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의원 당선 이전이라 하더라도 대다수 전문직에 속해 있던 의원들이 수많은 농지를 보유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지난해 11월 취재에 착수하였습니다.
이 탐사기획은 한 개의 서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 내역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논과 밭이었습니다. 제보자, 취재원, 조력자 없이 시작한 취재로, 노트북 한 대를 들고 홀로 전국을 헤맸습니다. 이 결과 의원들의 ‘농지 보유 실태’와 자신의 농토에서 밀려나는 ‘농촌 젠트리피케이션’을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 내보냈습니다(4월 3일~27일 6회 연재).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홀로 찾아다닌 거리입니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입니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입니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습니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습니다. 값싼 땅이 신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습니다. 땅을 잃은 농부들은 더 값싼 경작지를 찾아 떠났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대다수 실명 보도 원칙을 준수하였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현장 취재하였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미국 민간단체인 ‘우수 저널리즘을 위한 프로젝트’(PEJ)는 보도의 심층성을 판단하는 3가지 요소로 ▲취재원 ▲관점 ▲이해당사자를 꼽습니다. 여기서 ‘관점’은 기사에 등장하는 시각 또는 집합적 견해를 말합니다. 일본 언론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 한국 보도의 경우 뉴스 길이가 짧고, 하나의 보도에 (야마라고 불리는) 하나의 관점을 뚜렷하게 담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하나의 보도에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것을 더 우수한 저널리즘으로 삼습니다. 다양한 취재원, 다양한 관점,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들어갈수록 좋은 보도, 심층적인 보도가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1) 구성적 측면에서: 통계분석, 공약 전수 조사, 인터뷰, 르포, 구술 등 다양한 구성
첫 번째 탐사기획의 ‘구성’입니다. 취재 대상이 ‘무엇을 쓰는가’의 문제라면, 구성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기사 작법은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무엇이 얘기되는 기사인지를 정할 때 한국 언론에서는 소재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즉, 취재 대상이 무엇이냐, 고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유명인인가, 취재의 소재가 무엇이냐를 두고 보도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저널리즘에 있어서 ‘무엇’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소재를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의 ‘종합적인 결정’이 보도의 질과 주제의 깊이를 좌우합니다.
회차별로 구분하면, 1~2회는 농지를 보유한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실태를 공약 전수조사와 그들의 농지 인근 도로 개설을 중심으로 들여다봤습니다. 3회는 한 마을에서 이뤄지는 농지 투기 실태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어떻게 부동산 왕국을 이루는지, 한 공간을 깊이 보여주었습니다. 4회는 법률적 측면입니다. 누구나 위반하지만 범법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농지법을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앞장서서 허무는지, 편법으로 취득한 농지취득자격증명과 현장 취재를 대비해 보여줬습니다. 5회는 개발 예정지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농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12명의 농민 구술로 담아냈습니다. 6회는 개발로 인해 농민들이 땅을 어떻게 강제수용 당하는지 법률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공직자들에 대한 개별적 고발에 그치지 않고, 비농업인들의 불필요한 농지 소유가 일상화한 한국 사회의 보편적 현실과 이로 인한 피해를 담고자 했습니다.
취재와 기사 쓰기의 기법으로는 통계 분석(국회의원 소유 토지 면적, 지목별 구분, 시군구 3곳 이상에 토지 보유한 의원 숫자, 의원들의 토지 보유 현황을 행정부 공직자와 비교), 농지 보유한 의원들 대상으로 한 공약 전수 조사, 현장 르포, 인터뷰, 내러티브 기사 등 다양한 접근으로 보도했습니다. 5회차 박덕흠 의원 아내의 골프장 조성 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도되지 않았던 사안들을 새로 발굴한 ‘단독기사’입니다.
한겨레 분석 결과 국회의원 1인당(배우자 소유 포함) 평균 1만4908.67㎡(4518평)의 토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민 1인당 소유 토지(300.6평)의 15배, 행정·사법부 공직자(2093평)의 2.1배에 이르는 면적입니다. 의원 298명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444만2784.6㎡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릅니다.
(2) 취재원과 이해당사자: 국회의원 21명, 농민 12명, 실명 보도 원칙 준수하였습니다.
