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재심사건에 대한 무죄 확정판결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존중합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재심 심판 과정에서 확인된 경찰수사의 문제점 등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으며,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 받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년 11월 4일, 전북경찰청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재심 무죄가 선고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직후 관할 경찰청이 낸 짧은 입장문입니다. 부실·강압수사 책임자나 관계자의 직접 사과는 없었고, 출입기자단에 서너 줄 배포한 게 전부였습니다. 지극히 간결하고 차가운 문장들은 청춘이 움트던 19, 20세에 3~6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살인자'라는 낙인 아래 17년간 살아온 이들을 위로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피해 당사자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 삶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또 다른 재심 사건인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범이 따로 있었던 재심 사건에서 누명을 뒤집어썼던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경찰청과 전주지검에서도 입장문을 냈으나 몇 줄 분량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공권력 오남용 사건 피해자에게 경찰과 검찰, 재심 재판부 등 조직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진정한 ‘해원(解冤)’에는 이를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공권력의 폭력은 기관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사법 기관에 부여된 권력 오남용으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한 이들은 기관의 거대한 그늘 뒤에 숨어왔습니다. 기관의 짧은 몇 마디 사과는 피해자들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진심 어린 사죄만이 뒤엉킨 원한의 실타래를 풀 수 있었지만 참으로 요원해보였습니다. 특히 잘못된 처분에 관여했던 검사 개인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공식 사과를 전한 사례는 전무했습니다. 검찰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이유로 많은 법조인들은 ‘무오류의 신화’를 꼽습니다. 검찰은 자신들의 방식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검찰권 남용이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검사 개인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약촌오거리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군이 재심 무죄 선고 후 국가와 수사 경찰, 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진범을 풀어줬던 김훈영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최군 또한 김 검사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검사 개인이 자신의 잘못된 처분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은 한국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알린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석 달 동안 한국일보는 김 검사를 설득했습니다. 김 검사 입장에선 검찰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 부담이 컸고,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받게 될 비난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이제껏 한 번도 없었던 ‘진솔하게 사과하는 검사’의 모습이 검찰 조직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김 검사의 진심 어린 사과와 고백을 들을 수 있었고, 그를 용서하겠다는 최군의 뜻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김훈영 검사의 눈물을 통해 ‘사과와 반성,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 기획보도의 시작이었습니다. 김 검사가 뗀 첫 걸음은 검찰 내부에서 자성을 끌어냈고 보도를 접한 이들의 마음에도 울림을 일으켰습니다.
동시에 또 다른 재심 사건인 '삼례나라슈퍼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최성우 변호사에 대한 접촉 역시 병행했습니다. 특히 김훈영 검사의 경우 당시 사과와 용서의 장면 자체를 담아낼 순 없었으나, 최 변호사의 경우 사과 의향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해 동행 취재를 통해 있는 그대로 역사에 기록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5개월에 걸친 설득 끝에 망설이던 최 변호사의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사건 처리 당시 30대 검사였던 최 변호사는 어느덧 환갑이 넘었지만 가슴 속에 늘 '삼례 3인조'를 품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최 변호사 입장에선 검사 시절 자신의 처분에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 나아가 검찰 조직의 사건 처리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사과뿐이란 점과, 김 검사의 사과가 그랬듯 양심 있는 또 다른 수사책임자들을 침묵에서 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들어 설득했습니다. 결국 최성우 변호사가 모든 일이 시작된 전북 완주군 삼례읍을 직접 찾아 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나 눈물로 사과하는 과정을 동행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진정한 사과를 통해 ‘삼례 3인조’와 가족들이 23년간 켜켜이 쌓였던 원망과 울분을 비로소 털어내고 최 변호사를 용서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여름부터 ‘검사의 사과‘라는 주제로 취재와 설득작업에 착수해 지난해 12월 13일과 올해 4월 25일 각각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와 용서], [삼례나라슈퍼 사건, 사과와 용서] 기사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와 용서]는 검사 개인으로서는 최초로 피해자에게 사과한 김훈영 검사와 그를 용서한 최군의 진솔한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삼례나라슈퍼 사건, 사과와 용서]는 사건 주임검사였던 최성우 변호사가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잘못된 처분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동행 취재를 통해 처음으로 언론에 담았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 김훈영 검사 첫 보도에 그치지 않고 5개월간 설득과 조율 과정을 거쳐 올해 4월 최성우 변호사 후속 보도를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와 용서
[단독] 늦었지만 용기 낸 검사의 사과 “당신의 억울함 밝혀주지 못해... 미안합니다”(12월 13일 1면·6면)
[단독] 살인 누명 소년의 잃어버린 10년… 책임자들,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12월 13일 7면)
“김훈영 검사의 용기 응원합니다, 용서합니다”(12월 14일 8면)
“검사는 (민사상) 책임은 없다고 하면서도 법정에서 유감 표시는 했다. 하지만 경찰반장은 아직도 최군이 진범이라 말하고 형사보상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다.”
