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ㅇ)
‘여의도’에는 소문이 많습니다. 워낙 소문이 흔하다보니 확인이 되지 않더라도 이미 기정사실로 취급되는 것들도 있고, 반대로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음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가는 것들도 많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을 둘러싼 이야기도 그런 흔한 소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KT 자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이 딸을 KT에 ‘꽂았다’는 얘기는 꽤 오래 전부터 여의도 언저리에서 돌던 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의원이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고용 세습’이라 주장하며 정기 국회 일정을 마비시키는 일이 있었습니다. 김 의원이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노동 귀족’에 견주며 핏대를 올리기 몇 개월 전에 서울교통공사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을 향한 괄시와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 의원의 말에 그 죽음이 오버랩 됐습니다. 과정에 의도치 않은 오류와 부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오랜 구조적 차별에 희생자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처럼 값싼 정쟁의 대상이 되어도 되는 것인지. 그 무렵부터 김 의원 딸을 둘러싼 소문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1) 한양에서 김 서방 찾기 - 이름도 모른 채 헤매다
처음에는 김성태 의원 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체대를 나와 KT 스포츠에 있었다’는 단서를 들고 KT스포츠 공식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KT 내부자들도 “김성태 딸이 낙하산으로 다녔다”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뚜렷한 인적사항이나 입사 경로를 아는 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KT스포츠는 2013년 본사로부터 분사된 회사로 전체 직원이 수십 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조직 특성 상 내부 취재는 접근이 쉽지 않았고, 본사 직원들은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서울과 KT스포츠 본사가 있는 수원을 수차례 오갔습니다.
(2) 서 말의 구슬을 모아 꿰다 - 사실의 조각을 모으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KT는 복잡한 회사입니다. 민간 기업이지만 국가 기간 통신망을 담당하는 회사이고, 내수를 중심으로 규제를 받는 사업 범위를 갖고 있습니다. 여전히 ‘반 공기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정권 교체에 따라 권력의 입김을 특히 많이 타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김성태 의원 딸 특혜 채용 보도는 그 ‘권력의 입김’을 지긋지긋해하는 KT 내부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한 달여 취재원을,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을 찾아 헤매던 끝에 감사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상무가, 홍보 라인에서 오래 근무해온 전직 전무가 나서주기로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설득했던, KT스포츠 내부자 역시 결심 끝에 증언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주변 취재의 결과물을 꿰어 맞춰 다시 인사 담당자들의 확인을 받았습니다. 애초 전화 통화조차 꺼리던 한 본사 인사 담당 임원은 사실의 조각이 맞춰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두달 이상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관련 사실의 조각들을 모았고, 그 사실을 온전한 사실로 확인해 줄 수 있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3) 시작이 반이고, 첫 술에 배부르다 - 완결적이었던 첫 보도
지난 12월 20일자 <한겨레> 1면에 보도한 <김성태 딸 ‘KT 특혜채용’ 의혹 "무조건 입사시키란 지시 받아"> 보도는 김 의원 딸이 채용 공고도 없던 상황에서 홈고객부문 서유열 사장이 아래로 이력서를 내리고 “무조건 입사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고발하고, 김 의원 딸의 정규직 전환 과정 역시 “미스터리하고 미라클하다”는 전직 KT스포츠 사장의 증언을 끌어낸 최초의 보도입니다. 이 보도는 검찰 수사를 통해 입증되어가고 있는 김 의원 딸이 특혜 채용 과정의 전모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완결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이후 12월 24일자 1면 <김성태 딸 후임은 ‘계약직’으로 ‘맞춤형 정규직’ 채용의혹 커져>, <마케팅직군 정규직 입사 뒤에도, 경영직군 업무 계속해 의문>(12월 26일) 등의 연속 보도를 김 의원 딸의 특혜 채용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인사 문제의 경우 특성상 사법기관의 수사가 아니면 구체적인 입증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KT스포츠 내부의 ‘사장-사무국장(부장)-팀장’으로 이어지는 김 의원 딸 채용 라인의 일관된 진술을 확보했고, KT 본사 인사 임원의 확인 증언과 관련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여부 까지도 확인해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습니다. <한겨레> 보도는 ‘①김 의원 딸이 비정규직으로 최초 채용 될 당시 채용 기안도 없이 ‘낙하산’으로 꽂혔고‘, ’②공개채용에 합격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유착과 특혜가 아니면 불가능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또한 ’③공개채용에 합격한 이후에도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하게 되는 배려를 받은 것이 비정상적 채용을 입증하는 또 다른 근거‘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한겨레>가 핵심적으로 제기한 ‘△계약직 채용 과정 의혹, △ 공채 시험 응시 관련 의혹, △정규직 입사 후 필수 교육 누락 이유’ 등은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모두 사실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아직 종합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계약직 채용 당시 이력서를 ‘김 의원이 직접 건넸다’는 점이 보도되었고, 공채 시험의 경우 서류 전형과 인적성 검사를 거른 채 최종 합격자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4) 사필귀정 - 광범위하고 공공연했던 채용 비리의 실태를 밝히다
<한겨레> 보도 이후 김 의원은 딸에 관한 보도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결탁한 정치인 사찰 공작’이라며 ‘청와대 특감반 사태 물타기’라는 규정을 했습니다. 보도의 모든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 이후 KT새노조에서 김성태 의원을 고발했고,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KT에 광범위한 부정 채용이 만연해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인사업무를 총괄했던 김상효 전 인재개발실장이 구속됐고, 역시 구속된 서유열 전 KT 사장은 비정규직 채용 당시 “김성태 의원에게 직접 이력서를 전달받았다”고 자백했고, 정규직 전환 과정 역시 ‘전형이 진행 중이던 와중에 청탁을 받아 꽂아 넣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 수사는 현재 채용 청탁의 꼭짓점인 김성태 의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관련해 <한겨레>는 지난 3월 18일자 1면 <‘KT 특혜채용 의혹’ 김성태 외 유력인사 6명 더 있다> 보도를 통해 김 의원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 유력 인사들의 채용 부정이 있음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또한 3월 21일자 1면 <홍문종 의원 비서관 등 KT ‘낙하산’ 취업 의혹> 보도를 통해 이석채 전 회장 시절부터 현재 황창규 회장 체제에 이르기까지 신입 공개채용과 경력 채용을 가리지 않고 KT에 광범위한 채용 게이트가 있음을 고발했습니다. <한겨레>의 연속된 보도는 검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던 과정에서 KT 내부 취재와 수사 기관 수사 내용을 병행 취재하여 보도한 것으로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엄중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채용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상황임을 밝혀 수사를 촉진시킨 보도였습니다.