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V ), ④ 제보( ), ⑤ 기타( )
출입처를 나가다 보면 하루에도 보도자료가 수십 개씩 쏟아지고, 이런 보도자료는 어차피 공통 기사이기에 통상 누가 더 빠르게, 혹은 더 재미있게 기사화하는지가 관건이 되고는 합니다. ‘사스마와리’라고 불리는 경찰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서에서 보도자료를 제공하면 CCTV 영상이나 피해자 멘트, 심지어 기자의 스탠드업을 어떻게 재미있게 구성할지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사건 자체를 파헤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어차피 자료가 다 갖춰져 있으니 더 깊이 취재할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도권 교외의 작은 경찰서. 그곳에서 나온, 보이스피싱 수금책을 검거했다는 미담성 보도자료… 대부분 언론사가 단순 사건사고 리포트로 처리했고, 그마저도 ‘너무 흔한’ 보도자료여서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도 있었습니다. 보도자료 내용을 상세히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문의 전화를 걸었습니다. 법률사무소라며 사칭을 한 보이스피싱 사기조직, 그리고 화려한 법률 용어와 언변에 속아서 수금책으로 ‘취직한’ 취업준비생들… ‘보이스피싱 피의자이자 취업사기의 피해자인’ 청년들이 양산되고 있었습니다. 보도를 통해 이런 식의 피해를 알리고 막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에게 물었습니다. “수금책 말고, 그 조직 몸통은 잡혔나요?” “아니요, 단서가 없어서요. 전부 차명이라서, 단서를 안 남깁니다.”
취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침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에게 장기간 사기행각을 일삼았다 보니, 아직 남아있는 흔적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보도자료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이들의 실체를 직접 추적해보자, 혹여나 이들이 비슷한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면 언론이 이를 선제적으로 막아보자…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① 전문 취재기법에 기반한 물증 취재
보도자료를 낸 경찰서로부터 추적에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단서를 넘겨받았습니다. 이들이 취업준비생들을 속이는 데 사용한 가짜 법률사무소 정보와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사기조직은 가짜 웹사이트를 서둘러 닫았지만, 취재진은 Google cache에 남아있는 가짜 웹사이트 정보를 급히 채증해, 이들이 070 번호로 법률사무소를 사칭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사기조직을 취재하다 보면 단지 경찰에 적발된 내용만 꼬리자르기식으로 폐쇄할 뿐,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범행을 저지르고 수익을 챙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취재진은 포털사이트에 070 번호로 등록된 법률사무소 명단을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3백 곳에 달했는데, 이들 법률사무소 가운데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정보와 홈페이지 내용에 어설프거나 수상한 점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그러던 중, 채권추심을 전문으로 한다고 유난히 강조하는 한 법무법인 홈페이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070 번호를 쓰는데 홈페이지에는 법무법인으로, 포털사이트에는 법률사무소로 등록돼 있었고, 무엇보다도 등록된 대표변호사 이름이 서로 달랐습니다.
무언가 수상하다는 생각에 Developer tools를 이용해 홈페이지 소스코드와 스트럭처를 한 줄 한 줄씩 분석하기를 다섯 시간째,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경찰에 적발되기 직전까지, 사기조직이 사칭하다 황급히 폐쇄했던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의 주소로 연결되는 소스코드 한 줄이 발견된 겁니다. 사기조직이 급하게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다보니 실수로 바꾸지 않은 정보였습니다.
이 밖에도 Whois search를 통해 사기조직이 보도 직전에 홈페이지를 황급히 닫고는, 이튿날 더 정교하게 새로운 홈페이지를 만들어 피해자 물색에 나섰다는 사실을 밝혔고, Traceroute를 통해 사기조직이 서버를 마련한 업체는 물론 보도 직후 DNS와 IP 연결을 아예 끊어놓은 사실을 확인하는 등, 보다 전문적인 취재 기법을 활용해 이들의 범행 흔적을 구체적으로 찾아냈습니다.
② 현장 검증에 기반한 실증 취재
해당 사기조직의 범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지 온라인상에서 확인한 것만으로도 기사화가 가능했지만, 이 조직이 실제 현장에 남긴 족적을 따라 추적하며 이들의 실체를 명확히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기조직이 사칭했던 법률사무소들의 주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건물 관계자와 이웃 상인들, 부동산들을 취재했고, 변호사단체도 방문해 해당 법률사무소가 실존했던 업체인지를 수소문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들이 폐업을 하거나 휴업한 법률사무소의 명의를 가져다가 마치 자신들 업체인 것처럼 행세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특히, 이들이 직전까지 사칭했던 업체가 법률사무소임에도 ‘전자상거래 판매 중개업’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 탓에 범행이 발각되자, 이들은 최근 서울남부지법 상임조정관으로 임명된 한 변호사의 사무소 정보를 포털에서 탈취하는 수법으로, 겉보기에는 사기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범행을 한층 정교화했다는 사실도 새로 확인했습니다.