지난해 1월 13일 ‘약촌오거리 사건’의 누명 피해자 최군이 낸 국가배상소송의 1심 선고 기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든 직후였지만, 최군을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과는커녕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모 경찰반장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기사 작성 후 언론 보도와 법조인 대관을 통해 찾아보니, 소송을 당한 김훈영 검사는 여전히 현직에 있었으며 강압수사를 벌였다는 경찰은 퇴직 후 지역 시의원까지 출마한 걸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가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뒤늦게서야 법적 구제를 받으려고 분투하는 동안, 원인 제공에 일조한 당사자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날 ‘검사가 유감 표명을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건 진정한 사과와 그를 통한 치유였고, 그게 ‘회복적 사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미안함을 밝히면서도 현직 신분이라 행동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본격 취재에 들어간 건 지난해 8월부터입니다. 8월 중순경 김훈영 검사가 직접 최군이 살고 있는 전주로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2시간 가량 마주해 해원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변호인을 통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해온 김 검사의 모습에 최군도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공권력의 수행자이자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처분으로 고통 받았던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책임감 있는 검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울러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 김 검사를 만나 용서한 최군의 결단도 존경스러웠습니다.
이에 김훈영 검사가 전한 사과의 뜻과 최군의 용서 메시지를 함께 전하는 기획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김 검사가 이미 최군을 만나 사과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기사화하도록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일보가 제안한 기사 취지를 김 검사에게 설명하고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설득한 끝에 동의를 받았습니다.
준비했던 기사는 크게 상편과 하편으로 나눠 보도했습니다. 상편에서는 김훈영 검사 인터뷰와 함께 약촌오거리 사건의 스토리와 당시 사건에 관여했던 검사, 경찰, 법관 등 책임자들이 현재 어떤 지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추적해 보도했습니다. 상당수가 여전히 현직 공직자 신분이거나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하편에서는 최군을 대신해 박준영 변호사가 쓴 화해의 메시지가 담긴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 ‘사과와 용서’에 이어진 응원과 후일담
약촌오거리 피해자, 김훈영 검사와 화해…경찰은 여전히 책임 회피(12월 15일)
최군 측은 김훈영 검사의 공개 사과 직후인 15일,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3차 변론 기일에 한국일보 보도 내용을 서면 증거로 제출하면서 “김훈영 검사의 노력과 진정성이 평가받길 원한다”며 소송 취하의 뜻을 밝혔습니다.
박범계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한 김훈영 검사에 “용기 있는 일”(12월 13일)
[단독] 김오수 검찰총장 “김훈영 검사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 높게 평가”(12월 16일 10면)
해당 보도가 나온 이후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김훈영 검사의 사과를 두고 “용기 있는 일이었다” “인권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등의 평가를 담은 메시지를 밝혔고, 이 역시 기사화하였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단죄 못했다(12월 22일 24면)
아울러 한국일보가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취재를 이어간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약촌오거리 사건 진범을 체포해 기소하고 법적 책임을 묻기까지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법안, 이른바 ‘태완이법’의 공포 시점이 관건이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접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던 서효원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직분을 다하려 노력하는 검사의 모습도 조명할 수 있었습니다.
