드는 폭행 당사자인 박종철 군의원의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서 ‘진실 공방’이라고 기사를 쏟아낸 언론에 상당히 분노했다. 오죽했으면 시민단체가 예천군 의원 사퇴 촉구 집회에서 ‘지역 언론을 비판하는 문구’ 피켓을 들고나왔으랴. 또 하나의 대목은 가이드가 나의 취재요청에 응한 이유다. 그는 취재요청을 제3자를 통해 전해 듣고 자신의 연락처를 전달하기 전 몇 시간 동안 나에 대해 뒷조사를 했고, ‘이정희 기자는 끝까지 추적할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지역에서 온갖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나름의 소명 의식으로 고군분투해온 데 대한 보상, 위로 같았다. 해결 안 되는 복잡하고 어렵고 민감한 제보가 적지 않게 들어온 편이었지만, 이 보도 이후 지역 권력과 적폐에 대한 묵직한 제보가 마구 밀려든다. 24년 차에 맞은, 즐거운 비명이다.
회차 심사평
제341회 전체 총평
2019년 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도 치열한 경합 끝에 3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두 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SBS ‘체육계 성폭력’은 지난해 우리 사회에 충격과 파장을 일으켰던 미투 관련 보도로, 사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피해자를 배려하는 취재방식이 돋보였다. 해당 언론사는 미투 관련 보도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된 피해자가 대중으로부터 2차 공격을 당하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성폭력 관련 보도를 위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준수했다.
특히 피해자의 변호인단과 2차 피해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면서 보도의 방향을 결정하는 등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보도를 이어가는 모습은 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피해 사실을 전달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체육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부분 역시 향후 성폭력 관련 보도의 지침이 될 만한 선례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많았다.
안동MBC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는 오랜만에 나온 지역 언론의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언론의 취재환경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의 신뢰 구축과 함께 심도 있는 취재를 이어나간 기자들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는 취재기자의 수차례 시도 끝에 인터뷰에 응했고, 보도 과정에서 추가로 피해사진 등 증거를 제공했으며, 안동MBC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 발빠르고 치밀한 확인취재를 통해 다수의 단독보도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안동MBC가 피해자와 깊은 신뢰를 쌓은 것은 특종에 급급하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보도한 것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 추락하고 있는 언론의 사회적 신뢰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보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문제를 일으킨 지방의원들이 다수 소속된 당에서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뒤 2명이 의회에서 제명되는 결과를 낳았고, 관련 제도의 개선 및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는 등 성과도 컸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JTBC ‘성직자의 이름으로... 아동성범죄 목사 추적’은 기자들이 3개월 동안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면서 적극적으로 취재한 끝에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79명의 처벌 사실을 확인하고, 심층취재 결과 아동이나 청소년을 성추행했던 목사 20명이 여전히 어린이들을 보살피거나 목회활동 중임을 밝혀냈다. JTBC는 이들에 대한 징계 권한을 가진 교단이 목사의 성범죄 전력 조사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알게 되더라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아 잠재적인 재범률이 높다는 점에서 심층취재와 보도를 이어나갔고, 초기에는 수수방관하던 교단이 해당 목사를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나서는 등 사회적 반향이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보도가 해당 목사들이 교단에서 제명되는 등 추가적인 피해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사회적 제도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도출했다며, 이처럼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용기 있는 보도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