두 번째, 해당 보도의 ‘이해당사자’, ‘취재원’ 숫자입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이해당사자는 국회의원 21명이며 피해 양상을 드러내기 위해 취재한 농민은 전국 12명, 그 외 전문가와 지역민들입니다. 대다수 실명 보도 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의원들의 사례를 구분하면, 자신의 보유 농지 인근에 개발 공약 또는 규제 해제 공약을 제시한 의원(안상수, 주광덕, 염동열 의원 등 10명), 자신의 농지 인근에 도로 개설에 앞장선 의원(주승용, 김학용, 엄용수), 농지 투기와 해당 농지에 편법 쪼개기 빌라 건축으로 차익을 올린 의원(유동수), 동료 의원이 농지 투기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 민원을 공약으로 해결한 의원(송영길), 농지법과 장례 등에 관한 법 등 입법자들의 법률 위반과 편법적 매입 과정(우상호, 김학용, 원유철, 박덕흠, 이정현), 농지에 골프장 조성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주민 공동체 와해(박덕흠), 상속 농지 보유 현황과 관련법 위반 의원(나경원, 김세연, 김광림, 이정현, 홍의락) 등입니다.
익명 보도에 숨겨진 보도의 편이성을 지양하고,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해명 또한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3) 소재와 주제: 농지를 둘러싼 다양한 계층과 층위의 현실을 담았습니다.
세 번째, 해당 보도는 한 명의 기자가 대중교통으로 2526.1km를 다니며 5개월간 전국의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 나선 현장 취재의 결과물입니다.
먼저, 해당 기획의 ‘작은 주제’는 국회의원 농지 소유 실태입니다. 국회의원 소유 부동산 또는 토지를 중심으로 기획을 펼친 보도물은 있었지만 편법적 농지 보유 현황에 집중한 보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다수 공직자 부동산을 소재로 한 기사들이 인물에 대한 고발을 나열하는 것으로 구성되는 반면, 해당 탐사기획은 불필요한 부동산 보유와 투기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불필요한 농지를 매입하는 국회의원, 의원들을 비롯한 비농업인들의 농지 투기로 농토에서 밀려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대비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이 깨어지고,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일상화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담아낸 탐사기획은 한겨레 보도가 처음입니다. 이른바 ‘고발성/권력 감시’와 ‘피해 양상’이라는 두 개의 기사 프레임을 동시에 하나의 탐사기획에 담았습니다.
‘사실 보도’보다 중요한 것이 ‘진실 보도’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현실을 담아내는 보도가 더 좋은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편적 사실에 집중하는 보도가 아닌 다양한 사실을 꿰어내 종합적인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진실 보도입니다.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야마로 담아낼 수 없는 현실의 모순을 다양하게 담아내는 것이 현실을 보여주는 보도입니다. 다양한 계층과 이해당사자들이 논과 밭을 둘러싸고 뺏고 뺏기는 욕망의 사회를 이번 탐사기획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행 보도는 없었으며, 타 보도를 표절하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해당 보도를 비중 있게 소개하였습니다. KBS 김용민의 뉴스 브리핑(4월 22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4월9일),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4월 25일)은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취재 기자를 섭외하여 해당 보도를 비중 있게 전하였습니다. 한편 ‘미디어오늘’ 또한 눈에 띄는 보도를 소개하는 ‘이주의 미오픽’에 <여의도 농부님>을 선정해 지난 1일 2면에 해당 기사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국토부가 토지보상법 개정에 착수하였습니다.
실제 제도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국토부는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회가 보도된 지난 4월22일 ‘국민의 재산 소중히 지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한겨레 보도 내용을 수긍하는 한편 토지보상법 개정을 관계기관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익성 검증 없이 농민들의 땅을 싼값에 수용해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이 개발할 수 있는 법 110개가 토지보상법에 포함돼 있습니다. 박덕흠 의원 아내의 사례처럼, 사익을 위한 골프장마저 이 110개 법률에 의해 민간인 소유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습니다.
2008~2016년 공공기관이 수용한 토지는 1106㎢로, 여의도의 132배입니다. 보상금액은 132조3297억원으로 지난해 정부 총지출 예산 428조8000억원의 30.8%에 이릅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외에 민간 기업이 농민들의 땅을 값싸게 수용한 면적 등에 대해 국토부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제 수용이 가능한 개별법은 2000년 43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 110개에 이를 동안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무관심하였습니다. 한겨레는 일생에 4번의 땅을 강제 수용당하고 5번째 또다시 철원군에 토지를 강제 수용당할 위기에 놓인 이기인 할머니의 사례를 전했습니다.