검사가 사과한 ‘약촌오거리’ 사건... 징역 15년 당시 판결문은 고작 4쪽(1월 7일 10면)
또한 직접 증거도 없이 16세 최군에게 중형을 선고했으면서도, 사과하지 않은 판사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도 작성했습니다.
▦삼례나라슈퍼 사건, 사과와 용서
[단독] ‘삼례나라슈퍼’ 23년 만의 사과… 수사검사 용서한 피해자들(4월 25일 1면·4면)
[단독] ‘그놈 목소리’ 생생하지만… 진범도 수사검사도 용서했다(4월 25일 5면)
‘나라슈퍼’ 수사검사 사과했지만… 여전히 침묵하는 사법 가해자들(4월 25일 5면)
재심 피고인들에게 사과 의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망설였던 ‘삼례나라슈퍼 사건’ 주임검사 최성우 변호사는 김훈영 검사의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와 용서 한국일보 보도 후 결단했습니다. 김 검사의 진심 어린 사과가 최군에게 진정 치유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5개월에 걸친 설득과 조율 끝에 사과 현장을 동행취재하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에 동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잘못된 처분에 수십 년을 ‘살인자’ 낙인 속에 고통 받아온 ‘삼례 3인조’와 그 가족들, 강력범죄의 피해자임에도 제때 국가기관이 진범을 처벌하지 못해 ‘삼례 3인조’ 재심 무죄를 위해 함께 발 벗고 나서야 했던 최성자씨와 박성우씨의 사연. 그리고 자신이 맡았던 수많은 사건 중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23년 전 처분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받는 최 변호사. 이 지난한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검사가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의 무게와 사법적 통제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최 변호사에게 성실히 취재 의도를 전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삼례분들, 가족분들께 사과하는 자리를 통해 그분들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고인이 되신 유애순 여사님께서도 안식을 누리실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라고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짧은 문자였지만 많은 고민이 묻어있었습니다.
지난달 17일, 최성우 변호사의 사과를 앞두고 오전부터 내려가 피해자와 가족분들을 만났습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이들은 사건이 일어난 1999년을 살고 있었습니다. 수사·사법기관이 당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너무 먼 길을 돌아온 사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용서가 쉬울 리 없습니다. 이들 또한 최 변호사가 사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제와 사과한다니 믿을 수 없다고 역정을 내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이 시작된 그곳, 삼례에 23년이 지나 다시 모였습니다. ‘삼례 3인조’ 임명선·강인구씨와 그 가족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참석하지 못한 최대열씨는 대신 누나 최수영씨와 매형 이모씨가 자리했습니다. ‘삼례나라슈퍼 사건’ 피해자였던 최성자씨와 당시 유명을 달리한 유애순 할머니의 사위 박성우씨, 그리고 최성우 변호사까지.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에서 사관의 심정으로 기록했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10대 후반 아이들이 본적도 없는 사람을 죽였다고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살아야 했다” “고통 받은 세월을 생각하면 쉽게 용서할 수 없다” “당시 제대로 처분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며 모진 원망을 쏟아냈습니다. 최 변호사는 “용서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정말 죄송하다” “과거 예단을 가졌고 제가 어리석었다” “검사에게 가장 중요한 인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모두에게 큰 고통을 드렸다” “악연을 끊고 남은 생을 속죄하며 살고 싶다”며 수차례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혔습니다.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최대열씨의 매형을 따라가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원망과 울분의 토로가 2시간여 이어졌습니다. 최 변호사는 고개 숙여 이를 받아내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검사의 사명을 저버린 것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점차 최 변호사의 진심이 피해자 측의 격앙을 누그러뜨리는 듯했습니다. 결국 ‘삼례 3인조’는 “이제 세월도 많이 흘렀으니 지난 사건은 잊고 싶다”며 최 변호사의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가족들과 사건 피해자 최성자, 박성우씨 또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겠다”며 최 변호사를 용서했습니다. 이들은 “더 미워하며 힘들어하지 않고 용서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도 했습니다.
