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ㅇ)
"아빠.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야. 마스크 꼭 써야해"
이제 우리 나이로 5살 된 딸이 아빠의 출근길을 걱정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는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공기청정기를 비롯한 공기정화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찾는 가정까지 늘고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은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이 쓰고 다니는 미세먼지 마스크에 대해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마스크만 잘 쓰면 아이들 건강은 괜찮은 걸까?
마침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던 지난 2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시행하기로 한 즈음이었습니다.
홈쇼핑에서도 연일 매진 행렬을 이룰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는 미세먼지 마스크 제작 과정에 의문도 생겼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1) 폭주하는 미세먼지 마스크 주문량...정상적으로 제작이 가능할까?
경기 지역을 담당하는 주재 기자 신분에서 매일 같이 터지는 사건사고를 막기에도 버거웠지만 함께 주재하는 후배 기자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했습니다. 미세먼지 제조업은 약사법에 저촉을 받아 일반 제조업과 달리 반드시 신고를 하고 정해진 곳에서만 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인허가 과정이 쉽지 않아 공장 증설에도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파악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폭주하는 미세먼지 마스크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것이 가능한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이를 중점적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인터넷 부업 광고와 피해 소비자 접촉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취재에 착수할 수 있는 방법은 마스크 구매 고객 중 이물질이나 불량 제품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검색과 맘까페 수소문 그리고 제조업에 종사하는 지인들까지 동원했습니다. 댓글도 남겨가며 연락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사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이상한 문구들을 발견했습니다.
'황사마스크 부업 하실분 모집...재택 근무 가능'
이런 광고 문구는 굉장히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정해진 작업 공간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 명백해 보였습니다.
취재에 착수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 휴대전화를 들고 부업하는 전문 부업장을 찾아 다녔습니다. 불법 제조를 하는 장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건물 앞에 떡하니 '황사마스크 부업'이라고 써 붙여 놓았기 때문입니다. 안에서 일을 하는 분들께 부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하며 일하는 장면을 일단 촬영해 두었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미세먼지 마스크 구매 피해 고객 사례자가 연락을 해온 것도 사전 취재를 하던 그즈음입니다.
3) 이물질 항의한 소비자, 식약처도 현장 조사를?
"유명 홈쇼핑 광고를 보고 미세먼지마스크 60개를 샀는데 이물질이 나오고 냄새도 심했어요"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아이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마스크를 샀는데 이물질이 나왔으니 그럴 법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피해자는 전화로 항의한 것이 아니라 직접 해당 업체를 방문해 문제제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마침 식약처 직원이 검수를 위해 나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제품 불량 민원이 식약처로 접수돼 현장 조사를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4) 유명한 제조업체, 제조 공정에 든 의문
해당 제조업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가장 매출이 높은 편에 속하는 업체였습니다.
유명 홈쇼핑 채널 2곳에 소개될 정도로 인지도도 높은 제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을 가지고 문제를 삼아 기사를 쓰기에는 약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수 억 개의 미세먼지 마스크를 만드는데 고작 1~2명의 피해 사례를 잡아 쓰기에는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현장을 가보자'
무작정 간 현장에서는 건물만을 우두커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별다른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 소비자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특이점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완성된 물건을 옆 건물로 옮기는 걸 촬영한 게 있다며 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 건물을 보니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업체와 관계가 전혀 없는 다른 업체였습니다.
건물 옆 비상계단을 통해 몰래 올라가 건물 안을 들여다봤습니다.
커다랗고 하얀 원단이 기계에서 돌아가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미세먼지 마스크가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만들어 지고 있던 겁니다.
5)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설득과 현장 점검
단속반과 현장을 적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취재에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다면 방송이 못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간다하더라도 업체 측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고객이 촬영한 영상과 제가 확보한 영상을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게 보여줬습니다.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특사경 업무가 아니라 식약처 업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 지역 주재 기자로서 식약처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식약처가 한번 점검을 나갔다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전화 취재를 한 뒤였기 때문에 신뢰도 가지 않았습니다.
특사경을 계속 설득했습니다. 결국 취재에 착수한 지 한 달이나 지나 특사경이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자기들이 보도자료를 먼저 내 대대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밝힌 뒤였습니다.
업체들에게 대응할 시간을 줬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지만 아쉬운 건 저희였기에 군말 없이 함께 했습니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왔고 합동이자 단독으로 단속과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6) 발뺌하던 업체 사장...드러난 비밀 제조 시설
예고 없는 방문에 업체 측은 당황했습니다.
물건을 옮긴 문제의 건물을 들어가 보니 완성된 미세먼지 마스크 제품이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업체 측은 허가받은 곳이 아닌 곳에서 보관을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제조 행위는 없다고 발뺌했습니다.