이들이 가짜 홈페이지에서 도용한 사진 속의 변호사가 누구인지, 사칭 피해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알아내야 했습니다. 취재진은 앞서 분석한 소스코드에서 가짜 홈페이지를 제작한 업체명을 확인해 해당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질의하는 한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인근의 친분 있는 변호사들을 훑으며 사진에 나온 변호사가 누구인지를 수소문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해당 변호사들이 근무한다는 대형 로펌을 확인해 찾아갔습니다. 로펌 사무직원들과 소속 변호사들은 취재진이 화면을 보여주자 깜짝 놀라며 당황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그동안의 취재 내용을 피해 변호사 측에 전달했으며, 해당 로펌에서는 변호사협회에 조사를, 경찰에는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취재진은 현장 수소문 과정에서 확보한 사기조직의 070 번호 4개와 010 번호 2개, 02 번호 1개로 전화 수십 통을 걸었습니다. 집요한 통화 시도 끝에 결국 070 번호 가운데 한 회선으로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이들은 역시나, 법률사무소와 변호사를 사칭하며 또다른 피해자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사기조직은 내일 전화를 다시 주겠다며 통화를 끊었는데, 이튿날 전화번호 뒷자리 일부만 바뀌어 걸려온 전화는 다름아닌, 은행을 사칭한 대출사기 광고였습니다.
③ 취재 과정의 투명성 및 공익성 추구
취재진과 MBC 보도국은 이번 취재의 구체적인 과정이 시청자에게 투명하게 전달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법률사무소 브랜드명만을 제외한 취재․보도의 모든 과정을 10분에 달하는 메인뉴스 리포트에 모두 반영했습니다.
또한, 이번 보도를 통해 또다른 피해자를 막는다는 순기능이 명확한 반면, 피의자들이 더 꽁꽁 숨어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미리 담당 경찰서 수사팀과 협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이 MBC가 확보한 물증에 대해 충분한 채증을 마친 뒤 이를 방송으로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5. 사회에 끼친 영향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MBC 취재진은 경쟁사들이 단순 사건사고 리포트로 처리한, 한 작은 경찰서의 보도자료를 그저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담당 수사팀조차 추적을 포기한 사기조직의 사칭 수법을 직접 현장을 뛰며 파헤쳤고, 결정적으로 이들 범죄조직이 보도 이후에 다른 방식으로 사기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물증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같은 취재 과정과 내용을 방송으로 투명하게 알려 추가 피해자 양산을 막아낸 것은 물론, 방송에 앞서 경찰에도 미리 전달해 추적 수사의 진척에 기여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MBC의 취재 및 보도 내용과 관련해 변호사단체는 조사를, 관할 경찰서는 추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관련하여 언론중재위원회 반론․정정보도 요구 등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0회 전체 총평
제380회(2022년 4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9개 부문에 총 56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4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JTBC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미국 법인 ‘월세 선금 3억’ 이해충돌> 보도와 경향신문의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검증>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JTBC 보도는 인사검증 국면에서 쏟아진 여러 보도 중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안에 집중해 깊이 있게 파고들었고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선명하게 제기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거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가 월세로 수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짧게 언급됐던 점에서 출발해 새로운 팩트를 발굴해 낸 점도 호평을 받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가족 전원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는 경향신문 보도는 김 후보자가 윤석열 내각 후보자 중 처음으로 자진사퇴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파급력이 강한 보도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일치했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파이낸셜뉴스의 <우리은행 직원 회삿돈 500억원 횡령 파문 外> 보도는 전형적인 발생 특종 보도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온 파괴력 있는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들 간 이견이 없었다.
총 9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시사저널의 <2018~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232명 부동산 전수 조사> 보도와 국민일보의 <‘유리벙커’ 실태점검 시리즈> 등 2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시사저널 보도는 광역·기초자치단체장 232명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해 분석함으로써 국회의원이나 고위 중앙 공직자 중심이었던 부동산 검증 보도에서 범위를 한 단계 넓힌 점이 높게 평가됐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적절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검증하려 한 노력과 전수조사를 통해 새로운 팩트들을 발굴해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국내 민방위 대피소 실태를 3회에 걸쳐 다룬 국민일보의 ‘유리벙커’ 보도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소재에 심층적인 취재, 꼼꼼한 기사가 더해진 보도였다는 데 많은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일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려 ‘우크라이나처럼 공격을 받으면 우리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보도가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모두 9편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녀 의대편입 비리 의혹> 보도와 전주MBC의 <선거 브로커와 검은 제안> 보도 등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녀의 봉사시간 ‘쪼개기’ 등을 짚은 대구MBC 보도는 그 동안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보도가 주로 중앙언론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데서 벗어나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언론이 인사검증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주MBC 보도는 선거 때마다 일반화된 여론조사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맹점을 짚은 점이 호평을 받았다. 또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이 단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