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현장 기자들의 땀과 노력,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총 10개 부문 6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취재보도2부문에서 JTBC, 한국일보, 서울신문 출품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취재보도2부문 신설 후 최다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JTBC의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진을 유발한 원인을 최초로 보도했고,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여러 문제점을 짚었으며, 지난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로 진실로 확인된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지진 발생원인에 대한 초기 보도 이후 끈질기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지진 발생원인과 지열발전소 사업 추진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추적해 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목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관련 보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의제설정과 추적보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기업 파문’ 보도는 현지 특파원의 발품과 문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체불임금 지급이 합의됐다. 자칫 방치했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결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서울신문의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관련 보도는 금기시 되어 왔던 ‘죽음’의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의 장에 끌어 올린 의미가 주목받았다. 현지 르포, 인터뷰,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등으로 기획을 탄탄히 구성했고, 보도의 반향도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한겨레신문의 ‘김성태 국회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보도가 수상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끈질기고 다차원적으로 취재함으로써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자영업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한겨레신문의 ‘자영업 약탈자들’ 보도가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위장취업해 자영업자에 기생해 번성해 가는 ‘창업컨설팅’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 현장 기자의 취재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부산MBC의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암물질에 소방대원들이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서의 문제를 파헤치고, 소방차 디젤 배출가스가 많이 차는 차고지와 소방관서의 구조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소방관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소방관서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김성태 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한겨레신문 김완 기자
KT 자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의 김성태 의원이 딸을 KT에 꽂았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여의도에서 돌던 소문이었습니다.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고용 세습’이라 주장하며 정기 국회 일정을 마비시키고 있을 무렵, 그 소문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김 의원의 딸 이름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체대를 나와 KT스포츠에 있었다’는 단서를 들고 KT스포츠 공식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KT 내부자들도 “김성태 딸이 낙하산으로 다녔다” 정도로 알고 있을 뿐 뚜렷한 인적사항이나 입사 경로를 알지 못했습니다. 별다른 소득 없이 몇 번이나 수원을 오갔습니다. KT는 복잡한 회사입니다. 민간 기업이지만 국가 기간 통신망을 담당하는 회사이고, 내수를 중심으로 규제를 받는 사업이라 정권에 따라 권력의 입김을 특히 많이 타는 회사입니다. 이번 취재는 그 ‘권력의 입김’을 지긋지긋해 하는 내부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감사실에서, 홍보 라인에서 오래 근무해온 이들이 제 일처럼 나서줬습니다. 결정적으로 KT스포츠 내부자와 본사 인사 담당 임원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도 결국 사실의 조각을 모아 준 제보자들에게 빚을 진 셈입니다.
보도에 대해 김 의원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결탁한 정치인 사찰 공작’이라며 ‘청와대 특감반 사태 물타기’라는 황당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입니다. 사실은 결국 사실대로 사실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SBS 탐사팀의 손혜원 관련 보도를 보며 ‘탐사 보도란 무엇인가’를 자문해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물증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던 인사 문제 취재를 하면서 계속 생각을 했습니다. 답은 없겠지만, 더 구체적이고 정교하며 분명하게 보도를 할 수 있는 날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 JTBC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
JTBC 박준우 기자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니냐’ 보도 직전까지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과학적 논쟁을 섣불리 공론장으로 끌어들여 자칫 불필요한 분란만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확실하지 않은 추측을 앞세워 혼란을 부추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포항 지열발전소가 대규모 지진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충분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취재는 논문을 쓰는 작업과 흡사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포항 내륙에서 일어난 4차례의 지진이 지열발전소 작업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운 게 시작이었다. 데이터를 입수해 양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높은 수압으로 지하에 물을 주입하면서 지진이 발생한 것인데 이는 지열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선행 지열발전 사업과 달리 포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점은 무엇인지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포항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수압이 프랑스나 스위스 등 해외 지열발전에서 사용된 수압에 비해 4~5배 강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압의 물 주입이 더 큰 유발 지진을 불러온다는 실증 사례를 제시했고, 무리한 작업이 발전소 인근 지반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후 1년 4개월, 3월20일 정부 조사연구단은 JTBC의 보도에 대한 답을 내놨다.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은 자연 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이 촉발했다는 결론이었다. JTBC의 보도 내용이 맞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혹자는 역사를 앞서간 기사라고 치켜세웠다. 지열발전이 뭔지도 몰랐던 한낱 언론인에게 예지력이 있었을 리는 없다. 지난 보도와 일련의 일들은 철부지 기자의 우매한 용기와 진실을 밝히려는 일반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고 믿는다.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탐사보도 서울신…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탐사보도
서울신문 신융아 기자
안락사를 주제로 기획안을 낸 건 지난해 9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획 기사가 나간 직후였습니다. 간병살인에 이어 또다시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기가 참으로 무겁고 막막해 솔직히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실 안락사 문제는 간병살인 시리즈의 기획 단계에서 얘기가 나왔지만, 뒤로 미뤘던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고, 이제는 우리 사회에 안락사 논의가 필요하다는 많은 댓글을 보면서 더 이상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안락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고,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2명의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오랫동안 기사를 쓰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이 화제성 뉴스에 그치지 않고 죽음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되려면 국내외 임종 실태를 심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취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5개월에 걸친 취재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매 순간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독자로부터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병살인 기사가 내 가족의 문제를 다뤘다면, 존엄사는 나 자신의 문제를 다룬 것이어서 더욱 먹먹했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안락사를 고민하는 분들로부터 전화와 메일도 받았습니다. 자식에게도 하지 못한 속 얘기를 기자에게 털어놓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기사가 나오기까지 믿고 기다려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사회적 메시지가 있을 거라며 친구의 안락사 동행 과정을 솔직하게 전해준 케빈에게 고맙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 안락사를 선택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 기업' 파문 한국일보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 기업' 파문
한국일보 고찬유 기자
강진구 강철원 곽주현 김진주 김청환 김현빈 김형준 남상욱 박지연 박진만 손영하 손현성 신은별 안아람 유환구 이상무 이영창 이혜미 정반석 정승임 조원일 최동순 한소범 기자, 감사합니다!