한겨레 보도로 국토부가 110개 법을 줄이겠다고 처음 공표한 것입니다. 이 법을 줄이려면 국토부뿐만 아니라 110개 법에 관련된 다양한 기관과의 긴 시간 협의가 필요합니다. 실제 가시적 성과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준비할 것입니다.
(2) 감사원과 국토부 감사실이 주승용 의원이 개입한 국지도 22호 사건에 관한 감사에 착수하였습니다.
두 번째, 주승용 국회부의장의 땅이 있는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마을로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노선이 변경된 건과 관련하여 감사원이 지난 3일 한겨레 보도 이후 국토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사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토부는 노선을 결정한 익산국토관리청의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보고만 받고 감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국토부 감사실에서도 국지도 22호선 노선을 변경한 익산국토관리청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토부의 토지보상법 개정, 감사 관련 사안은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감사 결과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를 먼저 하는 것이 실제 감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시기를 보고 있습니다.
(3)보도의 공익성: 사회적 약자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습니다.
한겨레는 늘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귀 기울여왔습니다. 청년, 여성, 성적 소수자, 비정규직 문제에 한겨레는 늘 앞장서서 보도했습니다. 어떤 사회적 약자가 보도의 주목을 받는지는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나 저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 간에도 차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이슈가 되어서 그들의 작은 움직임도 보도의 대상이 되는 약자가 있는 반면, 늘 보도 대상 밖에 있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완전한 사회적 배제 대상입니다.
농민들의 문제는 한겨레에서 늘 소외돼 왔습니다. 한국노총 소속의 드라마 엑스트라 노조(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 부랑인(형제복지원 3부작), 몸 파는 여인(박유리의 서울, 공간), 농민(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제가 집중해서 연재했던 소재들은 보도의 벽 밖에 있던 사회적 배제 대상들입니다.
언론학자 할린(Hallin, 1986)은 이렇게 배제되는 영역을 ‘일탈 영역’이라고 부릅니다. 대다수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소재들은 ‘합의 영역’, ‘합법적 논쟁 영역’인 반면 ‘일탈 영역’에는 소위 진보가 말하는 사회적 약자에조차 속하지 못하는 이들, 이 시대의 지배적 가치와는 동떨어진 존재들이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을 말하는 시대에 농민, 농업, 농지는 이미 사회의 지배적 가치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취재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탈 영역 속의 사회적 대상들, 소위 기사가 안 된다고 판단되는 다양한 약자들의 소리를 품
는 일은 사회적 약자들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입니다. 언론의 지평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 다양성과 민주주의 증진에 앞장서는 일이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아울러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기사 가치 판단 관행이 심한 한국 언론에서 지역의 문제를 다룬 기획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하였습니다. 사내 기획상 심사 중에 있으며 소속사 확인을 거쳤습니다.
(1)공약 그리고 의원 소유 토지를 토대로 공직자 부동산 이해충돌 전수 조사를 처음 벌인 보도입니다.
이를 통해 부동산 이해충돌 제도와 법안의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처음에 내는 목소리는 아주 작습니다. 우리 사회에 공직자 주식 백지 신탁제도가 도입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직 부동산 이해충돌 방지 제도나 법은 우리 사회에 전무합니다. 이해충돌방지법 또한 19,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모두 무산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의 보도로 제도 개선이 착수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이해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에 환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2) 농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처음 환기한 보도입니다.
