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O) ④ 제보(O)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기자들의 주요 취재원이 됐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런 우스개 소리가 돌 만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얘기들이 기사 소재로 많이 쓰이는 요즘입니다. 다만 국민청원 게시판이 아이템 발굴의 장이 되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등장했습니다. 취재를 쉽게 하려는 시도,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제보를 사실처럼 오해하게 하는 보도, 청원 동의 인원수가 많아지면 화제성을 등에 업고 기사화 하는 추세 등. 그럼에도 다양한 제보가 한 데 모인 국민청원 게시판은 기자들에게 외면할 수 없는 취재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국민청원을 이용해 보다 좋은 보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검색을 통해 지역민들이 올린 국민청원 게시글을 종종 확인했고 이 중 보도할 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댓글로 취재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답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연락이 닿았는데 기사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무리하게 취재를 진행하면 제보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취재원 사정을 고려하다보니 실제로 기사화되는 일은 자주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고등학생이 올린 글을 보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강요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학교가 명백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 댓글로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으며 학생에게 보도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취재에 응하는 게 부담될 것 같아 철저히 익명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며칠 뒤 글을 올린 학생과 직접 만나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보자는 처음엔 다 털어놓기를 두려워했지만 ‘외부의 압력 때문에 보도를 포기하진 않겠다’는 제 약속에 힘입어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을 모두 얘기해줬습니다.
이후 그 학생의 소개로 해당 학교에 근무했던 초빙교사와도 만나게 됐고 약 한 달 동안 이들과 소통하며 그 학교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적인 일들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에는 학교의 비위가 비단 이들만 공감하는 일이 아니었을 거란 생각으로 더 많은 졸업생과 접촉해 추가 사례를 확보했습니다.
취재를 할수록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은 일부분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사의 학생 성희롱, 교사들의 학교 건물 내 흡연, 내신 비리까지. 그동안 해당 학교에서 발생한 비위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한 사학재단이 지역 사회에서 엄청난 권력을 휘둘러왔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들춰내고 바로잡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4월 1일 : 제2의 서울공연예술고? 경북예고에 '학생 인권'은 없었다
수많은 제보 내용 중 첫 보도는 학생이라면, 학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분노할 만한 이야기로 구성했습니다.
-4월 2일 : 방과 후 수업 강요…듣지도 않은 수업료 뜯어간 학교
이후에는 교육부로부터 확인 받은 명백한 불법 사실인 방과 후 수업 강요 행태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이때부터 추가 폭로에 동참하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익명으로 학교 비리를 제보받는 트위터 계정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4월 3일 : 학원강사가 학교수업 담당...학교-사교육 유착 현장
앞서 두 편의 보도에서 지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했습니다.
-4월 8일 : "선생님 마음에 안들면 귀에다 욕설…" 뿔난 학생들
결국 교육청은 정식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감사 착수 사실과 보도 이후 추가로 입수한 제보를 엮어 한 편의 기사를 더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 편에서는 보도 후 학교가 제보자를 색출한 정황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이후 대구시교육청은 시정 조치의 일환으로 모든 학교에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제보자들이 대부분 미성년자고 특히 해당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다만 저는 제보자들의 신분을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보도가 나간 후 혹시 학교가 제보자 색출을 하진 않는 지, 학생들을 압박하진 않는 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제보자들과 연락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앞서 기술했듯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취재가 시작됐고 서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진행됐습니다. 어떤 이해관계도 얽혀있지 않습니다. 처음 만난 학생에서 시작해 그 학생의 소개를 통해 취재 대상을 넓혀나갔고 이후 다른 제보자들은 자발적으로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학교 관계자의 충분한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방문해 취재했고 이들과도 어떤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교육부, 대구시교육청 담당자와 수차례 통화했고 이들과는 일면식이 없는 관곕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현장 취재를 포함해 보도에 필요한 모든 취재는 취재기자가 담당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해당 보도는 대구CBS의 단독보도이며 이후 수많은 지역 언론이 같은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교사가 방과 후 수업료 강제로 거둬" 대구교육청 진상조사 (연합뉴스, 4월 2일)
-대구 A고교, 방과 후 미참여 학생에게 수업료 요구..교육청 진상조사 (대구일보, 4월 2일)
-방과후 수강안해도 수업료 수백만원 착복 (경북도민일보, 4월 2일)
-대구시교육청, '방과후수업 강요·부정 내신평가 의혹' 예체능사립고 감사 착수 (매일신문, 4월 3일)
-대구시교육청, 작년 ‘스쿨미투’ 막은 고교 조사 (영남일보, 4월 3일)
-대구지역 한 고등학교 방과 후 수업료 강제 징수 의혹 제기 (경북일보, 4월 3일)
-스쿨미투 경북예고 이번엔 SNS에 비리 제보 (매일노동뉴스, 4월 9일)
-경북예고, 학원강사가 정규 수업·평가···교육청 감사 착수 (뉴스민, 4월 11일)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대구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섰고 학교에서 벌어진 비리가 속속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보도 이후 대구시교육청에 수차례 확인한 결과 조만간 감사를 마무리하고 해당 학교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성과는 추가 피해자 양산을 막아냈다는 겁니다. 수십년 동안 해당 학교에서 이런 비리가 만연했지만 누구도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거대 사학재단의 문제를 꼬집고 변화를 도모하는 일은 부담이었을 겁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랜 기간 자행돼온 문제가 외부로 드러났고 악순환의 고리가 끊겼습니다. 학교는 징계와는 별개로 대부분 문제에 대해 시인하고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방과 후 수업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예정이고 이미 부당하게 수업료를 낸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반환해줄 수 있는 절차도 교육청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교육 종사자 중 정규 수업에 참여해 내신을 평가하던 교사는 보도 직후 수업에서 배제됐습니다. 또 이번 보도로 인해 경각심을 느낀 교사들이 언행에 더 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예체능 고교 특성에서 비롯되는 강압적인 문화가 한 번에 고쳐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지역 사회에서 해당 학교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에 학교는 앞으로 운영에 더욱 주의하게 될 겁니다.
