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우리은행 직원 회삿돈 500억원 횡령 파문 外 파이낸…
우리은행 직원 회삿돈 500억원 횡령 파문 外
파이낸셜뉴스 이병철 기자
시작은 내부 정보 입수였습니다. 1금융권 횡령 사고로는 유례없는 규모였습니다. 600억원 대 횡령 금액과 10년이라는 횡령 기간을 두고 반신반의했습니다. 팩트 확인이 우선이었습니다. 금융당국, 경찰, 우리은행 등을 대상으로 저희 팀 기자들이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수 시간 동안의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확답을 받았습니다.
횡령 직원의 출국을 막기 위해 우리은행 직원들이 인천공항으로 나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도주를 막기 위해 빠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일 밤 스트레이트 기사를 출고했고 다음 날부터 600억원이 넘는 돈의 출처와 어떤 과정을 통해 횡령을 했는지 추적 보도했습니다. 횡령금 회수 가능성도 들여다봤습니다. 대형 은행에서 대규모 횡령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시리즈로 다뤘습니다.
기사 출고 후 다양한 관계기관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고 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도 진행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현미경 검사를 진행하고 다른 시중 은행에도 내부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책임질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은행장도 공식적으로 사죄를 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내부통제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국회는 금융사 지배구조, 내부통제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횡령 사건은 내부적으로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문제와 금융당국의 검사 문제 등을 사회적 어젠다로 이끌어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누구보다 고생한 저희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큰 파장을 미치는 이슈를 다루며 취재 윤리를 중심에 두고 성실하게 취재한 저희 팀원들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미국 법인 ‘월세 선금 3억…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미국 법인 ‘월세 선금 3억’ 이해충돌
JTBC 이윤석 기자
누가 봐도 명백한 이해충돌이었습니다. 간단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과거 본인 소유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에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던 미국 대기업 법인을 세입자로 들였습니다. 월세인데 선금으로 약 3억원을 받았습니다. 당시 서울 강남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었던 돈입니다. 고금리 시대라 은행에 맡겨만 놔도 큰돈이 붙을 때였습니다. 그 시기 한 총리는 산업·통상 분야 고위공직자였습니다.
한 총리는 “정말 몰랐다”고 반복했습니다. “모든 건 부동산이 알아서 했다”고 했습니다. 계약서엔 본인 도장이 찍혔고, 본인 명의 통장으로 수억 원을 받았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모를 수가 없고, 몰라서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부동산이 어딘지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외국 법인 세입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근처 부동산이었습니다. 고급 단독주택을 외국 법인과 연결해주는 곳이었습니다. 미국 대기업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먼저 피했어야 할 고위공직자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외국 법인 세입자를 찾은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 총리 측과 여러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때 보낸 문자메시지 하나를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전·월세 계약도 이해관계 여부 등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관행이 지금은 위법인 경우도 많습니다. 더구나 고위공직자들한테 요구되는 윤리적 기준은 더 크게 바뀌었습니다. (중략) 후보자님은 ‘지금’ 다시 한번 국무총리에 오르실 예정입니다. 당연히 지금 잣대로 과거를 다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_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검증 경향신문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검증
경향신문 정환보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는 5년마다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대회가 개최된다. 동계 올림픽 종목인 쇼트트랙에 비유하자면 출발선상에 선 총리 포함 장관 후보자 19명은 가슴을 졸이며 완주 의지를 다진다. 그러나 트랙을 돌다 미끄러지거나 반칙으로 실격 당해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는 선수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간 ‘게임의 법칙’이었다.
이번 윤석열 내각의 1호 낙마자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다. 대회를 중계하는 역할을 맡은 언론의 인사검증 보도는 한 편의 ‘종합 예술’에 가깝다. 검증(檢證)은 사전적으로는 ‘검사하여 증명함’이란 뜻인데,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도 끝까지 증명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언론이 제기한 ‘문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지가 관건인데, 흔히들 말하는 ‘국민 눈높이’가 그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국민이란 말도, 눈높이라는 말도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종잡기 쉽지 않다. 검증 보도는 끊임없이 그런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한국·미국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권위있는 장학금 수혜자 동문회장인 아버지, 교수인 어머니,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두 자녀 등 네 식구 일가가 모두 같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제보는 고마웠지만, 반드시 필요한 ‘팩트 확인’을 거부하는 후보자와 교육부의 방해는 뛰어넘어야 할 허들이었다. 그나마 “160여개국에서 운영 중인 60년 역사의 공신력 있는 장학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지 말라”는 반응이 힌트가 돼 장학생 선정 기관이 한미교육위원단장 일가의 전횡과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는 사실까지 파헤칠 수 있었다.
언론들도 여러 장관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쇼트트랙 출발선에서 동일하게 출발해 열심히 달렸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기자들의 이처럼 치열하면서도 공정한 노력들 덕분이었다.
2018~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232명 부동산 전수…
2018~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232명 부동산 전수 조사
시사저널 조해수 기자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지난 3·9대선은 ‘부동산’에서 승부가 결정 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의 표 차이(31만766표)가 대선 최종 결과(24만7077표 차)로 이어졌는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 243명 중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해 재산 내역이 공개된 232명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당선된 해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모든 부동산 흐름을 추적했다.
지난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국회의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구청장·군수·시장·도지사 등 지자체장은 조사에서 제외됐었다.
