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V)
‘토지 지분을 쪼개서 파는 기획부동산이 최근 성행하고 있는데, 몇몇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비슷한 업체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뒤에 쩐주가 있다는 소문도 돈다.’
몇 년 전 건설부동산부에 근무할 때 알고 지내던 토지·건물 정보업체 ‘밸류맵’의 팀장과 식사를 하던 중 이러한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기획부동산은 최근 토지를 연간 1조원어치씩 팔아치우는데, 이들이 파는 토지는 여러모로 개발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의 경우 이미 이천명이 넘게 샀다고도 했습니다.
얘기를 들을 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요청했습니다. 밸류맵이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분석해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토지 지분 거래를 추린 로데이터(raw-data)를 받았습니다. 법정동 기준 250여개였습니다. 밸류맵이 찾아놓은 등기부등본 수십개도 전달 받았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이름의 업체들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파는 토지에 대해서 알아보니 거의 대부분 그린벨트 등의 이유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러한 업체들이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실제로 밸류맵이 지난 11월 이같은 거래가 4개월 간 3,600억원이 이뤄졌다는 보도자료를 내어 몇몇 언론들에서 기사가 나갔으나 이들의 영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지난해 12월 <추적 60분>에서 이들 기획부동산의 영업 행태를 자세하게 잘 다뤘으나 수사기관 등이 나서진 않은 듯했습니다.
왜 수사기관에서 이들을 들여다보니 않는지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문의했습니다. 이런 사건은 구매자 개개인이 사기 혐의로 고소해봐야 입증이 어려워 거의 100% 무혐의가 난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법인에 대한 인지수사, 기획수사가 아니면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민생 범죄에 대한 인지수사는 가장 뒷전으로 밀리는 게 현실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들의 행태는 유사수신, 다단계, 보이스피싱에 버금가는 서민 재산 침탈이어서 이대로 내버려두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매자들은 토지 지분을 평균 2,500만원에 사고 있는데, 이 지분은 개발이 기적적으로 이뤄지기 전에는 다른 사람이 사줄 리가 없습니다. 즉 땅에 그냥 돈을 묻게 되는 셈인 것입니다. 또한 이런 땅이 많아질수록 국토의 개발 효용도 떨어지게 됩니다.
저희는 담당 부처나 수사기관이 나설 수 있도록 이 거대한 머니게임의 큰 그림을 드러내는 보도를 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이전까지 일부 기획부동산 업체나 그들이 작업한 몇몇 토지를 분석해 사기성이 짙다는 식의 보도는 있었지만 거대 기획부동산 집단을 드러낸 보도는 없었습니다. 만약 심층 분석 결과 일부 기획부동산 집단이 토지의 절반 이상에 손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정부도 안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 부산지검에서 국세청과 공조해 기획부동산 법인의 탈세 혐의부터 파고들어서 결국 쩐주까지 구속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즉 수사기관이 수사할 의지만 있다면 처벌과 근절이 가능한 상황이라 봤습니다.
밸류맵으로부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획부동산 지분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의심되는 토지 리스트를 받아 거래 건수가 많은 토지들부터 등기부등본을 찾아 법인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로데이터의 경우 지번의 마지막은 *로 표시되어(ex. 산73-50번지의 경우 산7*)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지번을 수십차례 찍어보며 해당 등기부등본을 찾아야 합니다.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20여개 법정동까지 정리했습니다. 동시에 등기부등본에 나타난 업체들의 법인 등기부등본도 떼어 등기임원들도 따로 정리해나갔습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업체들 간의 긴밀한 관계와 일부 집단의 토지 독식 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요청해뒀던 ‘최근 10개월 간 간 공유인이 50명 이상 늘어난 토지’ 자료가 도착했습니다. 이 자료에는 지번이 끝자리까지 다 나와 있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아파트 등 공유주택 주민들이 나눠가진 토지만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기획부동산 작업 토지였습니다. 기존 밸류맵 자료와 겹치는 토지도 없지 않아서 이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상위 50개 토지에 관여한 업체를 정리한 결과 전체의 72%인 36개 토지를 하나의 집단으로 추정되는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팔고 있었습니다. 또한 16%는 8개 필지를 또 다른 기획부동산 집단이 팔고 있었습니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가장 큰 집단은 80%, 두 번째로 큰 집단은 10%를 차지했습니다. 각 집단에 속한 업체들 간에는 등기 임원들이 다수 중복돼 사실상 한몸이라는 것도 파악됐습니다. 저희는 이를 정리해 보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부동산 개발회사 대표들이 실명 코멘트는 부담스럽다며 익명을 요청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직접 취재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앞서 토지 등기부등본을 분석해 거대 기획부동산 집단을 드러낸 보도는 없었습니다.