해당 기획은 농촌 젠트리피케이션을 처음 다룬 기획입니다. 개발과 비농업인들의 농지 투기로 인해 수도권 근방의 농토에서 지방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농업을 접게 되는 현상에 대해 저는 ‘농촌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학계에서도 연구되지 않은 주제이며, 농림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던 사안입니다. 처음 환기 시켰던 문제인만큼 앞으로도 후속 보도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에 거론된 의원 21명 대다수 법적 대응 검토,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밝혔지만 실제 정정 보도 신청은 2건이었습니다. 주승용(바른미래당),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신청하여 20일 언론중재위 심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보도가 나가기 전에 내용증명을 보낸 의원, 회사 앞으로 찾아와 “공천 앞둔 시점이 아니면 한겨레 사옥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읍소하는 보좌관들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1대 총선을 1년 앞두고 공천 규칙 등을 정하기 위해 공천제도기획단과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를 각각 구성해 최근 본격 활동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보도 이후 ‘법적 대응’ ‘언론중재위 제소’ 카드를 빼든 그들의 해명, 또는 보도자료는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사항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이 내놓은 개발 공약과 관련한 보도를 내자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해당 공약 사항을 삭제하고 부인한 의원, 도로 개설을 위한 주민간담회에 참석했다고 시인하여 2차례 녹취를 했으나 보도 이후 주민 간담회에 간 사실을 부인한 의원, 동생이 내놓은 사업을 공약으로 삼았으나 동생의 관여 사실을 부인한 의원 등 수많은 의원들이 한겨레 보도 이후 거짓 해명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4월 27일 한겨레 2면에 ‘여의도 농부님, 거짓 해명 자료를 내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취재후기
(344회)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 한겨레신문
농지를 보유한 의원(부부 합산) 99명의 등기부 등본을 떼고, 전국을 다니고, 이들의 18~20대 공약을 찾고, 지자체에 전화하여 공약과 땅의 관련성을 들여다보고, 도로 개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자체 고시 정보를 확인하고,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과 힘겨루기를 하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등의 일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습니다. 탐사기획 1~2회가 연재된 뒤인 지난 4월 초 농지법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서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다시 봄으로. 이 취재가 마무리될 즈음 집 앞 벚꽃이 피는 걸 보면서, 계절이 흐르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꽃이 질 때야 탐사기획 6회가 마무리됐던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런 지옥 같은 취재는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면서 말입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때마침 의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와 농민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해 한 지상파 방송국 시사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두고 제게 연락을 한 뒤였습니다. 의원을 비롯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일상화되고, 땅값이 오른 농지에서 밀려나는 농민들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은 농지, 농민, 농촌 실태에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회차 심사평
제344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 심사에서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 등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중대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이슈화했고, 끈질긴 취재를 통한 후속 보도로 사건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일행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내외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장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사건의 전모와 심각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성폭행 규모와 유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 후속 보도를 통해 경찰수사를 이끌어낸 데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는 심사위원들이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조선일보 보도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건축 건물에 대한 대출과정과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 등을 집요하게 취재해 고위공직자의 해이한 부동산 보유과정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을 평가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보도는 김 전 대변인이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규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투자를 억제하는 와중에 재개발 건물을 샀다는 점,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와 그 과정에서의 대출 의혹에 관한 후속 기사를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함으로써 대변인 사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점이 수상을 확정짓는 결정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타 언론과의 최초 보도시간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고, 치열한 취재정신과 후속 보도에 따른 파급 효과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은 전문성 부족 등에 따른 취약 분야인 제약부문에서 집중적인 추적보도를 펼친 결과, 국내의 취약한 신약 허가과정의 의혹을 파헤쳤다는 점이 인정돼 수상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제약분야의 특성상 난해한 전문용어 해석과 신약 개발과정 분석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약 검증과정의 허점과 관련 논문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하는 등 집요한 취재를 통한 보도가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의학전문기자를 중심으로 인보사의 성분과 허가 과정에 대한 집중 취재를 시작해, 인보사의 핵심 성분인 ‘293세포’가 종양 유발 가능성 세포라는 사실을 파헤치는 등 끈질긴 후속보도를 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이웃, 주민과의 갈등 속에 벌인 폭력이 살인까지 이어진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한 중앙일보의 <‘안인득 어떻게 괴물됐나’…42년 안인득을 따라가 참사 전조 파악>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범인이 이웃 주민 집에 찾아가 오물을 뿌리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하는 등 그의 평소 기행과 끔찍한 사건을 벌인 범행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조현병 환자가 벌일 수 있는 심각한 범행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됐다. 또 매 단계마다 드러난 사회 제도의 미비점을 조목조목 짚는 방향으로 기획 내용의 범위를 넓힌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 됐다.
한겨레신문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은 국회의원의 농지매입 과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평가였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내역을 통해 파악한 국회의원 소유의 논과 밭을 제보자, 취재원, 조력자 없이 오직 노트북 한 대를 들고 홀로 전국을 돌아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통해 파악해낸 결과라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중앙언론사의 기자가 전국 각지의 지역 취재현장을 누비며 심층취재를 통해 보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한 부산일보의 <미군, 부산항 8부두 생화학 실험의혹> 보도는 미국 국방부가 부산항 8부두에서 올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 생화학 실험이 포함된 이른바 ‘주피터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미 국방부의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 보도는 문건에서 이 프로젝트가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이 포함돼 있다고 명시된 가운데 미국 내 사막 한가운데서 하는 실험을 부산항 8부두와 같은 인구밀집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는 전문가의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이번 보도는 ‘생화학 실험’의 실행 여부를 실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한미군 관련 보도의 특수성과 함께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집요하게 취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최종 수상작 결정이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