시사저널은 전수 조사를 통해 △232명의 지자체장 중 다주택자는 모두 49명(21%) △자신의 관할지역 내에 실거주 주택을 제외하고 부동산을 보유한 지자체장은 125명(53%) △’농지취득 자격증명’이 필요한 전·답·과수원 등 농지를 보유한 지자체장은 137명(59%) △신고금액과 시가, 최대 15억원까지 차이 난다 등을 밝혀냈다.
10년간 나와 동고동락했던 유지만 기자가 지난 1월17일 세상을 떠났다. 지만이는 나의 둘도 없는 동료이자 동생이자 동지였다.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던 치기어린 30대 초반과 나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된 40대까지 늘 내 곁에 지만이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만이가 하늘에서 도와준 덕분에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고(故) 유지만 기자에게 이 상의 영광을 바친다.
‘유리벙커’ 실태점검 시리즈 국민일보
‘유리벙커’ 실태점검 시리즈
국민일보 이동환 기자
지난 2월 말 퇴근 후엔 유튜브만 뚫어져라 봤습니다.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시민이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있었습니다. 현지 곳곳엔 미사일과 포탄이 떨어졌고 시민들은 지하로 숨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작전에 투입됐다가 생포된 러시아 소년병의 눈에도 공포는 깃들어 있었습니다. 모든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전쟁이 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물음에 사로잡혔습니다. 여전히 전쟁을 쉬고 있는 나라이고 이웃나라 간에도 그리 협조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쟁이 터지면 어디로 피해야 하고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도 손놓고 있는 듯했습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이 국내 민방위 대피소 실태를 점검한 이유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민방위 대피소는 전시 상황에서 시민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시설·설비는 물론이고 전쟁 장기화를 대비한 물자도 거의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민방위 교육이나 훈련도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이런 실상을 고발한 본보 연속보도 이후 정부는 시설·장비 보강부터 제도 개선까지 싹 손을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를 실제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가 온·오프라인에서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데는 적절한 제목과 사진, 그래픽을 추천·제작해준 온라인·그래픽·편집 기자들의 공이 컸습니다. 돋보이는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해준 본보 ‘취재대행소 왱’과의 첫 협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은 권기석 전 팀장과 권민지 기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하루 속히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도래하면 좋겠습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녀 의대편입 비리 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녀 의대편입 비리 의혹
대구MBC 심병철 기자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는 통상적으로 중앙 언론사들이 도맡아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대구를 기반으로 한 인물이었음에도 지역 언론은 인사 검증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타성에서 벗어나 직접 취재에 나섰다.
정 후보자 자녀들의 의대 편입 의혹과 관련해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자녀들의 경북대병원 봉사 활동이었다. 아버지가 병원 부원장일 때 남매가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는 게 수상쩍었다. 우리는 지난해 조국 전 장관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는 전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육성 파일을 확보해 연속보도하면서 봉사 활동 절차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검찰 수사 방식과 똑같은 방법으로 취재에 나섰다.
정 후보 자녀들이 정부 지침을 어기고 봉사 시간을 쪼개기로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 봉사 활동 대장에 적힌 자녀들의 서명이 경북대 의대 편입 때 제출한 서류에 적힌 서명과 완전히 다른 것도 밝혀냈다. 누군가가 자녀 대신 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후보 아들의 논문 지도 교수가 경북대병원과 수십억원짜리 사업을 함께 하는 파트너였던 사실도 확인했다.
보도 이후 많은 언론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고 민주당은 국회에서 정식으로 공론화하며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버텼던 정 후보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대구MBC 보도로 정 후보가 낙마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타 언론사들과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의혹 기사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우리 보도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후속 보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과분한 상을 준 것도 바로 이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더욱 충실한 보도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
선거 브로커와 검은 제안 전주MBC
선거 브로커와 검은 제안
전주MBC 조수영 기자
“이런 브로커들이 만연하게 퍼져있는데 이걸 문제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지금까지 누가 있었나요? 개탄스럽습니다.” 요즘은 기사 여러 줄보다 핵심을 꿰뚫어 보는 네티즌 댓글 하나에서 진실을 마주하곤 합니다.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선거조직과 돈을 지원하는 대가로 인사권과 이권을 요구한 사람이 여럿이더라는, 이른바 ‘선거브로커 의혹’. 기사 댓글에 “이걸 문제라고 이야기 한 사람이 없었다”는 한 줄 평이 사안의 본질을 짚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보도에서 브로커로 지목된 사람은 3명이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소문으로만 존재감을 드러낸 선거 브로커들, 구체적인 활동상이 뉴스화면을 채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곳이 몇 다리 건너면 선후배요, 이웃지간인 지역사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역사회란 껍데기를 뚫고 나온 송곳 같은 제보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보도였습니다.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들려준 사건의 전말은 ‘마피아 게임’을 연상케 했습니다. 브로커로 지목된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파수꾼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정당인, 현직 기자, 전직 환경 시민단체 대표 등 공공복리를 위해 복무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만의 밤’에 기록된 음성 녹음파일에는 전주시장을 꿈꾸는 정치 신인에게 검은 거래를 시도한 반전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밤은 더 깊어지지 않았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보도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2명이 구속됐습니다. 그럼에도 선거 브로커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떨쳐낼 수 없습니다.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평범한 믿음에 거대한 흠집을 냈다는 점에서 비극인 사건입니다. 결말이 나오기까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민들의 아침’을 열기 위해 이번 6·1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공익제보에 나선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 이번 보도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도 상을 받지 못한 26년차 대선배 고차원 기자,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 정태후 전 보도편성국장께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