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2017년 10월, 고어텍스로도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 ‘고어’사가 한국시장에서 의료사업부를 철수했다. 질 좋은 치료재료를 만들던 회사가 의료보험 수가 등의 이유로 한국을 떠난다는 말은 무성했지만, 다국적 기업의 시장 철수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었던 탓에 큰 관심을 끌진 못했다.
그러나 미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고어사 의료사업부가 떠나면서 생명이 위태로워진 이들이 있었다. 3~4살 안팎의 소아심장병 환자들이었다. 고어사는 소아심장병 수술에 없어선 안 될 인공혈관을 독점 제작하던 업체다. 회사 철수는 공급 중단으로, 공급중단은 치료재료 고갈로, 이는 다시 수술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고어사의 철수 당시 급한 대로 전국 각지의 종합병원들은 인공혈관을 사재기해뒀지만, 2년의 시간이 흐르며 2019년 2월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 2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고어사의 인공혈관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가 생긴 것이다. 소아심장병은 적기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병이다. 환자단체 안상호 대표가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급한 상황을 털어놓으며 고어사의 만행을 규탄했다. 안 대표의 글을 접하고 마음이 바빠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 사태를 지체 없이 세상에 알려야 했고, 무엇 때문에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했는지도 밝혀야 했다. 그렇게 <한겨레>의 ‘고어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 보도가 시작됐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고어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 보도는 2019년 3월5일 취재를 시작해 이틀 뒤인 같은 달 7일 첫 기사를 냈다. 당장 예정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서울 아산병원에만 여럿 있었기 때문에, 우선 신속 정확하게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한겨레>는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등 환자단체와 수술이 무기한 연기된 소아심장병 환자인 양민규(3)군과 최보배(2)양의 가족,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같은 의료계 관계자,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공무원 등을 수차례 인터뷰했다. 여러 집단에 속한 취재원들로부터 인공혈관 공급 중단의 심각성과 그 배경에 관한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를 통해 수술이 무기한 연기된 환자들의 처지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윤리적 책임을 져버리고 이윤에 따라 움직인 다국적 기업의 행태, 정부와 고어사와의 갈등, 의료기기 가격 책정 문제 등 배경에 자리한 요인도 짚을 수 있었다.
<한겨레>는 이번 공급중단 사태를 초래했지만 좀처럼 입장을 내놓지 않던 고어사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고어 코리아 한경희 대표는 계속된 접촉 시도에도 답이 없었고, 고어 홍보 대행사는 “정부 관계자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고어사의 입을 열어야 한다고 판단해 고어 본사에 풀리지 않던 의문을 추려 메일을 보냈고, 마침내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2017년 10월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뒤 한국 정부로부터 인공혈관 재공급을 요청받은 사실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겨레>의 인공혈관 보도 뒤 정부가 협상에 나서고 당장 수술에 필요한 일부 인공혈관의 공급이 재개되는 등 일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였지만, 감시의 눈을 거두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고어사의 공급중단 품목 관련 후속조치 계획보고’와 ‘고어사 보험등재 품목 보유랑 확인 협조요청’ ‘고어사 공급중단 품목 보유량 조사결과 보고’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담당자가 이를 비공개 결정하자, 복지부, 심평원 공무원들을 인터뷰해 정부가 협상을 앞두고도 인공혈관 등 고어사 제품의 재고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행보를 관찰하고 부실한 대응을 고발했다. 또 협상에 돌입하고 난 뒤에도 환자단체, 흉부외과 의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협상 대상 중 소아심장병 치료에 필요한 몇몇 재료가 빠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보도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어사가 식약처 허가를 취소한 이유부터 치료재료 가격 문제, 한국의 제조공정조사가 까다로웠다는 ‘설’까지, 철수 이유를 두고 나온 여러 의혹들이 많았다. <한겨레>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관계자, 의료 관련 시민단체 대표 등을 두루 인터뷰해 이 같은 의혹이 나온 배경과 정부의 조치 상황을 독자에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어사 의료사업부의 철수 절차가 시작되던 2017년 4월께, 철수 소식을 알리고 이로 인해 소아 심장병 환자 수술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기사가 일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년 동안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게 주목하지 못했다. 2019년 실제로 인공혈관이 떨어져 수술을 받지 못한 소아심장병 환자가 처음 나왔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한겨레>가 최초였다. 보도 이후 대부분의 중앙일간지와 방송사, 의료전문매체 등이 <한겨레>의 보도를 받아 공급 중단 사태를 함께 알리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등 후속보도에 동참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공혈관 수가 낮다며 ‘고어’ 철수…3살 민규의 위태로운 생명” 등이 보도된 뒤, 3월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미국의 고어사를 긴급히 직접 방문해 현재 국내 소아 심장병 환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그동안의 치료재료 가격제도 개선 등을 설명해, 고어사가 한국 내 공급 재개를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월11일 고어사가 소아심장병 수술에 필요한 인공혈관 일부를 즉시 공급하기로 했다. 고어사는 <한겨레> 보도 뒤 한국 정부가 미국 고어 본사 방문 일정을 협의하던 중, 한국에 서한을 보내, 소아심장병수술에 긴급하게 필요한 소아용 인공혈관 20개를 즉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혈관의 공급이 재개되면서 “인공혈관 수가 낮다며 ‘고어’ 철수…3살 민규의 위태로운 생명” 기사에 나온 양민규(3)군은 4월4일 심장 수술을 받게 됐다.