경북예고 연속보도는 여러 학생들의 용기 있는 제보에 힘입어 가능했던 일입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문제를 제기하고 부당한 점을 개선하는 방법을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동시에 다른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비리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어렵고 험하지만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구성원들이 힘을 합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 아이들은 물론 재단과 교사들도 이제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지 더 정확히 알게 됐을 겁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할 방법을 떠올리기 어렵고 또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학생들은 약자에 해당합니다. 약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덕분에 학생들이 스스로 풀어나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는 그동안 이 학교의 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보도 이후 지역민들은 해당 고교는 물론이고 지역의 모든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비리에 대해 더욱 감시와 견제의 눈길을 보낼 겁니다. 교육청 역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지도, 감독을 강화해 유사한 피해를 입는 학생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취재와 기사 작성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고 기자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지원도 없이 약 두 달 동안 혼자 취재했습니다. 해당 학교는 모든 문제를 시인했고 반론보도를 신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신청된 바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4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 심사에서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 등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중대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이슈화했고, 끈질긴 취재를 통한 후속 보도로 사건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일행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내외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장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사건의 전모와 심각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성폭행 규모와 유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 후속 보도를 통해 경찰수사를 이끌어낸 데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는 심사위원들이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조선일보 보도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건축 건물에 대한 대출과정과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 등을 집요하게 취재해 고위공직자의 해이한 부동산 보유과정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을 평가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보도는 김 전 대변인이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규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투자를 억제하는 와중에 재개발 건물을 샀다는 점,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와 그 과정에서의 대출 의혹에 관한 후속 기사를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함으로써 대변인 사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점이 수상을 확정짓는 결정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타 언론과의 최초 보도시간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고, 치열한 취재정신과 후속 보도에 따른 파급 효과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은 전문성 부족 등에 따른 취약 분야인 제약부문에서 집중적인 추적보도를 펼친 결과, 국내의 취약한 신약 허가과정의 의혹을 파헤쳤다는 점이 인정돼 수상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제약분야의 특성상 난해한 전문용어 해석과 신약 개발과정 분석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약 검증과정의 허점과 관련 논문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하는 등 집요한 취재를 통한 보도가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의학전문기자를 중심으로 인보사의 성분과 허가 과정에 대한 집중 취재를 시작해, 인보사의 핵심 성분인 ‘293세포’가 종양 유발 가능성 세포라는 사실을 파헤치는 등 끈질긴 후속보도를 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이웃, 주민과의 갈등 속에 벌인 폭력이 살인까지 이어진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한 중앙일보의 <‘안인득 어떻게 괴물됐나’…42년 안인득을 따라가 참사 전조 파악>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범인이 이웃 주민 집에 찾아가 오물을 뿌리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하는 등 그의 평소 기행과 끔찍한 사건을 벌인 범행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조현병 환자가 벌일 수 있는 심각한 범행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됐다. 또 매 단계마다 드러난 사회 제도의 미비점을 조목조목 짚는 방향으로 기획 내용의 범위를 넓힌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 됐다.
한겨레신문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은 국회의원의 농지매입 과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평가였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내역을 통해 파악한 국회의원 소유의 논과 밭을 제보자, 취재원, 조력자 없이 오직 노트북 한 대를 들고 홀로 전국을 돌아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통해 파악해낸 결과라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중앙언론사의 기자가 전국 각지의 지역 취재현장을 누비며 심층취재를 통해 보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한 부산일보의 <미군, 부산항 8부두 생화학 실험의혹> 보도는 미국 국방부가 부산항 8부두에서 올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 생화학 실험이 포함된 이른바 ‘주피터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미 국방부의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 보도는 문건에서 이 프로젝트가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이 포함돼 있다고 명시된 가운데 미국 내 사막 한가운데서 하는 실험을 부산항 8부두와 같은 인구밀집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는 전문가의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이번 보도는 ‘생화학 실험’의 실행 여부를 실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한미군 관련 보도의 특수성과 함께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집요하게 취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최종 수상작 결정이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