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의 제34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 심사에서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 등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중대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이슈화했고, 끈질긴 취재를 통한 후속 보도로 사건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일행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내외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장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사건의 전모와 심각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성폭행 규모와 유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 후속 보도를 통해 경찰수사를 이끌어낸 데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는 심사위원들이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조선일보 보도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건축 건물에 대한 대출과정과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 등을 집요하게 취재해 고위공직자의 해이한 부동산 보유과정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을 평가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보도는 김 전 대변인이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규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투자를 억제하는 와중에 재개발 건물을 샀다는 점, 부동산 투기 축소 신고와 그 과정에서의 대출 의혹에 관한 후속 기사를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함으로써 대변인 사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점이 수상을 확정짓는 결정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타 언론과의 최초 보도시간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고, 치열한 취재정신과 후속 보도에 따른 파급 효과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은 전문성 부족 등에 따른 취약 분야인 제약부문에서 집중적인 추적보도를 펼친 결과, 국내의 취약한 신약 허가과정의 의혹을 파헤쳤다는 점이 인정돼 수상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제약분야의 특성상 난해한 전문용어 해석과 신약 개발과정 분석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약 검증과정의 허점과 관련 논문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하는 등 집요한 취재를 통한 보도가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의학전문기자를 중심으로 인보사의 성분과 허가 과정에 대한 집중 취재를 시작해, 인보사의 핵심 성분인 ‘293세포’가 종양 유발 가능성 세포라는 사실을 파헤치는 등 끈질긴 후속보도를 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이웃, 주민과의 갈등 속에 벌인 폭력이 살인까지 이어진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한 중앙일보의 <‘안인득 어떻게 괴물됐나’…42년 안인득을 따라가 참사 전조 파악>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범인이 이웃 주민 집에 찾아가 오물을 뿌리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하는 등 그의 평소 기행과 끔찍한 사건을 벌인 범행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조현병 환자가 벌일 수 있는 심각한 범행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됐다. 또 매 단계마다 드러난 사회 제도의 미비점을 조목조목 짚는 방향으로 기획 내용의 범위를 넓힌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 됐다.
한겨레신문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은 국회의원의 농지매입 과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평가였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내역을 통해 파악한 국회의원 소유의 논과 밭을 제보자, 취재원, 조력자 없이 오직 노트북 한 대를 들고 홀로 전국을 돌아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통해 파악해낸 결과라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중앙언론사의 기자가 전국 각지의 지역 취재현장을 누비며 심층취재를 통해 보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한 부산일보의 <미군, 부산항 8부두 생화학 실험의혹> 보도는 미국 국방부가 부산항 8부두에서 올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 생화학 실험이 포함된 이른바 ‘주피터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미 국방부의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 보도는 문건에서 이 프로젝트가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이 포함돼 있다고 명시된 가운데 미국 내 사막 한가운데서 하는 실험을 부산항 8부두와 같은 인구밀집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는 전문가의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이번 보도는 ‘생화학 실험’의 실행 여부를 실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한미군 관련 보도의 특수성과 함께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집요하게 취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최종 수상작 결정이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주한미군이 부산항 8부두에서 생화학 실험을 한다.” 2016년 부산항 8부두에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과제 ‘주피터(JUPITR) 프로젝트’가 도입되고, 8부두 주변 주민들 사이에서 이 같은 우려가 퍼지기 시작한 지도 3년이 흘렀다. 주한미군은 앞서 2015년에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를 일으킨 ‘원죄’를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한결같이 “생화학 실험 없다”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했지만, 그들이 주민들에게 안전성을 행동으로 입증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취재진의 문제의식도 여기서 출발했다. 이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지, 정말 주민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말이다.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미군 취재 특성상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그들이 공개한 문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문서에도 주피터 프로젝트의 자세한 예산 항목과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Live Agent Test)’ 등 충격적인 정보가 담긴 것을 보고 취재진도 혀를 내둘렀다. 한편으로 이런 엄청난 내용이 사이버 공간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앞으로도 8부두를 주시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주피터 프로젝트의 안전성을 행동으로 입증할 때까지 말이다. 이 문제는 이 땅의 주권자인 국민 동의 없이 외국 군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다. 이는 결국 주권 침해 문제와도 연관된 것이다. 또 우리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 같은 사고가 부산에서 재현된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취재진은 이번 취재에 미국의 탐사보도협회(IRE)의 도움을 받았다. 국경을 초월한 언론인의 연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 IRE 관계자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한겨레신문