3월15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고어사 쪽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고어사가 폰탄수술에 쓰이는 소아용 직경 10㎜ 이상 인공혈관과 봉합사(봉합 수술에 쓰이는 실), 인조포 등 16가지 모델의 치료재료를 ‘조속한 시일 내’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보도는 모든 취재원의 동의를 구해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고, 취재에 앞서 취재원에게 보도목적을 명확히 설명하는 등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다.
‘고어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 보도는 피부로 와 닿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고어사 철수 이후 각 병원이 사재기해둔 인공혈관 재고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인공혈관 공급 재개에 관한 정부와 고어사 간 논의에는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한겨레의 보도로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 위급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고어사는 협상을 시작했다. 당장 수술에 필요한 일부 인공혈관의 공급도 이뤄졌다.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던 환자들은 다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인공혈관 보도는 공급 중단 사태 이면에 자리한 정부와 고어사의 무책임함을 고발했다. 고어사가 철수한 뒤 공급이 재개되지 않아 3~4살 안팎의 어린 환자들이 받아야 할 수술을 못 받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고어사의 비인도주의적인 철수만 탓했고 고어사는 정부에 높은 가격을 요구할 뿐이었다. ‘피해 상황은 벌어졌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었다. <한겨레>는 이 상황 앞에서 보건당국 관계자와 고어 본사에 끈질기게 접촉해, 윤리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남 탓하기에 급급한 정부와 다국적 기업의 민낯을 고발했다.
마지막으로 인공혈관 보도는 꼭 알려져야 할, 그러나 주목받지 못한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고어사 철수가 정해진 뒤부터, 선천성심장병환우회 등 환자단체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꾸준히 공급 재개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환자 대부분은 어린 아이인 데다 희귀병이란 특성상 숫자도 적어 이슈가 될 가능성도 적었다. 그래서인지 환자들의 목소리는 보건당국과 고어사에게 ‘강력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겨레>는 환자 단체와 환자 가족들의 사연을 듣고 기사로 써, 이들의 요구사항이 정부 관계자와 고어사, 그리고 대중에게 알려지도록 창구가 되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의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모두 없었다. (2019년 4월4일 기준)
회차 심사평
제343회 전체 총평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현장 기자들의 땀과 노력,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총 10개 부문 6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취재보도2부문에서 JTBC, 한국일보, 서울신문 출품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취재보도2부문 신설 후 최다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JTBC의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진을 유발한 원인을 최초로 보도했고,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여러 문제점을 짚었으며, 지난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로 진실로 확인된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지진 발생원인에 대한 초기 보도 이후 끈질기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지진 발생원인과 지열발전소 사업 추진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추적해 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목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관련 보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의제설정과 추적보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기업 파문’ 보도는 현지 특파원의 발품과 문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체불임금 지급이 합의됐다. 자칫 방치했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결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서울신문의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관련 보도는 금기시 되어 왔던 ‘죽음’의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의 장에 끌어 올린 의미가 주목받았다. 현지 르포, 인터뷰,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등으로 기획을 탄탄히 구성했고, 보도의 반향도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한겨레신문의 ‘김성태 국회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보도가 수상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끈질기고 다차원적으로 취재함으로써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자영업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한겨레신문의 ‘자영업 약탈자들’ 보도가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위장취업해 자영업자에 기생해 번성해 가는 ‘창업컨설팅’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 현장 기자의 취재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부산MBC의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암물질에 소방대원들이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서의 문제를 파헤치고, 소방차 디젤 배출가스가 많이 차는 차고지와 소방관서의 구조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소방관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소방관서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