과거 자신이 했던 잘못된 처분으로 비롯된 고통에 대해 공권력의 수행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최 변호사가 뒤늦게나마 전한 진심어린 사과는 피해자들의 해원에 보탬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사 책임자 중 사과한 이는 최 변호사가 유일합니다. 당시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진범 제보를 묵살한 경찰은 묵묵부답입니다. 진범 ‘부산 3인조’ 사건을 전주지검으로 보냈던 부산지검장과 이를 다시 최 변호사에게 배당했던 전주지검 지휘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사법기관에서는 1심 배석판사였던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사과했지만 1·2·3심에 관여한 다른 판사들 역시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며 침묵하고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삼례 3인조’에게 자백을 설득했던 당시 국선변호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날의 기록은 3편으로 나눠 보도했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삼례나라슈퍼 사건’ 주임검사의 사과와 피해자들이 용서하기까지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생생히 그려냈습니다. 두 번째 기사는 공권력이 제몫을 하지 못해 강력사건의 피해자임에도 법적으로 ‘가해자’로 지목돼 형을 살고 있던 ‘삼례 3인조’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무죄 탄원에 나섰던 최성자, 박성우씨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세 번째 기사에는 ‘삼례나라슈퍼 사건’ 책임자들을 짚고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그들의 현재를 다뤘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3일 첫 보도 이후 김훈영 부장검사 사과 내용을 보도하거나, 칼럼 등을 통해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를 직접 인용한 매체들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2021년 12월 13일/ SBS/ 스브스레터 이브닝 (12/13) : 검사의 사과 vs 판사의 호통
-2021년 12월 13일/ KBS/ 현직 검사, 약촌오거리 사건 누명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
-2021년 12월 13일/ 전북일보/ ‘약촌오거리 진범 무혐의 검사’ 사과… 검경 사과 이어질지 관심
-2021년 12월 14일/ JTV 전주방송/ "진실 못 밝혀 미안합니다" 사과한 검사
-2021년 12월 20일/ 전북일보/ 검사의 사과와 사회의 품격
-2021년 12월 24일/ 오마이뉴스/ 윤석열은 왜 사과를 모를까 [조성식의 통찰]
-2021년 12월 27일/ 한겨레/ 김훈영 검사와 조기룡 전 검사
지난해 12월 15일 최군 측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3차 변론기일에서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를 서면 증거로 제출하며 소송 취하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훈영 검사의 사과와 최군 측의 소송 취하 결정에 대해서도 다수 매체가 보도했습니다.(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SBS 중앙일보 KBS 국민일보 조선비즈 MBC YTN 조선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첫 보도일인 지난해 12월 13일 박범계 장관이 김훈영 검사의 사과에 대해 한 발언에 대해서도 여러 매체(더팩트 아주경제 뉴스토마토 전라일보 전북일보 등)에서 보도했습니다.
4월 25일 삼례나라슈퍼 사건 최성우 변호사의 사과와 피해자의 용서 보도 후 칼럼 등을 통해 한국일보 보도를 인용한 매체가 있었습니다.