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인사 문제는 개인의 신상과 관련한 워낙 예민한 문제라 내부 제보자 및 취재원들의 일부 신원을 익명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취재원에게 취재 동의를 구하고 녹취 등의 증거 작업을 거쳤으며,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진술 당시의 근무 현황 현재의 내부 직책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모든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으며, 모두 취재 취지를 설명하고 응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모든 기사는 직접 취재한 기자의 바이라인을 달았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KT 내부에 광범위한 채용 비리가 있었음을 고발한 이번 보도는 <한겨레> 취재팀이 단독으로 취재해 처음 보도한 것입니다. 그간 주요하게 보도된 채용 비리 문제의 경우 공공기관의 감사 보고서, 기업 관련한 재판 과정 등에서 밝혀진 내용이 주였지만, KT 특혜 채용 의혹의 경우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도한 것입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김성태 의원 딸 특혜 채용 의혹을 인용 보도하였고, <한겨레> 보도로 촉발된 고발 이후 KT 임원과 사장이 구속된 이후에는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부각될 만큼 파장이 컸습니다. ‘김성태-한겨레’를 검색하면 45페이지(네이버 뉴스 검색 기준)가 넘는 관련 기사가 검색될 정도였습니다. 따로 타 매체 반향을 따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한겨레> 보도 이후 ‘KT 특혜 채용 의혹’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것은 물론 국회, 노동계 및 시민 사회가 보다 확실한 진상 규명이 필요함을 요구했습니다.
(1) 정부 및 정치권
-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국회 국회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김 의원 딸의 특혜 채용 문제가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2) 노동계 및 시민사회
- <한겨레> 보도 이후 KT새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 단체들은 KT 이석채 전 회장, 김성태 의원, 황창규 회장 등을 업무 방해와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사 업무 실무 책임자, 전 사장 등이 구속되었습니다.
(3) 여론 반응
- 여론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한겨레>의 김성태 딸 특혜 채용 첫 보도 당일 ‘김성태’. ‘김성태 딸’ 등이 네이버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이후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관련 검색어들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습니다. <한겨레>의 관련기사에는 수천 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 본 보도는 언론윤리강령과 <한겨레> 내부 ‘취재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 보도 이후 열린 사내외 인사로 구성된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위원장 신광영 중앙대 교수)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 첫 보도가 있었던 지난 12월 사내 특종상을 수상했던 바 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 김성태 의원 딸 KT 특혜 채용 의혹 연속 보도는 <한겨레> 신문이 자체적으로 취재하여 보도하였습니다.
-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과 언론중재위 피신청은 고발 보도의 특성상 2건 있었습니다. 김성태 의원은 정당한 보도를 ‘정치 권력의 공작’이자 ‘청와대 특감반 사태 물타기’라고 대대적으로 공격하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고, 김 의원이 제기한 언론중재 신청 역시 모두 불성립 기각됐습니다. 당시 언론중재위는 “보도 가치가 상당하며, 보도의 근거나 구성 역시 완성도가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3회 전체 총평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현장 기자들의 땀과 노력,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총 10개 부문 6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취재보도2부문에서 JTBC, 한국일보, 서울신문 출품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취재보도2부문 신설 후 최다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JTBC의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 유발 가능성’은 지진을 유발한 원인을 최초로 보도했고,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히 여러 문제점을 짚었으며, 지난 3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로 진실로 확인된 보도였다는 점에서 수상작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지진 발생원인에 대한 초기 보도 이후 끈질기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지진 발생원인과 지열발전소 사업 추진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추적해 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목한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본격 제기한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관련 보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의제설정과 추적보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기업 파문’ 보도는 현지 특파원의 발품과 문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해당 보도를 계기로 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체불임금 지급이 합의됐다. 자칫 방치했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결되도록 이끈 계기가 됐다.
서울신문의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관련 보도는 금기시 되어 왔던 ‘죽음’의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의 장에 끌어 올린 의미가 주목받았다. 현지 르포, 인터뷰,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등으로 기획을 탄탄히 구성했고, 보도의 반향도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한겨레신문의 ‘김성태 국회의원 딸 등 KT 특혜 채용 의혹’ 보도가 수상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끈질기고 다차원적으로 취재함으로써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자영업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한겨레신문의 ‘자영업 약탈자들’ 보도가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위장취업해 자영업자에 기생해 번성해 가는 ‘창업컨설팅’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 현장 기자의 취재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부산MBC의 ‘‘1급 발암물질’ 소방관서…위기의 소방관’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암물질에 소방대원들이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서의 문제를 파헤치고, 소방차 디젤 배출가스가 많이 차는 차고지와 소방관서의 구조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소방관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소방관서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