농지를 보유한 의원(부부 합산) 99명의 등기부 등본을 떼고, 전국을 다니고, 이들의 18~20대 공약을 찾고, 지자체에 전화하여 공약과 땅의 관련성을 들여다보고, 도로 개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자체 고시 정보를 확인하고,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과 힘겨루기를 하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등의 일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습니다. 탐사기획 1~2회가 연재된 뒤인 지난 4월 초 농지법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서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다시 봄으로. 이 취재가 마무리될 즈음 집 앞 벚꽃이 피는 걸 보면서, 계절이 흐르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꽃이 질 때야 탐사기획 6회가 마무리됐던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런 지옥 같은 취재는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면서 말입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때마침 의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와 농민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해 한 지상파 방송국 시사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두고 제게 연락을 한 뒤였습니다. 의원을 비롯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일상화되고, 땅값이 오른 농지에서 밀려나는 농민들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은 농지, 농민, 농촌 실태에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안인득은 어떻게 괴물이 됐나 중앙일보
4월17일 오전 6시에 걸려온 국장의 전화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고향인 경남 진주로 가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왜 죽였을까. 현장에 급파된 기자 6명은 2팀으로 나눠 피의자와 피해자를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안인득의 묻지마 살인사건에서도 적용됐습니다. 범행 전부터 이웃 주민에게 기행을 벌이며 갈등을 빚어왔고, 자활센터 직원을 폭행하는 등 전조 증세를 보여왔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했습니다. 안인득의 조현병 증세가 심해져 친형이 강제 입원시키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점을 단독 취재하면서 우리는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부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인득의 피해망상을 키운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제2의 안인득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번 기획기사를 취재하면서 전문가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일이 터진 뒤에야 관련 예산이 늘고 제도가 마련된다는 탄식이었습니다. 저에게 안인득이 오물을 투척하는 영상을 준 피해자 가족은 “분명히 막을 수 있었다”며 울부짖었습니다. 다행히도 피해자 가족이 찍어둔 폐쇄회로TV(CCTV) 영상 덕분에 단순 살인사건으로 묻히지 않습니다.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를 짚어보는 기획기사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데, 1g이라도 도움이 되고픈 마음에 기자가 됐습니다. 이번 기획기사는 제 꿈을 펼친 의미 있는 기사였습니다.
현장에서 다 같이 뛰어준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 허가 과정 의혹 SBS
그럼에도 숨어 있던 팩트를 007 영화처럼 전해주던 용기 있는 제보자들, 일상의 피해를 기꺼이 감내하며 팩트가 의미하는 것을 반복해서 설명해 준 과학자들, 저희 팀을 믿으며 점검하고 함께해준 SBS와 동료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이나마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고백하건대 SBS에서 제기한 인보사에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들이 한겨레, 조선 등의 일간지와 JTBC, KBS 등의 방송사 그리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준엄하게 이어지지 않았다면 인보사 사태는 허가 취소와 검찰 수사로 일단락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보사 사태를 겪으며 걸리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 관련 기업 소액 주주와 관련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환자들에게 아무 일이 없길, 평생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손실을 본 분들과 관련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위한 기도도 따로 꼭 드리겠습니다.
정준영 휴대폰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 SBS
끝까지 판다 팀은 정준영과 승리 등 연예인 일당의 단체대화방 내용과 함께 경찰관이 유착돼 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를 입수하고 이번 보도를 결정했다. 3년 전, 정준영 불법 촬영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담당 경찰관이 정준영의 휴대전화 복구를 맡긴 사설 포렌식 업체에 전화해 “복구할 수 없다는 거짓 증명서를 써 달라”고 강요하는 전화 녹취였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유명 연예인과 공권력의 유착 의혹을 여실히 드러내는 증거였다. 끝까지 판다 팀은 승리와 정준영 등이 ‘경찰총장’이라 부르던 총경급 경찰 핵심 간부까지 이들 연예인과 유착돼 있단 사실 역시 보도했고, 이들 일행의 추악한 단체대화방 내용과 함께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러한 국민적 분노에도 경찰은 윤 모 총경에 대한 수사를 흐지부지 끝냈다. 심지어 사건을 종결하고 한 달이 넘도록 기록을 검찰에 넘기지조차 않고 있다. 끝까지 판다 팀이 끝까지 파야 하는 사건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의혹 제보를 먼저 받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다니는 기존 취재와는 정반대로, 이번 취재는 먼저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고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제보자를 보호하면서 보도를 이어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연예인의 인기가 돈이 되고, 돈이 권력이 되어 공권력과 유착하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데 일조하는 보도였기를 바란다.
김의겸 전 대변인 등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조선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위해 김 전 대변인이 청와대를 찾았다. 청와대 기자들은 브리핑이 끝난 뒤 ‘건물이 정확히 어디에 있느냐’ ‘어떤 용도로 사게 됐느냐’고 질문했지만 답이 없었다. 본지를 비롯한 언론사들 모두 취재에 들어갔다.
본지도 청와대, 정부 인사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다들 “모른다”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저녁까지 수십 명의 관계자를 접촉한 끝에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부동산 실거래가 검색, 부동산 전문가 취재 등의 과정을 거쳐 김 전 대변인 부동산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본지는 그날 저녁 직접 김 전 대변인의 건물을 찾았다. 주변 부동산과 인근 주민 등을 취재했고 이를 기사화했다. 본지 보도 당일 김 전 대변인은 해명 브리핑을 했다. 그럼에도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논란은 커졌고, 김 전 대변인은 결국 다음 날 사퇴했다. 이후에도 본지는 김 전 대변인이 건물 앞 8평 땅은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 10억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가게 4개를 10개로 부풀려 서류를 작성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보도를 이어나갔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과 견제가 언론의 사명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취재를 격려해준 동료, 선후배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