-2022년 5월 7일/ 국민일보/ [빛과 소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5. 사회에 끼친 영향
‘검사의 눈물 : 사과와 용서’ 연속 보도는 많은 독자들과 법조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처분 책임자로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늦었지만 피해자에게 진솔한 사과를 전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독자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와 용서] 보도에 대해 독자들은 한국일보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사가 사과하는 모습을 응원한다” “양심이 살아있는 검사님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게 그들의 리그에선 힘들 텐데, 박수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또한 최군에 대해서도 “사과한 검사도 훌륭하지만, 그를 용서한 최군이 더 훌륭하다”면서 응원 메시지와 함께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도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첫 보도를 한 12월 13일 “(검사 개인이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검찰의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좋은 예”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역시 15일 “인권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검찰이 국민 중심으로 맡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서도 “검찰의 일원으로서 김 검사님의 사과에 동참하고, 그와 같은 아픈 과거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사건 하나하나를 더 깊게 살펴보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검찰 구성원으로서 자성과 응원이 담긴 글이 쇄도했습니다.
[삼례나라슈퍼 사건, 사과와 용서] 보도에 대해서도 독자들은 한국일보에 “사과한 검사의 용기가 고맙다, 엉터리 판결을 했던 판사들의 사과도 필요하다” “모른 척 눈 감지 않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용기 낸 검사에 감사하다” “아닌 것을 알았을 때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사과하는 모습이 진정해 보인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등의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용서한 피해자들에게도 “용서해준 피해자 가족들도 마음이 넓다, 덕분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잘못된 것을 빨리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등의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법조계에서도 반향이 일었습니다. 현직 검사와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은 한국일보에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보도였다” “삼례나라슈퍼 사건에서와 같이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검사들이 더 나와야 한다” “사과뿐만 아니라 검찰 과오가 담긴 수사기록 공개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이 같은 기획과 보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등의 응원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일련의 보도를 통해 ‘반성하고 책임지는 공권력’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김훈영 검사와 최성우 변호사의 용기 있는 결정을 보고 ‘늦었지만 나도 사과하고 싶다’는 검사들이 한국일보에 사과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후속 보도를 통해 앞으로도 검사들의 사과와 피해자들의 용서라는 주제로 기사화할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받지 않았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요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신청 사실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0회 전체 총평
제380회(2022년 4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9개 부문에 총 56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4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JTBC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미국 법인 ‘월세 선금 3억’ 이해충돌> 보도와 경향신문의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검증>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JTBC 보도는 인사검증 국면에서 쏟아진 여러 보도 중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안에 집중해 깊이 있게 파고들었고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선명하게 제기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거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가 월세로 수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짧게 언급됐던 점에서 출발해 새로운 팩트를 발굴해 낸 점도 호평을 받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가족 전원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는 경향신문 보도는 김 후보자가 윤석열 내각 후보자 중 처음으로 자진사퇴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파급력이 강한 보도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일치했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파이낸셜뉴스의 <우리은행 직원 회삿돈 500억원 횡령 파문 外> 보도는 전형적인 발생 특종 보도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온 파괴력 있는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들 간 이견이 없었다.
총 9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시사저널의 <2018~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232명 부동산 전수 조사> 보도와 국민일보의 <‘유리벙커’ 실태점검 시리즈> 등 2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시사저널 보도는 광역·기초자치단체장 232명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해 분석함으로써 국회의원이나 고위 중앙 공직자 중심이었던 부동산 검증 보도에서 범위를 한 단계 넓힌 점이 높게 평가됐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적절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검증하려 한 노력과 전수조사를 통해 새로운 팩트들을 발굴해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국내 민방위 대피소 실태를 3회에 걸쳐 다룬 국민일보의 ‘유리벙커’ 보도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소재에 심층적인 취재, 꼼꼼한 기사가 더해진 보도였다는 데 많은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일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려 ‘우크라이나처럼 공격을 받으면 우리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보도가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모두 9편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녀 의대편입 비리 의혹> 보도와 전주MBC의 <선거 브로커와 검은 제안> 보도 등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녀의 봉사시간 ‘쪼개기’ 등을 짚은 대구MBC 보도는 그 동안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보도가 주로 중앙언론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데서 벗어나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언론이 인사검증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주MBC 보도는 선거 때마다 일반화된 여론조사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맹점을 짚은 점이 호평을 받았다. 또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이 단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