특사경 단속반은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두 번, 세 번, 제조 행위가 없냐고 다그치며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업체 사장은 불법 제조나 증축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시간 뒤 특사경은 막힌 출입문을 뚫고 올라가 불법으로 들여놓은 제조 시설을 발견했습니다.
업체 사장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문량이 너무 많아 기존 시설로 감당이 안됐었다며, 뒤늦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7) 현장 제조 문제 적발과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 문제 화두 제시
해당 업체는 홈쇼핑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 마스크 주문량이 늘자 하루에 4만개를 찍어내는 기계 3대를 몰래 더 갖추고 마스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업체의 해명을 다 신뢰할 수 없지만 인정한 불법 제조양만해도 60만개가 넘었습니다.
처음에 취재진이 발견한 마스크 부업장도 특사경과 함께 동행 단속을 했습니다. 원청 업체까지 동시에 단속을 했습니다. 부업을 맡긴 원청 업체 사장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법을 어겨가며 일감을 맡겼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 업계에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정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미세먼지 마스크가 식약처 허가 마크를 달고 전국 곳곳에서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특사경은 물론 식약처까지 나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존까지는 중국에서 짝퉁 마스크를 들여와 국내 포장지로 바꿔 파는 일명 ‘까대기’ 작업으로 성능 검증 되지 않은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의 단속과 보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불법으로 시설을 늘리고, 하청을 주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는 없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이물질 등 불량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MBN의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 문제 연속보도 이후 타 매체는 MBN의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올렸고, 주요 매체들도 식약처의 설명 자료를 토대로 마스크 제조의 문제점을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3월 19일>
연합뉴스 - 수요 폭증한 마스크…식약처, 제조시설 현장 점검
https://www.yna.co.kr/view/AKR20190319136400017?input=1195m
SBS - 수요 폭증한 마스크…식약처, 제조 시설 현장 점검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183361&plink=ORI&cooper=NAVER
MBC - 식약처, '수요 폭증' 마스크 제조시설 현장 점검
http://imnews.imbc.com/news/2019/society/article/5210838_24698.html
산업일보 - 미세먼지 마스크서 이물질 검출, 봉함·봉인 및 잠정 판매중지
http://www.kidd.co.kr/news/207704
디지털타임스 - 식약처, 마스크 수요폭증 속 제조시설 현장 점검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31902109931102006&ref=naver
브레이크뉴스 - 파인텍 네뜨레 황사마스크, ‘식약처 인증’ 거짓말 한 채 판매하다 덜미
http://www.breaknews.com/641304
톱스타뉴스 - 네퓨어, 미세먼지-황사마스크 kf94 효과, 확인하는 방법-잘 구매하는 방법?
http://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02631
<3월 20일>
금강일보 - 미세먼지 마스크, 이물질 발견 '어디제품꺼?'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23025
4. 사회에 끼친 영향
MBN의 첫 보도 이후 식약처가 곧바로 나섰습니다. 식약처는 문제의 업체 이름을 공개하고 해당 업체에서 제조한 제품에 대해서 곧바로 봉인 및 잠정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한 보건용 마스크 안전관리를 위해 대대적인 전수 조사에 나섰습니다.
MBN 취재로 인해 단속을 시작한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도 경기 지역의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업체들에 대한 단속 결과를 4월 중순쯤 내놓을 예정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으며 소속사 확인을 거쳤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없었고,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3회 전체 총평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현장 기자들의 땀과 노력,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총 10개 부문 6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취재보도2부문에서 JTBC, 한국일보, 서울신문 출품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취재보도2부문 신설 후 최다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JTBC의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진을 유발한 원인을 최초로 보도했고,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여러 문제점을 짚었으며, 지난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로 진실로 확인된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지진 발생원인에 대한 초기 보도 이후 끈질기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지진 발생원인과 지열발전소 사업 추진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추적해 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목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관련 보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의제설정과 추적보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기업 파문’ 보도는 현지 특파원의 발품과 문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체불임금 지급이 합의됐다. 자칫 방치했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결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서울신문의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관련 보도는 금기시 되어 왔던 ‘죽음’의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의 장에 끌어 올린 의미가 주목받았다. 현지 르포, 인터뷰,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등으로 기획을 탄탄히 구성했고, 보도의 반향도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한겨레신문의 ‘김성태 국회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보도가 수상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끈질기고 다차원적으로 취재함으로써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자영업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한겨레신문의 ‘자영업 약탈자들’ 보도가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위장취업해 자영업자에 기생해 번성해 가는 ‘창업컨설팅’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 현장 기자의 취재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부산MBC의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암물질에 소방대원들이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서의 문제를 파헤치고, 소방차 디젤 배출가스가 많이 차는 차고지와 소방관서의 구조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소방관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소방관서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