저희 보도 이후 거대한 기획부동산 집단과 관련한 타 매체의 추종보도는 아직 없습니다.
JTBC는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취재에 착수해 저희 기사가 나간 삼일 후 보도했습니다. 다만 기획부동산의 영업 행태와 주요 사례에 집중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 국토부에서 관련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검찰에서도 이들 업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였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 외부 지원은 없었습니다.
-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과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4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 심사에서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 등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중대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이슈화했고, 끈질긴 취재를 통한 후속 보도로 사건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일행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내외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장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사건의 전모와 심각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성폭행 규모와 유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 후속 보도를 통해 경찰수사를 이끌어낸 데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는 심사위원들이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조선일보 보도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건축 건물에 대한 대출과정과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 등을 집요하게 취재해 고위공직자의 해이한 부동산 보유과정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을 평가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보도는 김 전 대변인이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규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투자를 억제하는 와중에 재개발 건물을 샀다는 점,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와 그 과정에서의 대출 의혹에 관한 후속 기사를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함으로써 대변인 사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점이 수상을 확정짓는 결정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타 언론과의 최초 보도시간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고, 치열한 취재정신과 후속 보도에 따른 파급 효과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은 전문성 부족 등에 따른 취약 분야인 제약부문에서 집중적인 추적보도를 펼친 결과, 국내의 취약한 신약 허가과정의 의혹을 파헤쳤다는 점이 인정돼 수상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제약분야의 특성상 난해한 전문용어 해석과 신약 개발과정 분석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약 검증과정의 허점과 관련 논문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하는 등 집요한 취재를 통한 보도가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의학전문기자를 중심으로 인보사의 성분과 허가 과정에 대한 집중 취재를 시작해, 인보사의 핵심 성분인 ‘293세포’가 종양 유발 가능성 세포라는 사실을 파헤치는 등 끈질긴 후속보도를 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이웃, 주민과의 갈등 속에 벌인 폭력이 살인까지 이어진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한 중앙일보의 <‘안인득 어떻게 괴물됐나’…42년 안인득을 따라가 참사 전조 파악>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범인이 이웃 주민 집에 찾아가 오물을 뿌리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하는 등 그의 평소 기행과 끔찍한 사건을 벌인 범행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조현병 환자가 벌일 수 있는 심각한 범행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됐다. 또 매 단계마다 드러난 사회 제도의 미비점을 조목조목 짚는 방향으로 기획 내용의 범위를 넓힌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 됐다.
한겨레신문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은 국회의원의 농지매입 과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평가였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내역을 통해 파악한 국회의원 소유의 논과 밭을 제보자, 취재원, 조력자 없이 오직 노트북 한 대를 들고 홀로 전국을 돌아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통해 파악해낸 결과라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중앙언론사의 기자가 전국 각지의 지역 취재현장을 누비며 심층취재를 통해 보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한 부산일보의 <미군, 부산항 8부두 생화학 실험의혹> 보도는 미국 국방부가 부산항 8부두에서 올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 생화학 실험이 포함된 이른바 ‘주피터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미 국방부의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 보도는 문건에서 이 프로젝트가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이 포함돼 있다고 명시된 가운데 미국 내 사막 한가운데서 하는 실험을 부산항 8부두와 같은 인구밀집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는 전문가의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이번 보도는 ‘생화학 실험’의 실행 여부를 실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한미군 관련 보도의 특수성과 함께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집요하게 취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최종 수상작 결정이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