이 취재 후기의 시작과 끝은 온전히 감사입니다. 1277일만에 복귀한 현장, 난생처음인 이역만리에서 여러분은 제가 붙잡은 동아줄입니다. 초심이라는 엔진을 다시 숨 쉬게 한 청정 연료입니다. 주춤하고 물러서고 우그러지고 게을러질 때마다 속삭였습니다. ‘사회부 사건 데스크랍시고 후배들한테 던졌던 지시와 조언들 있잖아, 스스로 지켜봐.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는 되지 않겠다며. 너는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강요하는 건 위선이지.’ 후배 여러분은 저의 선배이자 현장을 함께 누빌 동료입니다.
그래서 현장을 끝까지 지키되 미리 재단하지 않았습니다. 안 가도 뻔한 모임, 자료나 보내 달라고 했을 행사에 꾸역꾸역 갔습니다. 이삭줍기처럼 작은 팩트들을 차곡차곡 모으지 않았다면 이번 기사는 완성되지 않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겁니다. ‘월급만큼은 받게 해 줘야겠다’는 소망을 부여잡고 나아갔습니다. 상대를 경청하고, 그 입장에서 고민했습니다. 두 달간 취재하면서 세 번 울 만큼 심신이 지쳤지만, 감정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균형이 흔들릴 때마다 한 박자 쉬어갔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서정식 이순형 안창섭 윤효원 헤르만 그리고 아툰님 감사합니다. 팀원들과 함께 수상하겠다며 이름 올리기를 고사한 김창훈 시경 캡, 제 영혼의 중심을 잡아주는 아내 김진연, 낯선 땅에서 잘 버티고 있는 아들 건우에게 감사합니다. ‘기본만 하라’던 그분에게도. 무엇보다 조철환 부장을 비롯한 모든 국제부원에게 깊은 동료애와 감사를 전합니다. 열심 뒤에 남은 건 감사뿐입니다.
자영업 약탈자들 한겨레신문
자영업 약탈자들
한겨레신문 장나래 기자
자영업자들이 힘들고 어렵다는 뉴스는 이미 넘쳐났습니다. 치솟는 임대료, 감당할 수 없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탐사팀은 그것만이 문제의 전부인지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자영업은 한해에만 100만여 명이 새로 유입되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고용 규모로 보면 대기업 몇 곳이 매년 생겼다 사라지는 셈입니다.
누가 이 거대한 시장에서 신규 창업자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빨대를 꽂는지에 주목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창업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자영업자에게 기생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느 언론에서도 접근하지 않은 방식이었습니다. 제보자 하나 없이 시작했지만 직접 업계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진행해 200명이 넘는 창업 컨설턴트를 만날 수 있었고, 착취당한 100여명의 자영업자 삶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예정됐던 기획 기사는 세 편이었지만, 기사를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첫 기획 기사가 나간 다음 날 창업 컨설팅업체를 기습 방문하니 서류를 파쇄하고 컴퓨터 본체를 빼내는 등 증거 인멸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탈세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없애고 있는 것이 세금 신고하지 않은 각종 계약서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보 메일과 전화도 하루에만 수십 건씩 쏟아졌습니다. 기사 덕분에 계약만 한 상태에서 더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는 사연부터 업체에서 탈세하고 있다는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제보들이 밀려들었습니다. 피해 사례가 너무 많아 모두 기사화하지는 못했지만, 이 기사가 앞으로 창업 시장에 뛰어들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 부산MB…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
부산MBC 임선응 기자
그가 사망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건강했던. 총파업 승리 직후, MBC가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딘 걸 축하한다며 만둣국을 사줬던 그였다. 조만간 또 보자며 악수하고 헤어졌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소방관이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폐암. 부산소방본부는 ‘공상’ 신청을 진행한다고 했다. 정부에게 소방관의 업무와 사망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절차다. 우리나라는 공상 인정에 인색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영면한 그가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의 근무 이력을 확보했다. 어렵게 부산에서 암이 발병한 소방관들의 명단도 구할 수 있었다. 의외의 부분을 발견했다. 암 발병 소방관 중 무려 5명이 특정 소방관서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폐쇄되고 없는 망미119안전센터. 이곳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 소방관들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들은 얘기다. “우리는 출동 안 할 때 소방서 차고지에서 지냈어요.” “망미119안전센터는 소방차 매연으로 가득했지.” “거기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했죠.”
이 매연은 디젤 배출가스로 세계보건기구 지정 1급 발암물질이다. 시동 점검을 위해 소방차를 공회전하고 출동을 위해 드나들 때마다 차고지엔 발암물질이 짙게 쌓인다. 이를 배출할 수 있는 장비는 없다. 우리는 소량의 석면에도 소스라친다. 소방관들은 석면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을 마시며 지냈다. 취재를 위해 1시간만 차고지에 머물러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전문 기관의 측정, 충격적인 결과로 인한 실태 조사, 소방서 개선 계획 도출 등은 차치하고, 이번 기사에선 하나만 얘기하고자 했다. ‘이거 개선해주세요.’ 상을 받게 되어, 물론 기쁘다. 이번만큼은 소방관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부터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